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 투입하는 노력을 계량화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해를 돕기위해 굳이 계량적으로 표현하자면 골퍼가 투입할 수 있는 최고의 노력을 100으로 가정할 때 100에서 90대로 가는 길은 30정도의 노력이 필요했던 기억이다. 90에서 80대로 떨어질땐 50정도였고 80에서 70대로 가면서는 100이 아니라 죽을 힘을 다했다. 들어가는 노력의 분량이 비교할 수 없다. 타수가 낮아질수록 들어가는 노력은 제곱 혹은 삼승에 비례한다. 향상의 여지가 점점 좁아지기 때문이다.
80대를 못치는 이유라는 글의 대상은 90초반의 골퍼였다. 그러므로 당연히 90초반의 골퍼가 가지는 기술적 핸디캡과 게임 매니지먼트의 보수적 접근을 배제할 수 없었고 그런 전제를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80대로 진입할 수 있는가를 합리적으로 기술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 글의 대상은 70대 진입을 목표하는 80초반의 골퍼이므로 당연히 그에 걸맞는 기술적 매니지먼트적 기대치가 있다. 혹시라도 90대 골퍼가 이 글을 읽고 80대 진입과 방법이 전혀 다르다고 의아해하며 이 글의 요구사항을 추구하지 않기를 바란다. 항상 주장하는 거지만 골프의 핸디캡은 거쳐야하는 과정이 있다. 그 과정의 계단을 한번에 건너뛸 수 없고 설사 건너뛴다해도 일시적 향상일뿐 곧 제자리로 복귀하거나 더 악화될 수 있다.
70대의 방법론은 80대 진입의 요구조건과 정확히 반대되는 대척점에 있다.
1. 드라이버 티샷 티샷을 정확히만 친다. 아니... 그래서는 죽었다 깨도 70대로 진입하지 못한다. 80대 진입의 글에서 '드라이버는 멀리 보내는 샷이 아닙니다. 정확히 보내는 샷입니다.' 라고 썼었다. 하지만 70대 진입의 드라이버 샷은 그 반대다. 멀리 보내지 않으면 70대는 못친다. 많은 80초반의 골퍼가 정확한 티샷을 하므로 70대에 진입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정확히 치지 말라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정확히’라는 필요조건에 ‘멀리’라는 충분조건이 한가지 더 추가된다. 70대 골프는 정확히 그리고 멀리 쳐야한다.
그럼 얼마나 멀리 쳐야하는 걸까? 최소 230야드를 똑바로 칠 수 있어야한다. 그래야 세컨샷에 아이언을 선택할 수 있고 레귤레이션을 기대할 수 있다. 230야드밖에 안되나라는 생각을 하는 독자들이 있을거라 예상하지만 평균 230야드 이상의 정확한 티샷은 그리 호락호락한 주제가 아니다. 본인의 1년 평균 티샷의 거리를 잘못 친것까지 냉정하게 측정해보면 230야드이상 정확히 페어웨이로 보내는 티샷은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기술이다.
자, 여기서 거리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짚어본다. 거리는 연습장에서 백날 연습해야 늘어나지 않는다. 물론 80초반을 치는, 스윙도 완성되고 기술적 매카니즘이 잘 훈련되어진 골퍼에게 하는 말이다. 혹은 체력을 키우면 거리에 도움된다고 얘기들 하는데 그것도 사실이 아니다. 체력은 키워야 하지만 그 이유가 비거리 향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구력 향상에 있다. 전반의 스윙을 후반 막바지에도 지치지 않고 똑같이 재현할 수 있는 지구력을 소유하기 위해 체력운동이 필요하다. 본인이 지각하지 못하는 것일뿐 핸디캡이 높은 골퍼일수록 홀이 거듭되면서 스윙이 흐트러진다. 그게 더블 트리플하는 가장 큰 이유다. 체력이 달리는 것이다. 고수는 그런 흐트러짐을 최소화시킨 사람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체력운동이 필요한 것이다.
그럼 도대체 비거리는 어찌해야 늘어나는가? 비거리는 유연성의 문제다. 물론 근력을 키워도 일시적으로 비거리는 늘어난다. 하지만 그건 골프가 요구하는 비거리가 아니다. 근육의 힘으로 늘어난 비거리는 필연적으로 부정확함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멀리 나가지만 부정확한 티샷은 70대 진입에 최대 걸림돌이다.
거리를 늘리고 싶다면 물론 일정수준 이상의 적정한 근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게 스트레칭을 많이 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유연성을 길러야 한다. 나이 들면서 거리가 줄어드는 걸 근력이 모자라기 때문이라고 오해하지만 사실은 근력의 문제라기보다 유연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런거 안해도 티샷은 250야드 쭉빵이라면 그대는 반을 먹고들어가는 행운아다. 70대 진입의 절반이 바로 드라이버 샷이기 때문이다.
