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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이란 무엇인가?
I. 성경이란?
1. 성서(聖書) 혹은 성경(聖經)
- 라틴어 ‘거룩한 책들’(Biblia sacra, Sacra Scriptura)
- 성(聖): 거룩한(sacra)
‘거룩함’은 하느님께 속한 것, 따로 떼어 놓아야 하는 것
성서에는 거룩하신 하느님의 말씀이 담겨 있기 때문
성서
- 성서(聖書): 하느님의 말씀을 기록한 책
- 성서(Biblia): 파피루스를 뜻하는 비블로스(βίβλος)에서 유래, 비블로스는 또한 파피루스가 거래되던 비블로스라는 페니키아 도시 이름
단어 비블로스에서 ‘두루마리’, ‘편지’, ‘종이’를 뜻하는 축소형 형태 비블리온(βιβλίον) 나옴, 이 단어의 복수형이 비블리아(βιβλία)로 라틴어는 이 단어를 그대로 음역하여 Biblia 사용
(1마카 12,9) “우리가 가지고 있는 거룩한 책(τὰ βιβλία τὰ ἅγια τὰ ἐν ταῖς χερσὶν ἡμῶν)” = 구약 성서
성서(Sacra Scriptura): 라틴어 scriptura (쓰기, 쓰여진 글자 의미)
‘그라파이’(γραφαί): 신약성경에서 “(구약)성경”을 지칭하기 위해 사용(마태 21,42; 22,49 등); 참조 로마 1,2 “성경”(γραφαὶ ἅγιαι)
‘그라페’(γραφή): “성경 말씀”(루카 4,21)
‘히에라 그람마타’(ἱερὰ γράμματα): “성경”(2티모 3,15)
‘그람마타’(γράμματα): “성경”(요한 7,15)
성경
- 성경(聖經): “공인된 하느님의 말씀”이라는 “정경”, “경전”(Canon)의 의미
- 경(經): 어원적으로 베틀의 날실(가는 실 사 + 물줄기 경), 움직이지 않고 기준이 되어주는 실이라는 의미에서 확장되어 삶의 규범으로 자리잡은 것(역경, 서경, 시경 등) 가리킬 때 사용
정경
- 정경(Canon): 갈대를 뜻하는 히브리어 ‘카나흐’ קָנֶה에서 유래, 이 단어가 그리스어 κανών로 변환되어 갈대 및 막대, 측정하는 도구로서 막대, 줄을 의미
신앙 생활의 기준인 하느님의 말씀이 담겨 있는 성경
성경은 하느님과 백성이 만나는 거룩한 장소와 시간(미사, 경신례, 전례)에서 유일하게 읽힐 수 있는 텍스트
가톨릭 교회는 2005년 새 번역 내면서 수식어 없이 “성경”이라 부름
성서라는 말 사용해도 틀린 것 아님, 성경과 성서 혼용해서 사용할 수 있음, 공부와 관련해서는 성서, 기도와 전례, 신앙의 중심 텍스트를 의미할 때는 성경.
2. 성경은 하느님 말씀
그리스도교는 계시 종교
계시(啓示): 열어서 보여주다(라틴어 revelatio)–‘베일(velum)을 젖혀 보임’
가려지고 감추어져 인간의 감각으로는 도저히 그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하느님을 마치 연극 무대의 휘장(베일)을 젖히듯 열어서 보여줌
하느님의 자기 계시는 ‘성경(聖經)’과 ‘성전(聖傳)’을 통해 이루어짐
성전으로 교회는 성경의 온전한 정경을 인식하게 되었고 또한 성전으로 성경은 한결 더 깊이 이해되고 교회 안에서 그 힘을 발휘하게 됨
성경을 하느님의 말씀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은 교회의 살아 있는 전통 때문. 하느님의 말씀은 성경에 앞서 있고 또 성경을 넘어서지만, 그럼에도 영감받은 성경은 하느님의 말씀을 완전히 독특한 방식으로 담고 있음
성경 속에 드러난 계시 방법
하느님의 계시는 여러 방법 통해 이루어짐
고대인들이 선호했던 장르가 법조문과 신화, 설화였기에 하느님의 계시도 이 장르를 선택하여 전달
이후 시대가 바뀌어 부족 연합이 형성되고, 더 나아가 왕국이 건설되면서 인간들의 의식이 세련된 신탁(전령 문체)으로 전달되기 시작하자 성경에도 신탁 문형이 대거 사용(예언서 경우)
‘시(詩)’가 유행이어서 사람들이 시라는 양식을 통해 마음을 표현하기를 좋아한다면 하느님도 시로써 당신 말씀을 전달하심(시편)
‘잠언’이 유행이라 그 시대 사람들이 잠언을 세련된 장르로 여긴다면 ‘잠언’과 ‘속담’으로 말씀(각종 지혜문학 작품들)
신약 시대로 들어가면서 ‘비유’라는 형식이 사람들의 주목 받게 되자 예수님도 이를 적극 활용 가르치심(복음서)
그 결과 성경은 여러 가지 다양한 문학 유형의 총체로 구성
계시 사건의 절정 = 예수 그리스도의 육화
구약 시대 내내 온갖 문학 양식을 동원하여 하느님의 존재를 표현해 왔지만 여전히 그분의 존재를 확신하지 못하던 인간들에게, 드디어 보고 만질 수 있으며 함께 먹고 마시고 생활하는 ‘가시적 존재’로서 또 다른 자신을 보내신 것(히브 1,1-2 참조).
