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생선으로 선물용이나 제수용품으로 널리 애용되고 있는 ‘조기’(助氣)의 모든 것을 알아봤다. 조기의 종류는 국내산만 11종에 달해 소비자들은 구분이 쉽지 않다. 참조기를 소금으로 간해 말린 굴비는 맛과 영양 때문에 널리 사랑을 받고 있지만 중국산이 국내산으로 둔갑해 팔리기도 해 명절 때만 되면 가짜가 기승을 부린다. 특히 최상품인 영광굴비도 제조방법 및 보관과정 등에 따라 품질과 가격대가 다양해 살 때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
조기와 굴비의 차이
굴비는 조기의 한 종류인 ‘참조기’를 말린 것이지만 그 성분은 상당히 다르다. 일반 조기는 주성분이 단백질과 비타민으로 구성된다. 굴비는 주성분이 단백질이고 지방, 회분, 칼슘, 인, 철분, 나이아신 같은 무기성분이 골고루 포함돼 생조기와는 달리 감칠맛을 내고 식욕을 촉진시키는 효과가 있다.
‘조기’의 다양한 이름과 그 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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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조기’는 농어목 민어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의 총칭으로 ‘참조기’와 ‘부세’ ‘보구치’ 등이 이에 속한다. 한국연안에서는 참조기, 수조기, 백조기, 흑조기, 부세 등 11종이 잡히는데, ‘조기’를 말려 만드는 ‘굴비’는 주로 참조기로 만든다. ‘참조기’는 몸이 길고 빛깔이 회색을 띤 황금색이며, 입이 홍색을 띠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부세’는 몸이 작은 민어와 비슷하며 빛깔은 적황색이고, 남부 및 서남부 근해에서 중국 연해에 걸쳐 분포한다. ‘보구치’는 참조기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몸빛이 백색이고, 경상북도 이남의 동해와 서남 연해에 분포하며, 중국·타이완 연해에도 분포한다.
조기는 머릿속에 돌이 들어있어 ‘훈몽자회’에 석수어(石首魚)로 소개되지만 사람의 기(氣)를 북돋아준다는 뜻에서 조기(助氣)라는 이름으로 가장 널리 불린다.
한의학 고전에 나타난 ‘조기’의 효능
동의보감(허준) : 성질이 평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어, 소화가 잘 되지 않고 배가 불러오면서 이질이 생기는데 효능이 있다.
방약합편(황필수) : 맛이 달고 성질이 평하므로 위에도 유익하여 설사를 다스리고, 머릿속에 뼈는 태워서 재를 만들어 임질 치료로 썼다.
굴비의 유래
‘굴비’라는 이름은 고려 인종때 ‘이씨가 왕이 된다’는 참위설(讖緯說)을 믿고 난을 일으켰던 이자겸이 뜻을 이루지 못하고 영광 법성포에 유배되어 귀양살이를 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자겸은 영광 법성포에서 귀양살이를 하면서 소금에 절여 바위에 말린 조기의 맛이 너무 좋아 임금님께 진상하면서 ‘결코 자신의 죄를 면하기 위한 아부가 아니고 임금에 대한 변함없는 충정과 함께 자기의 옳은 뜻을 비굴하게 굴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굴비(屈非)라 이름 지어 진상한데서 유래됐다.
특히, 이자겸이 귀양살이를 한 영광과 법성포의 지명 이름을 붙여, ‘영광굴비’ ‘법성포굴비’로 널리 알려지게 됐다.
굴비의 산지와 제조
19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영광굴비’는 영광 앞바다인 칠산도 어장에서 잡은 조기로 충당하였지만, 해양생태환경의 악화로 지금은 추자도 근해, 제주도 남단, 동중국해 등에서 어획된 조기를 목포, 군산, 여수, 부산, 제주 등지에서 구입하여 확보하고 있다.
