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Inspiration, A Tribute To Nat King Cole – George Benson
조지 벤슨과 냇 킹 콜은 커다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재즈연주자이면서 빼어난 노래실력을 가졌다는 것인데, 여기에 덧붙여 상업적으로 노래를 했기 때문에 연주자로서의 “위대한 길”을 가지 않았다는 오해 아닌 오해를 함께 받아왔다는 것이다. 넷 킹콜의 피아노연주는 빌 에반스가 영향을 받았을 정도로 특별함이 있었으며 조지 벤슨은 출현 당시 웨스 몽고메리의 계보를 이을 유망주로 지목되었던 만큼 그런 말들을 듣는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두 뮤지션이 공통으로 생각하는 보컬에 대한 생각은 자신들의 악기 만큼이나 음악을 표현하는 도구로 생각했을 것이 분명하다. 노래의 가사와 멜로디가 어우러져 주는 감동은 음악의 그 어떤 요소나 도구보다 크고 강렬하지 않은가?. 어쨌든 조지 벤슨이 유년시절부터 평생을 흠모해온 넷 킹 콜의 음악세계는 자신이 8살 때 녹음한 넷 킹 콜의 “Mona Lisa”를 첫 트랙에 담는 것으로 그 의미를 대변해 주고 있다. 이 앨범은 지난 몇 년간 “An Unforgettable Tribute To Nat King Cole”라는 타이틀로 투어를 펼쳐왔으며 마침내 오랫동안 냇 킹 콜 음악의 편곡을 맡았던 오케스트라 편곡자 겸 프로듀서 넬슨 리들(Nelson Riddle)의 도움으로 완성도 있는 헌정앨범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앨범에는 ‘Unforgettable’을 비롯해 ‘When I Fall In Love’, ‘Nature Boy’ 등 냇 킹 콜이 불렀던 주옥 같은 12곡의 스텐다드재즈 넘버가 수록되어 있으며 트럼펫 연주자 윈튼 마샬리스, 배우 겸 싱어송라이터 이디나 멘젤Idina Menzel, 주다스 힐Judith Hill 등이 참여하여 그 화려함을 더하고 있다.
2. Saturday Morning - Ahmad Jamal
완벽에 가까운 연주 테크닉을 가진 아메드 자말은 역설적으로 그 화려함으로 정제해 만들어내는 미니멀리즘적인 연주로 마일즈 데이비스를 비롯한 많은 뮤지션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1955년 발매한 "Chamber Music of the New Jazz" 이후 80여장에 육박하는 리더작을 발표하며 올 해도 "링컨센터의 콘서트 시즌" 의 오프닝무대에서 링컨센터재즈오케스트라와 협연할 만큼 시들지 않는 연주에 대한 열정을 펼쳐 보이고 있다.
본 앨범 “Saturday Morning”은 1958년에 발표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스페이스를 이용하는 방식과 리듬에 순응과 역행을 반복하며 만드는 긴장과 이완이 매력적인 “Ahmad Jamal at the Pershing: But Not for Me"를 연상시킨다.
70년대 중, 후반에 발표한 앨범 “Genetic Walk”, “ Intervals”등에서 보여줬던 펑크-R&B사운드와 빠른 스윙연주가 교차하는 첫 트랙 “Back To The Future”를 시작으로 모든 재즈연주자들이 꿈꿀법한 수려한 발라드 연주 “I'll Always Be With You”, 그리고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펑크그루브를 이용한 미니멀리즘적인 연주가 압권인 셀프타이들 “Saturday Morning”등이 실려있다. 1930년인 피아니스트 아메드 자말은 우리 나이로 85세인 노인이다. 이런 나이에 이런 연주가 어떻게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3. The Vigil – Chick Corea
80년대 중반 데이브 웨클, 존 파티투치, 에릭 마리엔탈, 프랭크 겜베일 등과 함께 차원이 다른 퓨전재즈를 보여줬던 노장 칙 코리아가 당시의 "Chick Corea Electric band"를 재현하기 위해 만든 듯한 새로운 프로잭트 앨범 “The Vigil”로 돌아왔다. 앨범을 듣기도 전에 그 현대적인 모달사운드와 완벽에 가까운 타이밍으로 만들어낼 칙 코리아표 퓨전사운드를 충분히 상상을 할 수 있었는데 역시나, 혈기 왕성한 젊은 뮤지션들과의 완벽한 호흡으로 멋진 일랙트릭밴드가 부활하게 되었다.
기타리스트 딘 브라운의 밴드멤버로 활동하며 주목 받기 시작한 하이 테크니션 프랑스 출신의 베이시스트 Hadrien Feraud 와 로이 헤인즈의 손자로 설명이 필요 없는 Marcus Gilmore가 드럼을, 연주와 작곡에서 다양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영국출신의 색소폰 플레이어 Tim Garland, 그리고 미국 서부지역에서 엘런 홀스워스의 재즈록을 연상시키는 연주로 각광받고 있는 Charles Altura 등이 참여하였다.
앨범의 수록곡은 대부분 70년대의 퓨전사운드, 즉 스페니쉬를 중심으로한 라틴, 록, 그리고 재즈를 혼합시킨 ‘Return To Forever’의 사운드와 80년대의 ‘Chick Corea Electric Band’의 트레이드 마크인 정교한 리듬과 현대적인 모달하모니 사운드로 이루어져있다.
