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나에겐 버릇이 생겼다. 시간만 나면 멍하니 앉아 상상의 세계로 빠져 들어간다. ‘동네에 있는 마을 숲에서 내 어릴 때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이 술래잡기도 하고, 고무 줄 놀이, 공기놀이, 비석치기 ,똑같은 잎 찾아오기, 그러다가 배가 고프면 산딸기 따먹고, 물가에 앉아 물잠자리 잡으며 마음껏 뛰어 놀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내 아이는 이미 커버렸지만 손주 녀석이라도 그렇게 놀 수 있을 때가 온다면 .....’ 철이 들면서 촌에 사는 게 싫어서 멀리멀리 도시로 일찌감치 유학길에 나섰다. 절대로 시골에 들어가서 살진 않을 거라 다짐 했었다. 화려하고 세련된 도시인으로 살아가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80년대 중반 민주화의 열기에 동화되어 대학생활을 정신없이 보냈다. 부당함과 이루지 못한 욕심들에 점점 지쳐가고 가슴은 메말라갔다. 국립공원에 근무하는 남편을 만나 전라도에 있는 백양사를 처음 알았고 민주화의 도시 광주에 살게 됨에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다. 남들이 그런 것처럼 자식 낳고 십여년을 살았다. 삶이 버거워질 때 국립공원에서 자원 활동가 교육이 실시된다는 소식을 듣고 발을 디뎌놓았다. 숲의 생태를 배우고, 징그러워서 거들 떠 보지 않던 각종 애벌레 등에 살아가는 모습들을 관찰하면서 생명에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다. 살아있는 생명 그자체가 신비고 가슴 벅찬 기쁨이고, 아이들 주부들과 함께 나눌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그렇게 싫었던 시골 자연생활이 얼마나 좋은지를 알게 되었다. 6년을 국립공원에서 활동하면서 이정도 잘 갖추어진 큰 산에서만이 숲 해설을 한다고 여겼었다. 내가 살고 있는 앞산에서 무슨 활동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졌다. 주민지치센터에 국립공원에서 ‘찾아가는 국립공원’이라는 교육을 통해 ‘한새봉 숲사랑이’와 ‘군왕봉 지킴이’가 모둠을 틀어 생활해온지 벌써 3년이 되었다. 마을 숲 이여서 모이기도 수월했다. 주마다 모여 루빼, 사진기 ,도감을 가지고 다니면서 모니터링도 하고, 살림하면서 이런저런 속상했던 일들도 숲속에서 한바탕 수다를 떨기도 하고, 숲해설, 공부방 아이들과 숲체험 놀이, 정화활동, 전시회등 해가 갈수록 해야 될 일이 많아졌다. 봉사활동이지만 모두들 자긍심을 갖고 끊임없는 교육을 받으면서 성취감을 느끼며 한마음이 되어갔다 작년부터 ‘앞산뒷산 지킴이 네트워크’라는 모임에 한배를 타면서 큰 전환기를 가지는 계기가 되었다. 세삼스레 앞 뒷산에 소중함을 느끼게 되었다. 전에는 등산로가 너무 길어서 일부 다니기 편한 곳만 모니터링을 했었다. 우리 손으로 생태지도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모든 등산로를 둘러보았다. 발길이 닿지 않은 숲속에 울창하고 다양한 식생이 있고, 십 여 종류가 넘는 새들과, 여러 종류에 개구리들이 살고, 고라니 토끼 등에 흔적을 발견하기도 하고, 푸석푸석한 숲속에 커다란 습지를 2곳이나 있음을 알았을 때 우리는 흥분했다 생명에 젖줄인 물이 이곳에도 흐르다니! 큰 보물을 발견 한냥 마냥 기뻤다. 그런데 그곳에 북부 순환도로가 난단다. 두 곳에 터널이 뚫리고 학교 옆에는 뚜껑이 있는 시속 80km로 달리는 8차선의 커다란 도로가 난단다. 큰일이다. 울창한 숲이 잘려나가고 그곳에 살고 있는 새들과 토끼들이 살 곳이 없어지게 되었다. 돈으로도 거래한다는 휘파람 새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되고, 물이 말라서 습지가 사라지게 되어 정겨운 개구리에 소리를 들을 수가 없게 되었다. 큰 소음과 미세한 분진들이 날아와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피해가 가고 방문을 열어놓을 수가 없게 되었다. 아침 저녁으로 등산로를 다니는 주민들이 마음 편히 산책을 할 수 없게 되었다. 4월에 형식적인 주민설명회를 시에서 실시했다. 대다수에 주민들은 모르고 있었다. 뒤늦게 알게 되어 대책회의를 하고 진정서를 내는 등 작은 몸짓을 하고 있다. 우리들도 전문적인 모니터링 교육을 받고 자세히 기록하는 일을 한다. 습지에 나가 사진 찍고 기록하며 주민들에게 숲 해설을 통해 한새봉에 소중함을 다시금 느끼게 해준다. 상세한 생태지도를 만들어서 비록 도로가 나더라도 식생들과 환경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기록으로 남겨서 먼 훗날 똑같은 일을 저지르지 않고 환경보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게 되는데 작은 자료로 쓰여 진다면 우리에 모임이 헛되지 않음으로 그것으로 만족하리라. 더 욕심을 부린다면 주민의 힘으로 한새봉에 마을 숲을 지키고, 생명과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생태교실이 있고, 습지에서 시원한 물줄기가 흘러나와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노는 그런 숲 속 문화를 누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에 작은 힘들이 모아져서 멋진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이런 꿈이 이루어졌으면 간절히 소망한다. 오늘도 상상 속에 놀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