[이원호] 황금의 땅 ㅡ3권 3| 눈을 부릅뜬 유장수가 그를 노려보떤서 탁자 위에 놓인 위스키잔을 들어 한 모금에 삼켰다. 이성철이 말을 이었다. "이호윤이가 장규식이를 만나 현찰 다발이 든 가방 세 개를 넘겨 줍 디다. 유사장, 오해하지 마시오. 나는 어떻게 할 작정이 아니었소. 이렇 게 유사장한테 협조를 구하려는 의도였지 다른 꿍콩이는 없습니다. " "계속해 보시오." "뻔한 일 아님니까? 다 알고 계시는 일일텐데." "이사장, 끝까지 말씀해 봐요. 그래야 이쪽도 이야기를 할 것 아니 오?" 다그치듯 유장수가 말하자 이성철이 입술 끝을 내리더니 말을 이었 다. "장규식이가 힐들호텔 주차장에서 누구를 만났는지 알고 계실게요. 이한기에게 돈가방을 넘겨 주고 헤어졌는데,내 부하들은 장규식이가 마약을 받았다고 증언하라면 할겁니다. " "내가 한 일이 잘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유사장이 캐물 으시니까 어쩔 수 없이, 그리고 내가 나눠 달라고 하는 것은 절대로 공 갈이 아넘니다. 내가 어떻게 감히." "하고 있어, 당신은." 유장수가 별듯이 말했으나 시선은 이성철에게 향하고 있지 않았다. "좋수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조금은 나눠 드리지.내일 점심때 나하고 다시 만납시다. " 유장수가 말하자 이성철이 법긋 웃었다. "그래 주실랍니까? 이제 우리는 마약 일을 함께 하게 되었으니 서로 도와야만 하지요. 동지가 된겁니다. " 유장수가 퍼뜩 머리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으나 입을 열지는 않았다. 앞쪽에서 번책이는 전조등 불및이 다가오더니 곧 차체의 윤곽이 드 러났다. 안진흥이 홍성희의 팔을 움켜쥐었다. 이곳은 국도에서 첫길로 들어온 곳이어서 백 미터쯤 떨어진 국도에 는 차량들의 행럴이 줄을 잇고 있었으나 이쪽으로 들어오는 차량은 없 었던 것이다. "저기 오는군. 당신을 데려갈 사람이." "이것 놔." 세차게 팔을 뿌리치자 안진흥은 선선히 팔을 놓았다. 그는 10미터쯤 앞쪽에 멈춰 선 승용차를 바라보는 데 정신이 팔려 있었다. 차가운 바 람에 얼굴의 피부가 따끊거렸으나 홍성회는 눈을 치켜 뜨고 앞쪽을 바 라보았다. 승용차에서 거구의 사내가 내렸다. 그는 불및 속으로 온몸을 드러냈 는데 놀란 것은 안진흥이었다. "아니 !" 그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면서 이쪽으로 다가오는 사내에게 물었다. "넌 누구냐?" 홍성희는 아랫입술을 깨물고는 다가오는 사내를 바라보았다. "누구긴 누구여 " 성큼거리며 다가온 그가 안진홍 앞에 와 딘다. "저 여자 데리러 온 사람이지." "너, 최대광이." 안진홍이 소리치듯 말했다. "네놈이 어떻게." "어떻게는 이 자식아, 자, 곱게 저 여자를 넘겨 줄래? 아니면 송장이 되어서 길바닥에 드러눕고 베앗길래?" "대광씨" 홍성희가 와락 소리쳐 그의 이름을 부르면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감營 다. 온몸이 떨렸고 이가딱딱거리며 마주쳤는데 추위 때문만은 아니었 다. 이제야 자신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 실감이 났기 매준이다. 안진흥 을 바라본 채 최대광은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엄청 놀란 모양이구나. 내가 갑자기 이곳에 나타나서." 그는 어깨를 늘어뜨리며 히죽 웃었다. "이 자식이!" 그러나 그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가 있었다. 그는 운전사인 김창남으로 최대광이 차에서 나왔을 때부터 안진흥의 비스듬한 앞쪽 에 서 있었기 때문에 다가오는 최대광과는 거리가가까웠다. 김창남이 껑충 뛰듯이 달려들면서 발길로 최대광의 얼굴을 돌려 業는데, 그의 손에는 번뜩이는 단도가 들려져 있었다. "이 런, 빌어먹을." 머리를 젖혀 피하면서 최대광이 투덜거렸다. 그는 반 걸음쯤 뒤로 물러나면서 위에서부터 아래로 그어지는 칼날을 피했다. 안진흥은 기회를 놓칠 사내가 아니었다. 한 걸음에 뛰어간 그는 주 출거리는 최대광의 옆구리를 발길로 휘둘러 참다. 발끝이 정확하게 그 의 옆구리에 찍히는 것이 느껴졌다. 휘청하고 상체를 숙인 최대광의 택을 향해 그의 주먹이 아래에서부터 을려쳐졌다. 홍성희는 하얗게 어둠을 비추는 자동차의 전조등 속에서 어지럽게 움직이는 세 사내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문득 저쪽 자동차의 옆쪽에 한 사내가 서 있는 것이 보였으나 어둠 에 묻혀서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최대광은 팔을 휘둘러 안진홍의 주 먹을 쳐내면서 바짝 다가선 그의 벽살을 움켜쥐었다. 김창남이 미친 듯이 칼을 내리긋다가 주춤 손을 범추었는데, 그것은 잘못하다 안진홍에게 칼날이 향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안진흥은 팔이 길었고 그만큼 힘이 세었다. 힘으로 말하자면 그는 사내 서너 명 을 한꺼번에 잡아 누를 수 있는데다가 예전에는 복싱으로 날렸던 몸이 었다. 그는 멱살을 잡혔으나 주먹을 취둘러 최대광의 배와 옆구리를 어지 럽게 쳤다. 그러던 그는 자신의 몸이 번책 치켜 들리는 것을 느줬다. 두 다리가 공중에 했다. 김창남이 옆쪽으로 달려들었다가 안진흥을 치켜 든 최대광 쪽으로 음을 돌리다가 다시 주춤거렸다. "flflol!" 