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어머니보다 4배 더 많은 돌연변이 유전자 물려준다
진화·희귀질환 등과 관련…젊을수록 정자 건강한 이유 뒷받침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아버지의 새로운 유전자 돌연변이가 후손에게 유전되는 양이 어머니의 것보다 4배 가량 더 많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 돌연변이는 인간 진화와 종의 다양성뿐만 아니라 어린이 희귀질환이나 난자와 정자의 건강과도 관련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아이슬란드 국립 아이슬란드대학과 유전체 분석업체 디코드(deCODE) 공동연구팀은 이런 연구결과를 학술지 네이처에 최근 발표했다.
연구팀은 부모와 자식 1천500여 쌍을 포함해 아이슬란드인 1만4천여 명의 전체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 10만8천778개의 새로운 유전자 변이가 생긴 것을 발견했다. 이는 지금까지 연구된 인간의 새로운 유전자 변이로는 규모가 가장 큰 것이다.
연구팀 분석 결과 부모의 나이가 늘어날수록 변이유전자가 후손에 유전되는 양이 많았다. 그런데 아버지의 경우 평균 나이가 8개월 늘어날 때마다, 어머니는 근 3년마다 새로운 변이유전자를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 모두 30세인 경우 아버지로부터는 변이유전자를 평균 25개, 어머니에게선 11개 물려받는 셈으로 계산됐다.연구팀은 이는 남성과 여성 생식세포의 차이 때문으로 판단했다. 여성의 난모(卵母)세포에선 유전자 변이가 매년 0.37개, 남성의 정조(精祖)세포에선 1.51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서다. 따라서 남성에게 나이가 들수록 변이가 훨씬 더 많이 축적돼 정자를 통해 후손에게 더 많이 물려준다는 것이다.
동물에게선 태어난 이후 지속해서 유전자 변이가 일어나며 이는 진화와 종의 다양성에 필수적이다. 변이는 대부분 자연적으로 일어나지만, 환경이나 생활습관 등 다른 요인으로도 발생한다.
과학자들은 이런 변이는 거의 다 무해한 것으로 추정한다. 다만 극히 일부의 변이는 건강에 중요한 유전자들의 기능을 방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이번 연구결과는 어린이 유전성(또는 유전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희귀질환의 주원인이 아버지 쪽에 있을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기존 연구들에서 태아 임신 당시 아버지 나이가 더 많을수록 아이들의 지적 장애와 자폐증, 조현병 등 특정 질환 발생률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역시 이런 유전자 변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추정됐다.
영국 셰필드대학의 앨런 파시 교수는 "우리는 오래전부터 유전 관련 질환 등을 지닌 아이 출생 위험은 아버지 나이와 관계가 있다고 생각, 정자 기증자의 나이 상한제를 두고 있으며 영국은
40세"라고 일간지 가디언에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새로운 유전자 변이의 측면에서도 젊을수록 정자의 유전자 품질이 훨씬 더 좋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파시 교수는 설명했다.
한편, 아이슬란드대학팀의 이번 연구에선 유전체의 일부 구역엔 어머니 쪽 변이유전자가 아버지 것보다 압도적으로 많이 몰려 있음이 발견됐다. 예컨대 염색체8번의 특정 구역엔 어머니 쪽 새 변이유전자가 상대적으로 50배 이상 많았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진화과정에서 이뤄진 특이성 또는 약점일 것으로 추정했으나 그 원인이나 영향은 아직 밝히지 못했다.
