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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날씨도 좋지 않았고, 산도 힘들었을 뿐더러 내 밑에 동생들도 생겼기 때문에 심신으로 작년 보다 더 힘든 산행이었던거 같다.
그래도 역시 평생 기억에 남을 일들도 많았고 즐거웠다. 그 일주일간의 일을 회상해 보고자 한다.
8월 16일
이른 시간에 버스를 타야했기에 5시 30분에 눈을 떠 전날 미리 가져갈 개인짐을 가지고 버스에 몸을 싣었다. 1년만의 장기등반이라 엄청 기대를 하고 있었지만, 하늘은 당장이라도 비가 내릴 것만 같아 걱정이 많이 되었다. 그렇게 7시에 학교에 모여 마지막으로 갈 채비를 갖춘 다음에 비록 같이 산엔 가지 못하지만 마중 나와준 나의 동기들과 학교에 계신 형들의 배웅을 받아 영주로 출발하였다. 영주에 도착해서 첫날 희방사를 시작으로 산을 탈 예정이 었는데, 날씨가 많이 흐려 불안했으나, 비는 오지 않았다. 그렇게 30분 쯤 올라 가다보니 매표소가 있어서 매표소에서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서 희방사에 도착하니 이게 무슨일인가?? 결국 한방울 한방울 내리던 비가 어느새 주룩주룩 내리기 시작했다. 우선 가지고 온 일회용 비옷을 입고 우산을 쓰고 나무밑에서 비가 그치길 기다렸지만, 결국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내일 다시 타기로 했다. 그렇게 부랴부랴 머물 곳을 찾고나니 어느새 저녁시간이 되었다. 산을 못하게 된김에 내일 열심히 타기로 하고 저녁과 함께 술을 많이 먹었다. 내일은 좀 더 짐이 가벼워지길 바라면서.. 그러는 와중에도 비가 오다가 잠시 그쳤다가 오다가해서 내일도 비가 오면 어떻게하지... 라는 걱정이 들었으나, 내일은 어찌됬든 타야 될 것 같기에 그만 자기로 했다.
8월 17일
일어나보니 아직은 맑아있었다. 아침부터 바쁘게 설거지하고 다시 짐을 싸고, 이번엔 가지고 온 비닐을 잘라 가방에 두른다음 배낭커버까지 씌워 비에대한 채비는 완벽히 한 다음 다시 출발을 하였다. 어제 갔던 길을 그대로 올라 매표소 앞에 도착했는데, 어제 표를 끊고 들어갔다가 비가와서 희방사까지 밖에 못 가고 다시 돌아왔으니 좀 사정을 봐달라고 하니, 반값에 들어갈 수 있게 해주셨다. 형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제 몫의 분과 오늘 분의 몫을 한번에 타자고 된거 같았다. 그래서 아~ 오늘 힘든 산행이 되겠구나.. 하고 마음 한구석에 불안을 가지고 출발하였다. 소백산을 타다 보니 처음에 경사가 꽤 되었다. 처음에 힘들게 산을 오르는데... 이게 왠일?? 신입생 2명이 너무 빨리 지치는게 아닌가.. 그리고 물은 얼마나 많이 마시는지.. 하지만 나도 내가 너무 힘들었기에 동생들을 신경써가며 산을 탈 자신이 없었기에 산행부장 뒤에서 내 페이스대로 걸어 나갔다. 그렇게 오르다 보니 첫 번째 봉우리 연화봉이 나왔다. 연화봉에선 그닥 볼 경치가 없었기에 간단히 사진만 찍고 다시 비로봉을 향해 출발 하였다. 연화봉과 비로봉까지는 능선으로 되어 있었다. 그 전에 탔던 산은 나는 정상을 향해 올라가야 되는데... 왜 길은 내리막일까?? 라며 오르락 내리락 할 때마다 착잡했는데, 이번 소백산의 능선은 정말로 멋졌다. 저 앞까지 정말 길이 쭉 뻗어있어서 정말 보기 좋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많이 시간이 소요되었다. 설상가상으로 물도 떨어져서 마음이 급해졌다. 비로봉까지 찍고는 조금 더 서두르기로 하였다. 