최대광의 입에서 고함소리가 터져 나오면서 퍽 소리와 함께 안진흥 의 몸이 언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머리부터 땅바닥에 부및친 그는 곧 네 활개를 펴고 늘어져 버렸고, 숨 돌릴 사이도 없이 그를 껑충 건너뛴 최대광은 김창남에게로 달려들 었다. 두 팔을 양쪽으로 잔득 별린 자세여서 마치 짐승이 싸울 적에 자신 의 몸을 한껏 부풀리는 것과 비슷했다. 김창남은 칼을 든 채 한두 걸음 됫걸음질을 쳤는데, 이미 그의 얼굴 에는 전의가 학 가셔 있었다. 치고 받고 찌르고 젝히는 싸움을 여러 번 겪었지만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태질을 당하는 꼴은 처음 보는 것이다. 안진홍은 꼼짝하지 않고 늘어져 있는 것이 죽은 것처럼 보였다. 이제 최대광이 바짝 다가쳤으므로 칼을 든 손을 휘두르면서 발길로 최대광의 복부를 올려찬 김창남은 두 번 다 허탕을 치는 것을 느끼고 는 힐끗 어둠 속을 바라보았다. 도망을 치려고 했던 것이다. 그의 발이 다시 땅에 랄고 막 중심을 잡으려는 순간에 바짝 다가든 최대광의 한 쪽 발이 그가 중심을 잡고 선 발을 가법게 참다. 두 다리를 공중에 띄 운 김창남은 땅바』柳1 등을 부딪치며 넘어졌다. 최대광은 다시 한 걸 음 다가가면서 김창남의 머리통을 볼을 차들이 차올렸다. 털컥 소리가 들리고는 땅바닥에서 두 바퀴쯤 구른 김창남이 엎어진 채 움직이지 않 았다. 최대광은 자동차의 빛살 끝부분에 멈춰 서서는 이쪽으로 몸을 돌렸다. "어이, 거기 뭐해? 얼른 이쪽으로 오지 않고?" 그가 버 럭 고함을 쳤다. "제기랄, 밤중에 체조하느라고 땀 즘 했구만 그래." 저쪽 차 옆에 서 있던 사내도 빛살 속으로 두어 걸음 걸어 나왔다. 그는 신용만이었다. 그는 땅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두 사내를 취둘러보 았으나 흥성희에게는 눈길을 주지 않았다. 온몸을 웅크리고 서'있던 홍성회는 그제야 발이 얼어붙은 것처럼 시렵고 얼굴이 추위에 딱딱하 게 굳어져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자신을 바라보고 선 최대광에게로 한 발짝 발을 떼었다. 아파트의 현관을 나와 자신의 승용차로 다가가던 이호윤은 이맛살 을 찌푸렸다. 기다리고 있어야 할 운전사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성격 이 꼼꼼하고 잔소리가 많은 그에게 운전사는 오래 붙어 있질 못했었 고, 이번의 미스터 최도 겨우 석 달이 넘었을 뿐이었다. 승용차 앞에 멈춰 선 그가 머리를 돌렸을 때 그는 다가서는 두 명의 사내를 보았다. 한 명은 낮익은 얼굴이었다. "이사장, 같이.좀 가십시다. " "아니, 어, 어딜, 아침부터." "우리 사장님이 뵙자고 하셔서." 사내는 이호윤의 팔을 움켜쥐었다. 이호윤의 가습은 사내를 본 순간부터 내려앉아 있었는데, 이제는 두 다리에 힘이 풀려 걸음을 옮길 적에는 다리가 공중에 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들은 이호윤을 자신들이 타고 온 승용차의 됫좌석에 밀어 넣었다. "난사무실에 약속이 있는데." 스쳐 지나가는 아파트를 힐끗거리던 이호윤이 머리를 들어 사내를 바라보았다. "사장님이 무슨 일로 찾으신답니까?" "글쎄, 내가 압니까?" 옆자리의 사내가 히죽 웃었는데,이호윤은 그때서야 사내의 이름이 기억이 났다. 전우석이다. 유장수의 직속 경호원으로 있는 사내였다. "하긴 나도 사장넘한테 드릴 말씀이 있던 참인데 잘되었어요." 이흐윤이 두통한 눈시울을 끔택이며 말했다. "지배인하고 관련된 일인데, 난 협박을 당하고 있었습니다. 알고 계 시지요?" 전우석은 잠자코 앞쪽을 바라본 채 대답하지 않았다. "전형도 생각을 해 보시오. 집안의 가족들을 인질로 잡고 있는데 내 가 어떻게 합니까?" "당해 보지 않고는 모를거요." 그들이 유장수의 본가에 도착했을 때는 아침 10시가 되어 있었다. 이호윤이 보기에는 어딘지 모르게 수선거리는 분위기였다. 집 안의 마당과 별채에는 사내들이 전보다 많았고, 전우석과 함께 들어서는 자 신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이 따가웠다. 전우석은 그의 등을 밀다시피 하며 응접실로 들어갔다. 소파에 앉아 있는 유장수가 얼굴을 들었다. "응, 이사장 왔나? 거기 앉아." 유장수가 턱으로 앞쪽을가리키며 말했다. 그의 얼굴이 의외로 담담 하였으므로 이호윤은 가승이 뛰었다. "사장넘, 저는 억울합니다. 저는 지배인한테 협박을 당했습니다. 그 사람은 저희 가족을," 유장수가 손을 들었으므로 그는 말을 템추었다. "장규식이는 지금 찾고 있어. 그래, 얼마나 빼냈지?" 그의 목소리는 낮았다. "25억입니다. " 어깨를 늘어뜨린 이호윤이 대답하자 그는 머리를 끄덕였다. "장규식이가 워라고 하면서 돈을 빼내 갔나?" "그 사람은 부하들을 제 집에 들여보내 놓고 저를 불러냈습니다. 어 절 수가 없었습니다, 사장님." "그저 돈을 빼내라고 하던가? 곧 들통이 날 줄 알고 있을텐데." "그 사람, 사장넘 건은 염려하지 말라고 했숩니다. 제 생각은," 방이 템지 않았는데도 이호윤은 이마에서 땀을 흘리고 있었다. 유장 수가 물끄러미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으므로 그는 말을 이었다. "그 사람, 사장넘을 어떻게 할 것 같았습니다. 