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외솔시조문학상 수상작
시간 외 4편
김제현
아침에 피어나서 하루 만에 지는 꽃을 한 달의 섭리를 어찌 알기 바라는가 또 어찌 봄가을 변화 물어볼 수 있을까
오지도 가지도 않는 무엇에 덜미 잡혀 형체도 안 보이는 나이테를 그려가는 오늘도 그 자리 그대로 가득하다 텅 비는
망설이다 머뭇대다 놓쳐버린 어제를 선명한 발자국을 더듬더듬 찾아간다 내일이 보이는 길은 또 어디서 만날까 - 《시조시학》 2023년 여름호
내일 · 2
내일은 좋은 날, 나의 오랜 탈출로 날마다 다가오지만 만난 적이 없다 언제나 기대에 부풀어 기다리고 있을 뿐
내일은 제 이름으로 오지 않는다 간절하나 오지도 않고 지나가버린 날들 수없이 기다리어 온 내일은 허구였다 - 《시조시학》 2023년 여름호
말뚝
왜 여기 혼자 서 있나 머나먼 들 끝에
사철 부는 갯바람에 간꽃 핀 부연 말뚝
지금 막 고추잠자리 한 마리 수평을 잡고 있다 - 《시조시학》 2023년 봄호
누가 뭐라고 해도
몸을 세우지 못했다고 세상을 등질 것인가
조금 더 조금만 더 온몸을 던져 살아온 터에
이제 와 잘잘못을 따져 어찌하잔 말인가
사람 사는 이야기야 즐검도 반 괴롬도 반
빵 굽는 일 하나로도 이름이 높거늘
그 누가 뭐라고 해도 인생은 살아볼 만한 것 - 《문학과 창작》 2023년 여름호
여름밤에 - 별의 윤회
별들과 둘러앉아 잔술 나누는 밤
멀리서 별 하나 자폭을 한다
하얗게 부서져 연기처럼 어디론가 사라진다
몇 순배巡杯나 돌았을까 풀벌레소리 요란한 밤
취기가 돈다 별은 빛나고 시원한 밤바람 분다
불현듯 번쩍이는 섬광 윤회의 별빛인가 - 《문학과 창작》 2023년 여름호
- 《시조정신》 2023년 추동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