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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교員嶠와 신재信齋의 〈동국악부東國樂府〉⑥
번역 이 기 운
《한강문학》은 성기조 박사의 〈권두문학강좌〉(문예사조)를 분재(29호까지, 가을호, 2022)하여 문학도의 높은 호응을 받으며 대장정을 마쳤다. 이어서 30호(2023, 신년호)부터는 원교員嶠 이광사李匡師의 〈동국악부〉를 게재하기로 편집회의에서 결정하였다. 원교 이광사는 《서결書訣》을 남기고 〈동국진체東國晉體〉를 확립한 서법가書法家이며 강화학의 정신을 문학과 논문으로 표출한 문학가이자 사상가이다. 그러나 미술사학의 분야에서 크게 주목을 받아온 명성에 못지않은 문학, 학술사상에 관해서는 연구나 평가가 까닭 모르게 부족하여 왔다. 그리하여 강화학파 학맥을 세운 하곡霞谷 정제두鄭齊斗에서부터, 해방 이후 담원 정인보로 이어지는 한국 철학사상의 진정한 큰 맥脈을 이어가기에, 오늘날 숨 가쁜 지경에 이르렀다는 판단에 따라, 원교의 문학, 학술사상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동국악부〉를 분재하기로 결정하게 됐다. 〈동국악부〉에 담긴 사상은 한민족의 시원과 미래를 밝히면서, 시가詩歌에 담긴 철학은 심오할 뿐만 아니라 분량에 있어서도 방대하여, 문학도의 이해를 돕기 위한 방편으로 부득이 분재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음을 밝힌다. 아울러 〈동국악부〉에 담긴 선현의 뜻을 재해석하여 옮기는 것만 하여도 벅차올라, 낯빛을 가다듬고 심지를 한층 끌어올려 선각, 선현의 철학과 사상을 옮김에 있어서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되지 않도록 정진할 것임을 밝힌다. 〈권두문학강좌〉를 통해 원교를 지상紙上에 드러내기로 결정하기까지에는 한강문학 편집고문님들의 격려와 도움 그리고 담원 정인보님의 자제분 정양완 박사의 걸작 《강화학파의 문학과 사상(2)》(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95)에 전적으로 의존하였음을 밝힌다.〈편집자〉 |
원교員嶠 초상화(국립박물관 소장)-임오壬午(영조, 1762)년 부령富寧에서 신지도薪智島로 귀양지를
옮겨 정유丁酉(1777) 8월 26일,그 섬의 금실촌金實村 우사寓舍(객사)에서 돌아가니 나이 일흔 셋이었다.
이 초상화는 바로 일흔 살 갑오甲午(1774) 겨울에 화사畫師 신한평申漢枰의 그림이다. 8월 28일은 곧
선생의 생신이다. 선생은 신지도에 있을 때 ‘수북노인壽北老人’이라 자칭하였다(원교 자신이 8월 회晦
경신庚申에 태어났다 하였는데, 8월 경신일은 바로 29일이다).
