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9-1975. 충남 서천 출생. 본명은 應植. 필명은 唯仁. 경성제일고보를 거쳐 일본 동경의 호오세이(法政)대학 철학과 졸업. KAPF 진영의 비평가로 활동하다가 1935년 {신조선}에 시 [비취단장]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자오선](1937) 동인으로 참가했으며,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시집으로 {石艸詩集}(1946), {바라춤}(1959), {폭풍의 노래}(1974), {水踰洞韻}(1974) 등이 있다.
胡蝶
胡蝶이여! 언제나
네가 꽃을 탐내어
붉어 탈 듯한
꽃동산을 헤매느니
주검도 잊고
향내에 독주에 醉하여
꽃잎 위에 네 넋의
정열이 끝나려 함이
붉으나 쉬이
시들어질 꽃잎의 헛됨을
네가 안다 하여도
꿈결 같은 즐거움
사라질 이슬 위에
醉함은, 네 삶의 光輝일러라.
―{자오선}, 1937. 11.
劍舞娘
꽃송아리 달아
전립(戰笠), 검은머리 위에
비뚜름히 숙여 뜨리고
늘어진 버들가지……
긴 치마, 快子, 곁들여 입고
銀장도, 두 손에 갈라 들고
건드러지게 돌아가는
몸매, 꿈결에 흔들려서
快子, 半쯤 흩날리고
자알 잘 흔드는 장도
공연히 죽은 둥도 모르는
魅力의 잎만 떠돌게 하노라.
―{문장}, 1940. 1.
바라춤
언제나 내 더럽히지 않을
無垢한 꽃잎으로 살아가려 했건만
내 가슴의 그윽한 수풀 속에
남몰래 솟아오르는 구슬픈
샘물을 어찌할까나!
靑山 깊은 절에 울어 끊인
鍾소리는 하마 이슷도 하여이다
耿耿히 밝은 달은 덧없이
빈 寺院을 비추이고
後園 이슥한 꽃가지에
잠 못 이루는 杜鵑조차
피피 슬피 우는다
아아 어이하리! 내 홀로
다만 내 홀로 지닐 즐거운
無常한 열반을 꿈꾸었으라
그러나 나도 모르는 어지러운 티끌이
내 마음의 맑은 거울을 흐리노라
몸은 슬퍼라 허물 많은
사바의 몸이여!
現世의 어지러운 번뇌가
짐승처럼 내 몸을 물고
오오 형체 이 아리따움과
내 보석 수풀 속에 비밀한
뱀이 꿈어리는
形役의 끝없는 지름길이여
구름으로 잔잔히 흐르는 시냇물 소리
지는 꽃잎도 띄워 둥둥 떠내려가것다
부서지는 珠玉의 여울이여!
너울너울 흘러서 滄海에
미치기 전에야 그칠 줄이 있으리
저절로 흘러가는 널조차 부러워라.
―{현대문학}, 1955.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