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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장애인단체와 더불어민주당 환경노동위원회 안호영 의원을 비롯해 9명의 의원이 공동으로 27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장애 차별 판단의 입증책임 토론회 : 채용차별 사건을 중심으로’를 개최했다. ©에이블뉴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차별행위에 대한 차별당사자와 차별행위자의 입증책임에 대해 명확히 규정해 놓았지만, 실제 소송에서는 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차별 당사자인 장애인이 차별행위자인 고용주에게 끊임없이 근거 자료를 요구해야 한다.
이러한 현실에 차별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장애인이 그 차별을 입증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에 장애인이 고용주에게 근거 자료를 요구하는 것이 아닌 고용주 스스로 면접 위원의 배경과 소속, 장애에 대한 교육을 받았는지 등 스스로 차별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입증책임 분배가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하나로 모였다.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장애인단체와 더불어민주당 환경노동위원회 안호영 의원을 비롯해 9명의 의원이 공동으로 27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개최한 ‘장애 차별 판단의 입증책임 토론회 : 채용차별 사건을 중심으로’에서다.
27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개최된 ‘장애 차별 판단의 입증책임 토론회’에서 발제하는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사무국장. ©에이블뉴스
고용주에게 편재된 근거자료에 어려운 ‘장애 차별 행위’ 증명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사무국장은 “일자리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누구나 인간다운 삶을 위해 매우 필요한 사회적 과정이다. 이에 장애인차별금지법의 고용 규정에 절차와 과정에 필요한 기본적인 내용들을 잘 담아 놓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증장애인이 여전히 채용의 문턱을 넘는 것은 어렵고 채용 이후에 근무환경 역시 장애로 인한 각종의 차별로 어려움은 계속된다”고 말했다.
이어 “상담을 통해 제보받는 고용현장에서의 차별사례들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는 등 절차상 명확한 차별행위가 발생하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채용과정이나 채용 이후 장애인에게 필요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아 불이익을 주는 상황이나 절차와 과정에서 하지 않아야 할 질문을 하는 등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하여 명확히 하자가 발생하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두 번째는 면접에서 기본적인 절차상의 문제는 없지만 불합격처분을 받거나 승진에서 누락시키거나 장애인이 원하지 않는 직무배치나 맞지 않는 업무부서로 인사이동을 하는 경우다. 하지만 입증의 과정에 있어서 절차상 문제가 명확하게 보이는 경우 사실관계의 확인을 통해 차별행위를 판단할 수 있는 반면 면접·승진·인사이동 등의 경우 그 결과만으로 차별행위를 판단해야하기 때문에 관련근거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을 경우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결과에 대하여 문제제기를 하는 경우 고용주는 결과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기 보다는 이러한 결정이 일정정도 고용주의 재량권임을 주장하면서 차별행위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처럼 고용주가 재량권을 주장하는 배경에는 인사조치가 결정될 때까지 과정에 대한 모든 기록과 근거자료들이 고용주에게 편재돼 있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지난 2023년 12월 28일 오전 11시 서울 대법원 앞에서 ‘정신장애인에 대한 화성시 공무원 임용차별 행정소송 3심판결 선고 기자회견’을 개최했다.©에이블뉴스DB
공정할 것이라 예상하는 공무원 시험의 장애차별 사례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채용과정에서 장애로 인해 차별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장애인 당사자들은 소송을 통해 그 차별에 대응하고 있다.
실례로 중증뇌변병장애인 청년 A씨는 서울의 유명한 대학의 회계학과를 나와 세무직 9급 공개경쟁채용시험 장애인 구분모집에 응시해 필기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통과했다. 하지만 면접 과정에서 언어장애로 인한 조력인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고 결국 최종면접에서 탈락했다. 이후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소송을 통해 승소함으로써 공무원이 될 수 있었다.
정신장애 3급을 판정받은 B씨 또한 경기도 화성시 지방공무원 공개경쟁 임용시험 행정 9급 일반행정 장애인구분모집에 월등히 높은 성적으로 필기시험에 합격했으나 면접에서 탈락했다.
해당 면접에서 B씨는 면접관으로부터 직무와 무관한 장애관련을 받은 것이 확인돼 면접과정에서 장애관련 질문은 차별행위임이 인정돼 재면접이 진행됐고 그는 최종합격해 공무원으로 일하게 됐다.
김성연 사무국장은 “이처럼 공정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다수의 공무원시험에서조차 필기시험성적과 상관없이 장애인이 탈락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으며 결국 관련 절차와 과정에서 장애유형과 장애정도가 탈락의 이유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세밀한 검토와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명시돼 있고 합리적으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입증책임을 져야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이제 단순히 입증책임에 대한 논의가 아닌 공무원임용에서만이라도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는 시스템을 빨리 만들기 위한 이러한 논의를 시작해야한다. 개별소송으로 매번 같은 이야기를 법원에서 판단받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정비하고 이런 소송이 제기되지 않도록 하는 대책 마련이 필요할 때”라고 힘주어 말했다.