〈동국악부東國樂府〉-전체 목차 | |
1. 태백단太伯檀-30호 게재 2. 황하가黃河歌-30호 게재 3. 성모사聖母祠-30호 게재 4. 임중계林中鷄-31호 게재 5. 우식곡憂息曲-31호 게재 6. 치술령鵄述嶺-31호 게재 7. 황창무黃昌舞-32호 게재 8. 참마항斬馬衖-32호 게재 9. 왕무거王母去-32호 게재 10. 양산가陽山歌-34호 게재 11. 파경합破鏡合-34호 게재 12. 조촉사朝蜀使-34호 게재 13. 현학금玄鶴琴 - 35호 게재 14. 만파식적萬波息笛 - 35호 게재 15. 월명항月明衖 - 35호 게재 | 16. 상서장上書莊 - 36호 게재 17. 포석정鮑石亭 - 36호 게재 18. 조룡대釣龍臺 - 36호 게재 19. 낙화암落花巖 20. 조촌석朝天石 21. 살수첩薩水捷 22. 성상배城上拜 23. 영서기迎茜旗 24. 절영마絶影馬 25. 창근경昌瑾鏡 26. 성제대聖帝帶 27. 문곡성文曲星 28. 백사가百死歌 29. 여재립女戴笠 30. 두문동杜門洞 |
* 본고는 《江華學派의 文學과 思想(2)》(鄭良婉,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95, 초판 본) 중 〈圓嶠와 信齋의 東國樂府〉를 모본母本으로 삼아 윤문하였음을 밝힙니다) * 《한강문학》에 게재한 〈동국악부〉의 내용 중 ‘원교와 신재의 시’ 번역은 桑谷 이기운(시조시인, 문학평론가) 선생께서 맡아주셨음을 밝힙니다. |
〈동국악부東國樂府〉-해설
〈동국악부〉는 원교의 《두남집斗南集》(권4)에 30수가 실려 있다. 악부에 실린 30수의 제목에서부터 국조國祖 단군檀君을 비롯하여, 고려高麗가 망亡하였을 때 두문수절杜門守節한 역사적 사실과 그로 인한 변곡점에서 민족의 얼을 가늠할 수 있는 본보기를 가려 읊은, 역사의식歷史意識이 두드러지게 드러난 作品들이다.
〈동국악부〉에 실린 각각의 수首는 모두 자주自註가 달려 있으며, 원교圓嶠 한 사람만 읊고 만 것이 아니라, 아들 신재信齋에게도 같은 주제主題로 역시 30首의 〈東國樂府〉를 새로이 짓게 하였다. 따라서 《신재집信齋集》 첫머리에 간략한 자주自註와 함께 실려 있음에서도, 원교가 민족의 얼을 아들에게 심어주려 하였고, 그 뜻을 아들이 품고 그에 대한감동을 녹여 읊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원교員嶠의 〈동국악부〉에 아들 신재信齋가 함께 한 〈동국악부東國樂府〉에는 우리 민족의 역사의 질곡을 장엄하고, 숭고하게 그려내며, 때로는 처절悽絶하게 겨레의 발자취를 가려 적어 놓았기에 원교의철학과 사상을 새삼 확인確認하게 된다.
《信齋集》 첫머리의 〈東國樂府〉에 대한 자서自序는 다음과 같다.
“우리 아버지께서 〈東國樂府〉 30편을 지어, 영익令翊으로 하여금 이어 화답和答하도록 하셨다. 그러나 영익令翊은 시詩에 능能치 못하고, 억지로 본 딸 수도 없어서, 지을 수는 없건 만도,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어서, 여기 질박質朴하고 촌스러운 말로 엮게 된 터이다. 사적事蹟이 황당괴이荒唐怪異 한데서 나와, 정도正道에서 어긋나 의심疑心스럽고 기롱譏弄 당할 만한 것은 반드시 편제篇題에 기록記錄하고 詩에 드러내어 굴원屈原의 천문天問의 뜻을 스스로 붙이는 터이다” 하였다.
〈해동악부海東樂府〉
조선 후기에 오광운(吳光運)이 지었다. 연작의 영사악부(詠史樂府)이며 28편으로 되어 있다. 그의 문집인 목판본 《약산만고藥山漫稿》(권5)에 수록되어 전한다.
각 편은 〈태백단太伯檀〉, 〈황하가黃河歌〉, 〈성모사聖母祠〉, 〈임중계林中鷄〉, 〈우식곡(憂息曲〉, 〈치술령鵄述嶺〉, 〈황창무黃昌舞〉, 〈참마항斬馬巷〉, 〈왕무거王毋去〉, 〈양산가陽山歌〉, 〈파경합破鏡合〉, 〈조촉사朝蜀使〉, 〈현학금玄鶴琴〉, 〈만파식적萬波息笛〉, 〈월명항月明巷〉, 〈상서장上書莊〉, 〈포석정鮑石亭〉, 〈조룡대釣龍臺〉, 〈낙화암落花巖〉, 〈조천석朝天石〉, 〈살수첩薩水捷〉, 〈절영마絶影馬〉, 〈창근경昌瑾鏡〉, 〈성제대聖帝帶〉, 〈문곡성文曲星〉, 〈백사가百死歌〉, 〈여대립女戴笠〉, 〈두문동杜門洞〉 등 28편이다.
