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교구 내 수도원들의 절박한 사정
가톨릭교회에는 수도생활에만 전념하는 오랜 전통을 가진 봉쇄수도원들이 있습니다. 거기에서 수도자들은 순명과 청빈과 정결이라는 복음적 삶을 주님께 서약하고 축성 생활을 합니다. 삶 전체를 오롯이 하느님께 봉헌하고, 절대 침묵과 정주하는 가운데, 기도와 노동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마산교구 내에도 하느님의 현존하심을 증언해 주는 그러한 수도원들이 있고, 하느님과 함께 살아가는 신앙과 은총의 삶을 우리 신앙인들에게 모범적으로 보여주는 그러한 수도자들이 있습니다. 고성 가르멜 여자수도원과 올리베따노 남녀수도원, 그리고 수정 트라피스트 여자수도원이 그러합니다. 우리 교구 내에 그 수도원들이 자리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이 세 수도원들이 현재 커다란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행정당국과 기업체들이 수도원과 인접하여 조선산업시설들을 입주시키려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역경제발전을 위하여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그에 따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우선 공해와 환경오염을 손꼽을 수 있겠습니다. 서울대 보건연구원에 따르면 조선산업시설이 입주해 있는 곳들의 환경오염실태는 전국 최고로 조사되고 있습니다. 최대의 조선단지인 거제도는 공해와 환경오염 방지를 위한 회사 측의 적극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국 최악의 환경오염지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해 죽곡리와 통영 일대에는 이미 엄청난 피해 사례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교구장 주교님께서는 이러한 실태를 두고 2007년 11월 해양수산부 장관과 경남 도지사 앞으로 서한을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수도원들은 “자연만이 아니라 사람이 병듭니다. 죽어갑니다.” 하고 절박한 사정을 교회와 사회에 호소하고 있습니다. 수도원들이 처해 있는 사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 고성 올리베따노 남녀수도원 - 최근 수도원 바로 곁에 조선 기자재 공장이 들어섰습니다. 지난 1년간 오염으로 인한 심각한 문제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일찍이 골프장 문제로 지방자치단체와 어려움을 겪었던 수도원은 현재 이전 문제를 고려하고 있는 중입니다.
* 고성 가르멜 여자수도원 - 수도원과 10가구 정도의 주민이 살고 있는 마을에 조선 관련 부품공장이 입주할 예정입니다. 공장 부지는 수도원에서 150m 정도 떨어져 있으며, 수도원보다 높은 곳에 위치합니다. 은둔과 절대 침묵 속에서 살아가는 수도자들이 대단히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소음과 분진으로 인해 주민들의 삶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공장 설립을 두고 지방자치단체는 소수 주민들의 불편사항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으며, 회사 측은 마을 주민들과 수도원을 이주시킬 능력이 없습니다. 수도원이 속수무책에 놓여 있는 형편입니다.
* 수정 트라피스트 여자수도원 - 주택단지를 조성하기 위하여 매립한 곳을 주민들 동의없이 조선소 부지로 전용하려는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 간에 그리고 주민들 사이에 불신과 불화가 심각하게 문제되고 있습니다. 업체에서는 이미 선체 블록 제조를 불법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수정만과 주민들의 주거지에 따른 지형적 여건상 최악의 환경오염이 예상되는 곳입니다. 수도원은 밀어붙이기식의 지방자치단체와 업체에 맞서 조선소 유치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입장에 서 있습니다. 조선소가 유치될 경우, 수도원 역시 심각하게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될 사정에 놓여있기 때문입니다.
지역의 경제발전과 활성화를 위한 지방자치단체들의 입장과 그리고 이윤 추구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기업의 활동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닙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자연을 보존하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생활환경을 건강하게 가꾸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행정기관과 기업체에 지역민들이 살고 있는 자연과 생활환경을 위해 진지하게 고려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 그리고 수도자로서의 삶을 위협받고 있는 수도원들의 절박한 호소에 관심을 가져 주시고 기도해 주실 것을 교우 여러분께 당부 드립니다. “주님! 그 모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지혜와 힘을 주소서, 아멘!”
2008월 2월 2일 주님 봉헌 축일에
수도원들의 고통과 함께 하는 천주교 마산교구 사제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