사람 운명은 알 수 없 는 거라고, 사장님의 뒤를 잇는 것은 자기라고도 했습니다. " "그는 말을 듣지 않으면 제 식구들을 불에 태워 죽이겠다고 했습니 다. 실제로 그 사람 부하들이 ‥‥‥‥ "나를 어떻게 하겠다는 이야기는 않더냐?했을텐데,너를 안심시키 려면 말이다. " "그런 말은 없었습니다, 사장넘." 소매로 이마의 땀을 흡치면서 이호윤이 말했다. "저는 절대로 안된다고 했습니다. 차라리 저를 죽이라고도 했습니 다. 하지만 죄없는 처자식이 놈들한테 당할 것을 생각하니‥‥‥‥ 그는 이제 소매로 눈을 닦았다. "그놈 부하들이 저를 감시하는 바람에 저는‥‥‥‥ "됐어 ." 유장수가 손을 들어 그의 말을 막았다. "이제 대충은 알겠어." "사장님, 저는." 유장수가 머리를 들어 이제까지 잠자코 벽 쪽에 붙어 서 있던 전우 석을 바라보았다. "이놈을 데리고 나가라." 전우석이 다가와 이호윤의 목덜미를 잡았다. "사장넘, 제 말씀을 한 마디만 들어 주십시오." 목덜미를 잡혀 일어나면서 이호윤이 울먹이는소리로 말했다. "저는 억울합니다, 사장넘." "빨리 나가, 이 자식아." 뒤쪽에서 목덜미를 와락 잡아당겼으므로 이호윤은 비틀거렸다. 그 는 이제 자신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예상하고 있었다. 다시 입을 열고 유장수를 바라보았으나 몸을 돌린 그와는 시선이 마 주치지 않았다 이호윤은 목덜미를 잡혀 비틀거리면서 방을 나왔다. 눈을 뜬 홍성희가 아직 초점이 잡히지 않는 눈을 끝백이고 있는데 다시 노크 소리가 들려 왔다. "네, 누구세요?" 침대 위에 일어나 앉은 그녀가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물었다. "나야, 일어났어?" 그러면서 벌컥 문이 열리더니 최대광이 들어싫다. "아침 10시야, 일어나 이젠. 웬 잠이 그렇게 많아?" 이맛살을 찌푸린 그가 침대 옆 의자에 털씩 주저앉자 의자가 부서질 듯이 베 걱거렸다. "너한테 할 이야기가 있어." 최대광이 찬찬히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으므로흥성회는손바닥으 로 얼굴을 쓸었다. 어첫밤에는 신용만이 옆에 있었기 때문에 이야기를 제대로 하지도 못했다. 부천에 있는 이곳 아파트에 도착했을 때는새벽 1시가되어 있 었고, 홍성희를 방에 들여 놓은 최대광은 별다른 말도 없이 방을 나갔 던 것이다. "나는 내일 LA로 떠날건데,너는 이 집에 있든가.아니면 시골에 어 디 아는 사람이라도 있어? 그건 네 마음대로 해." 최대광이 불쪽 입을 열었다. "유장수 그놈하고 숨바꼭질하는 것도 질렸고, 마침 LA에 있는 형님 하고도 연락할 길이 생겼어." "날 데려가요." 홍성희가 대뜸 말했다. 그녀는 방바닥에 발을 딛고는 두 손으로 최 대광의 팔을 감싸 쥐었다. "날 내버려 두고 가면 어떡해요?나 혼자 어떻게 살아요?틀림없이 유장수나 장규식이 나를." "지랄하고 있네 ." 최대광이 눈을 부릅됐으므로 홍성희가 말을 멈추었다. "야,이년아, 언제는 유장수한테 붙어서 날 잡으려고 하더니 이제는 유장수가 죽이려고 한다고 나한테 붙어? 내가 어첫밤에 널 데려오겠다 고 했다가 용만이하고 얼마나 싸운 줄이나 알아?" "어절 수 없었어요. 그 자식한테 들켰는데 어떻게‥‥‥‥ 시선을 내린 홍성희가 얼굴을 찌푸렸다. 입술을 비죽 내밀고 있는 것이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표정이다. "당신은 내가 얼마나 시달렸는지 모를거예요. 그 자식은 내가 말을 듣지 않으면 내 얼굴을 고쳐서 다른 곳으로 보낸다고 했어요." "어졌든 그놈한테서 빼내 주었으니까 이제는네가 알아서 해.너 때 문에 우리도 몇 번이나 죽을 델했으니까." 최대광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흥성희가 그의 옷자락을 쥐었다. "날 내버려 두지 마세요. 날 데려가요." "야, 야, 연속극하는거냐 그녀의 손목을 비틀어 떼어낸 최대광이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이맛살을 잔뜩 찌푸린 채 다가오는 최대광을 보자 신용만은 신문을 疇詠 펼쳐 들었다. 그가 풀씩 소리를 내며 앞쪽 의자에 주저앉았으나신용만은 신문을 내리지 않았다. 공항의 선배한테도 약을 써놓았으므로 내일 오후 3시발 대한항공을 타는 데는 문제가 없다. 여행사의 단체관광객들과 함께 출발하는 것이 어서 비자도 받아 놓았다. "야, 말해 주었다. 이 아파트에서 살든지 어디로 가든지 알아서 하라 구. " 최대광이 불쪽 입을 열었다. 아파트는 계약 기간이 맥 달이나 남아 있었으므로 이곳에서 월세를 내며 지낼 수도 있을 것이다. "야, 이 자식아,사람이 그런 법이 아니여. 및말에 품안으로 날아온 새는 툴아 주라고 했다. " 최대광이 다시 말하자 신용만이 신문을 내렸다. "원, 별 말 같지도 않은 말을 갖다 붙이고 있네. 멍청한 자식. 그는 턱을 치켜 들고 최대광을 노려보았다. "누가 품안으로 날아들어? 그리고 누가 놓아 준단 말이야? 니가 끌 어들여서 아둥바등하고 있잖아?" "이해를 못하는구만.저 여자가 힘이 있냐,빠움을 잘하냐?저 여자 는, 그러는데 방문이 열리더니 홍성희가 밖으로 나왔다. 그는 말을 멈談 다. 그녀는 소파로 다가와 최대광 옆자리에 앉았다. 어첫밤에 입었던 투피스 차림이었다. "절 이곳에 남겨 두고 가지는 마세요." 遣努 탁자를 내려다보면서 그녀가 입을 열었다. 최대광이 힐끗 신용만을 바라보았고 신용만은 베란다 쪽으로 머리 를 돌렸다. "잘 아실거예요. 저도 이제는 한국에서 배겨나지 못해요." "이봐, 어첫밤에 우리도 상의했었어.