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피에 대한 추억의 희비
문득 어릴 때는 자주 먹었으나 요즘은 먹어본 지가 제법 꾀 오래된 곰피 생각이 났다. 곰피는 미역이나 다시마와 같이 모양이 비슷하게 생긴 해조류지만 미역이나 다시마처럼 많이 알려진 해조류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알기로는 주로 바닷가나 바다에서 가까운 지역에서 반찬으로 만들어 먹는 해조류일 뿐 미역이나 다시마처럼 많이 알려지고 많이 이용하는 그러한 해조류는 아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만큼 곰피로 만든 요리를 접해 본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나는 갯내음이 나고 파도 소리가 들리는 바로 바닷가 동네에서 살지는 않았지만 걸어서 이삼십분 정도 가면 바다에 다다를 수 있는 있는 곳에 살았고 부모님들의 지인 중에서 어촌 마을에서 어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계셔서 싱싱한 생선과 해조류들은 그렇게 부족함 없이 먹었다.
어릴 때 먹었던 해조류들은 여러 종류가 있었지만 그중에서 오늘 문득 곰피가 생각이 나네.
곰피는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니 미역과 다시마와 같은 갈조류의 해초이나 우선 보기에 그렇게 호감이 가는 그런 모양새가 아니었을 뿐 아니라 그렇게 식재료로서 구미가 당기는 그런 먹음직스러운 모습도 더더욱 아니었다. 그리고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곰피로 만든 특별한 요리를 먹어 보지도 못하였다.
요즘은 우리나라가 경제를 비롯하여 여러 분야에서 많이 발전되어 음식 분야에서도 많은 요리법이 개발되어 같은 식재료라도 과거와는 달리 다양한 음식으로 만들어져 우리들의 식탁을 풍성하게 하여 입맛을 돋우게 하고 있다.
시대에 맞게 우리의 전통 음식도 많이 변하고 새로운 요리법의 개발로 같은 식재료라도 과거와는 달리 맛 좋고 영양분이 풍부하며 그에 더해서 이 시대에 사는 현대인과 외국인의 입맛에도 맞는 새로운 음식들이 만들어져 우리들의 식탁을 풍성하게 하여 우리들의 입맛을 돋우곤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곰피를 이용한 새로운 요리법을 개발하여 음식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별로 들어 보지 못했고 음식점에서도 특별한 요리로 먹어 본 기억이 없는 것 같다.
같은 갈조류의 미역은 대한민국 국민 중에서 일부 외국인을 빼고는 거의 다 먹어 보았을 것이고 지금도 먹고 있을 것이며 다시마 역시 우리들에게 친숙한 해초다.
곰피는 미역이나 다시마처럼 아무 곳에서 흔하게 파는 것이 아니다 보니까 접근성이 떨어져 쉽게 구입할 수 없어서 반찬으로 해 먹을 기회가 별로 없으니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에게는 조금은 거리감이 느껴지는 바다의 식재료인 것 같다.
사실 내가 곰피를 먹어 본 지도 꾀 오래되었지만 내가 곰피를 먹었던 당시 곰피를 이용하여 만든 특별한 음식도 별로 없었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상품으로서 가치도 별로 없었다. 내가 자랐던 곳에는 아침 일찍 반짝 서고 오전 중에 파장이 돠는 재자(저자)가 있었다. 기장 재자다. 기장 재자에는 인근의 어촌마을에서 가져온 수산물과 농촌마을에서 가져온 농산물들이 매매되었다. 물론 시장에 와서 물건을 구입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기장과 기장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이다.
그리고 기장 아침 재자에서 농어촌에서 나온 농산물을 구입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기장과 기장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이지만 단연 큰 손들은 부산 시내에서 올라온 상인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기장 재자가 아침에 반짝 서는 이유는 농촌에서 나오는 채소 등의 농산물과 어촌에서 나오는 생선, 어패류, 해조류 등 수산물은 대부분 전일 수확 또는 어획한 생물들로서 새벽 일찍 기장 재자에서 팔아야만 신선도가 유지된 상태로 좋은 가격으로 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구매자의 대부분인 주민들도 농사와 어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여 새벽 일찍 신선한 농산물이나 수산물을 찬거리로 구입한 다음 논과 밭 그리고 바다로 생업을 위한 일을 나가야 하기 때문에 재자가 아침 일찍 서며,
특히 부산에서 올라온 기장 재자의 큰손들이라고 할 수 있는 상인들도 남보다 조금이라도 더 일찍 와야 좀 더 신선한 농수산물들을 구입할 수 있고 구입한 물건들을 시내에 있는 자기들의 가게로 운송하여 그날의 장사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농수산물을 생산하는 농어촌의 생산자, 지역의 소비자, 시내의 상인들 모두가 신선한 농수 선물을 판매하고 구입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기장 재자는 새벽부터 왁자지껄하게 열린다.
