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몇 가지를 탔었는지 생각해 보세요." (법사님)
음.. 사이클릭샤, 오토릭샤, 택시, 시내 버스, 퉁가 (말이 끄는 마차), 나룻배, 자전거...그리고 기차!! 땅덩이가 넓은 인도는 기차로 이동하는 것이 편리해서 많은 인도인들의 중요한 교통수단이 되고 있다. 그런데 아무래도 인도 기차에 대한 소문을 너무 많이 주워 들었나봐. 툰드라로 바라나시행(行) 밤 기차를 타러 가는 내 마음은 신나고 재미있는 일을 기다리는 악동처럼 기대에 차 있었으니 말이다.
-기차표 예매하기가 별 따기래(그래서 아그라에서 툰드라까지 가야했음)
-연착을 밥 먹듯이 한다머? (5시간 밖에 연착 안 했음)
-자고 있을 때 배낭을 훔쳐가니 쇠줄로 단단히 묶어 놓아야해. (일행 중 한 명이 치기배에게 당함)
육중한 고철 덩어리가 뿌연 연기 속으로 굉음을 내며 다가설 때부터 올 것이 왔구나..절로 흥미진진해졌다. 이등석 침실 칸이라고는 하지만 인도라는 나라의 특성을 감안해서 영화 속에서나 보아왔던 기차 장면 따윈 무시해 두는 게 좋을 거야. 일부러 최악의 상태를 상상하며 탔더니 내 기대와 거의 맞아 떨어졌다. "이거야 원, 유태인 수용소로 끌려가는 기분이 드는군!" 기차 안은 공간도 빠듯한데다 침침하고 을씨년스러웠다. 좁은 통로에 창문까지 철창으로 막아놓아서인지 죄수들을 태우고 가는 전용열차 분위기를 풍겼고, 검은 피부에 충혈 된 눈으로 피곤하게 앉아있는 인도인들마저 내 배낭을 노리는 강도 같아서 기차 안이 금새 살벌하게 느껴졌다.
지독한 지린내와 악취, 쓰레기 따위는 이제 웬만큼 용서 할 수가 있어. 하지만 덜컹거리는 창문에서 불어오는 황소바람만큼은 도저히 참을 수 없군... 물 티슈로 얼굴을 닦고 임시방편으로 창문에 박스 테이프를 쩍쩍 갖다 붙였더니 한결 낫다. 아이들도 기차에 탄 것이 흥분되는지 잘 생각들을 안 하고 2층 침대칸을 옮겨 다니더니 어느새 빽빽이 모여 앉아 게임을 한다. "신난다!! 재미난다!! 더 게임 오브 데스!!" (죽음의 게임?)
새벽 4시에 기차는 어딘가에 섰고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에 설핏 잠에서 깨어났다. 짜이 장사가 지나가는 소리, '님'이라고 부르는 칫솔나무를 팔러 다니는 사람들... 6시쯤 도착한다고 해서 깊은 밤에 빠져있던 아이들을 흔들어 깨우고는 서둘러 짐을 챙겼다. 여선생님 한 분이 기차 안으로 올라온 치기배에게 배낭 하나를 뺏겼다는 소식은 일행 모두를 긴장하게 만든다.
오전 10시 반, 기차는 부스스한 우리를 바라나시 역에 내려놓고 다시 먼 길을 떠나갔다. 15시간동안 밤 기차에 시달렸던 사람들의 얼굴에 피곤함이 덕지덕지 묻어나 있다. 어쨌든 바라나시에 왔구나 왔어. 누군가 그랬다지? 바라나시에 가지 않고서는 인도에 갔었다는 말을 절대 하지 말라고..갠지즈 강이 흐르는 힌두교의 성지(聖地)이자 혼돈의 도시....그리고 악명 높은 바라나시. "지금까지는 아무 것도 아니었어요. 인도에서 발생하는 사고의 80%가 이 곳, 바라나시에서 일어납니다. 다들 각별히 조심해 주세요." (법사님) 어째 기분이 으스스해지는 걸?
첫댓글 박씨 아줌마 부탁인데, 인도여행기 책으로 내면 어떨까? 류시하가 쓴 여행기보다 훨씬 재미있고 살아있어요. 베스트셀러 연속1위 " 박씨아줌마 인도여행기" 제가 책임질께요. 돈 많이 벌면 저도 조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