그러나 그렇게 모습을 보여주고 목소리를 들려주었는데도 그분을 하느님으로 인식한 이들은 많지 않음. 결국 하느님의 이름으로 하느님을 십자가에 처형시키는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기 때문.
이러한 인간의 무지함과 유한함은 성경을 현재처럼 두꺼운 책으로 만들어 내는 원인이 된 것.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하느님을 보고 들어야 소통이 가능한 인간에게, 그들이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모든 방법 동원하여 설명하다 보니 그렇게 많은 내용이 수록된 두꺼운 책으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
인간 의식의 발달과 함께 이루어진 계시
하느님의 계시는 또한 ‘인간 의식의 발달’에 따라 그에 상응한 내용으로 전달. 고대에는 고대인들의 문화와 의식 수준에 맞추어 전달, 더 진보된 사회에서는 그들의 의식 사정에 맞추어 내용이 조정됨.
창세기에 등장하는 창조설화는 인간 존재와 그 존재 방식에 대한 고대인의 우주관을 그대로 반영. 곧 인간의 의식 발달 상황에서, 아주 초기적이고 원시적인 우주관을 담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하느님께서 현대과학으로 검증된 우주의 실체를 그대로 전달하지 않으시고, 고대인들의 의식 수준에 맞추어 메시지를 전달하셨음 드러냄
또한 성경을 대하면서 많이 놀라게 되는 것은 폭력성과 윤리적 도태, 원시적이고 미개한 사고 등이 자주 발견된다는 점. 구약성경에서 자주 발견하게 되는 하느님의 별명이 ‘만군(萬軍)의 주님’일 정도로 성경은 전쟁을 당연시. 일부일처로 구성된 건강한 가정은 찾아볼 수 없고 대부분의 성경 인물들은 일부다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생활. 설상가상으로 근친상간이나 간통 사건 또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음.
절대적 진리를 제시한다는 성경에서 이토록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문제에 답을 찾고자 제안된 성경 연구 방법론이 바로 ‘역사 비평적 방법론’이다. 어느 일정 본문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본문이 제작된 시대를 역사적으로, 비평적으로 읽어내야 한다는 것이 이 방법론의 취지.
분명히 할 것은 적어도 21세기의 고급화된 윤리 의식이나 시대정신을 기준으로 성경의 내용을 폄하하거나 훼손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점.
3. 영감(靈感) 혹은 감도(感導) 받은 성경
영감(靈感, Inspiration)은 성경 저자에게 하느님께서 관여하여 당신 뜻을 알려 주시는 것.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알려 주시고자 하는 진리를 성경 저자가 바르게 전달하도록 하기 위해 성령께서 그의 마음을 비춰 주시고 그의 의지를 움직이심(感)
하지만 성경 저자는 당시 언어, 사회, 문화, 역사적인 제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
성경 저자는 본인이 처한 환경 안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전함
하느님은 성경 저자의 이러한 상황 안에서 당신 말씀 전하심
성경에는 성경 저자들의 역사적 제한이 표현되어 있으며, 동시에 그 제한을 넘어서는 하느님의 말씀이 있음
가령, 창세기 저자는 기존에 있던 여러 이야기들, 당시 사람들이 이해하던 이야기들을 하느님을 주체로 다시 써 내려갔을 것
이것을 생각하지 않고 성경을 글자 그대로만 받아들이면 문제가 생김
“(성경을 반드시 글자 그대로 읽고 해석해야 한다는) 근본주의 해석은 제한된 능력과 자료를 지닌 인간 저자들이 하느님의 영감 아래서 그 말씀을 기록하였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교회안의 성서해석, 1993년 교황청 성서 위원회]
(2티모 3,16-17) “성경은 전부 하느님의 영감(θεόπνευστος)으로 쓰인 것으로, 가르치고 꾸짖고 바로잡고 의롭게 살도록 교육하는 데에 유익합니다. 그리하여 하느님의 사람이 온갖 선행을 할 능력을 갖춘 유능한 사람이 되게 해 줍니다”.
