序
성교회의 역대 사기를 상고(詳考,자세하게 고찰 함)하건대 오주(吾主,우리 주) 예수께서 성교를 두루 반포하여 그 거룩한 은혜를 널리 베푸심에 각방각국(各邦各國)에서 성화에 감동하지 않음이 없고 이와 같이 감화함이 이제까지 이르도록 그침이 없음은 실로 예수께서 이르신 바, “성신이 오시면 저가 성령이 나를 증거 하실 것이요, 그때에 너희 무리도 또한 나의 증거가 되리라” 하신 말씀을 채움이로다.
과연 종도(宗徒)들은 말씀과 덕행과 죽음으로써 주의 증인이 되어 성교의 도리가 지선지진(至善至眞)함을 확실히 증거하고 역대 교우들도 그 자취를 밟아 주를 위하여 군난(窘難,박해)을 겼으며 세복과 존영을 업신여기고 육정을 끊고, 몸을 버려 죽는 것을 돌아감같이 보며 이단사망에 도무지 굴치아니하고 두려움 없이 감수하여 치명한자 무수하니 그 사적(事蹟)을 도저(到底, 밑바닥에 이르기까지 세밀하게)히 사실(査實, 사실대로 조사)한 후에 이름을 성인품에 올리시고 행실을 죽백(竹帛, 서적이나 사기에 이름을 남김)에 실어 후세 사람들에게 권장(勸獎, 권하고 장려함)을 삼으시는 바이라.
우리 대한(大韓)에도 주의 증인이 없지 아니하니 성교가 동국에 나온 지 백여 년에 누차 풍파를 겪음에 그 간(間)에 영준(榮俊)한 무리들이 백반군욕(百般窘辱, 온갖 곤욕)을 감심으로 참아 받으며 차라리 죽을지언정 변치 아니하고 마침내 육신으로써 희생을 삼아, 주를 위하여 목숨을 바친 자가 여러 천 명이라.
기해년 군난이 일어날 처음에 범주교(范主敎, 조선 2대 교구장, 앵베르, 한국명 범세형))께서 치명자들의 용덕을 숭상하시고 그 행실을 기록하시더니 자기도 미구에 죽을 줄을 짐작하시고 모든 치명자들의 행적이 영영 서실(閪失, 흐지부지 잃어버림) 될까 염려하시어 그때 서울 회장 현 가를로(현석문, 신유박해 때 순교한 현계흠의 아들)에게 따로 ‘군난일기’ 짓기를 명하시니 현 가를로가 그 분부를 시행하여 기해년 군난 시말을 책에 기록하고, 이름은 ‘기해일기’라 하였는데 그 후에 주교며 신부들이 다시 나와 이 책을 보고 준(准, 감수, 인준)한 후에 교우들에게 반포하여 주시었으나 서역(書役, 책을 붓으로 등서하여 내는 일, 필사)하여 내는 것인즉, 여러 질(帙)이 되지 못 하려니와 병인풍파(丙寅風波)에 있던 것도 잃어버리고 겨우 이 한 질 책을 얻었으되 여러 해 땅 속에 묻혔던 것이라,
첫 장과 끝 장이 없어졌고, 혹 온전히 보존한 다른 책이 있을까 하여 두루 방구(旁求, 널리 수소문하여 찾고 구함)하며 기다려도 이때까지 얻지 못한지라 할일없이 이 귀한 책을 있는 대로 판에 박아 교우들에게 주노니 일변으로는 위주(爲主)하여치명한 이들의 영광을 널리 드러내어 그 기이한 서적을 후세에 보증케 하며, 일변으로는 후생들에게 우리 이전 사람들의 용맹한 신덕을 알게 하여 이것으로써 일용 행위의 표준을 삼아 세속의 체면이며 마귀의 유감이며 본성의 편벽(偏僻)을 용맹히 이기고 천당의 바른 길로 잘 닫게 하기를 위함이로다.
범 례
일(-)은 기해와 병오 양 년간에 치명자들의 행정을 사실(査實)하여 敎化皇(교황)께 바쳤는데 로마 예부(礼部)에서 이 처음 사실을 상고(詳考)하시고, 재차 사실(査實)을 시키셨은즉, 이 사실된 필십 이 명 치명자들이 성인품에 오르지는 아니 하였으나 그 장차(성인품에) 올림을 가히 바랄 것이오, 아직은 공번되이 공경하는 법이 없을지라도 이미 가경(可敬, 복자 전 단계)할 자가 되었으니 각 사람이 스스로 공경하며, 그 전달하는 은혜를 구하여 기도 하는 것은 가하니라.
