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이면 마산역 우측 뒷골목으로 장이 선다. 사람들에게 일명 번개시장으로 통하는데 시장입구에는 역전통합시장, 그리고 시장 뒤편 철로부근에는 삼역새벽시장번영회라고 쓴 간판이 붙어있다. 시장하나에 이름이 세 개가 붙은 셈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마산역번개시장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나게 되었다. 30년을 넘게 기다려온 전통시장의 허가를 최근에 취득한 것이다.
1977년 12월, 마산역 구마산역 북마산역이 통합되고 현 위치의 마산역이 신설되면서 이곳 새벽시장의 역사도 시작됐다. 함안 군북 문산 등지의 할머니들이 새벽 첫차를 타고와 오전 하행선을 탈 때까지 보따리 시장이 펼쳐졌다. 이들이 가지고온 콩 팥 수수 참깨 등 곡물을 비롯해 냉이 쑥 두릅 고사리 산나물 종류들이 주류를 이루었는데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고 마산역주변으로 상권이 형성되면서 시장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다. 철도시설의 국유재산점유문제와 2004년의 화마로 7개의 점포를 소실하는 아픔을 격어면서 지금까지 잘 버텨온 것은 100여명으로 구성된 삼역새벽시장번영회의 단합된 힘 덕이다.
그러나 풀어야할 난제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철도시설임대문제와 사유재산상인들과의 유대와 화합을 잘 다져나가야 하는데 당국의 원만한 중재를 기다린다.
풀어야할 문제는 남았지만 요즘 이곳 번개시장에는 새로운 분위기가 싹트고 있다. 작년 말 KTX가 운행되면서 새벽 완행열차가 중단되고 오전 7시 이후의 무궁화호로 바뀌면서 칠서 칠원 등 마산과 가까운 동네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모여드는 할머니들이 시장의 새로운 구성원으로 등장한 것이다. 이들은 주로 호박 열무 파 단감 대추 등 집에서 직접 가꿔온 야채와 과일들을 이고 나온다.
사람 살아가는 냄새가 그리울 때면 가끔 이곳을 찾아와 주름진 할머니들의 미소를 보곤 하였는데, 이제 새로 얻은 명칭과 함께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최익환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