원교 이광사가 〈동국악부〉를 지을 때 모본으로 삼았을 것으로 보인다. 〈동국악부東國樂府〉에는 〈성상배城上拜〉, 〈영천기迎茜旗〉 2편을 더하여 30편으로 되어있다.
16. 상서장上書莊
금오산金鰲山에 있으니 최치원崔致遠이 고려高麗가 앞으로 일어날 것을 알고 “계림鷄林(경주)에는 황엽黃葉이라면 곡령鵠嶺(송도)에는 청송靑松이라”는 글을 써 바치자 신라왕新羅王이 미워하여 치원致遠은 가야산伽倻山으로 들어가 버렸다. 사람들이 그 감식안鑑識眼에 탄복하여 그 집을 상서장上書莊이라 이름하였다.
在金鰲山 崔致遠知高麗將興 上書有鷄林黃葉 鵠嶺青松之誥 羅王惡之 致遠入伽倻山, 人服其鑑識 名其居 曰上書莊.
午夜金鷄不拊翼 | 한밤 金鷄는 깃을 부치지 않아 |
却似城頭畢逋烏 | 城머리에서 달아나는 까마귀인 양 |
聞道西隣禴祀馨 | 듣자니 西녁 이웃(고려) 봄제사 향기롭고 |
仙桃瑞藹光不敷 | 仙桃의 자욱한 瑞光 퍼지지 않네 |
始林忽作梧宮秋 | (신라)鷄林 대궐엔 문득 梧桐낙엽 들어 |
春來滿目黃彫搜 | 봄인데도 눈엔 온통 지레 낙엽만 |
鵠嶺葱鬱氣相似 | 鵠嶺은 鬱鬱蒼蒼 그 氣像인 양 |
南國光華萬里收 | 南國의 光輝는 萬里에 걷히었네 |
正如楊李江北南 | 마치 江北, 江南의 버들과 오얏인 양 |
榮瘁已自興亡占 | 榮枯 이미 절로 興亡의 조짐 |
抱書奔告臣有見 | 글을 품고 달려가 臣의 鑑識 아뤠었으나 |
君王不聞余心燔 | 임금은 받아들이지 않아 내 마음은 사위었네 |
浩然歌噴西入山 | 아! 浩然히 노래 읊고는 西로 伽倻山에 들어가니 |
山上白雲流水閒 | 山위에는 흰 구름 흐르는 물 한가롭다 |
萬事盡與金徽知 | 萬事는 끝났어라 거문고의 金빛 徽나 알리니 |
一十二弦動天關 | 거문고 열두 줄이 北斗를 울려라 |
시름겨운 우운尤韻으로 八句를 적고, 환운換韻하여 예전에는 담覃, 함운咸韻으로 通했던 선운先韻으로 바뀐 산운刪韻으로 여덟句를 읊었다.