그 다음은 국망봉을 향해 가야되는데, 결국 물이 다 떨어졌다. 그래서 다들 멈추고 혹시나 있을까 하고 각자 가방을 찾아보았으나 결국 없었다. 다들 실망하여 다시 가방을 싸는데... 어라? 내 가방에 후르츠통조림이 있었다. 형! 이거라도 먹을래요?? ... 와우!! 대박이었다. 숟가락으로 후르츠를 먹고 남은 국물까지 다 나눠마셨다. 아!! 미칠 듯한 갈증을 잠시나마 달랠 수 있었다. 아마 이 때 먹은 후르츠의 맛은 절대로 잊지 못 할 것이다. 후르츠의 힘을 빌어 결국 국만봉을 찍고 드디어 하산을 하려고 하는데.. 시간이 많이 되었기에 각자 랜턴을 들고 하산하기 시작하였다. 하산을 한시간 쯤 하니 랜턴을 키지 않고선 아무것도 안보이는 상황이 되었다. 그렇게 랜턴을 키고 가는데도 시야가 많이 좁아졌기 때문에 발을 잘 못 디뎌 삐끗하기 일수였고 길이 길 같아 보이지 않아 그냥 밝을 때 걷는 것 보도 몇 배의 체력이 소비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말도 없이 어둠 속에서 긴장하며 걸어 가는데.. 저 멀리서 불빛이 보일 때 정말 행복했다. 절에 도착하자말자 물 부터 마음껏 마셨다. 정말 이러다 죽는게 아닐까?? 하고 엄청난 걱정에 쌓여 하산하였으나, 내려오고나니 정말 살아있음에 감사하였다. 그렇게 13시간 정도의 산행을 마치고 별 수 없이 택시를 타고 시내로 이동하여 푹 잤다. 야간산행은 처음이었는데, 정말 무섭고 힘들었고, 다신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다행히 이 날만은 비가 오지 않아 무사히 내려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8월 18일
소백산을 타고 이젠 월악산을 타야 하기에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기차 시간을 맞추기 위해 빨리 움직였다. 충주에서 제천으로 이동하여 북바위산을 타기로 하였다. 북바위산 높이는 770M정도 되기때문에 올해 신입생 때 탔던 주왕산정도로 생각했는데, 초반부터 너무 힘들었다. 밧줄도 타고가고 어디가 길인지도 헷갈려서 더욱 힘들었던거 같다. 높이 550M정도까지 초반에 막 치고 올라왔기 때문에 거의 다 온지 알고 쉬엄쉬엄간게 잘 못인지.. 높이가 그리 높은 산도 아닌데 그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다. 더군다나 멀리서 23대 김대근선배님께서 밥을 사주시기 위해 오셨기 때문에 빨리 올라갔다가 내려와야했다. 마음은 급해졌는데... 길은 왜이리도 먼지.. 도저히 정상이 가까워지질 않아 초조했었다. 그래도 후반에 빡시게 타서 그런지 그리 늦지 않은 시간에 내려올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내려와서 선배님과 인사하고 밥도 같이먹으며 선배님이 학부생때 산행하며 있었던 일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즐거운 식사를 하였다. 그중 선배님도 월악산을 타본적이 있으시다고하셨는데, 정상은 눈앞에 보이나 계속 빙글빙글 올라가기만해 힘드셨다고 하셨기에, 내일이 걱정되었다. 아무튼 즐거운 식사였고, 잊지 못 할 것이다. 나도 다음에 산 타고 내려오는 동생들 밥한끼 정도는 사줄 수 있는 멋진 사람이 될 수 있도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우린 야영장으로 와 텐트를 치고 술을 마시며 지금까지 산행을 하며 있었던 문제들이나 내일이 마지막 산이니까 좀 더 힘내자라고 다짐을 하며 잠이 들었다.