(계시 헌장 11항) “성서에 포함되고 표시되어 있는 하느님의 계시는 성령의 영감으로 기록된 것이다. 그러므로 거룩한 어머니인 교회는 사도적 신앙을 가지고 구약과 신약의 모든 성서와 그 모든 부분을 거룩한 것으로 여기고 또한 정경(正經)으로 여긴다”.
“(하느님의) 말씀”
일상 생활에서 사용되는 단어 ‘말(씀)’은 구두로 표현된 생각을 의미
히브리어 ‘다바르’‘ דָּבָר는 ‘말(씀)’ 뿐 아니라 ‘사건’, ‘행위’을 의미하기 함 – 하느님의 말씀은 그것이 현실화된 행위와 구분할 수 없음(“하느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빛이 생겨라!” 하시자 빛이 생겼다”–창세 1,3).
하느님의 말씀은 역동적인 실재, 하느님의 살아있는 인격의 확장으로서 하느님에게서 오는 힘을 지님
4. 성경의 무류성(無類性)
무류성(無謬性)이란 성경에 제시된 모든 말씀은 진리이며 ‘오류가 없다’는 개념
현대 과학의 입장에서 볼 때, 성경 안에는 이해할 수 없는 오류들이 보임
창조에 관한 두 가지 다른 전승 (창세 1장, 창세 2장 창조 이야기)
성경은 창조 자체를 이야기하려는 것 아님, 성경의 주인공은 언제나 하느님
성경은 이스라엘 역사가 주인공이 되는 역사적 보고서가 아니며, 또한 세상이 어떻게 창조되었나 제시하는 과학적 보고서 아님
성경은 하느님이 주인공이 되는 신학 보고서라는 관점 필요
성경 저자, 편집자들이 서로 모순되고 충돌되는 내용을 담은 본문을 그대로 공존시켜 두었던 이유는, 그 본문들의 모순됨을 발견하지 못해서가 아님.
‘하느님의 계시’라는 신학적 목적에 잘 부합되는 본문이라면, 부차적인 부분이 다소 충돌을 일으킨다 해도 문제삼지 않고 ‘계시된 진리’를 절대적 경외심을 가지고 받아들였기 때문.
성경을 읽을 때 이 책이 어떤 책인지, 성경의 속성에 대한 물음이 우선적으로 전제되어야 함. 성경은 그 시대의 역사적 사건을 그대로 보도하기 위한 역사적 보고서가 아니며 지구의 생태계를 탐구한 과학 보고서도 아님.
성경은 감추인 듯 존재하시는 하느님이 어떤 분인지 그분에 대한 체험을 묘사하고 설명하기 위해 고심한 신학 보고서인 것
그러므로 성경을 읽을 때 그 진리의 잣대를 마치 신문이나 논문을 읽듯이 한다면, 이미 성경이 어떤 책인지 그 본질조차 모른 채 접근하는 우를 범하는 꼴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 그분의 사랑을 서술한 책이 성경, 그래서 늘 인간과 공존하면서 구원으로 인도하시는 살아 계신 분이심을 계시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성경은 한치의 오류도 없는 본문으로 이루어졌기에, 우리는 성경이 ‘무류’하다고 말할 수 있음.