널 데리고 갈 수는 없어.우리 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최대광이 말했다. 그는 힐끗 신용만을 바라보았으나 그는 시선을 이 쪽으로 옮기지 않았다. "네가 따라오면 우리뿐만이 아니라 형넘한테도 짐이 된단 말이야." "결코 짐이 되게 하지는 않겠어요." 홍성희가 머리를 치켜 들었다. "데려다만 주세요, 미국까지. 거기서부터는 나 혼자서 살겠어요. 유 장수가 없는 데서요." "빌어먹을." 그러면서 최대광이 신용만을 바라보았다. "비자는 있습니까?" 신용만이 그녀에게로 머리를 돌렸다. "네, 있어요. 지난번에 받아 놓았어요." 번적 머리를 치켜 든 홍성희가 대답했다. "절대로 폐를 끼치지 않을게요. 저는 얼마든지 흔자 일어설 수 있어 요. " 최대광이 힐끗 그녀 쪽에 시선을 주었으나 입을 열지는 않았다. 그 시간에 장규식은 시내의 조그만 커피습에서 이한기와 마주않아 遣諒 있었다. 집에 있던 그를 이한기가 불러낸 것이다. "내가 당신한테 이런다면 병 주고 약 주는 셈이 될텐데 " 이한기가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오늘 아침에 이호윤이 유장수한테 잡혀 가더구만. 아침 10시쯤 되 었는데, 지금중은 당신을 찾으려고 당신 부하들이 퍼져 있을거야." "그것 고맙구만, 알려 줘서.그런데 왜 이런 친절을 나한레 베풀지? 내버려 두면 돈도 받았겠다. 나를 제거하는 목적도 이를텐데." 장규식이 딱딱해진 얼굴로 그를 마주보았다. "쓸모가 있을까 해서야. 유장수와 등을 돌린 사람이 나한테 한 사람 이라도 더 있는 게 나으니까." "당신하고는 손을 잡을 기분이 아냐.내가 아무리 궁지에 몰렸다고 하더라도." 장규식이 눈을 부릅뜨고 이한기를 바라보았으나 더 이상 말을 하지 는 않았다.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 핀 이한기도 불을 붙일 생각을 않고 잠자코 그를 바라보았다. "유장수를 해치우려고 했던 모양인데, 서틀했어. 그리고 당신은 아 직 유장수 대 역을 하기에는 부족해, 여러 가지로." 이한기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렇지만 나하고 손을 잡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유장수는 당신 과 안진흥을 잃고 우리는 새로 힘을 합했으니까." 장규식이 퍼뜩 눈을 치켜 들었다. "그럼 어첫밤에 안진홍이를‥‥‥‥ "당신이 말한 곳에 가 보니까 기다리고 있더구만.그놈은 최대광한 테 목뼈가 부러져서 중환자실에 있어. 운전사도 머리가 깨졌고." "유장수는 안진홍이 그렇게 된 것을 알자 부책 의심이 갔던 모양이 야. 아침부터 이호윤이를 잡아간걸 보면, " 장규식은 어깨를 내리면서 길게 숨을 뱉어 내었다. 유장수를 제일 잘 아는 것은 자신일 것이다. 그가 얼마나 의심이 많은 사내인지 줘어 보아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안진흥 건으로 그가 자신을 의심하리라고 는 생각하지 않았었다. "어때? 당신은 오늘 유장수를 처치하기로 계획했었지?" 이한기가 다시 묻자장규식은 입맛을 다시며 머리를 끄덕였다. 유장 수가 클럽에 들르는 시간인 저녁 7시에 클럽의 밀실에서 처치하기로 48 계획을 세워 놓았던 것이다. 안진흥과 이호윤과는 연결되는 부분이 하나도 없었다. 안진홍이 중 상을 입고 최대광에게 홍성희를 매앗겼다는 소식이 유장수에게 들어 갔을 시간은 아침 무렵이었다. 홍성희를 인수하려고 어첫밤 목포에서 올라온 세 명의 사내 중 한 명이 최대광과 신용만에게 습격을 당하고는 그 중 한 명이 아침에 겨 우 자신에게 연락을 해 왔던 것이다. "어했든 오늘부터 당신은 나하고 같은 신세가 되었어. 이제 살아나 려면 단단히 마음을 먹어야 돼. 두 귀를 활짝 열고 눈을 깜박거려도 안 된단 말이야." 이한기가 한 마디씩 다부지게 말을 델었다. "필요하면 내가 도와 줄 수도 있어. 당장에 은신처가 필요하다면 "필요 없어." 퍼뜩 시선을 든 장규식이 말했다. "내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테니까. 그래, 오늘 아침에 신세를 입었 다는 것은 인정한다. " 그는 이한기에게 머리를 끄덕여 보였다. "하지만 나 흔자서도 얼마든지 버텨 나갈 수 있어." 장규식이 자리에서 일어났으므로 이한기는 물끄러미 그를 올려다보 았다. "그럼 다음에 보자구." 이한기에게 머리를 끄덕여 보인 장규식이 몸을 돌렸다. 그러자 조그 만 카페를 가득 메우다시피 맞아 있던 대여섯 명의 사내들이 이쪽저쪽 의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뒤를 따랐다. "형넘, 말을 듣습니까?" 어느 사이에 옆쪽에 와 선 조한철이 그를 내려다보면서 물었다. 이한기는 잠자코 머리를 끄덕이다가 멈줬다. "놈은 저 혼자 버티겠다는거야. 우선 자존심이 상했겠지. 아직 감정 도 풀리지 않았을 것이고." "글쎄 제가 뭐랍디까?" 그는 장규식이 앉았던 자리에 않았다. "그런 놈한테 말해 줄 필요가 없다고 했지 않습니까? 유장수의 손에 처치되게 내버려 두자니까요. 저런 놈은 믿을 수가 없습니다. " "그건 마찬가지야." 이한기가 템그레 웃었다. "저 친구도 우리를 보면서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믿을 수가 없는 놈 이라고, 같이 일하기에는 거북하다고." "그러니까 말입니다. " 이한기는 머리를 저었다. 그러나 선뜻 입을 열어 말을 하지는 않았 다.
