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뜻과 직관적인 결정
환경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으나 자기 자신에 관해서는 잘 알고 있는 경우에는 직관적인 결정을 내리기 쉽다. 이와 같은 결정은 순간적인 느낌이나 예감을 바탕으로 내려진다. 잘 모르는 주위 상황이나 인간관계는 고려하지 않으며 잘 알고 있는 자신의 자원에만 의존해서 결정한다. 직관적인 결정을 내릴 때에는 주로 깊은 생각보다는 감정을 따른다. 자료를 수집하거나 치밀한 계획을 세우려고 하는 대신 내부에서 보내온 신호와 솟아오르는 감정에 의존해서 길을 선택한다.
직관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하나님이 자기에게 그 길을 가라고 명령하셨다는 주장으로 자신의 선택을 정당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물론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이 자기에게 어떤 길을 원하시는지를 알아내야 할 책임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나님이 내게 명령하셨다는 이유로 현명치 못한 선택을 정당화시키는 것은 위험하다. 그러나 실제로 하나님의 뜻은 직관적인 예감이나 사사로운 욕심 또는 개인적인 편견과 구별하기가 그렇게 쉽지 않다.
재미는 자신의 직업에 만족을 느끼지 못하고 있어서 그만두고 싶어 했다. 그러나 두 아이가 고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고 있는데다가 아내도 학위를 마치기 위해 대학에 다니 등록했기 때문에 하기 싫은 일을 울며 겨자 먹기로 계속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주일 날 통성기도 시간에 그는 울면서 하나님에게 길을 열어달라고 기도했다. 그는 설교를 듣던 도중 갑자기 목회가 매우 소중하게 여겨지고 교회가 이상한 활력으로 넘치는 것을 강하게 느꼈다. 그리고 그는 설교단 위에 서서 교인들에게 힘 있게 설교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메말랐던 그의 영은 힘과 에너지로 넘치기 시작했는데 물론 직업을 때려치우고 싶은 사사로운 욕심이 그를 그렇게 만든 것이다. 재미는 하나님께서 자기에게 목회의 길을 가라는 표적으로 이 환상을 보여주셨다고 믿고서 가족들을 모아놓고는 당장 다음 날 사표를 내고 하나님의 뜻을 따라 목회 준비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물론 그렇게 되면 재미가 신학공부를 하는 동안 아내는 졸업을 뒤로 미루고 대학을 다시 쉬어야만 했다. 그리고 신학교 근처로 이사를 가야 하기 때문에 민감한 사춘기에 있는 아이들을 전학시켜야만 했다. 아이들과 아내가 재미에게 항의를 하자 그는 물론 어려운 일인지는 자기도 잘 알고 있지만 하나님의 뜻이 그렇기 때문에 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명령하신 길이니까 필요한 것들을 하나님이 모두 공급해 주실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필자(레스)는 다른 책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 적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느낌을 나침판의 바늘로 여긴다. 그들에게는 솟아오르는 감정이 이성적인 사고보다 훨씬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때로는 직관이나 느낌을 하나님이 내부에서 알려주시는 계시로 받아들인다. 직관을 성령이 자기에게 직접 말씀하시는 음성으로 여긴다. 물론 하나님이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말씀하시고 듣게 하시기 위해서 우리의 감정을 움직이시는 경우도 있지만 직관을 너무 중요하게 여기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성경 어디에서도 내부의 감정에만 의존해서 하나님의 뜻을 분별해도 좋다고 말씀하지는 않고 있다. 직관은 자신의 무의식 세계를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직관은 우리 마음속 깊이 숨어 있는 욕구를 찾아내고 하나님이 우리에게 진정으로 원하시는 것을 알아내는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깊은 욕구가 하나님께로부터 온다고 말할 수는 없다. 정보를 더 수집하고 경험을 쌓아감에 따라 우리의 욕구는 변할 수도 있다. 감정은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요소이기는 하지만 감정 자체가 하나님의 말씀하시는 음성은 절대로 아닌 것이다.
재미의 경우에는 자신의 직업으로부터 탈출하고 싶은 깊은 충동이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하나님의 찾으려는 진지한 욕구와 뒤섞여 혼란을 일으키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더그 셔만(Doug Sherman)과 윌리엄 헨드릭스(William Hendricks)는 사람들에게 성경적인 직업관을 심어주기 위해서 일생을 바쳐왔다. 그들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하나님이 어떤 신비한 표적을 통해서 우리에게 해야 할 일을 계시해 주신다는 주장을 기초로 해서 자신의 직업을 선택하다가는 현명치 못한 결정을 내리기 쉽다. 물론 내부에서 솟아오르는 감정이나 느낌이 잘못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그 감정이 어디로부터 왔는지 그리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아내기라 쉽지가 않다. 따라서 우리는 주관적인 자신의 감정에 하나님의 권위를 부여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레슬리 패롯, 레스 패롯이 쓰고 정태기 님이 번역한 [직업상담](도서출판 두란노) p.50-53에서 옮겨온 내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