곰피도 다른 수산물과 마찬가지로 새벽의 기장 재자에서 사고 팔려진다.
곰피는 미역과 다시마와 마찬가지로 겨울철에 생산되지만 미역처럼 다량의 식자재로 소비가 되지 않고 운송이 어렵다 보니 수확한 일부만 기장 재자에서 생곰피로 거래가 되고 대부분은 보관과 운송이 쉽게 바닷가 갯바람으로 건조를 시켜서 기장 재자에서 매매가 이루어진다.
재자에서 말린 곰피를 사 와서는 물에 불려 가마 솥에서 푹 삶은 다음에 물에 담가 떫은맛을 우려낸 다음에 숭숭 설어서 고춧가루 또는 밭에서 갓 따온 붉은 고추와 푸른 고추를 설고 마늘을 다진 것을 메레치쩟꾹(멸치젓깔)에 넣어 잘 저은 양념으로 무쳐서 먹으면 먹을 것이 귀했던 필자의 어린 시절에는 그 곰피무침의 맛은 천상의 옥황상제가 먹던 진수성찬의 맛보다 더 좋았으리라.
우리는 가끔 입맛이 없을 때 비벼 먹거나 쌈을 싸서 먹는다. 곰피 역시 비벼 먹거나 쌈밥으로 먹으면 그냥 먹을 때와는 달리 새로운 맛이 입맛을 돋운다. 밥에 무쳐 둔 곰피 나물을 넣고 김치와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은 다음 비벼 먹으면 그 맛이 바로 일미다. 매레치 쩟꾹(멸치 젓깔)으로 무친 곰피 비빔밥에 참가름은 맛의 조화가 안될 것 같지만 생각 외의 조합으로 입맛을 돋우는 묘한 맛이 나온다. 곰피 쌈밥 역시 새로운 맛이 나면서 입맛을 돋운다.
이렇게 곰피는 서민들의 삶이 가난으로 고달프고 어려울 때 고급스럽지는 않았지만 밥상에 반찬 가짓수 한두 가지 더 늘려 주며 입맛을 돋우는 역할도 하며 부족한 식량을 보충해 주는 역할도 하였다. 작년 가을에 수확한 쌀은 올 초여름 보리 수확때까지 간당간당 견디다가 보리 수확을 하자마자 쌀독의 쌀은 똑떨어지고 지금부터는 가을에 벼를 수확하여 햅밥을 먹기 전까지는 시커먼 보리밥이다.
여름철에 시커먼 보리밥을 모든 사람들이 다 먹는 것은 물론 아니다. 주로 농촌에서 농사를 많이 짓지 못하는 사람들이 시커먼 보리밥으로 여름읗 지낸다.
요즘은 보리밥이 건강식으로 각광을 받고 보리밥 전문 식당까지 생겼지만 그 때는 그놈의 보리밥이 지긋지긋하기만 하였다.
그 해 보리농사라도 풍년이 들면 시커멓고 먹기 싫은 보리밥이라도 배불리 먹을 수 있지만 보리농사가 흉작이라도 되면 그 진절머리 나는 보리밥도 배불리 먹을 수 없는 것이다. 이때 식량이라도 부족하면 부족한 식량을 보충하기 위하여 농어촌에서는 산나물, 들나물, 해초류 등으로 밥을 할 때 넣어서 밥을 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식량 부족을 해결한다.