고운孤雲의 浩歌의 뜻이 바로 謫居中인 원교員嶠의 마음에 포개어짐을 느끼게 한다. 특히 換韻한 뒤의 第 3· 4句의 憂愁, 그리고 끝 네句의 自慰에서도 역시 員嶠의 느꺼움은 포개진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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拊:어루만질 부 畢: 마칠 필, 그물 필, 逋:도망갈 포 禴:봄 제사 약 藹:우거질 애 敷:펼 부 彫:새길 조 搜:찾을 수 葱:파 총, 짐수레 창 瘁:병들 췌 燔불사를 번 與:더블 여 噴:뿜을 분 天關: 소의 척추, 큰곰자리에서 국자 모양(模樣)을 이루며 가장 뚜렷하게 보이는 일곱 개의 별. 이름은 각각(各各) 천추(天樞), 천선(天璇), 천기(天璣), 천권(天權), 옥형(玉衡), 개양(開陽), 요광(搖光)이라 하며 앞의 네 별을 괴(魁), 뒤의 세 별을 표
(杓)라 하고 합(合)하여 두(斗)라 한다. 위치(位置)는 천구(天球)의 북극(北極)에서 약 30도 떨어져 있으며, 천추(天樞)와 천선(天璇)을 일직선(一直線)으로 연결(連結)한 곳에서부터 그 길이의 다섯 배만큼 떨어진 거리(距離)에 북극성(北極星)이 있다. 국자의 자루 끝에 있는 요광(搖光)은 하루에 열두 방위(方位)를 가리키므로 옛날에는 시각(時刻)의 측정(測定)이나 항해(航海)의 지침(指針)으로 삼았다.
이에 비해 신재信齋는 원교員嶠와 같이 序를 적었을 뿐이다.
그의 四言詩는 다음과 같다.
伽倻之山 | 伽倻山에는 |
翛翛(소소)紫芝 | 紫芝풀 파랗게 우거지고 |
草戶薪門 | 풀로 엮은 지개에 섶나무 문 |
白雲生之 | 흰 구 름 피 어나니 |
非我以喜 | 좋아라고 예 사는 건 아니라네 |
不得已而 | 마지못해 이 런 거 지 |
秋風在樹 | 나무엔 가 을 바 람 |
秋霜在野 | 들에는 가을 서리 |
念我東行 | 내 東으로 가자 해도 |
白雪又下 | 흰 눈 마저 내 리니 |
行行知寒 | 걸음마다 고생길임 알기에 |
是以來也 | 이래서 온 거 라오 |
始林暗不見 | 신라는 아물아물 보이지 않고 |
洛水深不濟 | 낙동강은 깊어라 건널 수 없네 |
脩衣玉貌 | 긴 옷 에 玉같은 얼 굴 |
有文且忠 | 글 잘하고 충성스럽거니 |
王如有知 | 상감이 알아나 준다면 |
如何千歲 | 千年인들 변하리오? |
라 하여 君臣際遇에 있어서의 어그러짐을 슬퍼하고 있다.
어찌 한갖 孤雲에 대한 서러움 뿐이겠는가? 아버지 원교를 비롯한 모든 불우한 선비에 대한 느껴움이 서리어 있다 하겠다. 自哀의 정이야 말해 무엇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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翛:날개 찢어질 소, 빠를 유, 빨리 나는 모양 숙 薪:섭 신 翛
始林: 신라의 다른 이름. 숲속에서 이상(異常)한 닭 울음소리가 들리기에 가 보니, 나뭇가지에 금빛(金-)의 궤(櫃)가 걸려 있고 그 아래에서 흰 닭이 울었는데 그 궤(櫃) 속에 신라(新羅) 김씨 왕조(王朝)의 시조(始祖)가 되는 김알지(金閼智)가 있었다는 설화(說話)에서 유래(由來)한다. 脩: 포수, 술잔 유, 고을 이름 조, 쓸쓸할 소, 貌:모양 모, 모사할 막(모양, 얼굴)
17. 포석정鮑石亭
계림鷄林(경주)에 있으니 구비진 물에 잔을 흘려 보내던 자취가 아직도 남아 있다. 경애왕景哀王이 비빈妃嬪 왕족王族, 인척姻戚과 더불어 이 정자에 나들이 가서 술을 놓고 즐기다가 견훤甄萱이 쳐들어왔다는 소리를 듣고서는 허둥대며 어쩔 줄을 모르다가 君臣이 모두 잡히었던 것이다.
