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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 500년을 통하여 가장 위대한 정치가를 꼽으라면 삼봉(三峰)정도전(鄭道傳)이다.
정도전은 조선왕조의 헌법인 〈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을 편찬(編纂)하여 그 토대위에서 조선왕조를 설계하였다.
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은 중국의 주례(周禮)를 본받은 것이다. 중국의 주례(周禮)는 왕망(王莽BC45~AD 23)이 지은 것으로
왕망은 중국 전한(前漢) 말의 정치가로서 개혁정책을 통한 이상적인 나라를 세운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정도전의 〈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을 높이 평가하는 것은 조선왕조를 민본사상(民本思想)의 이상적인 국가로 삼은 것이다.
민본 사상이란 임금을 상위(上位)에 두지 않고 백성(百姓)을 상위(上位)에 두는 것이다.
정도전은 500년 전에 지금의 민주주의 사상을 설계한 것이다.
민주(民主)란 무엇인가? 국민이 주인이란 뜻이다.
조선왕조 500년이 세계적으로 높이 평가 받는 것은 서양 왕들의 전제(專制)와 다르게 조선왕조는 항상 왕권(王權)과
신권(臣權)이 견제(牽制)를 통한 균형을 유지한 것이다.
이것은 정도전의 민본사상(民本思想)이 그대로 이어져 내려온 것이다.
정도전의 조선경국전 정보위(正寶位)는 그의 민본철학을 압축적으로 밝혀주고 있다.
정보위의 해석과 원문을 그래로 옮겨 싣는다.
주역에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성인의 큰 보배는 위(位)요, 천지의 큰 덕은 생(生)이다.
무엇으로써 그 위를 지킬까보냐? 말하기를 인(仁) 이다.”
천자는 천하 사람들의 받듦을 향유하고 제후는 국경내 사람들의 받듦을 향유하니, 이 모두가 부귀의 지극함이다.
현능한 자들이 그 지혜를 바치고, 호걸들은 그 힘을 바치며, 일반 서민들은 분주히 살며 그 맡은 바 직분에 복무하되,
오직 인군의 명령에만 따를 뿐이다. 이것은 위를 얻었기 때문이니 큰 보배가 아니고 무엇이랴! 천지가 만물을 대하는 것은
그 생육에 있어 한결같을 뿐이다. 대저 일원(一元)의 기가 끊임없이 주류(周流)하며, 만물이 태어나는 것도
모두 이 기를 받아 생성되는 것이다.
어느 것은 굵고, 어느 것은 가늘며, 어느 것은 높고, 어느 것은 낮으니, 모두 제각기 다른 형태를 지니고,
제각기 다른 본성을 갖게 된다. 그래서 말하기를 천지는 만물을 생하는 것으로써 마음을 삼는다 한 것이다.
이때 만물을 생하는 마음이 곧 천지의 큰 덕이라는 것이다.
인군의 지위라는 것은 높기로만 말하자면 한없이 높은 것이요, 귀하기로 말하자면 한없이 귀한 것이다.
그러나 하늘 아래는 넓기 이를 데 없고, 만백성은 많기 그지없다.
단 한번이라도 그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참으로 크게 걱정할 만한 일이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아래에 있는 뭇백성은 지극히 약하게 보이지만 힘으로 겁줄 수 없는 것이요,
지극히 어리석게 보이지만 지혜로써 속일 수도 없는 것이다.
그들의 마음을 얻으면 그들은 복종하지만, 그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그들은 곧 이반해버린다.
떠나고 붙는 것이 터럭만큼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이른바 백성의 마음을 얻는다 하는 것이,
사사로운 의도로써 구차스럽게 해도 안 되는 것이요, 도에 어긋나게 사람들의 칭찬을 구하여 이르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러니 그것을 얻는 방법은 오직 인(仁)일뿐이다.
사람의 임금은 반드시 천지생물지심으로 그 마음을 삼아야 하고,사람이기에 차마 해치지 못하는 인한 정치를 행하여야 한다.
천하 사경의 사람들로 하여금 모두 기쁘게 하여 임금을 우러러 보기를 친부모처럼 한다면, 그러한 임금은 편안한 부유함과
고귀한 번영의 즐거움을 오래 누리게 될 것이요, 위태롭게 망하거나 전복되어 추락하는 우환이 없을 것이다.
