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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315 (월)
- 산수유와 생강나무 ① 산수유 - 식물이야기 (26)
남녘에서는 벌써 산수유와 매화가 피었다는 소식이 전해져 옵니다.
봄에 일찍 꽃을 피우는 나무들로는 아직은 흔히 볼 수 없는 “풍년화(만작-滿作)”을
비롯하여 산수유, 생강나무, 목련, 개나리, 진달래, 매화, 벚꽃 등등 많이 있지만
오늘은 제가 좋아하는 “산수유”와 이와 비슷하게 생긴 꽃을 피우는 “생강나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산수유”와 “생강나무”는 둘 다 잎보다 꽃이 먼저 핍니다.
봄에는 산수유, 생강나무, 개나리, 동의나물, 양지꽃 등 특히 노란색의 꽃이 많이
피는데 새로 태어난다는 의미와 멀리서도 잘 보여서 참으로 보기가 좋습니다.
* 이른 봄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모양의 꽃을 피우는 “산수유”와 “생강나무”는 오늘과
다음에 올리는 내용을 보시면 쉽게 구분하실 수 있습니다.
* 그런데 또 서로 같은 장미과의 꽃나무로서 “매화나무(매실나무)”와 “벚나무”도 서로
꽃모양과 색깔이 비슷한데 “매화”는 꽃의 끝이 둥글고 꽃자루가 없이 생강나무와 같이
나무줄기에 바싹 붙어서 피어서 풍성한 맛이 적은데 꽃이 활짝 피어도 나뭇가지가 눈에
잘 보입니다.
그렇지만 “벚꽃”은 꽃의 끝이 오목하고 산수유와 같이 꽃자루를 길게 내어 꽃을 피우기
때문에 훨씬 풍성하게 보여서 꽃이 활짝 피게 되면 나뭇가지는 보이지 않고 꽃이 나무를
모두 덮어서 무척 화려합니다. 그리고 잎이나 나무껍질도 서로 달라서 쉽게 구분이
됩니다. 평균적으로 벚나무가 매화나무보다 키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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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산수유(山茱萸)
보기가 좋아서 요즈음 아파트 화단이나 공원 등에 꼭 심어 있는 산수유를 저는
꽃, 잎, 열매, 단풍 그리고 나무껍질 등 모든 것들이 너무 독특해서 참으로
좋아합니다.
저는 산수유를 봄을 알리는 대표적인 나무라고 보는데 이는 개나리나 진달래나
벚꽃보다도 먼저 피어서인데 사실 이보다 먼저 피는 꽃에는 동백과 매화가 있기는
하지만 동백은 겨울 꽃으로 보고 매화는 주로 남녘에서만 피기 때문에 산수유를
봄꽃의 대표라고 봅니다.
지난주에 산수유가 가장 먼저 피는 전남 구례군 산동면의 산수유마을에서는 벌써
꽃이 활짝 피었고 이제 차츰 북쪽으로 올라오면서 곧 우리 가까이에서도 꽃을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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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늦가을부터 조그마한 겨울눈을 만들어서 겨울을 보낸 산수유는 날씨가
풀려가면서 점점 눈이 커지며 꽃망울이 되어 터뜨릴 준비를 합니다.
층층나무과에 속하는 산수유는 중국이 원산지라고들 말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1920년경 광릉 숲에서 몇 백 년 된 산수유나무가 발견되어 우리나라에서도
자생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며 보통 마을 근처의 낮은 곳에서 많이 자라는데
전국적으로 분포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의 산수유는 우리나라에서 건너갔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삼국유사〉에 보면 신라 제48대 경문왕(景文王) 때 전남 곡성에 있는
동악산(動樂山 : 735m)의 도림사(道林寺)에 있는 대나무 숲에서 바람이 불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소리가 들려와서 왕이 대나무를 베어버리고
산수유나무를 대신 심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서 오래 전부터 산수유나무를
심어온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이것이 “여이설화(驢耳說話)”인데 이곳과 지금
산수유마을로 유명한 전남 구례군 산동면이 가까운 것을 보면 무언가 의미가
있는 듯 들립니다.