이때 곰피도 부족한 시량을 보충하는데 한몫을 하였다. 재자에서 사 온 콤피를 푹 삶아 물에 담가 떫은맛을 우려낸 다음 일부는 나물로 무치고 일부는 쌈밥용으로 남겨 놓고 그리고 또 일부는 잘게 설어서 밥을 할 때 밥솥의 맨 밑에 깔고 그 위에 미리 삶아 놓았던 보리쌀을 넣고 밥 물을 맞춘 다음 엄마가 미리 씻어 놓은 쌀 한 종발을 밥솥 안의 보리쌀 한가운데 붓고 솥뚜껑을 덮은 다음 부섞(아궁이)에 불을 때어서 밥을 한다. 한 종발의 쌀로 된 밥은 가족들은 먹여 살리려고 수고하시는 아버지 몫이다.
밥이 거의 다 되어 가면 부섞(아궁이) 불을 조절하면서 뜸을 들이면 비록 곰피를 섞은 보리밥이지만 곰피 덕에 갯내음이 약간 나면서 쌀밥만큼 구미를 돋우는 구수한 밥 내음은 아니지만 보리밥 고유의 조금은 텁텁한 구수한 밥 내음이 밖에서 친구들과 골목골목을 누비면서 뛰어놀다가 엄마가 저녁 먹으라는 소리에 집에 들어온 아이에게는 그렇게 구수할 수가 없었다. 아이야 뛰지 마라, 배 꺼질라라는 어느 가수의 노랫말처럼 온종일 뛰어다녀도 요즘 애들처럼 군 걸질 거리 하나 없는 그 시대의 애들에게는 부족한 단백질 보충하겠다고 개구리 잡아서 뒷다리라도 구워 먹으려고 대나무에 철사로 만든 손오공 만화에 나오는 저팔계의 삼지창의 모양을 흉내 낸 대나무 철사 삼지창으로 개구리를 잡겠다고 이 논두렁 저 논두렁으로 뛰어다닌 애에게는 꺼질 데로 꺼진 배를 움켜잡고 집에 와서 맡는 보리밥 냄새는 그렇게 구수할 수가 없었다.
엄마가 퍼 준 밥은 꽁보리밥만 해도 시커멓는데 양식 아끼겠다고 곰피까지 섞었으니 밥의 색깔이 온통 시커멓다. 밥상에는 시커믄 곰이 보리밥에 곰피나물 그리고 곰피쌈이다. 국도 파래 나물도 파래라는 말을 따로 안 해도 밥상에는 온통 곰피다. 하루 종일 쫄쫄 굶고 뛰어 논 아이에게는 그 시커믄 밥도 꿀맛이다.
그 시대에는 그 밥이 가난을 상징하는 원망스러운 밥이지만 지금 이 시대에 사는 쇠고기 국에 식상하여 토장국을 찾는 지금의 대한민국 젊은이들은 그때의 그 밥상이 한국인의 건강 밥상이라고 철없는 소리를 할 수 있는 그런 희비가 뒤엉킨 밥이다.
도토리나 도토리묵처럼 과거에는 옳게 대접을 못 받던 음식이나 식재료처럼 곰피도 비록 시커멓고 맛대가리 없게 보이지만 언젠가는 너도나도 찾는 건강식품이 될 날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곰피에는 다음과 같은 효능이 있다고 한다.
첫째. 곰피에는 알간산이라는 끈끈한 성분이 풍부하여 몸속의 독소를 배출하는 효능이 있으며,
둘째. 곰피에는 칼슘, 마그네슘, 칼륨 등 미네랼이 풍부하여 혈압을 낮추고 혈액순환을 개선하여 혈관 건강에 좋은 영향을 주며,
셋째. 곰피에는 칼슘, 마그네슘, 칼륨 등 미네랼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뼈 건강에 좋은 영향을 주며,
넷째. 곰피에는 철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빈혈 예방에 좋으며,
그 외에도 곰피는 다이어트, 피부 건강, 면역력 강화에 좋다고 한다.
앞으로 곰피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여 많은 맛거리와 건강식품으로 개발되기를 희망하여 본다.
지금은 기장 재자가 아닌 기장 시장에는 많은 싱싱한 농산물과 수산물들이 한국인의 건강한 밥상에 오를 준비를 하고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기장 시장에 가서 곰피를 사서 그때의 맛을 회상해 보아야겠다.
2023년 11월 28일
김 상 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