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Dr.cho & Terry,
안녕하세요. Will 입니다! 오래간만에 안부인사 드립니다. 스위스에서 공부하던 시기에 연락 드린 이후로 처음인 것 같습니다. 자주 연락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간단하게 그 동안 있었던 일들을 말씀 드리면, 스위스에서 통계학 석사를 졸업 한 후, 영국의 유럽생물정보학 연구소에서 1년 동안 인턴을 하였습니다. 그리곤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연구원으로 1년 동안 연구하였고, 현재는 케임브리지 대학교 유전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연구하는 분야는 통계학과 머신러닝을 활용한 질병의 원인을 규명하는 것입니다. 가능하다면, 이후 제 동생의 병을 풀 수 있길 기대해보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영어에 관한 이야기를 안할 수가 없는데, 저는 이제 해외에 나온지, 4년 정도 되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업앤다운은 심하지 않으나, 여전히 어려움은 존재합니다. 특히, 네이티브가 제가 말해본적 없는 패턴으로 이야기를 빠르게 할 때, 이해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물론 맥락적으로 이해가 되는 경우가 많지만, 저도 그런식으로 말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면서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BBC를 자주 듣고 있고 나오는 표현들을 정리하면서 따라 해보고 있습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면, 저는 솔직히 처음에 제 주변의 유학생들을 보면서, 좋지 못한쪽으로 충격을 많이 받았습니다. 다는 아니지만, 많은 학생들이 부유한 집안에서 자라왔고, 크게 인생에 어려움은 없어 보였습니다. 그렇다고 연구나 공부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것도 아닌 것 같았습니다.(물론 그런 사람도 일부 있습니다)
저는 유학을 한다면, 뭔가 크게 이루고자 하는 비전이 있어서 한다고 기본적으로 생각하고 있었기에 충격일 수 밖에 없었고, 또한, 너무 자신들의 미래와 안위에 포커스가 맞춰진 삶을 사는 것이 보여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저 또한 그 시기 덩달아 많은 에너지를 잃었던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더이상 힘들여 공부할 필요가 없고, 머리만 잘 쓰면 크게 어려움 없이 살 수 있는 길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기는 저에게 참으로 중요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어느때 보다 온전히 제 삶을 바라 볼 수 있게 되었고, 제가 죽기 전에 해야 할 일과 어떻게 사는게 의미있을 지에 대해서 많이 생각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가고자 하는 방향의 끝에는 무적스쿨에서 마음에 새긴 "홍익인간"이 있었습니다. 공부는 여건과 상황이 주어지면 누구나 잘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걸 어떻게 어디에 사용하는지는 사람에 따라 다른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자신의 미래와 명예와 돈을 위해서 쓰고, 누군가는 조금 다르게 사용하기도 합니다. 저는 그 동안 은연중에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교수가 되어야 겠다는 개인적인 목표를 세웠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인생의 방향성이 희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과연 이곳의 교수가 되면 질병의 문제를 풀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봤을 때, 아니라는 결론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결국 저 또한 종신 교수가 되기 위해 실적을 쌓으려고 할 것이고, 그러다 보면, 실질적으로 임팩트가 크게 없지만, 어떻게든 논문을 많이 쓰려고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조금 방향성을 바꾸어 보았습니다. 최근에 통계 기업 컨설팅을 추가로 하게 되었습니다.
생물학 분야는 발전이 너무 빠르기 때문에 학교가 기업의 연구를 따라 가지 못합니다. 최근 컴퓨터 공학에서도 구글과 같은 기업이 인공지능을 리드하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입니다.
저는 해당 기업에서 하나의 세포를 조작하여 다른 세포로 재생시키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모든 세포에서 가능하게 되면, 더이상 사람간 장기 이식은 필요 없게 될 것입니다. 이를 보면서, 저는 실제 존재하는 문제를 푸는 연구를 하고자 하기에, 관련 기업이나, 연구소를 만들고 싶다는 비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를 위해서 교수라는 타이틀이 필요하다면 준비하겠지만, 저의 방향성은 온전히 질병을 실제로 푸는 것에 있고자 합니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많은 기관에서 관련 연구 경험을 쌓아왔고, 박사 과정 동안에도 충분한 실력을 쌓아 이 분야를 리드할 수 있는 리더가 되고자 합니다.
홍익인간에서는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한다"고 합니다. 제가 이롭게 하고자 하는 사람은 원인 모를 질병에 걸려 고통 받고 있는 환자들입니다. 저도 사람인지라, 눈앞에 환자들이 보이지 않을 때에는 이러한 비전과 방향성을 까먹을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 마다 저를 바로 잡기 위해서 이렇게 편지로 기록에 남기거나, 블로그를 쓰곤 합니다. 어쩌면 제 생애 내에 이루지 못할 비전일지도 모르겠지만, 살아있는 동안에는 최대한 그러한 방향성을 가지고 살고자 하고, 조금이라도 실질적인 기여를 했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무적 스쿨에서 공부하던 시기는 저에게 참으로 특별했습니다. 그 기간 동안 저는 물론 영어적인 능력도 많이 배울 수 있었지만, 무엇보다 삶에 대한 태도와 방향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 더욱 특별했습니다. 수업과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서 새로운 시각과 관점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시고, 올바른 가르침 주셔서 항상 감사드립니다.
이후 새로운 변화가 있을 때 또 연락 드리겠습니다. 어쩌다 보니 외국 나와서 한국은 지금까지 한번 밖에 가보질 못했습니다. 코로나가 좀 잠잠해 지면, 한국에서 뵐 수 있길 바래 봅니다.
추석 풍성하게 잘 보내시길 바라고, 코로나 조심하시고,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 꼭 큰 일 할 제자 Will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