산수유는 양지바른 곳에서 잘 자라며, 추위에도 잘 견딥니다. 또한 뿌리가 깊게
내리지만 잔뿌리가 많아 옮겨 심어도 잘 자라서 요즘 어디서나 산수유나무를
쉽게 볼 수가 있습니다.
꽃말은 “호의에 기대한다.”라는데 무슨 뜻인지....
(1) 꽃
이른 봄, 잎보다 먼저 피는 꽃은 멀리서 보면 마치 개나리꽃인줄 아는 사람도 많을
정도로 노랗게 예쁘게 피는데 당초 좁쌀만 한 꽃망울이 점점 커져서 콩알만 하게
되면 30~40개의 꽃들이 터지듯이 “산형(繖形=傘形)”으로 피어나는데 가지에서
길다란 꽃자루가 나와서 꽃자루마다 한 송이 씩 피기 때문에 몹시 풍성하게
보입니다.
꽃은 조그마하지만 네 개의 꽃잎과 네 개의 수술과 한 개의 암술이 있어 꽃이
갖출 것은 모두 갖춘 것을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나올 정도로 귀엽고 앙증맞은데
생강나무와는 달리 암, 수가 같은 나무에서 핍니다.
⇒ 이런 나무를 “암수한그루”, “자웅동주(雌雄同株)” 또는 “양성화(兩性花)”라고 부릅니다.
* 산형꽃차례 (산형화서=繖形花序=傘形花序)
꽃줄기 끝에서 나온 많은 꽃자루가 우산처럼 퍼지고 꽃자루마다 꽃이 한 송이 씩 달린
꽃차례인 데 꽃은 꽃줄기 아래에서 위로 가면서 피며(이것을 ‘무한꽃차례-無限’이라고 함)
이런 종류로는 산수유, 생강나무, 두릅나무, 앵초, 미나리, 파, 부추, 마늘, 양파, 달래
등이 있습니다.
(2) 잎
잎은 서로 마주나기인데 약간 긴 하트모양 또는 계란모양의 잎은 잎맥이 뚜렷이
보이고 다른 나무들의 잎보다는 처음 잎이 나올 때부터 여름 내내 반짝반짝 윤기가
흘러서 참으로 싱싱하고 생기 있어 보여서 정말로 예쁜데 잎가장자리가
밋밋합니다.
산수유 잎은 가을에 열매가 익어가면서 붉게 물들어 빠알간 열매와 더불어
더욱 사랑받는 나무가 됩니다.
(3) 나무껍질 (수피=樹皮)
키가 약 7미터정도까지 자라는 산수유의 옅은 갈색을 띠는 나무껍질은 참으로
독특한데 마치 생선의 비늘조각처럼 세로 방향으로 스스로 벗겨지면서 새 껍질이
나오는데 좀 나쁘게 보면 나무가 너덜너덜한 누더기를 입은 것 같은 모양입니다.
나무 하나만 볼 때는 그리 이상하게 보이지 않지만 오래된 굵은 산수유나무가
모두 껍질을 경쟁적으로 벗는 것을 보면 무언가 굉장한 느낌이 듭니다.
* 이렇게 껍질이 벗겨지는 나무로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는 “자작나무”와
“양버즘나무(푸라타나스)”가 있습니다.
(4) 열매
산수유의 핵심은 역시 열매로서 “장과(漿果)”에 속하는데 가을에 약간 길쭉하게
빨갛게 익는 열매는 보기도 좋을 뿐만 아니라 한방에서 귀중한 약으로 쓰여서
더욱 사랑받습니다.
통상 나무의 빨간 열매는 동그랗게 열린다는데 이것은 길쭉한 타원형으로서
비록 작기는 하지만 마치 대추와 비슷하게 생겼다고 해서 “돌대추(석조=石棗)”라고
하기도 하고 또 살이 많아서 “살대추(육조=肉棗)”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 조(棗) : “대추”의 한자말입니다.
* 산수유 열매와 같은 열매를 “장과(漿果 : 漿-즙, 미음이란 뜻)”라고 하는데 이는
“씨방이 크게 자라서 이루어진 열매“로 조직이 무르고 과육에 살과 즙이 많습니다.
