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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정보 INFORMATION
16일 막을 내린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최초로 상영된 <외박>은 이들이 ‘아줌마’에서 ‘노동자’로 변신해가는, 즐거우면서도 덜컥거리는 과정을 담고 있다. 다큐멘터리만이 가질 수 있는 현장성과 직접성의 미덕을 품고 있는 이 작품을 보고 나서 심드렁한 반응을 보이기는 대단히 어렵다. 격렬히 반발하거나 통렬히 반성하거나 둘 중의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다.
김 감독의 카메라는 말해지지 않은 진실의 이면에 앵글을 맞추고 있다. 이를테면 이석행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홈에버 여성 노동자들을 “아줌마들”이라고 불렀다가 한 여성 대의원으로부터 호되게 야단을 맞는다. 김 감독은 “이분들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용어부터 혼란스러워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며 “반찬값 벌러 나온 사람들이라며 저임금을 정당화하고, 임시직으로 규정하는 현실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큐를 관통하는 문제 의식은 여성 노동자의 이중적 모순이다. 집에서는 가사 노동을 책임져야 하는 주부로서, 직장에서는 고객과 간부 직원의 고압적인 태도에 숨죽여야 하는 노동자로서의 갈등. 노동조합의 한 간부는 “설겆이 하기 힘들어 죽겠다”는 남편의 손에 이끌려 파업 대오에서 이탈하기도 한다. 그리고 남성 정규직 위주의 조직인 민주노총은 일개 기업을 상대로 한 홈에버 투쟁에서조차 별다른 응집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모습으로 일관하고 만다. 김 감독은 “민주노총은 반성해야 한다”면서도 “수위 조절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털어놨다. <외박>은 <노동자다 아니다>, <노가다>에 이은 김 감독의 세번째 장편 영화다. 학생운동이나 노동운동 경험이 전혀 없는 그가 노동자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게 된 사연은 자신의 가정사와 관련이 있다.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김 감독에게 결혼 생활은 장애물이었고, 이혼을 딛고 영화 일을 시작하면서 그는 자신의 가족사부터 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1990년대 말 무렵, 일용직 목수였던 아버지의 흔적을 따라간 곳이 건설일용직노동자협의회였다. 레미콘 운전 기사들이 노동자로 인정받기 위해 벌이는 투쟁 과정을 그린 <노동자다 아니다>(2004)는 스위스 프리부르 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부문 대상을 받기도 했다.
그에게 “<외박>은 굉장히 특별한 영화”다. “이 작품으로 저의 가출, 외박에 대한 서류 정리가 15년 만에 끝났어요. 그동안 끈끈하게 나를 구속해 왔던 답답함으로부터 벗어났고요. 일단 영화가 끝나서 좋고, 이제야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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