< 계 속>
[이원호] 황금의 땅 ㅡ3권 4 LA의 남과 여 라운지 입구에 들어선 동양인 한 명이 좌우를 두리번거리고 있는 것 이 보였다. 중키에 얼굴이 넓고 다부지게 생긴 인상이었다. 그의 시선이 이쪽으로 향하더니 멈춰졌고, 이쪽에서 바라보고 있던 김영지의 시선과 부딪쳤다. 사내는 성큼성큼 이쪽으로 다가왔다. "미스 리 아니십니까? 전화를 주셨던." 그가 한국어로 물어 왔으므로 김영지는 얼굴에 웃음을 띄웠다. "네, 제가 이정민이에요. 바쁘실텐데 뵙자고 해서 미안합니다. " "천만에요. 이정민씨가 이런 미인인 줄 알았으면 넥타이라도 바뀌 매고 오는건데요." 그가 얼굴을 펴고 활짝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저는 난데없이 저를 찾으시길래 놀랐습니다. 더구나 서울에서 오셨 다구 해서요." 김영지는 잠자코 웃으며 박정환을 바라보았다. 그는 꾸밈이 없는 밝 은 성격으로 보였다. 웃는 얼굴의 인상도 좋고 말소리도 듣기 좋았다. "LA에는 언제 오셨습니까?" 마실 것을 시키고 난 박정환이 물었다. "이틀 전에 도착했어요. LA는 처음이고, 서울 본사에서는 박정환씨 이름을 알려 주더군요. 그래서." 김영지가 말을 멈추고 얼굴에 웃음을 띄웠다. "저에게 아버지한테서 물려받은 조그만 회사가 하나 있어요. 그런데 그것을 정리하고 미국으로 사업체를 옮기고 싶어요." 김영지의 표정은 진지했으나 박정환은 건성으로 머리를 끄덕였다. 그는 이제 본사에서 말단 파견사원인 자신을 그녀에게 왜 지명해 주 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상담은 상담이라고 할 것도 없다. 미국의 시장이 어떻다는 둥 신문에 난 이야기나 들려 주고 마처는 것이 시간을 아끼는 방법이 될 것이다. "어떤 사업에 흥미가 있으십니까? 제가 한번 알아보지요," 박정환이 상체를 숙이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순간 그의 가슴에서 무 엇인가가 떨어져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날카로운 것으로 필린 듯한 느낌이었다. 그녀의 밝은 횐자위는 물기에 젖은 듯이 보였고 검은 눈 동자가 자신을 활히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 속에 움츠려 있는 것이 자 신의 모습이었다. 화장기 없는 피부였으나 윤기가 흘렀고 않은 듯한 입술은 굳게 다물 려져 있었다. "어떤 것이 좋겠어인 저는 그것도." 눈을 깜박이며 김영지는 이맛살을 조금 피푸렸다. 알맞게 자란 속눈 셉이 않은 눈꺼풀 끝에 달려 있었는데,눈이 활짝 열릴 때마다그것은 환호하는 것 같다가 감기면 비가 내리는 느낌이 든다. 박정환은 소리 죽여 한숨을 내쉬었다. 종이에서 철강까지, 과자에서 쥐약까지 수만 가지의 제품이 있고, 그것의 유통과정까지 합한다면 수 십만 개의 사업이 있는 것이다. "좋습니다. 그런데 아버넘이 하시던 사업은 무엇이었죠?" 박정환이 다시 물었다. 그는 자신이 왜 이러는지를 알고 있었다. 그 녀가 아무것도 하게 되지 않더라도 함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보고 싶 은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길수록 좋았다. "아버지는 기계 공장을 하셨어요. 기계에는 모르는 것이 없었어요." "아버넘은 지금 " "돌아가셨어 요." "아아, 미안합니다. 그럼 이정민씨는 그 회사의 상속자이시고‥‥ 그 회사를 지금 운영은 하고 있습니까?" "네, 아버지의 친구분이 맡아 주고 계세요." "그런데 그 회사를 정리하려고 그러세요?" "네, 그래서 LA에 왔다니까요. 다른 사업을 알아보려고." "시간은 얼마나? 얼마 동안 LA에 계실 작정입니까?" "사업이 확실하게 결정될 때까지예요.그 동안 박정환씨가 저를 도 와 주시지 않겠어인 제가 사례는 하겠어요." "사례라니, 천만에 말씀을." 박정환이 머리를 저었다. 그 순간 그의 머리에 코리아 타운에 있는 누나와 매형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들에게 이정민을보이면 과연 어떤 얼굴을 할지 궁금했고, 그것을 생각하자 가승이 뛰었다. 주위를 둘러본 고영무는 동전을 넣고 버들을 눌렀다. 혹인 사내 한 명이 어슬렁거리며 다가와 공중전화 박스 안으로 머리를 디밀고는 고 영무를 바라보았다. 머리를 수백 갈래로 랄고 있었는데, 그것을 하는 시간만도 다섯 시간은 걸릴 것이었다. 가발이 아니라 머리를 떼어서 미장원에 두고 다섯 시간후에 찾아붙일 수도 없는 노롯이다. 사내에 게서 야롯한 냄새가 浪으므로 고영무는 눈을 부릅떠 보이고는 박스의 문을 거칠게 닫았다. 밤 10시가 지난 시간이었으나 차이나 타운의 거리에는 사람들이 들 끓고 있었다. "여보세요." 저쪽에서 응답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페르난도를 바뀌. 난 밀리카를 잡고 있는 사람이야." 던지듯이 말하자 저쪽은 잠시 대답이 없다. 고영무는 다시 박스 바 활쪽을 바라보았다. 혹인이 박스의 앞쪽에 서 있다가시선이 마주치자 히죽 웃었다. "여보세요." 페르난도의 굵은 목소리가 귀에 울렸다. "말하시오." "페르난도, 내일이다. 내일 10시까지 돈을 준비해라. 돈은 추적이 불 가능한 잔돈으로 준비할 것, 물론 이건 너희들에게 들었던 이야기다. 밀리카의 이야기로는 4억 2천만 달러를 받았다는데 반으로 나눠서 2억 달러다. 잔돈은 네가 가져. 