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문학상 당선 소감(김나영).hwp
신발을 심장이라고 부를 때.hwp
신발을 심장이라고 부를 때
고양예고 3
김나영
아직 죽지 않은 여름이다
가을이 시작되기도 전에 발자국 소리에 깨어나는 단풍잎
나무는 딱따구리의 곡괭이질로 그늘을 짓고
저녁은 길을 잃은 짐승들의 숨소리로
숲을 짓는다
숲은 마침내 풍요로운 머리칼
고요한 잠을 부르지만 아무도 천장에 숨은 새들을 모른다
고대 부족은 새가 바람의 신발이라 믿었다
그러나 발목으로 키운 구덩이는 메우지 못해
구멍 속에 빠진 새들은 잃어버린 문장들을 닮고
복사뼈를 타고 붉은 뱀이 머리를 들어 올릴 때
구덩이에 넘어지는 그림자가 끊임없이 깊어간다
뿌리를 내리는 힘으로 나무는 심장을 키우고
하이에나의 눈빛을 닮은 고요가 주저앉는다
심장은 지구가 자전하는 것처럼
늘 어두운 곳으로부터 뛰고 있다
달빛은 발자국이 닳을 때마다
자전축이 기운다고 믿는다
달이 가까워진 밤
천장에 숨겨둔 새들이 숲으로 쏟아질 때
숲은 더 이상 길을 잃은 짐승들의 집
서로 다른 계절을 겪고 돌아온 새들이
동물들의 발자국 위에 누워 있다
심장을 신발이라고 부를 때
기꺼이 심장이 되어준 신발들
쿵쿵거리며,
발을 구르며
해와 달이 서로 다른 발자국을 찍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