또 장과는 익어도 벌어지지 않고 속에 단단한 씨앗이 있습니다.
이런 열매를 가진 나무는 산수유를 비롯하여 귤, 감, 포도 등이 있습니다.
- 배나 사과도 “장과”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는데 학자들은 이들을 별도로 “이과(梨果)”
라고 하고 복숭아, 살구, 버찌, 호두, 매실 등은 “핵과(核果)”라고 구분합니다.
# 그런데 “산수유”를 “핵과”에 속한다고 말씀하시는 학자분도 계십니다.
--- 사실 그런 것이 중요하지는 않겠지요.
산수유 열매의 맛은 시고 약간 떫은데 이 신맛이 몸에 좋은 성분이라고 하며
“콩팥의 생리기능”을 좋게 하여 야뇨증(夜尿症), 요실금(尿失禁), 빈뇨증(頻尿症)
등에 효과가 있으며 또한 강장(强壯) 및 해열제 그리고 남성의 정력증강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산수유에 대하여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성질이 약간 따스하고 맛이 시고
깔깔하며 독이 없고 익정(益精)과 보신기(補腎氣)하여 남성에게 매우 좋다”라고
하였고 또 “산수유의 살(果肉)은 원기를 굳세게 하는데 씨는 정(精)을 활(滑)하게
하므로 버린다.”라고 하였습니다.
- 산수유가 들어가는 한약(韓藥)으로는 뛰어난 약효로 유명한 “공진단(供辰丹)”을
비롯하여 “육미지황탕(六味地黃湯)”, “팔미환(八味丸)” 등이 있습니다.
그래서 산수유열매는 잘 말려서 독이 있는 씨앗을 빼내고 차나 술을 담가서
마시는데 예전에는 “산수유 세 그루만 있으면 아들 대학 보낸다.”라고 하여
좋은 값을 받기도 했습니다.
* 산수유차나 술은 옛날 다방이나 전통찻집에서도 팔고 있습니다.
겨울에 잎이 다 떨어지고 빨간 열매만 남아서 차츰 말라가는 것을 보는 것과
또 열매 사이로 바라보는 파란 하늘이 너무나 아름다운데 이듬해 봄 겨울눈이
커지면서 마른 열매는 모두 떨어져서 꽃을 피울 준비를 합니다.
* 산수유가 많이 나기로 유명한 전남 구례 등지에서는 옛날에는 어린아이부터 할머니까지
여자란 여자는 모두 총동원되어 입으로 오물오물 씨를 빼내서 “풋” 하고 옆에다 뱉고
“과육(果肉)”만 모아서 다시 말려서 수집상에게 파는데 보통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산수유 씨는 과육에 있는 약성분을 없애고 오히려 독이 있어 절대 못 쓴다고
합니다.
* 믿거나 말거나 이지만 처녀들이 입으로 씨를 빼낸 산수유가 더욱 효과가 있고 정력에
좋다고 하여 비싸게 팔렸다고 하던데...
* 제가 관리(???)하는 동네 공원에도 산수유나무가 여럿 있어서 일 년 내내 즐거운데
가을에 동네 아줌마들이 열매를 마구 따서 제가 나서서 말리면 “이것이 당신 나무예요?"
하고 뭐라고 해서 한바탕 하기도 하는데 이 사람들이 열매만 따는 것이 아니라 손이
닿지 않는 높은 곳에 있는 것을 따려고 나무를 마구 휘어잡아서 나무를 아프게 합니다.
재작년에 제가 안보는 사이에 잡아 늘여놓은 가지가 아직도 축 늘어져 있습니다.
- 열매를 어떻게 하여 약을 만드는 줄도 모르면서 마치 임자 없는 돈을 줍는 것처럼
공원이나 길가의 나무열매를 함부로 따거나 나무를 훼손하는데 관리하는 기관에
들키면 벌금형에 처하게 됩니다.
* 산수유나무나 벚나무는 가지가 부러지거나 하면 복구하는 능력이 떨어져서 보기에 많이
흉합니다. 말씀드리는 산수유나무 뿐 만 아니라 곧 전국적으로 피게 되는 벚나무도
절대 손상시키지 말아야합니다.
