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여년 전통의 손맛 단골손님 북적 - 닭발로 우려낸 육수 고소하고 담백 - 인삼 등 약재 '듬뿍' 영양도 높여 - 옻육수로 만든 옻돌솥밥 별미
초복(18일)이 채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이제부터 참기 힘든, 뜨거운 여름의 기나긴 일정이 시작된다.
생각만 해도 기력이 쇠하고 지치는 이즈음, 생각나는 음식은 단연 삼계탕과 백숙이다. 삼계탕과 백숙은 복날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의 음식이기도 하다. 더워진 바깥 온도와 몸 온도를 맞추기 위해 열기를 밖으로 배출하기 때문에 몸속은 냉해진다. 차가워진 몸속을 다스리는 데는 뜨거운 열기가 있는 음식이 궁합에 맞다. 그래서 아무리 더워도 찬 음식보다는 뜨거운 음식을 가까이하는 것이 좋다는 게 이열치열의 원리다. 뜨거운 음식이 냉한 몸을 편안하게 하고 기운을 돋워주는 데 제격이라는 것이다. 우리 조상의 이열치열 전통은 이래서 과학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복삼계탕
이러한 이열치열의 대표 음식인 삼계탕과 백숙은 닭·오리를 푹 끓인 열기가 있는 음식이라는 것 이외에도 인삼 황기 대추 등 몸을 보하는 약재가 추가돼 더운, 여름 보양식으로 손색이 없다.
부산 동구 초량동 서울삼계탕은 30년 전통의 삼계탕과 백숙 전문 맛집이다. 초량동 일대에서 서울삼계탕 하면 꽤 유명하다. 30여 년 전 창업한 서울삼계탕에서 직원으로 계속 일해오던 편수민(63) 씨가 10여 년 전 가게를 인수해 아들(여화동 대표)과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주인이 바뀌면 으레 음식 맛이 변한다고 하지만 서울삼계탕은 이러한 이유로 손맛이 여전하다. 단골들도 끊기지 않고 지속되고 있다.
삼계탕 중 요즘 손님들이 많이 찾는 메뉴는 전복삼계탕. 삼계탕에 전복을 추가해 영양가를 더욱 높였다. 뽀얗고 담백한 삼계탕 국물이 전복의 싱싱한 바다의 맛과 어우러졌다.
오리백숙
우선 삼계탕 육수의 맛이 아주 고소하고 담백하다. 닭발로 우려냈기 때문이다. 콜라겐이 풍부하고 관절에 좋은 닭발로 육수를 만들어서 고소하고 담백하면서도 진하고 깊은 맛을 낸다. 여기에 들깻가루를 많이 넣어 고소함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오리백숙과 오리옻백숙도 이 집의 대표 메뉴다. 닭고기에 비해 영양도가 높은 오리고기를 사용, 보양식의 '단계'를 더 높였다. 오리고기는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지방과다 축적으로 인해 생겨나는 동맥경화 고혈압 등과 같은 성인병의 우려가 없고, 몸의 산성화를 막아주는 스태미너 식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백숙은 이러한 오리고기 통째로 된 한 마리에 영지버섯 인삼 등 갖은 약재를 넣어 푹 끓인 것이다. 보양식으로선 두말할 필요가 없다.
옻백숙을 먹고나면 남은 옻육수로 만드는 옻밥이 이 집만의 별미다. 보통 고기를 건져 먹고 남은 백숙 국물에 찹쌀을 넣어 죽으로 끓여 먹지만 이곳은 밥으로도 만들어준다. 돌솥에 물 대신 옻육수를 넣어 옻돌솥밥을 만든다. 옻돌솥밥은 옻육수 때문에 초록빛이 감돌아 시각적으로도 미각을 자극한다. 찹쌀로만 밥을 하기 때문에 맛이 찰지고 고소하다. 밥 대신 죽을 선택해도 된다. 죽은 닭죽처럼 양파 당근 등 채소와 찹쌀을 푹 끓여 만들어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가격은 삼계탕은 종류에 따라 1만1000~1만7000원. 백숙은 2만5000~3만 원. 백숙은 조리에 시간이 많이 걸려 하루 전 쯤 미리 주문해야 한다. 서울삼계탕 여화동 대표는 "원도심이라는 특성 때문인지 수십년 전 직장을 다녔던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아직도 단골손님으로 들를 정도"라며 "대를 이어도 끊기지 않는 손맛이 비법이라면 비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051)467-2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