- 제조방법 ▲ 재래식 제조 및 보관법 : 봄가을에는 어체 중량의 1/3, 겨울에는 1/2의 소금을 첨가 섶간하여 24-72시간 염간하고, 소금물로 5회이상 세척한 후 10-20마리 단위로 짚으로 엮어 공기소통이 좋은 해변에 설치한 통나무로 만든 걸대에 걸쳐 7-14일간 양건, 음건을 반복하여 건조제조. 보관은 잘마른 통보리 속에 보관하는 맥류보관법 사용.
▲ 현행 일반제조 및 보관법 : 겨울철에는 24시간, 봄가을에는 5-6시간 상온에서 해빙한 뒤, 크기별로 상자에 분류. 어체에 소금을 뿌려서 간하고, 큰 조기는 아가미, 입 등에 소금을 넣어 7-8시간정도 섶간. 소금이 묻어있는 상태로 10-20마리 단위로 비닐 끈과 짚을 섞어 역은 뒤 어체 표면의 소금이 제거되도록 민물로 2-3회 세척. 큰 고기는 보통 5시간 양건하거나 7-8시간 음건하고, 작은고기는 1-2시간 건조. -35℃~-40℃급냉실에서 24시간 이상 급냉시킨 후 -25℃전후 냉장보관하여 판매.
국내산 ‘조기’와 중국산, 북한산 조기 구별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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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 먹인 중국산 조기가 문제 되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 원칙적으로 국내산 조기와 중국산, 북한산 조기를 구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조기 어종 자체가 이동성 어류이기 때문이다.
조기는 동중국해에서 월동한 뒤, 봄이면 제주도를 거쳐 추자도를 지나면서 산란을 시작, 인천 연평도 앞바다까지 올라간 뒤 다시 중국 연안으로 돌아 동중국해까지 내려간다.
즉, 국내에서 잡는 조기나 북한에서 잡는 조기, 중국에서 잡는 조기 모두 같은 어종인 셈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배가 잡으면 ‘국내산’, 북한배가 잡으면 ‘북한산’, 중국배가 잡으면 ‘중국산’이 되는 것이다.
다만 참조기로 만들어지는 ‘굴비’의 경우 머리 부위에 다이아몬드 모양의 유상돌기가 있는 것으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전문가가 아니면 쉽사리 구분하기 어렵다고 한다.
‘굴비’ 가격이 왜 천차만별일까
조기의 가격은 조기의 종류, 크기에 따라 차이가 크다. 참조기로 만드는 굴비의 경우 가격이 비싸고, 백조기와 부세 등은 가격이 저렴하다.
이 때문에 크기가 큰 백조기와 부세 등을 ‘영광굴비’로 속여 판매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또 중국산 참조기를 영광에서 절였다고 ‘영광굴비’로 둔갑하는 경우도 있어 살 때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또, 같은 ‘굴비’라 하더라도 제조된 지역이 영광 법성포냐 아니냐에 따라, 또 ‘굴비’의 크기에 따라 가격차가 크다. ‘영광굴비’의 경우에도 20마리 한두름에 1만원이 못나가는 최하품에서부터 10마리 한묶음이 100만원을 호가하는 굴비가 있다.
값이 저렴한 ‘조기’는 대부분 ‘굴비’의 재료가 되는 ‘참조기’가 아닌 백조기나 부세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또 제조법에서도 소금을 섞은 물에 조기를 담궜다가 건져 판매하는 물간법으로 제조한다. 이렇게 제조된 ‘조기’는 가격이 저렴한 대신 맛이 떨어진다고 한다.
반면, 제대로 제조된 ‘영광굴비’는 참조기를 선별, 천일염으로 섶간을 한다. 섶간은 시루떡을 쌓듯 참조기 사이사이에 소금을 뿌려 간을 하는 방법을 말한다. 섶간의 경우 많은 인력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에 인건비만큼 ‘굴비’의 가격도 올라가기 마련. 대신 천일염으로 섶간한 굴비는 담백한 맛을 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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