8월 19일
산에선 아무리 술을 먹고 늦게자도 집에 있을 때 보다 쉽게 눈이 떠지는지 참 신기하다. 아무튼 아침 일찍 일어나 텐트도 걷고 설거지도 하고 다시 각자 배낭을 재정비한 후 이번 장기등반 마지막 산을 향해 나아갔다. 처음 절까지는 무난한 길이었다. 길을 걸어가다 보니 커다란 바위에 불상이 새겨져 있었다. 엄청 크고 멋있었기에 거기에서 사진도 찍고 조금 쉬다가 다시 영봉을 향해 나아갔다. 아!! 처음부터 꽤 가파른 경사가 계속 이어졌다. 경사길과 계단과 경사길과 계단과의 반복이었다. 초반부터 너무 힘들어서 그런지 신입생들이 조금 뒤쳐졌다. 그래서 계단만 끝나면 쉴 곳 찾아서 좀 만 쉬다가자고 했는데, 올라가도 올라가도 계단 밖에 안나오길레 결국 계단 한 쪽편에 나란히 앉아서 쉴 정도로 계단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올라가기만 하길 2시간 정도.. 드디어 내가 사랑하는 능선이 나왔다. 능선을 따라 걷다보니 어느새 점심 때가 다 되어있어서 송계삼거리 한 구석에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은 주먹밥과 삶은 계란!! 주먹밥에다가 깻잎이나 단무지 김 등을 얹혀 같이 먹었는데, 정말 진미였다. 그리고 계란도 소금에 찍어 맛있게 먹었다. 그렇게 점심을 먹으며 좀 쉰 후 다시 정상을 향해 나아갔다. 정상은 한참 전 부터 보였는데, 정말 오르고 올라도 가까워지지 않아 영원히 도달하지 못 하는거 아니가?? 하고 생각도했지만, 중간중간 나오는 표지판에 거리가 주는걸 위안삼아 계속 나아갔다. 어느새 마지막 같이 보이는 오르막 길! 이 때까지 나온 경사도 경사지만 이건 더욱 가파른거 같았다. 조심 조심 한발한발 걸어가다보니 보인 것은 드문드문 구름이 떠 있는 새파란 하늘과 온 주위를 감싸고 있는 녹색 봉우리들과 정상임을 알리는 조그마난 비석이 있었다. 아!! 정말 이 순간만큼은 세상을 다 가진 듯이 기쁘다. 정상에서 사진도 찍고 주위 풍경도 감상했다. 하지만, 올라왔으니 이제 내려가야겠지... 편한 하산길이길 바라며 하산을 시작했으나... 이건 길이 길인지도 모를 정도로 험했다. 나무는 중간중간 다 쓰러져있고 길이 진흙으로 되어있어서 많이 미끄러웠다. 길이 험해서 넘어져 다친 사람도 몇몇 있었다. 게다가 돌들이 박혀있지않고 얹혀져있는 느낌이기에 자칫 잘 못 밟으면 돌과 함께 미끌려 넘어지기 일 수 였다. 그래도 내려오며 중간중간 본 경치들은 올라갈 때 만큼이나 멋지고 시원시원한 느낌이었다. 그렇게 언제 끝날지 모르던 하산 길도 어느새 끝나있었다. 이제 날도 어둑어둑 해질 즘 버스정류장에 도착한 우리는 다시 충주로 이동한 다음 원래 계획인 경포대로 가려고 하였으나, 교통편이 막혀 기차를 타고 해운대로 향하게 되었다. 기차 시간을 맞추기위해 저녁도 먹지 않고 열심히 달린 끝에 새벽 2시쯤 되어서야 부산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 후, 우린 텐트를 쳐야했기에 바로 택시를 타고 해운대로 이동하였다. 해운대에 도착한 우리는 자리를 잡고 바로 술을 마시며 무사히 산행을 마친 걸 기뻐하며 즐겁게 술자리를 즐겼다. 처음에 많이 힘들어 하던 신입생도 끝까지 잘 따라와주어 기뻤다. 그렇게 별이 떠 있는 하늘 아래에서 잠이 들었다.
