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5월의 투자전략회의“개별주식ELS의 시대가 온다”
복잡하다. 어렵다. 지수연계증권(ELS)의 수익구조는 기대수익률이 높을수록 간단치 않다. 가격이 정해진 범위를 0.01%만 벗어나도 수익은커녕 손실까지 나는 상품도 있다. 그런데도 입이 딱 벌어질 만큼 잘도 팔려나간다. 알고나 팔고, 알고나 사는 것일까? 일본 ELS 붐의 전말을 봤을 땐, ‘글쎄올시다’다. 일본, 홍콩, 한국에서 수백 가지 상품을 디자인한 경력의 김홍식 굿모닝신한증권 부사장보와 베테랑 금융공학자인 이인형 수원대 교수를 모시고 지수연계상품의 속을 샅샅이 들춰봤다.
이경숙 굿모닝신한증권이 첫 지수연계증권(ELS)을 발행한 지 1년이 지났다. 그동안 시장이 꽤 컸다.
김홍식 지난해 일본, 홍콩과 비교해 한국 시장도 5조원까지는 클 것이라고 말했을 때 기자들은 입을 딱 벌렸다. 그런데 ELS와 ELS펀드를 합쳐 벌써 10조원 시장이 됐다. 홍콩, 일본에서 7년 동안 발전한 것이 한국에서 1년 동안 발전했다. 상품 발전속도가 생각을 뛰어넘는다. 홍콩, 일본에서 6~7년 배운 것으로 한국에서 3~4년은 써먹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벌써 다 바닥난 것 같다.(웃음)
이경숙 급성장 배경은?
김홍식 기본적으로 시장에 욕구가 있었다. 주식, 채권같이 표준화된 상품만으로는 고객의 다양한 욕구를 더 이상 만족시키지 못한다. 어차피 리스크-리턴 트레이드 오프(위험과 수익은 양립할 수 없음)는 피할 수 없다. 그러면 어느 쪽 리스크를 가져가면서 수익률을 올리는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고객들은 IMF 외환위기 전 채권쪽 리스크, 신용쪽 리스크를 더 많이 가져가서 원금을 날린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제는 신용 위험보다 시장 위험을 더 가져가는 구조로 가고 있다.
이인형 일단 2003년 이후 주식시장이 500대에서 900까지 계속 올라서 ELS들이 지속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었다. 또 저금리 기조 때문에 갈 곳 없던 자금들이 이쪽으로 몰려 시장이 갑자기 커졌다. 이렇게 다양한 구조를 갖는 상품을 발행하기 위해선 발행사의 헤지 여력도 충분히 있어야 하고 일반 투자자의 인식도 높아야 할 것으로 보는데, 어떠한가?
김홍식 우려되는 부분은 있다. 바이코리아 열풍 때 펀드시장이 급성장한 배경도 지금과 비슷하다. ELS도 같은 우를 범할 수 있다. 일본에서 ELS가 98년 허용된 뒤 2000년까지 주가가 1만대에서 1만6천까지 수직 상승했다. 이때 ELS들이 좋은 결과를 내면서 돈이 몰렸다. 역전환사채(RCB)의 경우 소니, NTT도코모의 주가가 기준가격의 90%만 유지하면 연 10~15% 이자를 줬다. 그때 일본 금리가 1~2%대였다. 돈을 벌자 노인들이 계속 롤오버(대환)하면서 2~3년씩 RCB를 들고 갔다. 2001년에 시장이 고꾸라지면서 원금 손실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그 때문에 한동안 고객들도 힘들고 판매사도 힘들었다. 그래서 우리 회사는 상품 낼 때 항상 판매팀과 브레인스토밍을 한다. 상품을 잘 팔 생각도 하지만 6개월 뒤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도 생각한다.
이인형 사람들은 ELS를 살 때 은행, 증권의 신용도를 보고 산다. 원금 보존 약속을 이행할 수 있는가만 보는 것이다. 그러나 수익을 낼 확률로 보면 수익을 내지 못할 위험이 높은 상품도 많다. 마케팅을 할 때 얼마나 정보를 주는가.
김홍식 우리도 개인 투자자들은 부담스럽다. 법인 투자자는 조건표만 보여줘도 안다. 부담이 없다. 개인 투자자들한테는 부가설명이 필요하다. 판매직원들한테 수익구조와 손실 위험을 잘 설명하라고 강조한다. 지난해 말 NHN 워런트(특정조건으로 구조화된 옵션)를 팔 때 어떤 고객이 수억 원의 목돈을 들고 왔다. 그래서 그 돈의 일부만 넣으라고 권했다. 그게 전 재산이라면 수익을 못 낼 리스크가 너무 커지니까.