II. 성경 구성
1. 가톨릭 성경(73권)
구약 성경(46)
(모세) 오경(5) – 창세기, 탈출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
역사서(16) – 여호수아기, 판관기, 룻기, 사무엘기 상권, 사무엘기 하권, 열왕기 상권, 열왕기 하권, 역대기 상권, 역대기 하권, 에즈라기, 느헤미야기, 토빗기, 유딧기, 에스테르기, 마카베오기 상권, 마카베오기 하권
시서와 지혜서(7) – 욥기, 시편, 잠언, 코헬렛, 아가, 지혜서, 집회서
예언서(18) – 이사야서, 예레미야서, 애가, 바룩서, 에제키엘서, 다니엘서, 호세아서, 요엘서, 아모스서, 오바드야서, 요나서, 미카서, 나훔서, 하바쿡서, 스바니야서, 하까이서, 즈카르야서, 말라키서
신약 성경(27)
복음서(4) – 마태오 복음서, 마르코 복음서, 루카 복음서, 요한 복음서
사도행전(1)
서간(21)
바오로 서간(13) = 바오로 친서(1테살, 갈라, 필리, 필레, 1–2코린, 로마) + 제2바오로 서간(2테살, 콜로, 에페) + 사목 서간(1–2티모, 티토)
가톨릭 서간(7) – 야고, 1베드, 1–3요한, 유다
히브리서(1)
요한 묵시록(1)
외경Apocrypha (개신교에서는 위경Pseudepigrapha)
구약 – 예레미야의 편지, 아자리아의 기도, 므나세의 기도 등
신약 – 토마 복음, 야고보 복음, 베드로 복음 등
2. 구약(舊約)과 신약(新約)
구약(Vetus Testamentum)과 신약(Novum Testamentum)
구약 성경은 옛 계약 지칭, 신약 성경은 새 계약 가리킴
라틴어 Testamentum은 히브리어에서 ‘계약’을 뜻하는 ‘베리트’(בְּרִ֔ית)를 번역한 것, 그리스어 성경에서는 ‘디아테케’(διαθήκη)로 번역
사도 바오로가 이스라엘의 계약을 “옛 계약”(2코린 3,14), 그리스도의 피로 맺은 계약을 “새 계약”(1코린 11,25)이라 부른 것에서 유래
계약이 성경에서 얼마나 중요한 모티브인지 암시
‘계약’이란 두 당사자 사이에 체결되는 관계를 가시화 한 것, 고대 근동의 계약은 일반적으로 짐승을 잡아 두 조각으로 가르고 이를 양 편에 둔 후, 그 사이를 계약자들이 지나가는 행위를 통해 체결. 이런 의미에서 ‘계약을 맺는다’는 의미의 히브리어 표현은 ‘카라트 베리트’이고, 이를 직역하면 ‘계약을 자르다’이다. 이러한 행위는 계약을 어겼을 경우 어떤 결과가 오는지 경고하는 의미도 담고 있음
구약(舊約) – 하느님이 이스라엘 민족과 맺은 ‘계약’ 중심으로 엮어진 신앙의 역사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에게 하신 땅(생명을 상징)에 대한 약속(탈출 3,7-9)
그 대신 이스라엘인들은 율법(좁은 의미에서 토라, 넓은 의미에서 유다교 율법 체계 전체)을 지켜야 함 = 하느님이 주신 율법에는 공동체가 평화롭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하느님의 마음이 담겨 있음
구약은 하느님을 ‘임금’으로 고백하고 이스라엘은 그분만을 임금으로 모시는 ‘백성’이 됨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계약(탈출 19,3-8)
구약성경 전체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러한 ‘임금-백성’이라는 관점에서 전개되는 하느님의 계시라 할 수 있음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의 계약(탈출 24,1-11)
신약(新約) – 세상의 죄와 악으로부터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이 땅에 태어난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선포 활동과 그를 믿고 따르는 신앙인 공동체 이야기
하느님을 아버지로 고백하고 새 이스라엘은 그분의 자녀(상속자)가 됨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계약