在鷄林 流觴曲水遺跡尙在 景哀王與妃嬪宗戚 出遊此亭 置酒娛樂 聞甄萱至 倉卒不知所爲 君臣皆被禽
今日何倉卒 | 오늘은 왜 이다지 황급한고! |
行樂爲誰畢 | 行樂은 누구일래 끝났는가? |
今日何倉卒 | 오늘은 왜 이다지 황급한고! |
行樂爲誰畢 | 行樂은 누구일래 끝났는가? |
香醅漂玉蛆 | 향긋한 술에 옥 잔에 구더기 떠있으니 |
泛瓊流幾折 | 玉잔은 그 몇 구빌 구비지어 흘렀던고? |
高髻繞繡帡 | 높은 산봉우리는 수 놓은 휘장처럼 둘렀고 |
朱絃發越 | 붉은 시울에선 진동소리 넘어가니 |
金床玉几 | 金床 玉궤에 |
夢斷香塵歇 | 꿈은 깨어지고 香氣롭던 먼지도 잦아져 |
詩以道懷 | 詩로써 懷抱를 생각하니 |
今日何倉卒 | 오늘은 왜 이다지 창황한가? |
金山逸竇賊 | 金山에서 개 구멍으로 달아났던 賊*이 |
白日執祝衄 | 대낮에 모욕으로 축하를 맡았으니 |
金山逸竇賊 | 金山에서 개 구멍에서 달아났던 賊이 |
白日執祝衄 | 대낮에 모욕으로 축하를 맡았으니 |
歌管未成闋 | 노랫소리 피릿소리 끝나기도 전에 |
筵幔森刀棘 | 잔치자리엔 칼과 창이 빽빽해라 |
蓮臉辭桂殿 | 연꽃같이 고운 여인 桂殿에서 물러나고 |
黼裳下璚席 | 상감은 玉자리에서 내려오누나 |
千年王業 | 千年이라 新羅의 王業 |
風澌雨泐 | 바람에 스러지고 비에 부숴진가? |
詩以道懷 | 詩로써 회포 읊자니 |
金山逸竇賊 | 金山에서 개 구멍으로 달아났던 賊의 |
輜車碾曉霜 | 짐수레는 새벽 서리 갈며 가는데 |
始林轉香茫 | 始林은 도리어 아스랗기만 |
輜車碾曉霜 | 짐수레는 새벽서릴 갈며 가는데 |
始林轉香茫 | 경주는 오히려 아득하니 향기만 났었구나 (견훤의 군대가 침략을 준비해도 대비하지 않고 술향기만 났다는 의 미) |
鸚鵒巢黃葉 | 앵무새 구관조는 누른 잎에 깃들고 |
歌哭不常 | 노래와 울움은 엇갈리는가? |
嫦娥幾圓缺 | 달은 그 몇 번 둥글었다 이울었는가 |
桃梗去無方 | 惡鬼 쫓던 桃人**은 간 데가 없네 |
魚過河泣 | 물고기도 河水를 지나려면 훌쩍인다는데 |
爲樂悔太康 | 耽樂하던 太康을 뉘우치게 하리라 |
詩以道懷 | 詩로써 회포 읊조리자니 |
輜車碾曉霜 | 짐수레는 새벽 서리 갈며 가네 |
湖南一布衣 | 湖南은 한 지방의 시골이지만 |
鷄林舊王畿 | 鷄林은 예전 서울이라 |
湖南一布衣 | 湖南은 한 지방의 시골이지만 |
鷄林舊王畿 | 鷄林은 예전 서울이라 |
錦山花發 | 錦山에는 꽃이 피고 |
榮江草菲 | 榮山江엔 풀이 무성하고 |
風景雖好 | 풍경이 아무리 좋다 하여도 |
擧目山河非 | 눈 들어 보는 山河는 고향은 아니니 |
安起黃昌來 | 어떻게 하면 죽은 黃昌 되살려서 |
濟我於式微 | 우릴 國亡에서 살리랄까? |
詩以道懷 | 詩로 회포를 읊는 이 |
湖南一布衣 | 湖南땅의 한 벼슬하지 않은 선비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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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賊 : 견훤을 말함
