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2월 27일, 금요일, Buenos Aires, Milhouse Youth Hostel (오늘의 경비 US $36: 숙박료 62, 점심 10, 저녁 20, 식료품 2, 기타 5, 환율 US $1 = 2.85 peso) 이곳 숙소는 아침식사가 숙박료에 포함된다. 그럴 땐 기분이 좋다. 오늘 아침식사를 푸짐히 한 다음에 숙소를 나섰다. 숙소 건물은 4층인데 안에는 사람들로 북적거리지만 밖에서 보면 전혀 그럴 것 같지 않게 생겼다. 대도시에 있는 배낭 여행객들이 즐겨 묵는 숙소들은 주로 중앙광장 근처 안전성이 좀 떨어지는 곳에 있기 때문에 쓸데없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않도록 건물 외부는 수수하게 해놓았다. 초인종이 달린 조그만 문 하나와 눈에 잘 안 띠는 조그만 간판하나가 전부다. 흡사 옛날 시카고의 비밀 술집이나 도박장 식이다. 우선 우체국에 가보기로 했다. 미국의 아들이 보낸 말라리아 약과 딸이 보낸 새 ATM 카드가 (지난번 칠레에서 잃어버린) 도착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외국에서 장기 여행하면서 소포를 받아 볼 수 있는 제일 쉬운 방법은 어느 도시의 중앙우체국 주소로 부치는 것이다. 도착 날짜를 대강 맞추어서 그 도시 우체국에 가서 찾으면 된다. 우체국에서는 보통 30일 동안 보관하다가 찾아가는 사람이 없으면 법에 폐기처분한다. 우체국까지 걸어가면서 시내 구경을 했다. 남미의 파리라는 명성답게 웅장하고 아름다운 건물들이 많다. 대통령 관저인 Casa Rosada (장미 빛 저택), 대성당, 아르헨티나 중앙은행 건물들이 볼만했다. Casa Rosada는 아르헨티나 대통령 Peron의 부인 Evita가 발코니에서 열광하는 관중 앞에서 연설을 한 곳으로 유명하다. 우체국 건물 역시 웅장했다. 우체국에 들어가서 문의하니 아들이 보낸 말라리아 약은 도착했는데 ATM 카드는 아직 도착 안 했다. 말라리아 약만 찾아 가지고 숙소로 돌아왔다. 오후에는 Recoleta 지역에 있는 Cementerio de la Recoleta 구경을 갔다. 아르헨티나의 상층계급 사람들만이 묻힌다는 고급 공동묘지인데 높은 담으로 둘려 쌓여있어서 조그만 도시 같았다. 이 공동묘지에서 제일 유명한 묘는 Evita (정식 이름은 Eva Peron) 묘다. Evita는 남편 Peron 대통령과 함께 묻히지 않고 자기 생가의 묘에 묻혔다. Peron은 비록 대통령이었지만 좋은 가문의 출신이 아니라 이곳에 묻히지 못했다. Evita의 아버지는 부유한 가문 출신이었는데 외도를 많이 해서 애들을 많이 출산시켰는데 Evita도 그 중에 하나였다. Evita의 아버지는 Evita가 대통령 부인이 된 후에도 끝내 Evita를 딸로 인정하지 않았다. Evita가 죽고 Peron이 권좌에서 쫓겨난 후에도 Evita는 계속 아르헨티나 사람들에게 인기였다. 이를 안 좋아한 아르헨티나 정부는 Evita의 묘를 비밀리에 이탈리아의 어느 공동묘지에 썼는데 20년 후 다시 대통령이 된 Peron이 Evita의 묘를 찾아서 Evita 가족의 동의를 얻고 지금의 Recoleta 공동묘지로 옮겼다. 이 공동묘지는 고양이 천국이었다. 집 없는 고양이들 수백 마리가 살고 있었는데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누군가가 먹을 것을 충분히 주는 듯 살이 통통히 쪄있었다. 혹시나 이 공동묘지에 묻힌 사람들이 고양이로 환생하여 이곳에 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묘지 구경을 끝내고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두어 시간 보냈다. 이름난 카페인 이곳에는 커피, 맥주, 와인을 마시며 쉬고 있는 사람들로 꽉 찼는데 분위기가 매우 좋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볼수록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건강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로 보였다. 남자고 여자고 배가 많이 나오고 줄담배를 핀다. 돌아오는 길에 Teatro Colon 구경을 했다. 한국으로 말하면 국립극장이다. 좌석이 7층에 3,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규모인데 오페라, 발레, 교향악을 연주하는 곳이다. 음향이 뛰어 나기로 세계의 5대 극장 중에 하나라고 한다 (다른 네 곳은 Paris, Milan, Vienna, New York). 