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돌담길을 걷는 것을 참 좋아한다. 켜켜이 쌓인 돌담 하나 , 풀한포기에도 애정이 간다.
돌담과 고택의 고즈넉한 모습을 상상하며 시외버스 터미날로 향했다.
익산에서 함양을 가려면 먼저 전주로 가서 함양 가는 버스를 타야한다. 함양터미날에서 개평리 가는 버스를 갈아타고....
아침 8시에 익산에서 출발하여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개평리에 도착했다.
함양은 선비의 고장이다. '좌 안동 우 함양 ' 으로 불릴 맡큼 함양 곳곳에 유서깊은 전통마을, 향교 , 서원, 정자 누각이 많다.
지곡면 개평 마을은 함양을 대효하는 전통 마을이다. 100여 가구 중 60채가 한옥이다. 200년 이상의 고택이 대부분이고
지금도 후손들이 가문을 지킨다. 유서 깊은 이 마을을 둘러보려면 담을 따라 이어진 고샅을 걸어야 한다.
고택들은 담으로 둘러싸여 있다. 담벼락에 옹기종기 피어있는 꽃들이 비에 더욱더 싱그럽다.
내가 함양을 방문한 시기가 조금 늦었다.
능소화가 흐드러지게 피었을때 이곳을 왔어야만 했다.
피고 진 능소화를 바라보면서 내 노년을 생각했다.
조선조 5현의 한 분인 문헌공 일두 정여창 선생의 고택으로 이집은 선생이 타계한지 일세기 뒤에 후손들에 의해
중건되었고 3,000여평의 대지가 잘구획된 12동의 건물이 비치된 남도 지방의 대표적 양반 고택으로 솟을 대문에
충,효 정려 5점이 걸려있다.
함양의 일두고택은 일두 정여창 (1450~ 1504) 선생이 태어난 곳이다. 일두 선생은 조선시대 오현의 한사람 으로서
성리학의 대가다. 청년시절에는 여주, 지리산에서 공부했고 중년에는 악양 (나의 고향 ) 과 한양에서 지냈다고 한다.
성종때 왕성하게 활동 했으며 연산군 치정 4년에 무오사화에 연루되어 귀양 갔고 안타깝게도 귀양지에서죽음을맞이했다.
맥문동이 이토록 아름다운 꽃인것을 오늘에야 처음 알았다.
군무로 피어있을때 더욱더 운치 있다는 것을 ....
함양 고택에서 만난 미소가 아름다운 분이시다. 사진을 올려도 된다는 허락을 받고 .....
가끔은 이렇게 멋지게 모델을 서주시는 분을 만나면 난 정말 횡재한것 같은 기분이다.
옛날에 능소화는 양반집 마당에만 심는 꽃이라고 하여 양반꽃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유달리 개평리 마을에는 오래된 능소화가 많다.
만개된 모습을 사진에 담을수가 없어서 아쉬움을 뒤로하고 ....
피고진 능소화 잎 몇장을 따서 항아리 위에 올리고 사진을 찍었다.
이길을 따라 돌아가면 고택이 나온다.
길에는 그 흔한 자가용도 보이지 않고 오직 들리는 것은
닭 우는 소리와 계곡 물소리 뿐이다.
마침 방학을 맞은 학생들이 예절교육을 받고 있었다. 훈장님의 말씀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은 두뇌를 갖고 태어났다고 하신다.
이미 오래전에 수학의 숫자도 남들은 상상도 못하는 수를 선조들은 알고 있었고 우수한 과학자들도 많이 나왔다고 하시면서
" 여러분들은 유전학적으로 공부를 잘할수 있는 여건을 가지고 태어났으니조금만 노력을 하면 공부를 잘할것이다 " 라고 말씀하셨다.
대문이 열린 집을 빼꼼이 들여다 보고 사진 한장을 찍고 나오는데
누군가 부르신다. " 들어와도 괜찬아 "
아흔이 다되신분이 넓은 집에 혼자 사신다.
거동도 불편하시고 그저 유모차에 의존하여 몇걸음 다니신다.
툇마루 앞에 오강이 날 먼저 반긴다.
" 내집에 온사람인데 줄것이 없네 이것 포도라도 먹고가 "
" 할머니 제가 사드려야 되는데요 죄송해요 "
손목에 난 검은 상처 자국이 궁금하여 여쭈어보니 약을 잘못 먹어서
그리되었다고 하신다. 할머니 손을 만져보았다.
거칠한 뼈마디가 만져지는 손이 가슴이 뭉클하다.
나도 금방 노인네가 된다. 혼자서 고택을 지키고 계시는 모습을 보면서
눈시울이 젖었다. 맛있는 것이라도 사드리고 싶었는데 근처에 슈퍼도 없다.
" 할머니 저도 금방 할머니 처럼 늙지요 내 미래의 모습이지요 "
" 하문 .... 금방이여 세월 무상허 "
할머니 아프지 마세요.
돌아오는 내내 가슴한켠이 서늘하였다.
고택과 그고택을 지키는 촌로 ........
이생강 원형 대금산조중 진양조 (2).wma
첫댓글 아파트의 삶!!!
복잡하기도 하고 단조롭기도하고 여유가 없기도 하지요.....
한옥의 아름다움,,
넘! 멋진 그림의 집 우리 정서에 딱인디... 모처럼 고유의 아름다운 옛 집을 올려주셔 잘 보앗어요... 주님의 은총을 빌며
언젠가 돌아가야할 그래서 지금의 삶을 잘 살아내야만 편히갈수있겠지요
너무나 깨끗하고 아름다워 숨이 막힐것 같아요
담에 능소화 많이필때 한번 가봐야겠어요
좋은그림과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