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과 바늘 / 장경숙
나는 실
당신은 바늘
당신과 함께하는 나는
황홀합니다
멋진 옷도 예쁜 이불도
우리가 함께해야 빛이 나고
우리가 없다면 온통 벌거숭이로
가득하고 어렵겠지요
또한 잠시라도 떨어져 있다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서 슬퍼요
언제까지나
나와 함께 멋진 세상 만들어요
품/장경숙
소중한 눈빛
내려다보는 빛나는 빛을
올려다보며 자랐다
어두운 곳에 빛이 되어
밝히는 찬란한 힘은
버티고 이겨 낼 수 있게
힘을 주었다
내려다보던 그 눈빛은
지금엔 별빛 되어 쏟아지고
환하게 미소 짓던
그 얼굴이 잔잔하게
가슴에 안겨올 때
포근한 품 엄마였다
바람 / 장경숙
살랑살랑 머릿 흩트려
놓으며 심술궂게
너울대며 춤추다
예쁜 꽃 가까이 다가가서
소곤대며 이야기해본다
때론
머리 풀고 하늘을 날아
거침없이 휘몰아치며
고운 밤을 뜬눈으로
지새기도 한다
강하고 약하게 몸 서림 치며
떠돌아다니다 멈추면
기력 다 소진하고
고요 속에 잠든다
신발 / 장경숙
가는 곳에 따라 바뀌어서
때론 편하게 또는 멋지게
아낌없이 내어주고
내 품에 들어와
포근하게 동침한다
인생 계급장은
예쁜 것보다 편한 게 좋다고
한마디 덧붙이네
매일 아침 만나며
저녁엔 파김치가 된다
아트밸리 / 장경숙
주말 오후인데도 아트밸리는
생각보다 한적하고 여유로웠다
곤돌라도 반갑다고 웃고
꽃들과 나무들은 어서 오라고
손을 높이 들어 반긴다
천상의 소리로
흥겹게 춤을 추니
환한 미소와
박수가 환호성을 친다
천주호의 넓은 사랑에
함박웃음은 하늘을 날며
행복 바이러스가 되었다
달과 별들이 속삭일 때
집에 온 가방과 신발이
늘어지게 꿈나라
여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