심영철 결과적으로는 NHN 워런트에 다 넣는 게 좋을 뻔했다. 수익율이 67% 가까이 가지 않았나.(웃음)
김홍식 우리도 장사를 오래 해야지 않겠나.(웃음) 고객한테 돈을 벌어줘야 하기도 하지만 고객 돈을 지켜주기도 해야 한다. 3년 만기 삼성전자 관련 ELS를 만들면서 조기상환 기회를 6번 줬다. 만기 때 주가가 기준가격의 80%만 되면 원금을 보장하고 상환 기회 6번 중 한 번이라도 수익 기회가 있으면 해지할 수 있는 상품이다. 주가 전망으로 보아 이런 상품은 수익을 낼 확률이 아무래도 높지 않겠나.
이경숙 같은 번호로 6번 당첨 기회를 주는 로또 복권과 비슷한 것 아닌가. 0.1%라도 범위를 넘어가면 수익을 받을 수 없으니까.
이인형 마케팅하는 입장에서는 최고 수익률을 계속 강조하게 될 것이다. 과거 수익률이 미래 수익률을 보장해 줄 수 없다는 점, 주가 전망을 잘해야 한다는 점을 개인 투자자들이 분명히 숙지하고 있을까.
김홍식 솔직히 고객이 이렇게 복잡한 상품내용을 다 숙지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지난해 채권 성격의 ELS가 잘 팔렸을 때만 해도 증권사가 날아가면 날아가는 돈이다, 이 정도만 설명하면 됐다. 이젠 시장 변동성이 떨어져서 그런 상품을 만들 수도 없고 팔 수도 없다. 그러면서 요즘 ELS 안에 들어간 장외파생상품의 성격이 복잡하게 빨리 발전했다. 우리가 ELS만 80종 발행했고 ELS펀드에 공급한 워런트만 140종에 이른다. 우리 회사만 200여종이 넘으니 전체수는 1천여개는 될 것이다. 우리도 판매직원 교육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지만, 투자자를 위해선 펀드평가사 등 객관적인 기관의 분류작업이 필요하다.
이인형 외국에선 판매자가 파생상품 구조를 잘 이해시켜 줬느냐 여부를 가지고 소송까지 가기도 한다. 복잡한 상품구조에 대해 가입자한테 충분히 이해하도록 설명해야 할 텐데, 혹시 소송이나 분쟁이 발생한 적은 없는가?
김홍식 지금까지는 없었다. 증권사들이 정신없이 판매량만 늘린다면 아마 문제가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증권사들도 자신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로 스스로 발행량을 조절한다.
심영철 사실 원금 보존이 100% 되는 채권형 ELS의 수익은 상호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연 7%짜리 예금과 비슷하다. 매력이 떨어지지 않나?
김홍식 상호저축은행 상품은, 5천만원까지는 예금자를 보호한다. 그 이상의 금액부턴 신용 위험이 생긴다. 상호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은 은행, 증권보다 낮다. 우리 회사 신용등급이 싱글A다. 증권사쪽 신용이 높다.
심영철 가족까지 다 동원하면 상호저축은행 예금으로도 1억원 이상 예금자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김홍식 그렇다면 나라도 거기 넣겠다.(웃음) 하지만 채권형 ELS와 주식형 ELS는 다르다. 채권형 ELS보다 주가 하락의 위험을 약간 덜 헤지해 주면서 주가상승의 수익은 더 많이 낸다. 고객의 위험 감내도, 취향이 다 다르니까 그에 맞는 상품을 고르면 될 것이다.
이인형 증권사가 ELS를 만들 때 헤지는 어떻게 하는가? 국내 지수선물/옵션의 만기가 짧고 삼성전자, 국민은행 같은 개별종목 옵션도 거의 거래가 되지 않아 헤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텐데.
김홍식 1년 전만 해도 상품들을 외국에서 사와야 했다. 지금도 6개 증권사 중 4개가 그럴 것이다. 구조화 상품을 만들려면 트레이더와 모델이 있어야 한다. 삼성과 굿모닝증권은 직접 옵션부상품들을 만든다. 주로 다이나믹 헤징(무위험자산 보유비중을 바꾸며 시장 변동을 헤지)으로 옵션을 헤지한다. 이때 헤지에 오차가 생기면서 추가 수익 또는 손실이 발생한다. 여기서 마진이 나온다. 위험은 있지만 우리 증권사들도 그것을 콘트롤할 충분한 노하우와 위험 관리 능력을 가졌다.
이인형 옵션상품들의 가격을 계산할 때 가장 불투명한 부분이 변동성이다. 변동성은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다(가격과 시간에 대한 리스크는 선물, 옵션으로 거래됨). 투자회사마다 다른 변동성 모델을 쓰고 변동성 예측이 틀릴 수 있다. 그 위험은 누가 지는가?
