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선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도 고개를 좌우로 돌리면 거의 언제나 1천3백리를 굽이굽이 말없이 내려온 낙동강 물줄기가 피로를 말끔히 씻어줘 산행의 재미를 더 한층 보태준다.
무엇보다 무척산은 낙동강을 경계로 서로 마주보고 있는 천태산과 함께 가야국의 전설이 깃들어 있으며 동시에 명당자리가 많아 기도원이 산재해 있다. 때문에 주변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는 전국의 무당 중에서 김해 무척산을 모르면 간첩이라고 할 정도로 산신이 많이 있다는 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원래 무척산은 산행 외에 ‘타고’의 재미가 쏠쏠해 부산지역 애호가들에게는 최고의 코스. 무슨 말인고 하니 김해에서 버스를 타고 접근해 무척산 정상에 올랐다가 용당나루쪽으로 하산, 나룻배를 타고 낙동강을 건너 원동으로 와 다시 완행열차에 나른한 몸을 싣는 코스였다는 것. 비록 지금은 그 나룻배가 추억의 산물로 머릿속에 남아 있지만.
국제신문 근교산팀은 전에 김해 생철리~탕건바위~무척산~석룡산~난전리 마당재로 내려오는 길을 안내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생림면 송촌마을에서 출발, 이름없는 암자~345.2m봉~전망대~589.2m~무척산 정상~오행수(계곡수)~주차장~기도원~상동면 여차리 백학마을 코스를 소개한다. 산행시간은 대략 5시간 정도.
김해여객터미널에서 생림, 삼랑진행 버스를 45분간 타고 생림면 송촌마을 입구에서 내린다. 사거리다. 오른쪽으로 두갈래길이 나 있지만 크게 꺾어 2차선인 곧게 뻗은 일자형 아스팔트 길을 택한다. 바로 앞 오른쪽에 붉은 벽돌집이 보인다.
안양1교를 건너 10여분 걸으면 다시 사거리가 나온다. ‘무척산 관광예술원’이라고 적힌 작은 팻말이 보인다. 다시 오른쪽으로 간다. 이번엔 삼거리가 나온다. ‘도요 4㎞’라고 적힌 이정표가 보이면 왼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계속 걸어가면 대구~부산 고속도로 제9공구 현장이 나온다. 굴다리를 지나 20m쯤 걸어가다 오른쪽 시멘트 포장길로 올라간다. 길 양편에 원주 원씨 제단 비석과 복숭아 나무가 지천으로 널려있다. 30대로 보이는 젊은 농부가 가지 접목을 하고 있다.
원씨 비석에서 50여m 걷다가 왼쪽으로 방향을 택한다. 본격 산행의 시작이다. 5m 앞에서 갈림길이 나오면 오른쪽으로 간다. 전형적인 오솔길이다. 오른편엔 탱자나무가, 왼편에는 쭉쭉 곧게 뻗은 소나무가 자태를 뽐내며 서있다.
주변에 크고 작은 여러 개의 돌탑이 보일 때쯤 이름없는 작은 암자가 나온다. 언뜻 봐선 여염집처럼 보인다. 암자에 올라서면 왼쪽으로 요사채 앞을 지나간다. 시계방향으로 에둘러 올라간다. 작은 메뚜기가 숲에서 뛰어 오른다.
무척산 정상을 앞둔 지점에 서있는 삼지형 소나무. 모습이 독특하다. | |
암자 보살 할머니의 설명처럼 사람들이 오랫동안 다니지 않아 길이 선명하지 않다. 20분쯤 길을 만들면서 정신없이 오르다보면 낮은 능선에 올라선다. 돌아서면 김해 작약산이, 오른편에는 잘 정리된 논과 밭 그리고 낙동강의 도도한 물길이 보인다. 이 때부터 낙동강과의 숨바꼭질이 시작된다. 낙동강 물길이 무척산 주변을 시계방향으로 에둘러 가는데다 근교산팀의 산행방향과 거의 비슷해 하산 직전까지 ‘숨었다 가려지고 다시 나타났다’ 하면서 산행의 묘미를 더해준다. 어떤 지점에선 좌우 방향 모두 낙동강 물길이 보이기도 해 산행이 여간 즐겁지 않다.
여기에다 산행도중 잇따라 좌우에 나타나는 5, 6개의 전망대에서는 곳곳에 솟은 기암괴석이 주위의 산세와 어울려 연출해내는 멋진 풍경과 바둑판처럼 잘 정돈된 논과 밭을 다른 각도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길을 재촉해 40여분 정도 지나면 주의를 요하는 오갈래 길이 나온다. 오르막길로 된 직진코스를 택한다. 다시 10여분 지나면 능선길이 좌측으로 이어지며 교실 두 개 정도 넓이의 평지가 나온다. 과거 산불 난 흔적이 역력하다. 능선따라 오르락내리락 하다보면 10분 간격으로 오른쪽, 왼쪽에 각각 전망대가 나온다. 왼편 전망대에선 우측 상단으로 천태호의 둑이, 눈 앞에는 작은 암자가 보인다.