옛날엔 부유한 사람들이나 올 수 있는 곳이었는데 이제는 입장료가 불과 20 peso이어서 (약 8,000원) 서민들도 충분히 올 수 있는 곳이 되었다. 물론 정부 보조로 가능한 것이다. IMF 전에는 매년 30여 번씩 공연을 했는데 지금은 예산 관계로 10여 번으로 줄어들었다. 이 극장에는 귀신이 나온다고 한다. 1970년경에 우루과이로 원정 공연을 가던 아르헨티나 발레단을 태운 비행기가 추락해서 발레단 전원이 사망했는데 그때 최고 인기를 누리던 발레리나 귀신이 이른 아침 시간에 이곳 리허설 룸에 나타나서 연습을 하는 것을 본 사람이 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이다. 여행지도 남미의 파리로 불리는 Buenos Aires의 웅장한 건물들 우체국 건물도 웅장하기 짝이 없다 대통령 관저 Casa Rosada, 대통령 부인 Evita가 발코니에서 연설한 곳으로 더 유명하다 광장에서 기념품 장사를 하고 있는 청년은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인지 쉬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사열 준비를 하고 있다 Buenos Aires의 상층계급 사람들만 묻힌다는 Recoleta 공동묘지는 조그만 도시같이 보인다 항상 관광객들로 붐비는 Evita (Eva Peron) 가족묘 Evita의 가족묘에 있는 조각 3,000명의 관객이 들어간다는 Teatro Colon 국립극장 2004년 2월 28일, 토요일, Buenos Aires, Milhouse Youth Hostel (오늘의 경비 US $26: 숙박료 62, Colonia 배표 46, 저녁 14, 인터넷 2, 환율 US $1 = 2.85 peso) Buenos Aires 물가는 Patagonia의 도시들 (Ushuaia, El Calafate, Bariloche 등) 보다 훨씬 싼 것 같다. 예를 들면 인터넷 사용료가 한 시간에 1 peso로 반값밖에 안되고 음식점, 버스 요금도 싼 것 같다. 우리 방값은 비싸지만 방도 찾아보면 싼 곳이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이 마음에 들어서 더 찾아보지 않고 정했을 뿐이다. 오늘 점심은 한국 식품점에서 사 온 짜파게티로 했다. 점심 식사 후에 두어 시간 낮잠을 달게 잤다. 오랜만에 즐긴 낮잠이다. 오후에는 중앙공원인 Plaza de Mayo 걸어가서 대성당 안에 있는 San Martin의 묘를 구경했다. San Martin은 아르헨티나의 최고 독립영웅으로 존경을 받는 사람이다. 아르헨티나의 George Washington인 셈이다. 아르헨티나 뿐 아니라 군대를 이끌고 Andes 산맥을 넘어서 칠레까지 해방시킨 사람이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국민의 버림을 받고 프랑스에서 혼자 쓸쓸히 죽었다. 지금은 독립영웅으로 추대를 받아서 아르헨티나 어느 도시에서나 제일 중요한 공원이나 길 이름은 대부분 San Martin 이름이 들어가 있다. 때로는 아르헨티나 밖에서도 San Martin의 이름을 볼 수 있다. 내일 우루과이의 도시 Colonia로 가기 위해서 배 회사 사무실에 걸어가서 배표를 샀다. Buenos Aires 앞에 있는 강 하구 같기도 하고 바다 같기도 한 Rio de Plata을 (은의 강) 2시간 45분 걸려서 건너가는 배다. 우루과이는 별로 구경할 것이 없는 나라 같다. 간단히 구경하고 버스로 아르헨티나로 다시 들어와서 Rosario를 거쳐서 브라질 국경에 있는 이구아수 폭포를 (Iguazu Falls) 구경하고 Buenos Aires로 다시 돌아올 예정이다. Buenos Aires와 우루과이 사이에 있는 Rio de Plata 강 이름은 옛날에 얼마나 스페인 사람들이 금은에 얼마나 정신이 나갔나하는 것을 말해준다. 1500년대에 멕시코와 칠레에서 (당시에는 볼리비아도 칠레의 일부였다) 은광이 발견된 후 남미에는 어디에나 은이 넘쳐흐르는 것으로 생각했었는지 Buenos Aires 쪽으로 탐험을 온 스페인 사람들이 Buenos Aires 앞강을 발견하고 무조건 Rio de Plata로 (은의 강) 이름을 지어 버린 것이다. 물론 은광은 발견 안 되었지만 강 이름은 아직도 Rio de Plata이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아르헨티나 최고의 백화점이라는 Galerias Pacifico를 구경했다. 건물이 지금 까지 본 백화점 건물 중에 최고로 웅장하다. 백화점 물건은 구경 안 하고 건물만 구경하다 나왔다. Galerias Pacifico 백화점 내부는 여유가 있어 보인다 천장 벽화가 인상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