주종(왕-백성) 관계로 하느님과 인간을 인식한 이전의 계약이 너무도 옛것이 되었기에, 더구나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사업을 통해 죄를 용서받고 그분을 머리로 하여 한 몸을 이룬 새 이스라엘(로마 12,5; 1코린 1,30; 6,15; 10,17; 12,27; 콜로 1,18 등)이 그리스도가 하느님을 아버지로 부르듯 하느님을 더 이상 ‘왕’이 아닌 ‘아빠, 아버지’로 부르게 되었기에(로마 8,15; 갈라 4,6) 이러한 ‘기쁜 소식’을 전하는 새로운 계약의 수립이 필요하게 됨
이러한 배경 속에 새롭게 체결된 계약이 새 계약 곧 신약
구약과 신약의 연계성
계약의 관점에 따라 구약과 신약은 체계적인 연관성 지님
구약 | 신약 | |
대상 | 하느님–이스라엘 | 하느님–새 이스라엘(교회) |
사제 | 인간 | 예수 그리스도 |
제물 | 동물 | 예수 그리스도 |
제사 장소 | 시나이 | 골고타의 십자가 |
내용 | 하느님은 이스라엘의 임금 이스라엘은 그분의 백성 | 하느님은 새 이스라엘의 아버지 새 이스라엘은 그분의 자녀 |
징표(예물) | 약속의 땅 | 하느님 나라 |
방법 | 율법의 준수 | 복음의 완성 |
우선 구약의 두 대상은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과 그들의 ‘임금’이라는 구체적인 관계가 형성되었음을 계약한 것. 이때 드린 제사는 인간 사제가 시나이 산에서 동물을 제물로 삼아 체결(탈출 24,5-8). 또한 이 계약의 예물로 주어진 것은 ‘땅’. 곧 이스라엘이 하느님의 백성으로 존재하는 한 하느님은 그 관계에 대한 당신의 예물로 땅을 주시겠다는 것이 약속된 것. 그러므로 땅은 이스라엘이 계약에 성실하지 않았을 때 언제든지 박탈당할 수 있는 예물(그러한 예는 유배라는 사건을 통해 실제적으로 발생). 마지막으로 이 계약을 잘 준수하기 위해 일종의 약관이 동반되었는데 그것은 ‘율법’이었다. 곧 율법대로만 살면 하느님 백성으로서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고, 그렇게 계약은 유효한 것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것
신약도 역시 하느님과 새 이스라엘이 계약의 두 주체. 신약은 이스라엘을 넘어 새로운 공동체로 형성된 ‘새 이스라엘’ 곧 ‘교회’를 대상으로 체결된 것. 신약의 제사에는 하느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가 직접 사제요 제물로 등장. 구약이 인간을 사제로, 동물을 제물로 바친 유한한 제사가 동반된 경우였다면, 신약은 완벽한 사제이신 예수님이 완벽한 제물인 예수님 자신을 제물로 바쳤다는 의미에서 구약의 여러 제사를 완성하는 단 한 번의 제사이며 이를 통해 완벽한 계약이 이루어졌다고 봄(히브 9,11-28; 10.11-18). 이 계약의 제사는 십자가상에서 이루어짐. 구약이 시나이 산에서 제단을 만들어 이루어졌다면, 신약은 골고타 산에서 십자가를 제단 삼아 이루어진 것. 이러한 새 계약의 결과로 주어진 예물 또한 ‘땅’이었는데 구약의 경우와 같은 지상의 땅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라는 특수한 공간이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는 지상의 나라와 병존하는 또 다른 초월적 나라가 있다는 것이고 여기서 행해지는 하느님의 통치야말로 지상적 영역의 유한한 통치를 넘어서는 매우 강력하고 힘 있는 통치이다. 이 통치가 구현되는 시공간을 ‘하느님 나라’라고 하고, 이곳은 ‘지금, 여기서’ 구체적으로 살아야 하는 실존적이고 직접적인 시공간이다. 이러한 하느님 나라라는 신약의 예물(징표)는 ‘복음’이라는 약관을 통해 유지된다. 신약은 복음서에 제시된 가르침대로 삶으로써 하느님 나라를 유지할 수 있는 것
계약이란 (문학적) 모티브
계약은 고대 사회에서 자신의 권력을 최대한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제창된 제도적 기구. 외세의 침입에 언제나 노출되어 있던 고대 국가들은 언제 발생하게 될지 모르는 급작스러운 전쟁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고, 결국 이러한 불안과 두려움의 상황에서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로 ‘계약’을 개발시킴
구약성경에서 자주 등장하는 하느님과의 계약 역시 이와 동일한 맥락 지님. 이스라엘은 그들이 가장 강력하고 절대적인 존재라고 믿었던 하느님과 협정 관계에 들어감으로써 절대자와 누구도 분리시킬 수 없는 긴밀한 관계에 놓이게 됨