하산길에서 나타나는 너덜. | |
능선길을 따라 계속 간다. 능선을 바꿔타는 중요한 갈림길이 나온다. 직진능선은 용당나루로 곧장 내려선다. 무척산 정상은 오른쪽으로 내려서서 능선을 이어간다. 시루떡 같은 바위가 산길에 포개져 있다. 산길은 서서히 올라간다. 이번엔 코가 땅에 닿을 만큼 경사가 심한 오르막이 나온다. 이번 산행에서 가장 힘든 구간이다. 30여분 땀을 내며 오르면 왼쪽에 다시 전망대가 나타난다. 저 멀리 오른쪽으로부터 금정산 오봉산 용굴산 토곡산 금동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고 왼쪽에는 눈 쌓인 영남알프스의 연봉이 보인다.
특이한 모양의 삼지(三枝)형 소나무를 지나면 ‘오행바위’ 전망대가 나온다. 오행바위는 여차리의 기도원 사람들이 붙인 이름. 이와 관련 하산길 계곡에 오행수가 있다. 이 물은 물 속에 다섯가지 기운이 담겨있어 효능이 뛰어나다고 한다. 이제 오른쪽으로 무척산 정상이 보인다.
40여분 능선을 따라 걸으면 ‘무척산 정상까지 300m’라는 팻말이 보이고 10여분 더 오르면 정상에 다다른다.
하산길은 여덟말고개 방향으로 잡는다. 오른쪽으로 멀리 부산공원묘지와 산성이 보인다. 50m 직진하면 무덤 앞에서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으로 가면 여덞말고개 방향이다. 왼쪽 길을 택한다. 다시 갈림길이 나오면 왼쪽으로 간다. 오른쪽 길엔 산불조심이라는 팻말이 서있다.
서씨 묘가 있는 마지막 전망대가 하나 더 나온다. 신어산이 멀리 보인다. 하산길은 낙엽과 잔돌이 구르는 내리막으로 조심해야 하는 계곡길이다. 이 길로 계속 내려가다 보면 오행수가 나온다. 기도원 사람들이 물을 긷고 있다. 한잔 쭉 들이키며 지친 기운을 회복하자. 계곡을 건너 오른쪽으로 내려간다. 중간에 너덜이 나온다. 백운암으로 오르는 임도와 만나면 오른쪽으로. 30분 정도 내려오면 백운암 주차장이 나온다. 오행수에서 30여분이면 충분하다. 내려서는 임도길 중간에 가건물인 부산신중앙교회의 기도원이 나온다. 구포행 버스정류장은 백학교 건너편에 있다.
/ 글·사진=이흥곤기자
/ 산행문의=다시 찾는 근교산 취재팀 (051)500-5150,245-7005
[떠나기전에]
무척산. 부산 근교를 대표하는 명산이다. 김수로왕의 전설이 있는 모은암과 천지가 아니라도 산의 숨은 매력만으로도 멋진 근교산으로 손색이 없다. 무척산 동릉상에 있는 금동산~석룡산의 아기 자기한 코스도 동호인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이번에는 그에 버금가는 북쪽 능선인 낙동강에서 이어지는 북릉을 개발하여 북서로 연결하는 종주코스를 열었다. 전체적인 산길은 높낮이를 조절하며 깨끗하게 정상으로 이어진다. 지금 근교산은 한창 봄기운이 올랐다. 시원한 조망과 낙동강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이 콧등을 간지럽힌다. 근교산을 찾는 산꾼에게는 이보다 더 훌륭한 코스가 없다고 자부한다.
무척산은 가야시대와 역사를 같이 하여왔다. 김수로왕이 어머니를 그리며 지은 모은암이 암벽 사이에 꼭꼭 숨겨져 있고 가락국의 불교 중흥을 위해 지은 여차리의 백운암이 있다. 김해시에 있는 김수로왕의 묘터에 샘솟는 물길을 잡기위해 무척산 정상에 못을 만들어 물길을 잡아 천지가 생겼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근래에 와서는 탕건바위등 모은암 주변에 산재해 있는 많은 바위 에 생명을 불어 넣는 암벽코스가 생겼다.
첫댓글 우리 첨으로 뻐스 타고 가볼까요^^*
잘박잘박 물 먹은 등산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