**桃人 : 桃人[桃梗] 복숭아 나무로 만든 인형으로 악귀를 쫓는데 쓰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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觴: 잔 상(술잔), 醅:거르지 않은 술배, 蛆:구더기 저, 泛:뜰 범, 물소리 핍, 엎을 봉 瓊:구술 경, 아름 다운 옥 선
髻:상투 계, 조왕신 결 繞:두를 요, 繡:수놓을 수 帡:휘장 병 逸:달아날 일 竇:구멍 두, 개천 독 衄: 코피 뉵 闋: 문닫을 결 幔:막 만 棘:가시 극(창)
쌍성雙聲이나 첩운疊韻만으로도 우리는 이름 못할 情感의 되풀이를 느끼게 된다. 더욱이 이 詩에 있어서는 같은 句節의 되풀이가 많다. 勿論 情感의 强調를 위한 되풀이인 것이다. 즉 ‘今日何倉卒, 行樂爲誰畢, 詩以道懷, 金山逸竇賊, 白日執祝衄, 輜車碾曉霜, 始林轉香茫, 湖南一布衣, 鷄林舊王畿’ 등이 그 例이다.
두 번 혹은 세 번이나 되풀이되는 이 句節들은 시경의 例와 같이 綿綿한 情感의 되풀이를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信齋의 詩는 다음과 같다. 序는 員嶠것 그대로이다.
悲乎愉也 | 슬픈 채 즐 거웁고 |
樂乎愁也 | 즐거운 채 시 름겨워 |
啾啾乎堂上之歐歈也 | 귀신이 슬피우는 堂上에선 두드리며 노래하고 |
隍隍乎堂下之竹竿也 | 당황하던 당하에는 죽간자가 소리 내니 |
酡乎酒酏也 | 붉게 취 한 것 은 기 장 술 이니 |
娭乎諧腰肢也 | 뜻이 맞아 허리와 팔 다리를 희롱하고 |
汗漫乎朱照也 | 등한히 하며 붉게 비추어라 |
亦有乎炬燎也 | 또 횃불도 섞였어라 |
奈何乎遑急也 | 어찌할꺼나! 危急하여라 |
萱兵入也 | 甄萱의 군사가 쳐들어왔다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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愉:즐거울 유, 구차할 투, 歈:노래 유, 노래 투, 歐:토할 구, 칠구, 隍:해자 황, 酡:붉으레할 타, 酏: 기장술 이, 娭: 계집 종 애, 희롱할 희 諧:화할 해 腰:허리 요 肢:팔다리 지 炬:횃불 거 燎:횃불 료(요), 遑:급할 황, 萱:원추리 훤 啾啾 추추 두런거리는 소리가 가늚. 새나 벌레들이 찍찍거리고 우는 소리. 슬피 우는 귀신(鬼神)의 곡성(哭聲). 竹竿子 죽간자. 나라의 잔치 때에 여러 가지 춤을 추는 데 쓰던 제구(諸具)의 하나 길이 2~3m 되는 붉은 칠을 한 나무자루 위에 가는 대 100개를 꽂고, 붉은 실로 엮은 다음, 대끝 3cm 가량 아래로부터 금박(金箔)한 종이에 수정(水晶) 구슬을 달아 竹竿:대나무 장대 汗漫:탐탁하지 않고 등한 함, 遑急:황급, 황황하고 급박함.
信齋 역시 馬韻의 也로 句中押韻, 句句押韻하여 歡樂에 탐닉眈溺한 中 뜻밖에 쳐들어온 甄萱의 군사 앞에, 어풀사!(어푸-어푸:물에 빠져, 물을 켜며 괴롭게 내는 소리 또는 그 모양) 할 새도 없이 붙잡히고 마는 景哀王 一家의 沒落相을 잘 묘사하였다.