- 참고로 가로수로 많이 심는 “양버즘나무(푸리타나스)”는 복구능력이 뛰어납니다.
(5) 산수유축제
전에는 그리 흔하지 않던 산수유나무가 사람들이 좋아하니까 요즘은 우리 주변에서
많이 보이는데 그래서 예부터 산수유나무를 많이 키웠거나 가꾸어 왔던 곳에서는
이른 봄에 축제를 열어서 관광객들이 찾고 있습니다.
(ㄱ) 전남 구례군 산동면 산수유마을
산수유축제 중에서 가장 유명한 이곳은 전국에서 가장 빠른 3월 하순경 축제를
여는데 가까이의 섬진강 매화마을과 함께 사람들이 꽤 많이 찾습니다.
(ㄴ) 경기도 이천시 백사면
매년 4월초에 열리는데 주변에 천연기념물 제253호인 “이천 백송(白松)”과
천연기념물 제381호인 “반룡송(盤龍松)”을 함께 보시면 좋습니다.
(ㄷ) 경기도 양평군 개군면
이곳에서도 매년 4월초에 축제가 열리는데 개군면은 산수유뿐만 아니라
“한우(韓牛)”로도 전국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하는 등 소고기도 유명합니다.
요즘은 산수유를 가로수로 심었는데 아직 크게 자라지는 않아서 보기에 그렇지만
곧 다 자라면 꽤 멋진 풍경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 지난해에 중앙선 전철이 양평읍을 지나 용문까지 연장되어서 요즘 양평지역을 찾는
이들이 매우 많으며 그리고 천년고찰인 “용문사”와 천연기념물 제30호인 “용문사
은행나무”가 있는 용문면에서는 “개군면 산수유축제”에 바로 이어서 “용문산 산나물축제”
를 열고 또 바로 근처의 지평면에는 유명한 전통 막걸리양조장이 있으며 그리고 서울에서
가까운 양서면의 “두물머리”와 “세미원”, 또 최근에 개장한 서종면의 ”소나기 마을“ 등도
둘러보시면 좋습니다.
(ㄹ) 기타
경북 의성군 사곡면에서도 “산수유축제”가 있고 전북 남원시 산내면도 유명하며
그리도 경기도 여주군 대신면의 “천서리 막국수 촌”에서 광주시 실촌읍 곤지암리
쪽으로 가는 길, 즉 여주군 금사면, 산북면, 그리고 광주시 실촌읍에도 오래된
산수유가 많이 자라고 있습니다.
* 이포대교 건너기 바로 전의 네거리에 있는 “천서리 막국수 촌”에서 편육과 더불어 먹는
막국수는 정말로 추천할 만 하오니 혹시 지나시는 길이 있으면 드셔 보시기 바랍니다.
- 관할은 여주군이지만 양평군과의 바로 접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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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서 자동차로 양평을 가실 때 덕소에서 옛날 길로 들어가시게 되면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을 지나게 되는데 여기에는 “다산 정약용 유적지”가 있고
또 조금 더 가면 양수리 가기 얼마 전에 “조안면 사무소“가 나오는데 바로 옆에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조안찐빵과 만두 집“이 있습니다.
평일에는 덜하지만 주말에는 항상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는 곳으로 찐빵이나
만두(고기, 고추)나 모두 매우 맛있으니까 한번 드셔보시기 바랍니다.
- 다산유적지 : 다산 정약용선생의 생가(生家=여유당-與猶堂), 묘소(墓所),
기념관, 문화관 등과 최근 개관한 “실학박물관(實學博物館)”이
있으며 또 바로 옆이 팔당호수이고 근처에 맛 집들이 여럿
있어서 한번 둘러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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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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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는 “산수유”와 비슷한 꽃을 피우는 “생강나무” 편이 이어집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산수유에 대하여 이렇게 자세하고 확실히 이해한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저도 산수유 좋은 곳에 출사 함 다녀와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제가 오래전부터 산수유를 워낙 좋아하여 몇년동안 꾸준히 관찰해온 내용입니다. 그래서 가까이에도 많이 있지만 때가 되면 산수유를 보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지요. 산수유는 비교적 사진발이 잘 나오는 꽃이고 나무이니까 좋은 사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