인(仁)으로써 그 위(位)를 지킴이 또한 마땅치 아니한가?
삼가 생각건대 우리 주상전하께서는 하늘을 따르고 사람에 응하여 신속히 보위를 바르게 하였으니,
인(仁)하심이 심덕의 온전함이 되고, 심덕의 여기심이 인(仁)이 발한 것임을 알겠노라.
이에 그 마음을 바르게 하여 인(仁)을 체득하고, 어여삐 여기심을 미루어온 백성들에게 미쳤으니,
인의 체(體)가 썼고 인의 용(用)이 행하여지는구나.
오호라! 그 위(位)를 보지하여 천만세로 뻗쳐 전하여지리라는 것을 어찌 믿지 않을 수 있으리오!
正 寶 位
易曰。聖人之大寶曰位。天地之大德曰生。何以守位。曰仁。天子享天下之奉。諸侯享境內之奉。皆富貴之至也。賢能效其智。豪傑效其力。民庶奔走。各服其役。惟人君之命是從焉。以其得乎位也。非大寶而何。天地之於萬物。一於生育而已。蓋其一原之氣。周流無間。而萬物之生。皆受是氣以生。洪纖高下。各形其形。各性其性。故曰天地以生物爲心。所謂生物之心。卽天地之大德也。人君之位。尊則尊矣。貴則貴矣。然天下至廣也。萬民至衆也。一有不得其心。則蓋有大可慮者存焉。下民至弱也。不可以力劫之也。至愚也。不可以智欺之也。得其心則服之。不得其心則去之。去就之間。不容毫髮焉。然所謂得其心者。非以私意苟且而爲之也。非以違道干譽而致之也。亦曰仁而已矣。人君以天地生物之心爲心。行不忍人之政。使天下四境之人。皆悅而仰之若父母。則長享安富尊榮之樂。而無危亡覆墜之患矣。守位以仁。不亦宜乎。恭惟 主上殿下。順天應人。驟正寶位。知仁爲心德之全。愛乃仁之所發。於是正其心以體乎仁。推其愛以及於人。仁之體立而仁之用行矣。嗚呼。保有其位。以延千萬世之傳。詎不信歟。
정도전의 유교적 정치 사상을 함축하고 있는 ‘정보위(正寶位)’이었다.
그는 '정보위'에서 군주권의 정당성 근거로 ‘어진 정치(仁政)’를 들고 있다.
“성인(聖人)의 큰 보배는 위(位)요, 천지(天地)의 큰 덕은 생(生)이니, 무엇으로 위를 지킬 것인가? 바로 인(仁)이다.”
만물을 살리는 천지의 마음을 군주가 본받아야 한다. ‘인정론(仁政論)’은 정도전 정치론의 출발점이었다.
조선개국의 일등공신 정도전은 이방원의 습격을 받아 살해된다. 역모의 누명을 쓰고 죽임을 당한 것이다.
조선조 말기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하고 그 설계자인 정도전의 공을 인정해 1865년(고종 2년) 그의 관직을 회복시킨다.
고종은 1870년(고종 7년) ‘문헌(文憲)’이라는 시호와 ‘유종공종’(儒宗功宗)이라는 편액을 내려주었다.
그 뒤 1872년(고종 9년)에 정도전 후손들과 죽산부사 ‘이헌경(李憲璟)’의 노력으로 양성현 산하리(山下里)에 3칸짜리 사당
‘문헌사(文憲祠)’가 세워졌다. 역대 공신의 위패 83위가 종묘의 공신당에 모시고 있다.
정작 조선 제1의 공신 정도전은 종묘 공신당에 들어가지 못한다.
종묘 앞 종묘공원 동쪽 끝자락에 마련한 진신도팔경시비(進新都八景詩碑) 뒤편에 부조(浮彫)한 정도전의 흉상은
그저 북쪽 종묘 공신당 쪽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다. 그 시비 뒤편에 있는 그의 약전(略傳)은 그의 생애를 이렇게 마무리하였다.
"잃어버린 遼東땅을 되찾기 위해 군사훈련을 다그치던 중 왕자란의 권력다툼에 휘말려 天壽 를 다하지 못하였으나
亂世에 태어난 豪傑이라는 世評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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