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주 원(강원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
원주는 군지사이전사업에 대한 절호의 기회를 잃었다. 공교롭게도 지역출신 군사령관이 이임하자마자 시와 합의각서 체결을 준비중이던 국방부측이 합의 조건의 구체적인 방식을 바꾸어 딜레마에 봉착했다. 부지 매각대금의 10년 분할 상환을 4~5년안에 납부해야 된다며 합의조건 변경을 통보하였다. 국방부측은 원주시의 군지사 부지 일괄 개발에 한계가 있을 경우 토공이 직접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까지 실무선에서 이미 검토했다고 한다.
화가 나는 것은 타이밍을 놓쳐 군지사이전문제뿐만 아니라 원주역이전사업까지도 영향을 받게 되었고 사업이 진행된다고 해도 재정부담이 가중되게 되었다는 점이다. 더 안타까운 일은 자치제 실시 이후 타이밍을 놓친 채 표류되고 있는 대형사업들이 한 두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시청사이전문제, 원일프라자문제, 종축장부지활용문제, 학성동공원화사업, 강원감영문제, 북원IC진입로문제등등 열거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많다. 수십억원을 들인 자전거도로도 활용이 잘 안되고 문화예술공간이 부족한 원주에 필요한 주민자치센터도 지방의원들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착수조차 못하고 있다. 대형사업들이 이렇게 된 데는 시집행부에 1차적인 책임이 있지만 원주시의회도 직·간접적인 책임이 있다고 본다. 감시와 견제 기능뿐만 아니라 진지하게 원주시발전을 위해 고민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시정에 지방의원은 공식적인 참여자이자 협력자이기 때문이다.
왜 원주가 이러는 걸까? 이런 늑장대응이 왜 반복되고 있는 걸까? 무엇보다 책임지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원주시 발전을 위해 고민하는 공직자(지방의원 포함), 욕심내는 공직자가 적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일부러 일거리를 만들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보신주의에 빠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조직 내부관리체계와 의회, 언론, 상급관청등과의 외부적 관계등 원주는 구조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 중간관리층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정해진 일을 정해진 범위 내에서만 생각하다보니 새로운 일은 할 엄두도 못내는 것이다. 중간관리층을 움직이는 것은 상급관리층의 의지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원주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발전시켜야겠다는 비전과 철학이 부족하다보니 중간관리층을 독려할 수 있는 에너지가 부족하고 의회를 설득할 수 없게 된 것은 아닐까? 최근 시상급관리자가 직무와 관련하여 실형까지 선고받는 초유의 사태를 보면서 공직자들이 더 위축된 것은 아닐까? 법령의 범위내에서 선례에 따라 일하는 무사안일을 부축이는 계기가 된 것은 아닐까? 모든 사업의 문제가 경쟁적으로 공개되고 합의점을 찾지 못해 갈등을 일으키면서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이 작동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우리에겐 더 많은 상상과 반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역주민들에게 봉사하려는 기본자세와 겸허한 마음을 가져야 남의 말에 귀 기울이게 되고 원주발전의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가만히 있어도 발전하는 배부른 원주가 깨어나기 위해서는 공직자들이 더 몸을 낮추고 남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 원주발전의 대의를 위해서라면 서로 양보하고 격려하는 마음의 자세가 더 요구된다. 대책없는 비판은 서로에게 마음의 상처를 남겨 병들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분권화시대 원주발전은 분명한 비전과 전략을 바탕으로 중앙정부를 설득하여 지역주민들에게 혜택을 주는 사업을 원주시가 더 많이 만들어낼 때 가능하다. 확보된 국비사업조차 반납하는 데 주저하지 않고, 절호의 기회를 놓치게 하는 늑장행정은 원주가 꿈꾸는 미래를 멍들게 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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