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선물투자 가이드
커피, 설탕, 오렌지쥬스, 삼겸살 등 투자할 수 있는 해외상품선물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합니다. 그야말로 각자 투자기호에 따라 ‘고르는 재미’가 있는 셈입니다. 방법도 까다롭지 않습니다.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는 주식처럼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상에서 거래가 가능합니다. 집에서 클릭 한 번만으로 세계 주요 상품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품목들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해외상품선물에 투자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거래할 수 있는 계좌를 만드는 것입니다. 신분증을 들고 거래하고 싶은 선물사 지점이나 선물사와 연계된 은행을 찾아가 계좌를 개설한 後, 선물거래용 HTS를 다운받아 설치하면 준비가 완료됩니다. 은행계좌에서 투자에 쓸 만큼의 금액을 선물계좌로 이체하면 상품 고르는 일만 남게 됩니다.
런던 LME, 뉴욕 NYMEX, 시카고 CME, 도쿄 TOCOM 등 세계 주요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웬만한 상품들은 국내 선물사를 통해 사고 팔 수 있습니다. 국내 투자자가 선물사 계좌를 통해 매수주문을 내면 다시 해외거래소에 주문을 넣는 방식입니다. 포지션 청산도 마찬가지 과정을 거쳐 이뤄집니다.
해외선물거래가 국내거래에 비해 수수료가 비싼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국내선물사와 중개사를 이중으로 거쳐야 거래가 성사되는 구조에서 발생하는 비용입니다.
런던이나 시카고 등 지구 반대편 도시에 있는 거래소의 경우, 당연하게도 우리가 잠자리에 드는 시간대에 거래가 가장 활발합니다. 유동성이나 변동성이 큰 시간대를 노린다면, 밤시간에 거래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국내선물사들은 24시간 영업을 하기 때문에 새벽에 주문을 넣어도 거래체결에는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해외상품선물에 투자할 때 주의해야 할 점 중 하나는 환율변동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최초거래 시 맡겨두는 증거금이나 마진콜을 당해 추가증거금을 내야 할 때 해당통화로 내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상품가격추이 외에 환율의 움직임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그러나 환율변동폭은 상품가격변동폭보다 훨씬 작은 경우가 일반적이므로, 환율 때문에 손실을 입는다거나 거래손실을 환차익으로 매울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국내선물사들은 원화로 들어온 투자금액을 은행에 위탁해 환전을 대행해주는 시스템을 갖춰놓고 있습니다. 원화로 입금하면 ‘자동으로’ 외화로 바뀌어 투자되는 것입니다. 굳이 직접 환전해서 투자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입니다.
품목별 증거금은 선물사 홈페이지나 해당 품목이 거래되는 거래소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상품시가가 올라가면 증거금도 인상되므로 수시로 체크하는 게 좋습니다.
국내선물사들이 다루는 상품종목들은 점차 다양해지는 추세입니다. 금이나 원유 등 가장 기본적인 품목은 물론 구리, 고무, 철강 등 대표 원자재를 비롯해 최근에는 커피나 설탕, 오렌지쥬스, 면 등 이른바 소프트 커머더티(Soft Commodity)까지 선택의 폭이 확대됐습니다.
국내에서 거래 가능한 상품 가운데 대부분은 HTS를 통해 온라인상 주문처리가 가능합니다. 다만 LME의 비철금속 등 일부 품목의 경우 전화주문만 가능하다는 사실에 주의해야 합니다. 현지 거래소에서 정산 등을 이유로 전화로만 주문을 받는 품목들에 해당되는 사항입니다.
이 경우 국내주문을 받아 해외거래소에 전달하는 중개사가 수수료를 올려 받기 때문에 거래수수료가 HTS를 통하는 것보다 5달러 정도 비싸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할 점입니다.
해외상품선물거래가 처음이라면 실전에 앞서 연습 삼아 모의투자를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삼성선물은 해외상품선물을 실제와 똑 같은 절차로 사고 팔 수 있는 모의투자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체크해야 할 점은 상품별로 최종거래일이 언제인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원유상품을 제외한 나머지 원자재 상품의 경우 최종거래일이 전달 마지막 영업일까지만 거래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금 선물 6월물의 최종거래일은 6월 26일이지만, 일반투자자의 경우 5월말 영업일까지만 거래가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해외 원자재 선물시장에서의 거래는 만기가 돌아오면 직접 실물을 주고 받는 실물 인수도 과정이 진행됩니다. 최종거래일까지 선물포지션을 들고 있으면, 실제 원자재를 사서 넘기거나 받아 들어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또 최종거래일이 다가올수록 해당 선물시장의 거래량이 줄면서 유동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쉽게 빠져 나오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최종거래일 한 달 전까지는 포지션 정리를 끝내놓는 것이 좋습니다.