특히 ‘酡乎酒酏也 娭乎諧腰肢也 汗漫乎朱照也 亦有乎炬燎也’에서는 ‘술에 醉해 정신없이 허리며 다리를 얼르고 희롱하는 亂雜한 꼴’에 作者가 얼마나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지 짐작이 간다. 그러기에 흘개 늦은 붉은 反照에는 甄萱의 군대의 횃불 빛이 섞여있다고 冷情하게 적고 있을 뿐 ―毫의 동정도 이 안에는 비치지 않고 있다.
18. 조룡대釣龍臺
부소산扶蘇山 기슭에 야릇한 바위가 江가에 걸터 있고, 돌 위에는 龍을 움킨 자국이 있어 세속에 傳하기를 소정방蘇定方이 백제百濟를 칠 때, 비바람이 크게 치며 당군을 막았던 용을, 백마白馬로 미끼를 삼아 龍 한 마리를 낚아 百濟 군사를 진멸盡滅하였기에 江을 白馬江이라 하고 그 바위를 釣龍臺라 하였다고 한다.
扶蘇山下 有怪石跨江渚 石上有龍攫跡 諺傳 蘇定方伐百濟 風雨大作 以白馬爲餌 釣一龍 逐濟師 故江 曰白馬 巖 曰釣龍.
員嶠는 그저 傳說대로 적고 있을 뿐 自己말은 한마디도 없다.
詩는 다음과 같다.
古昔聖王受命始 | 上古라 어진 임금 바야흐로 天命을 받을 땐 |
四靈之靈班古記 | 麒麟, 鳳凰, 거북, 龍같은 靈物이 옛 記錄엔 제 자리가 매겨져있다 |
下至衰亂事反是 | 時代가 내려와 衰亂에 이르러선 일이 이와는 反對되어 |
隱顯往往非常理 | 숨거나 드러남이 往往이 常理를 벗어나곤 한다 |
麟不時出爲奸獲 | 麒麟이 때 아닌 때 나타나서는 몹쓸 놈 에게 잡 히기도 하 니 |
反袂絶筆竟何益 | 붓 던지고 소매를 뒤쳐 눈물을 씻은 들 마침내 무 슨 소용 |
白龜遂爲余且得 | 흰 거북*을 마침내 내 손으로 얻는다 한들 |
何論百鑽無遺策 | 前人의 남긴 計策이 없다고 하면 백번을 뚫은들 따 져 무 엇하겠는가 |
文王既沒文在誰 | 文王이 이미 돌아갔거니 글 솜씬 뉘게 있는가 |
鳴鳥不至吁其噫 | 吉兆를 알리는 새는 오지 않으니 아! 슬프다 |
百濟淫昏速天威 | 百濟가 너무도 어둑하여서 唐軍 侵入을 招來한 것 |
神物胡然黨虐爲 | 神物인 龍이 어찌 몹쓸 짓 하는 걸 도왔으리오? |
蹴海翻江秪取屠 | 바다를 차고 江을 뒤번득이니 잡아서 죽여야 할 뿐 |
水中龍驤朱泙徒 | 물속에서 威勢를 날리는 건 朱泙漫**과 같은 무 리 |
龍乎龍乎豈不靈 | 龍이여 龍이여 어찌 영검치 못한고? |
撫蹟獨有雙淚橫 | 옛자취 어루만지며 홀로 두 줄기 눈물만 비 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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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龜 : 《晋書》〈毛寶傳〉-자기가 방생한 흰 거북 덕에 ‘모보’가 목숨을 건졌음.
**朱泙漫 : 《莊子》〈列禦寇〉-支離益에게 용 잡는 법을 익혀, 온 재산 다 날리고 삼년 만에야 성공했지만 쓸데가 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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跨:넘을 과, 渚:물가 저, 攫:움킬 확 諺:언문 언, 자랑할 안 餌:떡 이 嶠:산 쭈뼛할 교 顯:나타날 현 袂:소매 매 鑽:뚫을 찬 吁:탄식할 우, 부를 유, 驤:머리 들 양, 天威 천위 제왕(帝王)의 위엄(威嚴)
七言 16行 102字의 이 詩에서 員嶠는 다섯 번 환운換韻을 試圖하였다.