김홍식 위험은 증권사가 진다. 주식 전망에 따라 주식 투자자가 투자를 하듯 우리도 똑같이 변동성을 예측해 워런트를 구성한다. 그게 틀리면 어쩔 수 없이 당한다. 그래서 증권사는 스트레스 테스트(위기에 대한 대처력을 측정하는 테스트)별로 허용된 한도 내에서 워런트를 발행한다. 이게 안 되면 마진이 적게 나더라도 워런트를 외국에서 사오는 게 낫다. 우리도 너무 복잡한 워런트는 외국에서 일부 사온다.
이경숙 간단히 말하자면 투자자들은 증권사 신용도와 리스크 관리 실력만 보면 된다는 말씀인 것 같다. 요즘 ELS의 기초자산까지 다양해졌다. 이와 관련해 알아야 할 부분은?
김홍식 최근 관련법규 개정으로 닛케이 같은 외국 지수도 유가증권화할 수 있게 됐다. 한국 증권회사들이 해외 개별종목 전망을 잘하긴 어렵다. 그러나 나스닥, 닛케이같이 우리나라 주가지수와 연관성이 많은 해외주식은 우리 증권사도 꽤 전망을 잘할 수 있다. 상품 자체에 증권사의 전망이 어느 정도 실릴 수밖에 없으므로 증권사가 전망을 잘할 수 있는 기초자산에 연계된 상품을 보는 것이 좋다.
이경숙 그렇다면 증권사 리서치팀의 전망능력도 봐야겠다.
김홍식 중요한 포인트다. 우리가 어느 종목으로 개별종목 워런트(ELS에 싣는 구조화된 옵션)를 만들까 선정할 때도 리서치팀의 도움을 받았다. 지금까지는 전체 지수 관련 ELS가 화두였지만 7월 이후부턴 개별종목 파생이 상장되면서 개별종목 ELS로 시장 중심이 옮겨갈 것이다. 블루칩 워런트가 뜰 것이다. 원금 보존형 ELS가 주류였을 땐 리서치 역량이 크게 작용하지 않았지만 개별주식 워런트 때는 리서치 역량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인형 시장이 급변할 때 예를 들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변경에 따른 이자율 변화 같은 순간을 포착해 거기에 맞는 상품을 디자인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자사 능력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김홍식우리 회사가 시장에서 인정받는 부분인데, 금리 전망 같은 부분에선 독보적으로 앞서가고 있다.
심영철 제가 보기에 LG증권, 굿모닝신한증권에서 나오는 것이 상품성이 뛰어나다. 2개 증권사 상품은 나올 때마다 점검하는 게 좋겠다.
이경숙 어떤 점이 뛰어난가.
심영철 삼성증권, 동원증권 상품은 은행 것과 다른 것이 없다. 기대수익률도 상호저축은행 상품과 비슷한 수준이다. 굿모닝신한이나 LG증권 상품은 확률적 위험이나 조기상환 여부 면에서 다양한 상품이 나와 있다.
이경숙 전망이 좋은 상품은?
심영철 지금 종합주가지수가 급등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전례를 봤을 때 우리 시장도 블루칩 위주로 움직일 것이다. 블루칩 위주의 ELS 투자가 유망해 보인다. 원금 보존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지금 ELS를 판매하는 6개 증권사 보면 우량 대형사들이다. 다들 회사 명예를 걸고 하는 것이므로 좀 더 오픈된 마인드가 필요하다.
정리=이경숙 기자 nirvana@economy21.co.kr
초대손님/김홍식/굿모닝신한증권 부사장보
1983년 한국외국어대 학사(무역학)
1985년 미국 미주리대 석사(경영학)
1991년 미국 뉴욕대 박사(경영학) 수료
1995년 미국 미주리대 박사(경영학)
1995년 동양증권 차장
1996년 뱅커스트러스트코리아
1997년 ING베어링 홍콩 어시스턴트 디렉터
1998년 코메르츠뱅크 저팬 팀헤드
2002년 BNP파리바 홍콩 매니징 디렉터
2003년 2월 굿모닝신한증권 상품운용 담당 부사장보
이인형 수원대 금융공학대학원 교수 겸 포넷 금융공학연구소장. 미국 브라운대 경제학 박사를 나와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팀장을 지내며 각종 가치평가, 가격결정 도구를 개발했다.
심영철 모네타 재테크팀장. LG투자증권 등 상담 현장에서 8년 동안 뼈가 굵었다. 한겨레 ‘맞장컨설팅’, MBC ‘손에 잡히는 경제’, KBS ‘경제가 보인다’에 고정 출연.
이경숙 기자. 4년간 미디어, 경제, 문화 분야를 전전하다가 서민 돈 지키는 정책, 서민 돈 불리는 정보를 발굴하고자 4년째 금융, 재테크를 파고들고 있다.
* 출처 : 이코노미21 19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