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법정 소송에 휘말린 종로구의회
2023년 계묘년 새해 벽두부터 종로구의회가 법정 소송에 휘말려 눈길을 모은다. 지난 19일 종로구의회 라도균 의장과 일부 의원 및 사무국 직원들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두하는 해프닝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1991년 종로구의회가 구성된 이래 처음으로 법정 소송이 생겨서 매우 이채롭기도 하지만 법정 소송 다툼 내용이 지난번 구의회 의장단 선거 탓이어서 뜬금없게 다가오기도 한다.
소송 이유는 지난해 연말 경 구의회 더불어민주당 측 의원 5명이 종로구의회 의장 선거 무효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올해 년 초에 라도균 의장 직무정지가처분 신청을 하면서 이날 1차 심의를 벌인 것인데, 더불어민주당 측 의원들은 지난해 7월 7일 열린 의장단 선거가 절차적 하자를 범했기 때문에 무효라는 주장으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그 대표적인 내용으로는 구의회 본회의 의장선거에서 자정을 넘긴 차수 변경 등이 절차적으로 하자가 있다는 주장으로 알려졌다.
그 당시 의장단 선거를 복기해 보면 제9대 종로구의회 전반기 의장단 선거에서 최고 연장자인 여봉무 의원이 임시 의장에 선출되어 의장선거를 실시하다가 의원들의 의사진행발언 요청에 따라 의사진행발언을 진행한 후 의장 선거를 실시하지 않고 정회를 선포한 후 그냥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퇴장을 해버렸다.
이후 국민의힘 의원들이 다시 본회의장에 모여 의장선거 속개를 기다렸지만 여봉무 임시 의장이 계속 참석을 하지 않아 회의를 속개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국민의힘 의원 6명이 여봉무 임시 의장에게 연락을 하면서 회의 속개를 요청했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여 임시 의장이 회의장에 나타나지를 않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다시 회의를 열고 최고 연장자인 라도균 의원을 임시 의장으로 선출하여 의장선거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의장선거를 위해 참석 의원들이 투표를 하는 중간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나타나서 투표 중단을 요청하여 투표가 잠시 중단됐지만 곧이어 자정이 넘어가면서 본회의 차수 변경과 함께 투표를 계속 진행하여 의장선거를 마치고 라도균 신임 의장을 선출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대한 절차가 문제 있다며, 더불어민주당 측 의원들이 이번에 의장선거 무효 소송과 함께 의장직무정치가처분 신청을 하면서 법정 소송에 휘말리게 된 사연이다.
하지만 이번 법정 다툼이 뜬금없게 다가오는 것은, 지난해 7월 제9대 구의회 원 구성 이후 지금까지 3번의 임시회의를 열었으며, 지난해 연말에는 종로구청 새해 예산(안)을 심의하는 정기회의도 마친 상태에서 이제 와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제9대 종로구의회는 의장단과 상임위원회도 구성하여 수십 개에 이르는 안건 처리는 물론 종로구청과 구의원들이 발의한 조례(안) 등을 심의 처리했으며 올해 종로구청 예산(안)도 심의, 통과시키면서 새해 새로운 의정활동을 기대케 하는 와중에 이제 와서 의장선거 무효 소송과 의장직무정지가처분 신청을 한 것은 그 배경이 자못 의구스럽다.
정히 공식적으로 추측할 수는 없지만 그동안 더불어민주당 측 의원이 제기한 요구 사항과 더불어 3개 상임위원회 위원장 및 부위원장 구성에 대한 불만적 이의제기가 언뜻 스치기도 한다. 이날 법원에서도 양측의 합의를 권고하면서 오는 2월6일까지 답안을 제출하라고 했다는 것은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도출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앙정치권에서도 온갖 정치적 사안마다 법원에 제소를 하는 까닭에 ‘정치의 사법화’에 대한 우려가 심각한 실정이다. 삼권분립이 엄연한 민주주의 정치 제도에서 정치적 문제를 모두 사법에 의존하는 ‘정치의 사법화’는 매우 위태로운 정치 행위이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정치의 사법화’는 필연적으로 ‘사법의 정치화’를 부른다. 아무리 정치가 법을 만들고, 법이 정치를 통제한다고는 하지만 정치와 사법은 별개의 독립적 상수다. 그럼에도 ‘정치의 사법화’를 넘어서 ‘사법의 정치화’를 이룬다면 정치의 영역은 역할과 기능을 발휘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정치의 사법화’보다 ‘사법의 정치화’가 더 큰 문제인 것이다.
이번 소송에서 법원이 양측의 합의를 종용했다는 것도 일종의 ‘사법의 정치화’ 영역인데, 종로구의회의 지방정치 역시 같은 맥락에서 앞으로 어떻게 풀어나갈지 자못 주목 시 된다.
종로구의회 역사상 하나의 수치스런 기록이지만 ‘비온 뒤 땅이 더 굳어진다’고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