4. Woman Child – Celile McLorin Salvant
20대 초반의 여성 재즈싱어 “Celile McLorin Salvant”가 발표한 “Woman Child”를 CD플레이어에 걸어놓고 있자면 다채롭고 흥미진진한 편곡과 뛰어난 그녀의 보이스 톤과 테크닉 그리고 순수한 음악성까지, 이 모든 것들에 휩쓸려 음악듣기를 멈출 수 없게 만든다.
상상을 초월하는 목소리의 음역대와 음색의 밝고 어둡기, 딱딱하고 부드럽기의 레인지가 바로 앞 소절을 상상 할 수 없게 만든다. 이렇듯 드라마틱한 보컬 테크닉을 가지고 있는 그녀의 노래는 어느 전통적인 재즈스켓을 표방하지도 않는 것 같다.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에는 엘라, 사라, 빌리 등의 숨결이 그대로 녹아있어 듣는 내내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다.
하와이-프랑스인 부모를 둔 Cecile은 마이에미에서 자라며 음악공부를 했고 프랑스에서 법학과 음악을 공부하다 2010년 Thelonious Monk International Jazz Competition에 입상하며 전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는
데 재즈레이블 ‘Mack Avenue Advance’가 완벽에 가까운 리듬세션 즉 Aaron Diehl (p), Rodney Whitaker (b), Herlin Riley (d), James Chirillo (g, bjo)을 조합시켜 독보적인 걸작을 만들어냈다.
5. Without A Net – Wayne Shorter Quartet
이 앨범은 웨인 쇼터 퀄텟의 2011년도 유럽투어 중에 녹음된 라이브앨범으로 80세가 넘은 나이에도 계속 진화하고 있는 거장 웨인 쇼터의 음악세계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또한 1970년 “Odyssey of Iska” 이후 떠났던, 그에게는 고향과도 같은Blue Note레이블에 43년 만에 돌아와 앨범을 발매하였다는 의미 또한 크다고 하겠다. 말년의 마일즈 데이비스가 웨인 쇼터에게 “자신만의 고유한 밴드를 하는게 어떠냐?”고 한 말을 듣고 새로운 “Wayne Shorter Quartet”를 결성하게 되었다는 인터뷰기사를 본적이 있다.
마일즈가 원했을 법한 뮤지션들을 찾은 것일까? 천재적 재능의 피아니스트 다닐로 페레즈, 칙 코리아 또한 사랑해 마지 않았던 베이시스트 존 패티투치, 그리고 드럼에 브라이언 블레이드가 만들어내는 웨인 쇼터 퀄텟의 연주는 마일즈 데이비스의 뉴퀄텟, 즉 허비 행콕과 론 카터 그리고 토니 윌리암스가 참여했던 마일즈 데이비스의 “뉴퀄텟”에 비견될 만 하다.
다닐로 페레즈와 브라이언 블레이드가 중심이 되어 만들어지는 극단적인 인터플레이는 마일즈 데이비스 뉴퀄텟이 그랬던 것처럼 다음세대를 위해 제시하는 웨인 쇼터의 새로운 재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오프닝 트랙 “Orbits”, “Starry Night”, 그리고 “Zero Gravity to the 10th Power”등에서 보여지듯 마치 본능에 의해 만들어지는 인터플레이에만 의존하여 유기적으로 완성해가는 이상적인 재즈연주가 펼쳐진다. 이것이 바로 미래를 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6. Magnetic – Terence Blanchard
재즈연주자로는 보기 드물게 영화음악, 오페라 등을 작곡하며 다양한 창작활동을 보이고 있는 트럼피터 테렌스 블렌차드의 최신작을 2013년의 베스트재즈앨범 그 여섯 앨범으로 선택했다.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순수하게 재즈뮤지션으로 돌아와 작업한 듯한 느낌이 여러 곳에서 묻어난다. 또한 곡들도 참여한 여러 뮤지션이 골고루 작곡했고 연주자들의 개성을 살린,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블렌차드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재즈앙상블의 완성도에 집중한 듯하다.
냉철하면서도 과감한 연주를 보여주고 있는 색소폰의 Brice Winston와 피아니스트 Fabian Almazan의 연주가 압권인 셀프타이틀 “Magnetic” 포문을 열어 모든 연주자의 에너지가 한데 집결하고 흩어지고를 반복하는 대곡 “Pet Step Sitter’s The me Song” 그리고 마지막 트랙 “Time To Spare”와 함께 빠른 스윙재즈의 진가를 보여주는 “Don’t Run”에서는 스페셜 게스트 라비 콜트레인의 소프라노 색소폰과 블렌차드의 논리정연 하며 서로 대칭을 이루는 듯한 솔로잉이 불을 뿜는다.
게다가 노장 론 카터의 베이스가 마치 전성기 때를 떠올릴 만큼 켄드릭 스캇의 현란한 드러밍과 조화를 이룬다. 그 외에도 약관 20세의 베이시스트 Joshua Crumbly를 비롯하여 재능 있는 흑인 뮤지션들이 만들어내는 거두절미한 모던재즈 앙상블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