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 사는 선인장은 '겨울잠'으로 추위를 이겨내요
선 인 장
베란다에 '선인장'을 가꾸는 분들도 많지요? 키가 큰 것, 항아리처럼 둥근 것, 표면이 반질반질하게 광택이 나는 것, 가시가 특별히 두껍고 날카로운 것, 가시가 털처럼 얇고 모여있는 것 등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지요. 우리나라에선 넓적한 모양의 부채선인장속(屬)의 선인장들이 제주도 등지에서 자생해요.
선인장은 멕시코나 미국 남서부 지역처럼 뜨겁고 건조한 곳에서 자라는 식물이에요. 줄기는 수분이 가득 찬 다육질(多肉質)이고, 뾰족한 가시를 가졌죠. 뿌리는 땅 바로 아래 얕은 부분에서 넓게 기는 듯 퍼뜨리고 물을 직접 저장하는 조직을 갖는 경우도 있답니다. 또 작은 선인장일수록 햇빛에 노출된 면적이 적은 둥그런 공 모양을 하고 있죠. 선인장 표면에는 불룩 튀어나온 숨구멍인 '기공'이 많아 수분 증발을 조절해요. 이렇게 선인장은 수분을 잘 다룰 수 있는 기관을 갖고 있어 고온의 사막에서도 타 죽지 않는답니다.
높은 온도에서 주로 살아가는 선인장이 어떻게 추운 베란다에서 겨울을 보낼 수 있는 걸까요?
그것은 식물에게도 겨울잠 같은 '휴면기'가 있기 때문이에요. 휴면기는 동물이나 식물이 생활하기 적합하지 않은 환경이 됐을 때 환경이 다시 좋아질 때까지 잠시 모든 활동이나 성장을 멈춘 상태로 있는 기간입니다. 동물은 충분히 영양을 섭취하고 안전한 곳을 찾아가 겨울잠을 자면서 다음 해를 기다리죠. 식물은 물 흡수량과 체내 화학작용을 조절해 동물이 겨울잠 자는 것과 비슷한 상태를 만들어요. 휴면기 동안 식물은 씨앗이 싹트는 '발아'를 멈춰요. 자기 자손이 잘 자랄 수 있는 시기가 오기를 기다리는 거예요. 겉보기에는 차이가 없어도 겨울잠에 빠져있는 거랍니다.
선인장 대부분은 늦은 가을부터 이른 봄까지 휴면기에 들어가요. 건조하고 낮은 기온이 계속되면 선인장들의 수분 섭취량이 줄면서 '아브시스산(Abscisic Acid)'이라는 호르몬이 많이 만들어져요. 이 호르몬은 식물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만들어진다고 해요. 아브시스산은 선인장의 단백질 합성이나 신진대사를 더디게 하고, 기공을 막아 수분 증발을 막는답니다. 그러니 추운 베란다에 있는 선인장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이미 안전하게 겨울잠을 자고 있기 때문이지요. 기온이 오르고 수분을 얻기 쉬워지는 따뜻한 봄이 오면 자연스럽게 선인장 속 아브시스산 농도는 줄어들고 잠에서 깨어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