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 하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시민포커스=조한일 기자]
무사는 무사
김정숙
무사는 질문이면서 한라산 메아리다
물어보듯 무사
대답 대신 무사
놀란 듯 무사
심드렁한 듯 무사
예민한 듯 무사
꾸짖는 듯 무사
따지듯 무사
궁금한 듯 무사
다정한 듯 무사
별거 아니라는 듯 무사
알겠다는 듯 무사
어머니 나를 읽는 데 무사 하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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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어가 UNESCO ‘소멸 위기 언어’ 4단계로 지정된 지 오래다. 5단계가 되면 지구상에서 사실상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만큼 사투리가 아닌 “제주어”, 그 생존의 관건은 ‘언어’에 대한 “활용”이며 그 활용의 기저에는 “힘의 논리”가 깔려있다. 영어와 에스페란토어를 생각하면 언어의 추는 흔들기도 어렵고 멈추기도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한 제주어 중에 ‘무사’는 제주의 역사, 문화, 신화, 생활과 인간을 다 아우르는 가장 제주 냄새나는 단어다. 소위 “표준어”인 “왜”로 옮기면 ‘물어보듯’ 하는 ‘무사’는 “왜”와 많이 닮은 듯하지만 ‘대답 대신’하는 ‘무사’는 “왜”보다 조금은 “조들아지고”, ‘놀란 듯’하는 ‘무사’는 “왜” 보다 더 “는착ᄒᆞ게” 한다.
‘심드렁한 듯’ 하는 ‘무사’는 “왜”보다 조금은 덜 냉정하지만 내색하지 않고 겉마음을 보여주는 느낌이며 ‘예민한 듯’ 하는 ‘무사’는 “왜”보다 한 발짝 뒤에서 깊은 마음을 숨기는 감정이고 ‘꾸짖는 듯’ 하는 ‘무사’는 “왜”보다 더 안타까움이 서려 있는 언어의 매무새이며 ‘따지듯’ 하는 ‘무사’는 “왜”가 나타낼 수 없는 제주의 거센 바람이 깃든 말이다.
‘궁금한 듯’ 하는 ‘무사’는 ‘왜’가 보여주지 못하는 호기심 가득한 한라산 노루들의 언어이며 ‘다정한 듯’ 하는 ‘무사’는 “왜”가 넘볼 수 없는 “다슴애기”까지 품는 언어이며 ‘별거 아니라는 듯’ 하는 ‘무사’는 “왜”가 갈대라면 ‘무사’는 억새라는 말이다. 별거 아닌 채로 흔들리는 제주 오름의 억새다. ‘알겠다는 듯’ 하는 ‘무사’는 “왜”가 외부적 요인에서 찾는 것이라면 ‘무사’는 내부적인 요인에서 나온다. 함축의 근육은 시인의 어머니가 시인을 읽으며 ‘무사’라고 말할 때 이완된다. 어머니는 자식을 또 ‘무사’ 읽을까? 메, ‘무사는 무사’라....,
“무사? ”하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