2. 페어웨이 우드 우드는 페어웨이 좋은 라이에서만 쓴다. 아니... 그래서는 절대로 70대 못친다. 70대 골프를 가능하게 하는 게 우드샷이다. 싱글디짓핸디캐퍼는 3번,5번우드를 젓가락 다루듯 할수 있어야한다. 3번우드는 잘못 맞아 제거리를 못낸 드라이버를 커버해주고 어떤 상황에서도 한방에 그린 혹은 그린근처까지 갈수 있는 비장의 클럽이다. 당연히 페어웨이 좋은 라이에서만 사용한다면 코스매니지먼트에 너무 제한을 많이 주는 것이다. 오르막 내리막 안좋은 라이에서도 자신있게 휘두를 수 있는 실력을 갖추어야만 한다. 3번우드로는 좁고 타이트한 홀에서 정확한 티샷을 할 수 있고 그린 근처에서 칩샷도 할 수 있다. 심지어는 그린 위에서 퍼팅도 할 수 있다. 3번우드를 7번 아이언처럼 쓸 수 있어야 싱글의 코스매니지먼트가 가능하다. 3번우드를 잘 익혀놓으면 코스에서 쓸수 있는 경우의 수가 풍부해진다. 3번우드의 엄청난 잠재력에 대해서는 또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거라 믿는다.
3. 아이언샷 아이언샷은 무조건 그린의 중앙으로... 아니 그건 80대 골프를 위한 전략이다. 대부분의 그린을 노리는 아이언샷은 그린중앙을 향하는 것이 맞지만 70대를 치려면 간혹 핀을 보고 쏘아야할 때가 있다. 아마 70대를 노리는 골퍼라면 본능적으로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샷이 승부의 샷임을. 지금 이 샷이 결정구임을. 여기서 지르지 못하면 80대로 밀린다는 걸. 그럴 때 안전한 길을 택하면 70대는 평생 못친다. 동물적 감각으로 도박을 해야할 때를 인지하고 질러야 한다. 70대 골프는 핀보고 쏴서 원펏으로 끝내야 할때가 있다...간혹.
4. 칩샷 칩샷은 무조건 홀컵에 붙여야한다. 싱글핸디캡의 필수과목이다. 80대 골프처럼 그린에 올려 투펏할 여유가 없다. 그린 근처의 칩샷이면 무조건 붙여서 원펏으로 끝내야 한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칩샷하면서 1타를 더먹어 보기를 자주하면 스코어는 어영부영 80을 넘어가 버린다. 79타 이내로 라운드를 끝내려면 타협할 여지가 별로 없다. 정말 어쩔 수 없을 때 보기로 막아야지 설렁설렁 치면서 보기를 하기시작하면 70대는 포기하는 게 마음 편하다.
5. 퍼팅 온그린 하고 안전하게 투펏 홀아웃을 목표로 하면 70대는 날 샌것이다. 고수는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다. 멀어도 넣어야할 펏은 꼭 넣어야 한다는 걸. 넣을 수 있는 펏을 놓치면 프로는 우승 못하고 아마추어는 싱글 못한다. 쓰리펏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때로 넣어야 할 때 확실히 떨어뜨려 퍼팅수를 30개 이하로 유지해야만 한다. 경험상 퍼팅수가 32개 넘어가면 싱글하기 어려웠다.
6. 코스 매니지먼트 80대 골퍼는 지금 당면한 샷에 최선을 다한다. 그렇게 하면 80대를 칠 수 있다. 하지만 70대를 치려면 그걸로는 부족하다. 항상 이번 샷을 하면 다음 샷이 어떻게 걸릴까라는 수를 읽어야한다. 그러니까 다음 샷을 염두에 두고 이번 샷을 해야한다는 거다. 그게 코스매니지먼트다. 그린 위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번 펏이 안들어가면 다음 펏의 라인이 어떻게 될지를 꼭 생각해야 한다.
노력하면 모두 80대는 진입할 수 있다. 하지만 노력한다고 모든 골퍼가 70대로 진입할 수 있는건 아니다. 그렇지 못하는 골퍼의 숫자가 더 많을지도 모른다. 70대는 90대나 80대로 진입하는 것과는 질적 양적으로 완전히 다른 종류의 노력이다. 그리고 진입했다고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프로의 세계에서도 우승해 본 선수가 다시 우승하기 쉽기에 우승하는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아마추어도 마찬가지다. 싱글해 본 경험이 있어야 싱글하는 법을 알수 있다. 괜히 처음부터 7500야드 백티에서 먼거리를 치면서 싱글하려고 힘든 노력하지 말고 6500야드 화이트티에서 어떻게 하면 싱글할 수 있는지 자주 경험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골프는 밤길을 운전하는 것과 흡사하다. 그대가 한번 갔던 길을 다시 가는 것과 생전 처음 보는 길을 가는 것. 그런 차이다.
마지막으로는 덧붙이고 싶은 말은 생업을 가진 아마추어 골퍼가 항상 70대를 치는 건 불가능하다. 연습장이나 필드에서 죽 때리는 팔자가 아니면 그럴 수 없다. 그러므로 10번에 5번 80대 치고 5번 70대 치면 아마추어 골퍼인 그대 훌륭한 70대 골퍼이다. 만일 매일 연습장이나 필드에서 살면서 70대 친다고 말하는 사람 보면 맞장구 치지 말고 그냥 지나치시기 바란다. 그건 웬만한 사람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