한 시간이라도 늦거나 다른 수작을 피웠다 가는 네 여동생의 시체를 보게 될 것이다, 페르난도." "이봐, 너는 지금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나 알고 있어?" 페르난도가 버럭 소리를 쳤으므로 고영무는 수화기를 귀에서 조금 떼었다. "2억 달러면 대형 트렁크로 다섯 개나 된다. 그 돈을 어떻게 하루 동 안에 ‥‥‥‥ "난 어제부터 이틀을 주었어." "넌 잡히게 돼. 그델 너는 죽는다. " "아마 네 동생이 먼저 죽올게다. 페르난도, 네가 죽을 때까지 잊혀지 지 않는 모습으로 말이다. " "01, 01 flal." 다시 뭐라고 고함을 지르는 수화기를 귀에서 멀찌감치 때었다가 고 영무는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혜이, 내가 좋은 것 보여 줄테니, 어때?여자, 마약, 무엇이든 있 어." 문을 열고 나오자 혹인이 바짝 다가붙었다. 어둠 속에서 두 눈이 쉴 새 없이 구르고 있었는데, 그것을 보는 이쪽의 마음도 점점 조급해 졌다. "필요없어." 고영무는 사람들을 혜치고 걸음을 빨리 때었다. "이봐, 10달러면 돼. 10달러면 극락에 간단 말이야." 혹인은 바짝 붙어 따라오면서 떨어지지 않았다. "필요없다니까. 꺼져!" 그에게 바학 얼굴을 들이댄 고영무가 낮은 소리로 으르렁대듯 말 했다. 사내가 주춤 얼굴을 뒤로 젖혔다. "이 개하고 붙어먹을 노랭이가." 사내의 횐자위가 더욱 커지면서 차총 발걸음이 느려지더니 이윽고 옆에서 사라졌다. 고영무는 사람들을 혜치고 사거리를 건너 다시 인도를 따라 내려갔다. 아파트에서 세 블록이나 떨어진 공중전화 박스를 이용한 것은 만 일의 경우를 위해서였다. 요즘은 전화박스를 이용해도 금방 추적이 가 능해진 것이다. 그는 다시 사거리를 건너 사무실 빌팅을 지나면서 힐끗 뒤쪽을 바라 보았다. 그를 미행하는 듯한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이제 인도에는 사 람의 통행이 뜸해져 있었다. 고영무는 사무실 빌팅의 옆골목으로 들어졌다. 그곳은 쓰레기더미 로 가득 괌인 곳이어서 악취가 코를 쩔렀고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아침에 쓰레기차가 걷어 가기 좋도록 쓰레기는 검은 비닐봉지에 담겨져 벽 쪽에 쌓여 있었다. 고영무는쓰레기더미 옆쪽의 벽에 등을 기대고 서서 자신이 들어왔던 골목의 입구를 바라보았다. 20미터쯤 떨어진 입구는 밝았고서너 명의 행인이 바쁜 걸음으로오가 는 것이 보였다. 이윽고 골목 입구에 선뜻 한 사람이 나타났다. 큰 키에 구부정하게 허리를 숙인 그가 이쪽을 들여다보았는데, 이쪽이 어두워 보일 리는 없었지만 고영무는 벽에 둥을 바짝 붙였다. 그는 아까 그 흑인이었다. 따라오지 않은 줄 알았으나 어둠에 묻혀 서 어느 틈에 뒤를 밟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자 입구에서 다른 혹인 한 명의 모습이 보였다. 이마에 붉은 띠를 동여매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 다. 그들은 주춤거리며 이쪽으로 다가왔다. 반대쪽 입구는 50미터가 넘 었고 차도를 달리는 차량들이 보였다. 그들은 고영무가 반대쪽 입구로 빠져 나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들은 차즘 고영무가 기 대 선 쪽으로 다가왔다. 사내 한 명이 바닥에 떨어진 깡통을 발로 걷어찼으므로 장통이 구르 는 소리가 요란하게 났다. 누군가가 낄낄거리고 웃었고 중얼거리는 소리도 났다. "혜이, 이봐, 노랭이. 너, 여기 숨어 있는 줄 안다. 나와." 아까 그 혹인이 소리쳤다. "가진 것만 몽땅 내놓으면 그냥 보내 줄게. 어서 나와. 잡히면 혼난 그들은 이쪽으로 바짝 다가왔다. 2,3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거리였 고영무는 벽에서 둥을 떼고 한 걸음 앞으로 나가 그들을 향해 셨다. 그들은 주춤 걸음을 멈추었고 앞장 선 흑인이 입을 벌리고 웃었다. "자, 드디어 나오셨군 그래. 착하지." 그의 손에는 어느덧 번책이는 칼이 들려져 있었다. "자, 있는 것 모두를 내라. 그러면 보내 줄게." 그는 칼을 든 손을 템글빙글 돌리며 다른 손을 고영무 앞으로 내밀 었다. "자, 어서!" "여기 2백 달러 있다. 이거 가지고 가." 고영무는 지갑을 꺼내 안애 있던 지폐를 그에게 내밀었다. "그것으로 돌아가, 제발." 뒤쪽에 서 있던 사내가 다가서더니 재빠르게 그의 손에 든 돈을 가 로채었다. "너, 정말이야 머리를 랄은 혹인이 눈을 부라리며 고영무를 딘아보았다. 그는 칼끝 을 고영무의 가습에 대고는 한 손으로 그의 온몸을 어지럽게 더듬었다. "없어, 아무것도." 그가 이 사이로 욕설을 내및었다. "노랭 이가 2백 달러밖에 가지고 있지 않다니." 그는 고영무의 벽살을 잡고 벽으로 밀어 세웠다. "이봐, 가자구. 빨리." 딸간 띠를 두른 흑인이 뒤쪽에서 독촉하자 그는 씨근대며 칼 끝을 고영무의 목젖에 대었다. "너, 죽여 줄까? 이 자리에서? 이 자식, 시계도 안 차고 있잖아." "이봐, 보, 가자! 어서." "이 빌어먹을 노랭이 자식." 혹인의 주먹이 아린배를 치자 고영무는 허리를 숙였다. 발길이 날아 와 그의 허리를 참다. 뒤쪽에서 빨간 띠를 두른 흑인이 그를 잡았으므 로 그는 씨근대며 허리를 굽힌 고영무를 노려보았다. "너 이 자식, 운이 좋은 줄 알아. 하마터면 죽을 떤했으니까, 이 노랭 이 야." 