처음 네句는 지운紙韻 始, 是, 理와 치운寘韻의 記전를 섞어 句句押韻하여 옛 聖王이 天命으로 임금이 될 때에는 그 때마다 나타난 四靈의 영검스러움이 古記에 보이는데, 時代가 衰微해짐에 이와는 反對로 隱顯이 往往 어긋남을 또박또박 기록 强調하였다.
다음 네句는 맥운陌韻의 獲, 益, 策과 직운職韻의 得을 섞어 역시 句句押韻하여 뜻을 强調하고 있다. 職韻은 陌韻과 예전에는 통운通韻되었었다.
다음 수誰와 희噫는 지운支韻의 句句押韻이고 위威는 미운微韻으로 支韻과 通韻되었다.
위爲는 치운寘韻으로 역시 句句押韻한 셈이다.
다음은 도屠와 도徒로 우운虞韻의 句句押韻다. 끝의 영靈은 청운靑韻이고 횡橫은 당운唐韻인데, 靑, 唐운은 역시 通韻되었었다.
唐軍의 侵入은 百濟가 음혼淫昏한 탓에서 말미암으니, 神物 龍이 어찌 唐의 惡을 도왔으랴고 結論짓고도 傳說의 釣龍臺에 蘇定方 平濟의 이야기가 얽혀 있음을 못내 서러워 雙淚橫으로 마무리를 짓고 있는 것이다.
信齋는 아버지의 서를 그대로 썼으나 맨 끝에 蓋非信傳也 대개 믿을 만한 전설이 못된다.
고 단정 짓고 있다. 詩는 다음과 같다.
神龍在重淵 | 神秘한 龍이 깊은 못에 있으니 |
沕穆涵至化 | 極히 隱微하여 至極한 造化 머금었네 |
舉動須慶雲 | 擧動은 상서로운 구름을 따르고 |
不然潛于下 | 그렇지 않을 땐 물속에 잠길 뿐 |
載舟試君難 | 배에 실어 그댈 試驗키 어렵기에 |
神禹不敢射 | 神禹도 감히 쏘질 못했다고 |
謂是騃可欺 | 이런 말함 미련하니 속을 것인가? |
饞叨入機獲 | 貪慾부리다간 덫에 들어 잡힐 것이라 |
安能風以雨 | 어찌 바람 비를 끌어 |
蕩越天功籍 | 건방지고 버릇없이 造化의 功 업신여기는가? |
誰人喜口舌 | 뉘라서 시비하고 비방하는 말을 좋아하여서 |
小石被虛詑 | 작은 바위 거짓 속임으로 뒤덮였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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沕:아득할 물, 아득할 매, 잠길 밀 穆:화목할 목 涵:젖을 함, 舉:들 거, 騃:어리석을 애, 달릴 사 饞:탐할 참, 叨:탐낼 도 獲:얻을 획, 실심할 확, 蕩:방탕할 탕, 喜:기쁠 희 詑:으쓱거릴 이, 속일 타, 방종할 탄, 慶雲:경운 경사(慶事)스러울 조짐(兆朕)의 구름. 서광이 비칠 조짐(兆朕)이 있는 구름, 口舌:구설, 시비(是非)하고 비방(誹謗)하는 말.
마운禡韻의 化, 下에 이어 陌韻의 射, 獲, 籍을 押韻하다가 다시 가운歌韻의 이詑로 바꾸고 있다. 다만 맨 끝의 詑는 歌韻의 글자라 禡와 歌는 通하는 운이 아닌데도 쓰고 만 것은 우리 俗音때문이 아닌가 한다. 믿을 수 없는 傳說이라는 判斷 下에, 말 좋아하는 사람 덕에 이런 거짓 傳說이 생겨났다는 龍에 대한 못마땅한 이야기로 내리 닫고 있다.〈37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