침팬지와 고릴라의 경우 이처럼 유전체 특정 구역에 변이유전자가 몰려 있지만 오랑우탄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는 기존 연구결과에 비춰보면 이는 유인원 진화과정에서 종이 갈라진 일과 관련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과거 호주제 폐지의 결정적 근거로서 '가치중립적 자연과학 지식'을 판사로 부터 요청받아
A4 한장으로 쉽게 요약해낸 서울대 최재천 교수(하버드박사)의 '생물 & 모계유전과 기여도'에 관련된 내용을 통해본 생명과 유전, 생명에 대한 기여도에 관련된 내용 옅보기]
호주제는 한 마디로 전혀 생물학적이지 못한 제도입니다. 어쩌다 보니 인간 세계는 아들이 필수적인 존재가 될 수 있는 지극히 인위적인 제도를 만들어냈지만 자연계 어디에도 아들만 고집할 수 있는 생물은 없습니다. 만일 있었더라도 일찌감치 멸종하고 말았을 것입니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수컷만으로는 번식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구상에는 수컷을 만들어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해 여태 암컷들끼리만 사는 생물종들도 있고, 수컷과 함께 살다가 결국 없애버리고 암컷들만 남아 살아가는 종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암컷들을 죄다 없애버리고 수컷들끼리만 사는 종은 있을 수도 없고 실제로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 인간처럼 유성생식을 하는 생물들은 모두 난자와 정자가 결합하는 수정이라는 과정을 거쳐 태어납니다. 암컷과 수컷이 각각 자기 유전자의 절반을 넣어 만든 난자와 정자가 만나 하나의 수정란이 되어야 그로부터 새로운 생명체가 탄생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유전자라고 부르는 것들은 대개 한데 뭉뚱그려 세포의 핵 속에 들어 있는 DNA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세포 안에는 핵뿐 아니라 많은 세포소기관들이 들어 있습니다. 그 중의 하나로 세포가 사용하는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미토콘드리아라는 소기관이 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미토콘드리아 안에는 핵의 DNA와 다른 그들만의 고유한 DNA가 들어 있습니다. 그 옛날 세포가 진화하던 초창기에는 미토콘드리아가 독립적으로 생활하던 박테리아였다는 결정적인 증거입니다. 이른바 ‘공생설’이라고 부르는 진화생물학 이론은 서로 다른 박테리아들이 공생과정을 통해 오늘날의 세포를 형성하게 되었다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핵이 융합하는 과정에서는 당연히 암수의 유전자가 공평하게 절반씩 결합하지만 핵을 제외한 세포질은 암컷이 홀로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토콘드리아의 DNA는 온전히 암컷으로부터 옵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생물의 계통을 밝히는 연구에서는 미토콘드리아의 DNA를 비교 분석합니다. 철저하게 암컷의 계보를 거슬러 올라가는 것입니다. 전통적으로 남자만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우리 족보와는 달리 생물학적인 족보는 암컷 즉 여성의 혈통만을 기록합니다. 부계혈통주의는 생물계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도 않을 뿐더러 존재할 수도 없습니다.
수정과 발생의 과정에서 남성이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만들어진 억지스러운 일들이 인간 사회에는 심심찮게 존재합니다. 17-18세기 유럽의 생물학자들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DNA의 존재를 모르던 시절이긴 하지만 당시 생물학자들은 정자 안에 이미 작은 인간이 들어앉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씨’는 이미 남성에 의해 결정되어 있고 이름하여 ‘씨받이’로 간주된 여성은 그저 영양분을 제공하여 씨를 싹 틔우는 밭에 불과하다고 설명하려 했습니다. 정자 속에 이미 작은 사람이 들어 있다는 이론을 받아들이면 실로 어처구니없는 모순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마치 러시아의 전통 인형처럼 그 작은 사람의 정자 속에는 더 작은 사람이 웅크리고 있어야 하고, 또 그 사람의 정자 속에는 더 작은 사람이 있어야 하고, 그 사람의 정자 속에 또 더 작은 사람이 들어 있어야 하고 하는 식의 무한대의 모순을 범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릇된 이념은 결국 과학의 객관성 앞에 무너지게 되어 있습니다.
수정과정에서 암수의 역할은 다분히 비대칭적입니다. 정자는 수컷의 유전물질을 난자에 전달하고 나면 그 소임을 다하지만 난자는 암컷의 유전물질은 물론 생명체의 초기 발생에 필요한 온갖 영양분을 다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핵DNA는 정확하게 반씩 투자하지만 미토콘드리아 등 다른 세포소기관의 DNA는 암컷만이 홀로 제공하므로 유전물질만 비교해도 암컷의 기여도가 더 크다고 봐야 합니다. 많은 경우 유전물질이 일단 배달된 다음에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도 없는 수컷이 훗날 뒤늦게 정통성을 주장하는 것은 생물학자가 볼 때 어딘지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지금 우리 여성계가 추구하고 있는 호주제 폐지는 이런 생물학적 불평등에도(여성이 유전과 생명에 더많이 기여) 불구하고 인본주의적 입장에서(생명의 탄생과 유전에 기여한게 별로없는 남성을 많이 생각해서) 그저 평등하게만 바로잡자는 것이고 보면 억지스러운 점이라곤 도무지 찾아볼 수 없는 지극히 합리적인 주장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