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날 앞두고 낙안읍성에서 태백산맥문학관까지 걷다
낙안읍성에서 태백산맥문학관까지 걸었으면 걸었던 게지 생뚱맞게 지구의 날은 왜 끄집어들이고 그래? 낚시 한 번 해 보려고 하는가 보지? 이렇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랬다면 정확히 본 것이다. 네티즌들을 낚아보려고 한다. 그래서 관심을 유도해 보려고 한다.
나는 지난 16일, 한국의 전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순천시 낙안면 낙안읍성민속마을에서부터 민족 분단의 아픔을 적나라하게 옮겨 놓았다는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의 문학관이 있다는 보성군 벌교읍까지 왕복 4시간을 걸었다.
지금은 순천시와 보성군으로 나뉘어져 사회활동 좀 한다는 사람은 물론이며 주민들까지도 행정체계의 틀 안에 갇혀 하천 하나 사이를 두고 나 몰라라 하는 사이가 되고 말았지만 10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한 솥밥을 먹던 같은 주민인 ‘낙안군’이었다.
왜 서로 남남이 됐는가 하는 것은 우리 민족의 운명과 같다. 외세(일제)가 한반도를 침탈하면서 낙안군을 침략의 거점기지로 삼으려 했는데 그 이전에 지역의 힘과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멀쩡하게 수천년 내려오던 고을을 반 토막 내는 것에서 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이곳을 걸어보면 묘한 아픔이 느껴진다. 지형적으로도 높은 산이 있는 것도 아니며 큰 강이 있는 것도 아닌 더구나 낙안면이 현재의 행정구역인 순천시로 나가려면 산을 넘어 30킬로미터나 가야되고 벌교도 현 행정구역인 보성군으로 가려면 산을 넘어 또 30킬로미터나 가야 하는 지역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낙안군이라면 서로 고작 7~8킬로미터밖에 되지 않는데...
이 지역에 와 보지 않은 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좀 더 설명하면, 이곳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와 같은 형태다. 순천시 낙안면과 보성군 벌교읍이 그 분지 안에 있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산 너머 3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순천시와 보성군 소재지가 있다는 의미다.
내가 이 두 지역을 걸어서 가 봐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이런 역사적 아픔을 봉합해 보고 싶다는 뜻도 있지만 이 두 장소를 연결해 주던 길, 선조들이 왕래했던 길을 걸어보고도 싶었기 때문이다. 그럼 이 지역의 선조들이 걸었던 길은 어디일까?
지금의 신작로? 낙안면 교촌마을과 보성군 봉림마을을 연결하는 곧게 뻗어있는 길? 아니다. 바로 낙안면 화원마을에서부터 시작돼 벌교읍 벌교포구로 흘러내려가는 낙안천과 벌교천 둑길이 바로 선조들이 벌교장날이면 인산인해를 이루면서 걷던 길이다.
내가 이 길에 관심 갖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8년 낙안군 폐군 100년째를 맞아 자전거로 이 지역을 100회 답사 행군할 때부터인데 옛길이며 물길 따라 걸을 수 있는 길이기에 가능하면 아름다운 걷기 길로 되살려보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자전거로 달려본 그곳은 한마디로 실망이었다. 신작로가 나면서 이용하는 이가 없고 주거지와도 많이 떨어져 몰래 가져다 버린 쓰레기들이 넘쳐나던 곳이었다. 생활쓰레기에서 폐비닐, 헌 건축자재까지 한마디로 쓰레기 전시장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20여 년을 넘어 쓰레기 퇴적층이 하천 둑을 몇 미터씩 잠식해 들어오고 있었고 하천 바닥에도 층층이 쌓여있었다. 당시에도 돌아다니면서 주민들을 계도하고 청소도 해 보면서 노력을 해 봤고 행정에도 얘기를 했었다.
하지만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장의 모습은 그대로다. 주민들은 하천을 경계로 나뉜 행정구역상 저쪽 주민들이 몰래 와서 버린다는 말로 면피를 하려하고 행정은 인원과 장비 자금 등이 부족해 신경을 쓸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 쓰레기 전시장이 돼 버린 하천길에 지난 3월말부터 지인들과 함께 철쭉을 심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길을 ‘우리천 올레길’이라고 명명하고 걸어보기로 했었다. 서론이 좀 길어졌지만 그래서 그 하천의 시작점에 있는 낙안읍성에서부터 끝 지점에 있는 태백산맥문학관까지 걷게 된 것이다. 우리가 만들어놨던 철쭉길인 우리천올레길을 따라서...
자, 이제 지구의 날이라는 제목을 집어넣어 네티즌과 관련인들의 관심을 낚으려 했던 이유인 본론을 얘기해 보고 싶다. 오는 4월 22일은 지구의 날이다. ‘지구를 살립시다’라는 초록색 피켓을 들고 아름다운 강산이라는 노래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수억을 들인 인공 정원 청계천을 걸으면서 기념사진들을 찍고 감탄할 것이다.
그 시각에 이곳 낙안천과 벌교천의 쓰레기 더미에 심어졌던 철쭉들은 정말 지구를 살려보려고 안간힘을 다해 뿌리를 내리려하고 있을 것이다. 폐비닐이거나 건축 쓰레기를 하나라도 치우기 위해 부산하게 움직일 것이다. 그것이 미미한 하나의 철쭉이거나 60억 인구중에 단 한사람 바로 나라는 보잘것없는 힘을 가진 사람이...
그래서 도와달라는 것이다. 청계천에서 아름다운 강산을 노래 부르고 있을 시간에 낙안천과 벌교천같은 전국의 쓰레기 하천에 관심을 보여 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철쭉도 심고 청소 봉사활동도 해 달라는 뜻이다. 그게 본론이며 결론이다. 만약 이 글이 여러분의 맘에 조금이라도 와 닿는다면 카페 ( http://cafe.daum.net/wooriolleda )에 힘을 실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