8월 20일
다음 날 아침.. 거의 노숙자 같은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아침까지 다 챙겨먹고 짐을 다 챙긴 후 송정해수욕장으로 이동하였다. 이제는 민박을 잡고 마음 껏 뒷풀이를 할 시간이 온 것이다. 우선 송정에 도착해서 다 같이 해변 끝까지 한번 걸어갔다가 근처 자장면집에서 자장면과 탕수육을 맛있게 먹었다. 민박에 돌아와서 형들은 장을 보러가고 나와 남은 신입생 둘은 설거지도 새로하고 땀에 찌든 옷들도 말리고 재미있게 바다에서 놀았다. 그 후 돌아왔는데 효석이 형이 더 놀아라고 우릴 쫓아보냈다. 대충 아~ 형들이 우릴 위해 장을 본 것들로 맛있는 음식을 해 주려고 하는구나~ 싶어서 모르는 척 애들을 대리고 더 놀았다. 한 30분쯤 됬을까?? 들어가서 샤워로 소금끼를 씻어낸 후 형들이 해준 음식을 맛있게 먹으면서 또 다시 술자리가 시작되었다. 각자 돌아가며 이번 산을 타며 느꼈던 점을 진솔하게 말하기도 하고 신입생 두명의 조금.. 더럽지만(?) 나름 재미있던 전극도 보았다. 그 후, 어느새 뻗어버린 애들은 버리고 잠시나마 해운대로 가서 해운대 밤 바다를 즐기고 왔다. 거기서 연규의 7전8기를 보고 싶었으나, 이미 연규도 체력적으로 바닥인지라 결국 보지 못해 아쉬웠다. 오죽하면 민박집을 나서 해운대 갔다가 온 기억이 없다고 했겠냐만은... 무튼 그렇게 장기등반 마지막 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8월 21일
그 다음날 간단히 아침을 먹고 대구로 출발하기위해 마지막으로 짐을 싸고 부산역으로 향하였다. 다들 지쳤기 때문인지 표가 없어서 따로따로 앉아서인지 서로간 별 대화 없이 동대구역으로 도착하였다. 그 후 버스를 타고 학교로 돌아온 우리는 짐을 다시 풀고 각자 가지고 갈 것만 챙겨 준비했다. 그런데 윤재원선배님께서 이 날 저녁을 사주셨다. 처음 치킨도 먹고 그 다음 삼겹살도 먹었다. 설중매와 소주를 1:1로 썩어서 처음 먹어봤는데, 깔끔한게 마시기 좋았다. 그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많이 들었는데, 우리보다 폰에대해 더 많이 아셔서 대화에 따라가기 힘들었다. 이번에 선배님들이 저녁도 사주고해서 정말 힘든만큼 잘 먹는 산행이 아니었나싶다. 선배님은 마지막 가실 때 까지 우리에게 술 더 마시라고 돈을 더 주시고 떠나셨다. 정말로 고마웠고 우린 감사히 마지막을 더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더 나도 동생들에게 베풀 줄 아는 선배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장기등반을 마치고 집에온 걸로 이번 장기등반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정말 추억이 될 만한 일이 많은 산행이었다. 아마 내가 한참 후에 이번 장기등반을 회상하며 동생들에게 이야기해주는 날이 오겠지.. 그렇게 오랜만에 온 집에서 어느 새 잠이 들었다.
후배를 받고 신입생 등반 이 후 두번째 등반이 되는데... 이번에 내 동기들이 없었기에, 조금 더 힘들었고 조금 더 동기들이 많이 생각나는 산행이었던거 같다. 예전엔 당장 내가 내 일만 잘하면 되었는데, 올해는 신입생들의 할 일을 하나하나 지시해주고 내 일도 해야했기에 많이 힘들었던거 같다. 이번에 아직도 내가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고 선배가 되기가 쉽지않다는걸 느꼈지만 다음엔 더 잘 할수 있을꺼라 생각한다. 내년엔 조금 더 나은 나를 기대하며.. 이만 줄이겠다. 바위이끼 화이팅!! 나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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