그들은 재빨리 몸을 돌리더니 오던 길로 걸어 나갔고 이내 밝은 입 구를 돌아 사라졌다. 고영무는 허리를 펴고 쓰레기 봉지 사이에 끼워 넣은 돈뭉치와 수첩 을 꺼내어 호주머니에 넣었다. 시계도 찾아 팔목에 崙고 소음기가 끼 워진 권총도 다시 호주머니에 집어 넣었다. 밀리카는 의자에 묶여 있던 그대로의 모습이었는데 문을 열고 들어 서는 고영무를 보자 눈을 치켜 였다. 고영무는 그녀에게 다가가 입에 붙여 놓았던 데이프를 떼었다. 살갖 이 테이프에 단단히 붙여져 있었으므로 그녀는 아픈 모양인지 이맛살 을 찌푸렸다. "시간이 좀 걸렸어, 먼 곳에서 전화를 하느라고. 그리고 오다가 강도 를 만나서 2백 달러를 털렸지." 고영무는 그녀의 팔과 다리를 묶은 끈을 풀었다. "내일 저녁 10시까지 2억 달러를 준비해 놓으라고 했어, 그때까지 돈이 준비되지 않으면 당신을 처치한다고 말이야." 밀리카가 팔목을 주무르며 잠자코 그를 바라보았다. 시선이 마주치 자 고영무가 어깨를 한번 들썩여 보이면서 얼굴에 웃음을 띄웠다. "나는 그 돈으로 무엇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아직 없어. 이제 및떳하 게 이름을 내놓고 살지 못하게 되었으니 돈이라도 모아야겠다는 생각 밖에는." 밀리카가 시선을 들어 고영무 머리 위쪽에 걸린 시계를 을려다보았 다. "1 1시 반이야. 앞으로 스물두 시간 반이 남았어." 고영무가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면서 말했다. "너야 날 이용하고 버리면 된다고 생각했겠지만, 내 입장이 되면 그 게 가벼운 문제가 아니지. 더욱이 살인자의 누명까지 덮어썼으니 말이 야." "덕분에 나는 정말 살인을 하게 되었어.네가죽인 김강남의 아버지 를 죽이게 되었으니까." 밀리카의 시선이 퍼뜩 고영무를 스치고 지나갔다. 고영무가 바닥에 딛고 있던 두 발을 떼자 흔들의자는 앞뒤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할 수 없었지. 날 죽이려고 권총으로 美아 대더군, 그래서 다리를 걸어 아래쪽으로 떨어뜨렸는데." "또다른 살인이 있었어.우리 어머니가나때문에 병이 나드러누워 계시다가 살해당하셨어." "원인은 나야. 내가 돌아가시게 한거지." 고영무는 흔들리면서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맥밀란, 아니, 매린이 너와 한통속인 줄은 몰랐다. 너희 둘이 사이라는 것도 몰랐어." 밀리카가 닫혔던 입을 떼었다가 다시 닫았다. 그녀의 이맛살이 다시 찌푸려졌고 시선은 다시 고영무 위쪽으로 흘렸다. "자꾸만 시계를 보는데, 누구 기다리는 사람이라도 있는거 아니 면 시간 가기를 기다리는거냐 밀리카의 시선이 이쪽으로 옮겨졌다. "난 살아야 돼 " 그녀의 말소리는 낮았으나 고영무에게는 똑똑하게 들렸다. "내 몸 속에는 또 하나의 생명이 자라고 있어. 너는 내 아이까지 죽 일 수는 없어." 고영무가 잠자코 그녀를 바라보았다. "넌 절대로." 갑자기 말을 그친 밀리카가 아랫입술을 깨물고는 고영무를 노려보 았다. 입술의 아랫부분이 이에 물려 금방 하얗게 첫기가 가셨다. "그거 축하할 일이로군, " 고영무가 흔들거리며 말했다. "여러 가지로 축하할 일이다. " 입 안에 들었던 밀리카의 아랫입술이 다시 제자리로돌아왔다. 오래 계속된 긴장 때문인지 밀리카는 머리를 젖히고는 눈을 감았다. 머리칼 한 움큼이 이마 위로 흘러내려 한쪽 눈을 가리고 있었다. "첫번째로 축하할 일은 네가 기술적으로 피임을 해서 그것이 내 아 이가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 참 다행스럽고 축하해 줄 일이야." 밀리카는 감은 눈을 뜨지 않았다. 고영무가 흔들거리면서 말을 이었 다. "두 번째는 매린 그놈이 죽었기 때문에 다행스럽게도 태어날 아이가 사기꾼 같은 제 아비의 꼴을 안 보게 되어서 축하할 일이다. " 밀리카의 감은 눈꺼풀이 가늘게 떨렸을 뿐 딴응이 없다. "세 번째는," 고영무는 그녀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내가 이제는 한 사람이 아니라 두 사람의 인질을 잡고 있다는 것이 지. 페르난도가 이 사실을 알고 있을지 모르겠군." "지금 단 하나의 소원이 있다면 내 손으로 너를 죽이는 것이야." 눈을 감은 채로 밀리카가 말했다. "아이한테는 미안하지만 내가 죽는다고 하더라도 널 죽이고 싶어." "그래, 기회를 찾아화라." 방바닥에 발을 딘고 고영무는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긴 밤이 있어.지난번처럼 그렇게 기회를 잡아봐라.내가 잠든 사 이에 김강남을 데려다가 소파에서 죽였지. 이번에는 대상이 나야." 그는 주머니에서 나이프를 꺼내어 탁자 위에 던져 놓았다. 나이프는 소리를 내며 탁자 위에 델어져 두어 번 구르다가 멈췄다. 밀리카가 숨 겨 온 나이프였다. 출국심사를 받으려고 줄을 선 대열 속에 신용만과 최매광, 홍성희가 끼여 있었다. 앞쪽에 선 신용만은 차분한 얼굴로 시치미를 떼고 있었으나 가운데 에 선 최대광은 다른 사람보다 머리통 하나만큼 큰 키로 좌우를 자꾸 만 두러번거렸다. 그의 뒤쪽에 서 있는 홍성희도 마찬가지였다. 얼굴을 가릴 목적으로 짙은 선글라스를 끼었으나 눈을 제외한 코와 입술의 윤 곽만으로도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었다. 신용만의 차례가 되어서 여권과 비행기 표를 든 그가 세관원 앞에 딘다. "LA로 가시는군요." 비행기 표를 바라본 그가 여권을 펼치며 말했다. 