若齋(약재) 金九容(김구용)의 詩(시)
鄭宗之歸三峯(정종지귀삼봉) 同至普賢院次韻送別(동지보현원차운송별)
送君直到普賢門 (송군직도보현문)
別袂秋風不忍分 (별몌추풍불인분)
三角山深千萬疊 (삼각산심천만첩)
白雲何處望靑雲 (백운하처망청운)
<번역> : 백산
약제 김구용의 시
정종지가 삼봉으로 돌아감에 함께 보현원에 이르러 차운으로 송별의 시를 짓다.
그대를 보내려고 보현문에 이르니
가을바람에 차마 이별의 소맷자락 놓지 못하네.
삼각산은 천만 겹으로 깊으니
백운은 어디에서 청운을 바라보리오.
<주해> : 백산
◆ 金九容(김구용) : 1338-1384, 향년 47세.
본관은 안동. 자는 경지, 호는 척약재(惕若齋).
1375년(우왕 1) 삼사좌윤(三司左尹)으로 있을 때, 정도전 등과 함께 북원에서 온 사신의 영접을 반대하여 죽주(竹州)로 귀양갔다. 1381년 풀려나와 좌사의대부, 이듬해 대사성·판전교시사가 되었다.
우왕대에 북원과 수교를 재개함에 따라 대명관계는 악화되었다. 이후 명은 고려에 사신을 파견하지 않고 요동을 차단하여 고려 사신을 구금하는 사건이 여러 번 있었다.
1384년 행례사(行禮使)로 요동 통과를 시도하다 체포되어 난징[南京]으로 압송되었다. 명 태조의 명으로 대리위에 유배되던 도중 영녕현에서 병으로 죽었다. 시가와 문장에 뛰어났다. 이색(李穡)은 그의 시를 가리켜 "붓을 대면 구름이나 연기처럼 뭉게뭉게 시가 피어나온다"고 했다.
〈동문선〉에 그의 시 8편이 실려 있는데, 그 가운데 특히 무창시(武昌詩)가 유명하다. 저서에 〈척약재집〉이 있다.(이상 다음백과사전 인용)
◆ 鄭宗之歸三峯(정종지귀삼봉) : <종지>는 정도전의 자(字)이다. 따라서 이 구절은 <정도전이 삼봉으로 돌아감에>라는 뜻이 되고, 삼봉은 본문의 시에 나오는 것과 같이 삼각산이다. 이 시로 보아도 정도전의 호인 삼봉은 명백하게 삼각산과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 普賢門(보현문) : 보현원의 입구에 있던 문을 말한다. 보현원은 고려 의종이 보현원으로 행차하던 날 정중부 등의 무신들이 수많은 문신들을 살해한 일로 유명하다. 김구용은 지금 개성에서 삼각산으로 떠나는 정도전을 송별한다. 이때는 김구용이 삼각산에서 후학을 가르치는 정도전을 찾아가기 전이므로, <정삼봉>이라고 하지 않고 <정종지>라고 한 것이다. <종지> 정도전의 자(字)이다.
◆ 靑雲(청운) : 청운은 <푸른 구름>이라는 뜻인데 도덕이 고상하고 위망이 있는 선비를 비유한다. 이 시에서는 정도전을 가리킨다. 김구용은 정도전이 청운의 뜻을 펼칠 위인이며, 그렇게 되리라고 믿었을 것이다. 친구이면서도 크게 존중하는 마음이 읽힌다.
◆ 白雲(백운) : 백운은 <흰 구름>이라는 뜻인데, 관직에서 떠나 산림에 은거한 선비를 상징한다. 이 시에서는 작자인 김구용 자신을 가리킨다. 친구에 대하여 자신을 겸허하게 표현한 것이다. 이로보아 나이가 4살이 위인 김구용도 정도전을 얼마나 존중했는지 그 마음이 보인다.
酬 鄭宗之次韻(수 정종지차운)
別後夢君知幾回(별후몽군지기회)
何人識得此心哉(하인지득차심재)
甕頭酒熟黃花發(옹두주숙황화발)
枕上詩成首雁催(침상시성수안최)
城郭日斜歌吹沸(성곽일사가취비)
山河秋色畵圖開(산하추색화도개)
穿雲更上龍巒上(천운갱상용만상)
一望三峯一擧盃(일망삼봉일거배)
<번역> : 백산
정종지에게 차운하다.
이별 후에 그대를 꿈속에 본 것이 그 몇 번이던가.
어느 누가 이 마음을 알아 줄 건가.
항아리에 술 익고 노란 국화는 피어나는데
베개머리에서 시를 짓자마자 기러기가 재촉하네.
성곽에 해 기울 때 노랫소리 들리고
산하에 가을빛은 그림처럼 펼쳐지네.
구름 뚫고 용문산 봉우리에 올라가
한번은 삼봉을 바라보고 또 한번은 술잔을 기울이네.
<주해> : 백산
국화가 피고, 산하에는 단풍이 물든 아름다운 가을에 친구 정도전을 그리워하면 쓴 시이다. 龍巒(용만)은 경기도 양평에 있는 龍門山으로 추측된다. 친구를 그리워하여 꿈속에서 얼마나 많이 꿈을 꾸었는지 모른다는 것과 용문산 꼭대기에 올라가 삼봉을 바라보며 친구를 그리워하면서 한번 바라보고 한잔 마시고....
그 우정의 깊이가 감동적이다. 또한 베개머리에서 친구를 그리워하는 시를 쓰자마자 그 시를 기러기가 전해주겠다고 재촉한다는 표현도 절묘하다.
시의 내용으로 보아 이때는 정도전이 개성의 보현문에서 김구용과 헤어져 삼각산으로 들어간 후일 것이다. 이리하여 그리움을 못이겨 정도전을 찾아가 정도전에게 <삼봉>이라는 호를 지어주게 된다. 그러나 정도전은 삼각산에서 오래 있지 못하고 쫒겨나게 된다. 이 시를 보아서도 정도전의 호인 삼봉은 명확하게 삼각산이다.
백산에게도 이런 친구가 있는가? 우리는 이런 친구들이 있는가?
가을비는 시름시름 오는 데...... 울적한 심사를 금치 못하겠구나.
2016. 10. 25
소백산 아래서 백산초부 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