상품선물이 무조건 돈을 벌 수 있는 노다지라고 생각하면 환상입니다. 모든 투자가 그렇지만 상품선물은 특히 레버리지나 변동성이 큰 만큼 ‘묻지마 투자’ 식으로 덤볐다가는 한 순간에 깡통계좌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단기투자의 경우 미결제약정을 남겨두지 않는 것이 변동성 리스크에 대한 노출도를 줄이는 방법이며, 장기투자의 경우 포지션을 너무 크게 잡지 말고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합니다. 또 충분한 조사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종목을 선택하고, 뉴스나 통계지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관련 자료들을 꼼꼼히 챙길 것을 주문했습니다.
증거금의 몇 배에 해당하는 투자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상품선물이 상승하면 그 배수만큼 벌게 됩니다. 이는 하락할 경우 그 배수만큼 잃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레버리지 효과가 클수록 대박을 터뜨릴 확률이 높지만 반대로 쪽박을 찰 확률도 상당합니다.
상품선물도 여느 선물과 마찬가지로 일일정산체제여서 장중매매나 보유포지션에 따라 매일 손익을 계산합니다. 만약 증거금이 부족할 경우 그만큼 추가로 증거금을 납입해야 하는 마진콜을 받게 됩니다. 증거금을 추가로 입금하거나 포지션을 정리하지 않으면 반대매매가 이뤄져 보유하고 있던 포지션은 강제로 청산됩니다. KB선물의 김도영 부장은 “선물투자에 있어서 가장 큰 리스크는 마진콜”이라면서 “자신이 컨트롤할 수 있는 수준 내에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증거금이 수시로 변경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상품선물가격이 급등락하면 해당 선물거래소에서는 계약당 증거금을 조정하는데, 이에 맞춰 증거금을 납입해야 합니다.
환차익과 환차손도 감안해야 합니다. 해외상품선물은 상장 거래소에 따라 달러화, 유로화, 엔화 등 각각의 해당통화로 거래됩니다. 때문에 상품가격은 변동이 없어도 해당 통화가치가 오르면 돈을 벌게 되고 떨어지면 그만큼 손실을 보게 됩니다.
통화선물을 통해 환헤지를 할 수도 있고, 각 선물사마다 환율에 따른 손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유용합니다. 삼성선물의 경우 원화로 입금한 금액의 95%까지만 일단 가환전하고, 이 중 거래에 소요된 위탁증거금만을 실제 달러로 바꿔 과도한 환전에 따른 환리스크를 줄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만, 상품 선물 레버리지가 워낙 커서 이에 비하면 환율변동에 따른 수익변동분은 미미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해외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종목인 만큼 해외증시일정도 고려해야 합니다. 한국 금융시장은 돌아가는데 해외선물거래소가 휴장일 수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기 때문에 투자계획을 세우는 데 유의해야 합니다.
최대 23시간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단점이기도 합니다. 반대매매를 통해 포지션을 청산하지 않고 미결제약정으로 남겨둔 채 하루 밤을 보내기가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삼성선물 박경숙 주임은 “한국 시간으로 심야시간이 제일 거래가 활발해 가격변동도 심하다”면서 “이 시간에 추가증거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럴 경우 조건주문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스탑 로스 오더(Stop Loss Order)는 일정 가격을 지정해놓고 시장가격이 그 가격에 도달할 경우 시장가로 자동매도주문이 됩니다. 스탑 리미트 오더(Stop Limit Order)도 비슷한 개념인데 시장가가 아닌 특정 가격에 팔도록 지정하는 것입니다.
Stop Loss Order와 Stop Limit Order가 손실을 제한하기 위한 제도라면 OCO(One-Cancels-the-Order) 주문은 이익실현조건까지 줄 수 있는 제도입니다. 즉, 어느 정도 이익이 나면 자동으로 청산되는 시스템인 것입니다.
Stop Loss Order와 Stop Limit Order는 모든 해외거래소가 갖추고 있는 반면 OCO는 거래소마다 가능한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습니다.
KB선물 김도영 부장은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쉽게 실수하는 부분이 바로 스탑을 하지 못하는 것”이라면서 “상품선물에 투자할 때 적정이익수준과 감내할 수 있는 리스크 수준을 정하고 이에 맞춰 스탑 오더를 동반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습니다.
포지션이 아닌 데이트레이딩을 할 경우 23시간이나 되는 거래시간으로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합니다. 삼성선물 박경숙 주임은 “반드시 적정 트레이딩 시간을 정해놓고 거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