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BN 경북교통방송 행복상담소 / 2023.06.04. 힐링인문학 제78회 / 박희택 】
07. 우울함이 가셔지지 않을 때
Q. 살아가면서 울적함에 잠길 때가 많습니다. 한 가지 일에 걱정이 되면 그것에 빠져 헤어 나지를 못하고, 한동안 우울한 감정이 가셔지지 않고 어두운 표정으로 살아가게 되지요. 이런 것을 세상에서는 우울증이라 하는 것 같은데, 밝게 살아가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40대 중반 남성입니다.
A. 사연을 보내 주신 임의 우울감이 어느 정도인지는 진단을 받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정확히 알 수가 없습니다. 2주 이상 우울한 기분이 계속되면 우울장애(depressive disorder)의 범주에 들어가는데, 계속해서 우울함이 가셔지지 않을 땐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DSM-5(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편람, 2013년 개정, 미국정신의학회)에 따라 진단을 받아보실 것을 권합니다. 흔히 마음의 감기를 우울증이라 하는데, 감기에 내과를 찾듯이, 우울감이 계속될 때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것을 우리 사회도 자연스럽게 생각할 정도가 되었다고 봅니다.
의학계에서는 우울증이 유전된다는 것을 단언하지는 않으나, 유전적 요인을 부인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 한 사람이 우울증을 앓으면 다른 한 사람도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50% 정도 된다고 해요. 우울 경향에 가족적 내력을 고찰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우울증은 생물학적 원인, 신체적 원인, 심리적 원인, 사회적 원인 등 요인이 복합적입니다.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인 「소품과 부록」(1851)의 <소품> 제2장을 보면, 인간의 ‘행복’에 가장 중요한 것이 ‘명랑함’이고, 명랑함의 주요인은 ‘건강’이라고 했습니다.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명랑함을 잃게 되니 이것이 우울감이라 하겠습니다. 노년에 접어들수록 신체의 건강이 우울감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신체적 요인과 관련하여 전문가들은 뇌의 문제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서울대 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 교수의 근간 「뇌를 읽다, 마음을 읽다」에는 이러한 관점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마음이 아프면 뇌를 들여다 봐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우울감이 2주 이상 지속되면 뇌의 내측 전두엽이나 편도체의 기능이 떨어져 있거나 뇌 내 네트워크에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우울증을 느낄 때 나타나는 뇌 부위를 밖에서 자극을 하는 신경조절술로 치료하면 호전이 된다고 합니다.
끔찍한 사건을 별 끔찍한 생각을 갖지 않고 저지르는 사람들의 뇌는 감정을 느끼는 편도체가 위축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임스 팰런이라는 뇌과학자가 자신의 뇌 MRI를 찍어봤더니 연쇄살인범 사이코패스의 뇌 모양과 흡사해서 스스로 놀랐는데, 나쁘게 되지 않은 것은 좋은 환경과 교육으로 상쇄시킨 경우라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병적인 우울장애라면 약물치료와 신경조절술 같은 자기치료를 받아야겠지만, 병적이지 않은 우울증이라면 인지치료 같은 정신치료로 개선할 수 있습니다. 더 약한 경증의 우울증은 전문의에 의한 인지치료를 받기 전에 걷기를 위시한 운동과 더불어 인지오류(cognitive error)를 줄이는 자기개선을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인문학 공부가 도움이 됩니다. 자극(S)과 반응(R) 사이에 인지(C)가 있는데, 이 과정에서 건강한 관점을 가져야 하는 것입니다. 아들러는 이러한 인지방식을 라이프 스타일(life style)이라 하면서 <자신을 긍정하고(자기긍정), 타인을 신뢰하며(타자신뢰), 타인을 위해 공헌한다(타자공헌)>는 세 가지 관점을 견지하라고 조언했습니다.
우울증의 사람은 자기긍정과 타자신뢰와 타자공헌의 관점을 벗어난 경우가 많습니다. 말하자면 ‘관점의 전환’을 해야 합니다. 이것은 노자와 니체가 즐겨한 것입니다. 고정관념적으로 인의예(지)의 가치만 말할 것이 아니라, 그 이전의 무위자연(불교의 용어로는 空)을 인식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인식하는 자는 그의 적을 사랑할 뿐만 아니라 또 그 벗을 미워할 줄도 알아야 한다(「이 사람을 보라」 서문)”고 니체는 말했습니다. 관점의 전환으로 우울을 떨치고 삶의 성숙을 배울 수 있습니다.
실도 이후에 덕을 내세우고(失道而後德), 실덕 이후에 인을 내세우며(失德而後仁), 실인 이후에 의를 내세우고(失仁而後義), 실의 이후에 예를 내세운다(失義而後禮). (「도덕경」 제38장)
병자의 입장에서 ‘더욱 건강한’ 개념과 가치를 보고, 거기에서 전환하여 ‘풍성한’ 삶의 충일과 자신을 지니고, 데카당스의 은밀한 작용을 굽어보는 것. 이것이 나의 가장 오랜 수련이었으며, 나의 중요한 경험이었다. 만일 내가 어떤 점에 있어서 달인이 되었다면 그것은 바로 이 점에 있어서이다. 이제 벌써 익숙하여졌다. 그리하여 나는 ‘관점의 전환(Perspektiven umzustellen)’ 수법을 지니고 있다. 아마도 ‘모든 가치의 전환(Umwertung aller Werte)’이 나에게만 가능한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이것일 것이다. (「이 사람을 보라」 제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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