일(-)은 이 책에 기록한 치명자들 중 사실(査失)하여 이미 가경자(可敬者)가 된 이는 ✝보람으로 표하니라
다음은 대한 치명자 중 가경자들의 열명(列名)이라.(*단, 여기에서 ✝는 성인을 의미한다)
✝ 범 주교(范主敎 : Imbert) 라우렌시오
✝ 나 신부(羅神父 : Maubant) 베드로
✝ 정 신부(鄭神父 : Chastan) 야고보
✝ 이 아우구스띠노(李光獻)
✝ 권 바르바라(그 아내, 權 喜)
✝ 이 아가타( 그 딸)
✝ 남 다미아노(南明赫)
✝ 이 마리아(그 아내, 李連喜)
✝ 권 베드로(權得仁)
✝ 이 아가타(과부, 호영의 매씨)
✝ 김 막달레나(金業伊, 과부 복이 매씨)
✝ 한 바르바라(韓阿只, 순길의 모친)
✝ 박 안나(朴阿只, 득손의 모친)
✝ 김 아가타(金阿只, 과부)
✝ 박 루치아(朴喜順, 궁녀)
✝ 이 요안(경삼)
✝ 이 막달레나
✝ 허 막달레나(그 모친)
✝ 이 바르바라(그 형)
✝ 이 데레사(그 고모)
✝ 이 바르바라(그 질녀)
✝ 김 마르타(부평집)
✝ 김 루치아(작은손의 누이)
✝ 김 안나(과부, 원대 모친)
✝ 김 로사(과부, 전에 감골집)
✝ 원 마리아
✝ 박 요한(명관)
✝ 박 마리아(朴大阿只, 루치아의 친형)
✝ 정 바울로(丁夏祥)
✝ 유 아우구스띠노(劉進吉)
✝ 조 가를로(趙信喆)
✝ 남 세바스띠아노(南履灌)
✝ 김 이냐시오(金濟俊, 김신부의 부친)
✝ 김 율리에따(궁녀)
✝ 전 아가타(궁녀)
✝ 박 막달레나(과부, 김 체칠리아의 딸)
✝ 홍 뻬르뻬뚜아(과부)
✝ 김 골룸바(안토니오의 누이)
✝ 김 아녜스(그 동생)
✝ 최 베드로(여칠, 冠泉의 제씨)
✝ 조 바르바라(남 세바스띠아노의 아내)
✝ 한 막달레나(과부, 권 진사의 아내)
✝ 권 아가타(그 딸)
✝ 이 아가타(중인의 딸)
✝ 현 베네딕따(과부, 현 가를로의 매씨)
✝ 정 엘리사벳(丁情惠, 정 바울로의 매씨)
✝ 유 체칠리아(과부, 丁夏祥의 모친)
✝ 고 바르바라(박이선의 아내)
✝ 이 막달레나(형제 참수 치명)
✝ 이 마리아(그 아우)
✝ 박 아우구스띠노(회장, 이선)
✝ 홍 베드로(洪秉周, 회장)
✝ 홍 바울로(洪永周, 그 아우)
✝ 손 막달레나(孫小碧)
✝ 이 요한(李文祐, 경천, 환부)
✝ 최 바르바라(崔榮伊, 趙信喆의 아내)
✝ 허 바울로
✝ 이 베드로(李호영)
✝ 장 요셉(張성진, 환부)
✝ 정 뿌로따시오(丁국보)
✝ 유 베드로
정 아가타(과부)
✝ 김 바르바라(과부)
✝ 루치아
한 안나
김 바르바라(과부)
✝ 이 카타리나(과부)
✝ 조 막달레나(그 딸)
✝ 최 프란치스코(崔京換, 崔良業 신부 부친)
✝ 정 안드레아(정화경)
✝ 김 데레사
✝ 민 스테파노(회장, 환부)
✝ 김 안또니오(1)
✝ 김 신부
✝ 현 가를로(玄錫文, 회장 현 베네딕따의 남동생)
✝ 남 베드로(南景文, 회장)
✝ 한 라우렌시오(韓履亨, 회장)
✝ 임 요셉(林致百, 사공)
✝ 김 데레사(金任伊, 동정)
✝ 이 아가타(李干蘭, 과부)
✝ 우 수산나(禹述任, 과부)
✝정 가타리나(鄭鐵艶, 부인)
* 김 안또니오를 비롯하여 열 분의 행적은 본 기해일기 속에 기록돼 있지 않다. 이 열 분은
‘가경자’이기 때문에 그 이름이 여기에 열록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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註
* 뮈텔주교의 序文입니다
* 현대어 역은 가급적 원문 그대로를 살리기 위하여 맞춤범과 띄어쓰기만을 바꾸는 것을 원착으로 하였습니다.
* 이해를 돕기위해 한자를 병기하였고, ( )표시를 하여 설명하였음을 첨언합니다.
* ✝표시는 1984. 5. 6일 시성되신 성인 표시입니다.
* 순교자 행적은 열명(列名)순으로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