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맨발을 즐겨라
이영백
어릴 때는 농촌에서 거개 살았다. 초교 입학 전까지 맨발로 살았다. 집에 있을 때 신발다운 신발을 신어 본 일이 잘 없다. 맨발이 편하였다. 초교 들어가기 전 서당 다녔다. 신발은 당연히 없다. 겨우 신발이라는 것이 나에게 놓아진 것은 짚신이다. 앙증맞은 나의 짚신이 있을 뿐이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 최초로 검댕고무신을 사 주었다. 그렇게 좋았다. 그러나 집에서는 그마지 신지 못하고 짚신을 신어야 하였다. 조금 지나니 아버지 자기가 신는 신발(=짚신)은 자기가 만들어 신어라고 명령이 떨어졌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짚신 삼는 방법을 셋째 형으로부터 배웠다. 그래서 나도 짚신을 직접 삼아서 신을 수밖에 없었다.
초등학교 입학하면서도 맨발이 몸에 익혀서 검댕고무신은 들고 다니다가 교문 앞에서야 겨우 신고 들어갔다.
공부하면서 도회지에 나와서 “맨발의 청춘”영화를 보았다. 그 줄거리는 모두 잊었지만 주인공이 죽어서 시체로 리어카에 실려 가는데 맨발이었다. 끌고 가던 친구의 시체에 제 신발을 벗어 신겨 준다. 우리는 그렇게 헐벗고 굶주리면서 살았다.
오늘날 도회지에 살면서 흙 구경을 못하고 산다. 온통 아스팔트다. 편하기는 하지만 우리 몸에 흙의 기력을 차단하여 많은 어려움 만들고 있다. 시골에서는 평소 노는 곳도 도랑가 백사장에 금모래, 은모래를 빠각빠각 밟으면서 놀았다. 그러나 오늘날 도회지에서는 아기로부터 젊은이까지 ADHD증후군(주의력결핍과 과잉행동장애)과 아토피 피부염으로 너무 고생한다. 흙 밟고 살면 모두 사라진다.
오늘날 숲속 공원에 가면 지압도로를 잘 만들어 두었다. 도회지 사람도 이런 것을 보면 부끄럼 없이 즉시 양말 벗고 맨발로 발바닥에 지압하곤 한다. 삼림욕장 찾으면 스스럼없이 무한함을 즐긴다. 나이 들어가면서 이미 모두 알고 있으면서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는 것이 맨발로 흙바닥 걷기다. 돈 안 들고 가장 쉽고 편리한 맨발로 걷기다. 남녀노소 누구나 그렇게 하면 건강이 배가할 것이다.
자고 일어나는 즉시 양말로, 스타킹으로 꽁꽁 동여 맨 발 잠시라도 벗어 던지고 발에게 자유를 주어라. 발이 편하면 잠도 잘 올 것이다. 발이 편하면 글 쓰는 이 사고력도 향상될 것이다. 그렇다 발에게 자유를 달라!
대구 계룡산 오르면 A코스 350m, B코스 350m 등 총700m 흙길을 맨발로 걷는다.
발은 종일 몸무게로 너무 피곤하다. 발에게 자유는 바로 맨발이다.
첫댓글 엽서수필 시대가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