그는 한 손으로 재 빨리 컴퓨터의 키를 두드렸다. 신용만은잠자코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 다. 힐끗 머리를 든 세관원이 시선이 마주치자 머리를 끄덕이며 여권 과 비행기 표를 돌려주었다. "그럼 잘 다녀오십시오." 신용만이 안쪽으로 빠져 나가는 것을 븐 최대광이 침을 끌혀모아 삼 키고는 한 걸음에 세관 창구 앞에 싫다. 서류를 내밀자 세관원이 눈을 끔벅이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혹시 씨름 선수 아니세요?" "네, 그, 그렇습니다. " 최대광이 커다랑게 머리를 끄덕였다. "어느 팀이시죠?" "저, 신안산업." "아아, 신안산업, 전호웅 선수가 있지요. 지난번에 아람게 결승에서 졌습디다. " 그는 여권에 소리나게 도장을 책었다. "잘 다녀오십시오." "네, 고맙습니다. " 그가 머리를 숙이자 세관원은 활짝 웃었다. 최대광이 비척거리며 다 가오자 기다리고 서 있던 신용만이 템긋 웃었다. "저기, 너 뭐 떨어졌다. " 신용만이 정색을 하며 뒤쪽을 가리켰으므로 최대광은 몸을 돌렸다. 매끈한 대리석 바닥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어디 말이여?" "네 간." 턱을 들어 최대광의 가승을 가리키며 신용만이 시치미를 떼었으므 로 불끈 이맛살을 찌푸리며 다가서던 최대광이 어깨를 늘어뜨렸다. 홍 성희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는 안경을 벗어 손에 들고 있었으므로 활짝 웃는 얼굴이 온통 드러나 보였다. "이젠 됐어요, 모두." 다가온 그녀가 밝은 목소리로 말하며 그들을 둘러보았다. 이제까지 체면을 차리느라 서로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던 말이었다. "얼마나 가습 조였는지 몰라요." 그 말도 하고 싶었던 말이었다. "정말 개운해요. 이제 새 생활을 시작한다는 것이." 그 시간에 유장수는 사무실에서 전우석과 마주맞아 있었다. 그는 담 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는 머리를 들었다. "그년은 계획적으로 사건을 폭로한다든가 흥정을 붙일 만큼 간덩이 가 크지 못하다. 하지만 장규식이 그년하고 붙었을 때는 그럴 가능성 이 있지." "장규식은 그제 아침에 집을 나가서 행방을 감추었습니다. 그놈을 따라다니던 조무래기 7,8명도 함께 종적을 감추었는데요." "그놈이 내 목숨을 노리다니,이호윤의 말대로라면 내 자리를 차지 한다고 했다는데‥‥‥‥ 그는 아랫배를 들씩이며 콧김을 한번 내뿐었다. "도대체 그놈이 갑자기 무슨." "사장넘, 어했든 그농이 돈을 청령해 간 것은 사실 아넘니까?그리 고 그 일은 바로 탄로가 나는 일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런 방법밖에 더 있겠습니까?" 전우석의 말이 사리에 맞았으므로 유장수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공항에다 연락해 두었어?" 그가 문득 묻자 전우석이 머리를 끄덕였다. "경찰에서 공항으로 통보가 갔다고 합니다. 정식으로 경찰에 사건을 접 수시 켰으니 까요." "최대광이," 문득 유장수가 흔잣소리처럼 중얼거렸다. "그놈이 어떻게 해서 안진홍이 기다리는 곳을 알았단 말이냐 "미행했을지도 모릅니다. 집 앞에서부터 말입니다. 그놈이 그 여자 를 좋아하고 있었지 않습니까?" "아니떤 그 여자가 어떤 방법을 써서 그놈에게 연락을 했을지도." "그년이건 최대광이건 장규식이건 어떻게든 잡아라. 우선 한 놈만 잡아도." "이사장도 힘껏 도와 주겠다고 했으니까요." 이맛살을 찌푸린 유장수가 머리를 돌렸으므로 전우석은 말을 멈줬 다. 그는 장규식보다 경력이 짧아 유장수의 측근에 머무르고 있었지만 전주에서는 단단히 기반을 굳혔던 사내였다. 그러나 이춘식이라는 같 은 연배의 사내가 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보스에 임명되자 제2인자의 자리를 박차고 나와 유장수의 측근이 되었다. 그것은 6개월 전의 일이 었다. 그는 5인 위원 중에서 자신을 지지한 유일한 위원이 유장수인 것을 알고 있었다. "사장넘, 이사장이 마약을 구하러 사람을 다시 보내는 모양인데요." "또? 아니, 엊그제 나한테 가져간 500그램은 어떻게 하고?" 유장수가 눈을 치켜 였다. "그리고 어디에다 뿌리는거야?" "인천이나 수원의 지역 보스에게 나눠 파는 것 같습니다만 원체 비 밀리에 움직이는 것이라‥‥‥‥ "이놈이 단단히 맛을 들였군." "단속이 심할수록 가격이 뛰니까요. 더구나 지역 보스들에게 나눠 주는 것이라 위험 부담도 적습니다. " "요즘은 강일준 같은 거물이 사라지고 나니까 잔챙이들이 들락거려 서요, 가격이 천방지축입니다. " 유장수는 그를 바라본 채 입을 열지 않았다. 이한기가 절름거리며 다가오자 나무 벤치에 앉아 있던 조한철이 일 어셨다. "형넘, 인천에서 약이 뿌려지고 있는데요. 수동이한테서 연락이 왔 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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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감상~~~고마습니다~~~~~
ㅎ늘 감사히 잘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