27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개최된 ‘장애 차별 판단의 입증책임 토론회’에서 발제하는 법률사무소 지율S&C 이정민 대표변호사. ©에이블뉴스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합리적인 입증책임 분배 이뤄져야
법률사무소 지율S&C 이정민 대표변호사는 “입증책임이란 소송상 증명을 요하는 사실의 존부가 불분명한 경우 당해사실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취급돼 법률판단을 받게 되는 당사자 일방의 위험 또는 불이익을 말한다”면서 “입증책임이 중요한 이유는 실질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운 사실에 대해 입증책임을 부담하는 경우 입증책임의 부담이 소송의 승패와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채용 차별에서 장애인이 입증해야 하는 차별행위는 직접차별과 간접차별로 구분할 수 있고 직접차별의 경우 ‘제한·배제·분리·거부 등에 의해 불리하게 대하였다는 점’이 될 것이다. 이 제한·배제·분리·거부가 장애를 이유로 한 것이 아니라거나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점은 장애인이 입증해야 할 사항이 아니라 사업주·고용주가 해야 할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또 “간접차별의 경우 장애인이 입증해야 하는 차별행위는 ‘장애를 고려하지 아니하는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장애인에게 불리한 결과가 초래된 점’”이라며 “간접차별은 장애인을 직접적인 제한·배제·분리·거부 등에 의하여 불리하게 대하는 것이 아니므로 차별행위가 있었다고 의심되는 경우에도 명확히 확인되는 부분은 ‘장애인에게 불리한 결과가 초래된 점’ 즉, 예를 들어 면접 전형에서 탈락하거나 채용 절차에서 최종적으로 불합격한 결과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정민 대표변호사는 “하지만 채용 과정에서 적용된 ‘장애를 고려하지 아니하는 기준’이 무엇인지는 분명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장애인이 통제할 수 없는 사용자의 영역에서 만들어지고 적용되고 관련 자료는 전적으로 상대방의 관리 범위에 속하는 자료이기에 간접차별에 있어 장애인이 입증해야 할 사항은 장애인에게 불리한 결과가 초래되었다는 점이 중심이 되고 장애를 고려하지 아니하는 기준이 적용되었다는 점에 대한 입증은 상대방에 제출한 자료에 따라 그 수준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아울러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입증책임 배분 규정은 장애인에게 차별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도록 하고 있으며, 장애인이 주장하는 차별행위가 장애를 이유로 한 것이 아니라거나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점은 상대방인 고용주가 입증하도록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하지만 실제 소송에서는 원고인 장애인이 피고인 고용주에게 입증자료를 끊임없이 요구해야 한다. 그럼에도 고용주의 재량으로 거부당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라며 “법에 명시된 대로 피고 고용주가 먼저 ‘자신은 장애차별을 한 적이 없다’,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입증하는 입증책임 분배가 이뤄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27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개최된 ‘장애 차별 판단의 입증책임 토론회’에서 발제하는 독일정치경제연구소 노동법·차별금지법 황수옥 센터장. ©에이블뉴스
차별에 대한 ‘정황상 증거’ 입증하면 되는 독일의 입증책임
독일정치경제연구소 노동법·차별금지법 황수옥 센터장은 “독일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일반평등대우법’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장애인 의무고용제도를 통해 일자리의 5% 이상을 장애인으로 채용하도록 하고 있으며 면접과정에서 장애 여부에 대한 질문을 금지하고 중증장애인 대표의 면접 참여를 의무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일반평등대우법 제22조에서는 입증책임에 대한 규정에서 차별 당사자가 차별대우를 추정할 수 있는 ‘간접 증거’를 입증한 경우 차별행위자가 차별금지규정에 대한 위반이 없었다는 것을 입증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의 법의 영향을 받아 간접 증거보다 완화된 ‘정황상 증거’를 차별 당사자가 입증하면 차별행위자는 차별행위가 없었다는 것을 증명하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특히 독일은 예방을 통해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초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독일의 연방 반차별기구에서는 채용과정이 차별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설계하고 면접과정에서 금지되는 구체적인 질문이나 표현에 대해 교육하고 있다. 또한 평가절차의 표준화, 지원서의 익명화, 면접 위원의 다양성 확보, 면접 위원 교육 등을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채용과정에 발생하는 차별은 차별피해자가 차별을 증명할 수 있는 정보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피해를 구제하기가 매우 어렵다”면서 “우리나라의 채용과정에서도 독일에서 실행되고 있는 채용과정에서의 차별 방지를 위한 지침이 도입되거나 참고가 돼 차별행위가 많이 없어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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