이런 의미에서 율법 조항(가령 십계명)은 이스라엘의 생명을 가장 안전하게 보장해 주기 위한 계약과 이를 존속시키기 위한 일종의 해방 기구
구약과 신약, 성경 전체에 흐르는 모티브로써, 성경 여러 이야기를 이끄는 동력
III. 오늘날의 성경에 이르기까지
1. 성경의 형성 과정
복잡한 지층으로 완성된 성경
성경은 그냥 하늘에서 주어졌거나 아니면 하느님이 불러주시는 대로 특정한 필사자가 글자 하나하나를 받아 적어 생긴 책이 아님
성경 안에 노출된 여러 내용상의 충돌들 발견, 가령 창조 이야기 두 번(창세 1,1–2,4; 2,4–3,24); 아담의 족보 두 번(창세 4장; 5장); 노아가 배에 들어간 사건 두 번(창세 7,7; 7,13), 홍수 기간 두 번(40일: 창세 7,17; 150일: 창세 7,24), 하느님 이름에 대한 충돌(야훼, 엘로힘 등), 하나의 산이나 지명에 대한 다른 이름(호렙, 시나이) 등
한 사람에 의해 ‘질서 정연하게 저술된 책’이 아니라 여러 시대, 여러 저자에 의해 기록되고 수정되면서 완성된 ‘종합적 편집물’
문서로 기록되어 전수된 과정이 천 년이 넘게 걸림
성경 형성 과정
성경 형성 과정: 구전–기록–편집–정경화–번역
구약과 신약의 형성 과정
한 이야기에 대한 구전이 최초로 발설되던 단계 – 성경의 기원이 되는 이야기들이 바로 구전을 통해 부족들 안에 회자되면서 형성되고 발전
내용이 여러 상황과 시대 정신 안에 재해석되어 전달되던 단계
구전의 내용들이 문자의 발명과 보급으로 기록되던 단계 – 시대적 변화와 흐름에 따라 내용이 수정되거나 재해석되던 단계, 이미 기록된 몇 가지 전승물이 상호 결합되면서 삭제되거나 첨가되던 단계, 기록된 전승과 구전 내용이 함께 결합되거나 재구성 되던 단계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성경의 내용을 최종 편집되던 단계
정경화 과정
최종 완결된 문서가 공동체의 삶에 지침이 된다고 판단되어 정경Canon으로서 권위 부여받는 단계
번역 과정
기원 후 3세기까지 70인역 구약성경이나 히브리어판 구약성경, 신약은 그리스어로 쓰여진 채 통용. 그런데 로마 중심으로 교회가 재편, 라틴어 문화권에서 기독교가 자리잡게 되자 히브리어, 그리스어 성경을 라틴어로 번역
한때는 라틴어가 교회 언어, 성경은 라틴어 성경만을 사용. 하지만 일반인들은 라틴어 잘 알지 못함, 때문에 현대어로 번역하기 시작.
2. 가톨릭 한국어 번역본
공동번역(1977) – 한국 천주교와 개신교 학자들이 함께 번역
1968년 번역 위원회, 1971년 신약성경 완역, 1977년 신약성경 개정 및 구약성경 번역 마치고 그 해 부활절에 간행. 한국어 장점 살린 아름다운 문체
200주년 신약성경(2001) – 한국 천주교회 창립 200주년 기념
1974년부터 200주년 기념 성서 번역 작업 시작
의역 중심의 공동 번역과 달리 직역, 성서 형성 과정과 해석에 대해 자세한 주석
2001년 200주년 신약성서 주해 발간
성경(2005) – 새번역
한국 천주교 주교회에서는 1988년 기존에 쓰이던 공동 번역을 대신할 새로운 한국 천주교의 공인본을 만드는 작업 시작, 2005년에 번역 마치고 완역 성경 출간
한국어로 거행되는 모든 전례에서 사용
200주년 성서와 마찬가지로 직역에 중점. 다른 수식어 없어 오직 “성경”이라고만 부름
3. 장, 절의 구분
성서가 씌어질 당시에는 오늘날 우리가 보는 장·절에 대한 구분 없었음
1555년 파리 인쇄업자 로베르 에띠엔느가 성서의 라틴어 번역본을 출간하면서 오늘날의 모습으로 장, 절 구분 이루어짐
장, 절의 구분은 성경의 한 부분을 쉽게 찾고 언급하기 편하게 함
하지만 이러한 장, 절의 구분은 성서신학적인 근거를 두고 만들어진 것 아니기에 본문의 의미에 항상 상응하는 것 아님, 때로는 성경의 한 단락을 구분하는 데 큰 장애가 되기도 함
4. 성경이란?
하느님의 말씀이 담긴 문집(文集) 형태의 책
성서(73권), 하나의 책이라 여기는 것은 한 분이신 하느님의 말씀이 담긴 것으로 인간 구원에 관한 하느님의 일관적인 자기 계시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
성경이 쓰여진 언어 히브리어, 아람어, 그리스어(코이네)
인간의 언어로 쓰여진 하느님의 말씀
성경 각 권들은 ‘설화’ 형태의 이야기, ‘역사’ 이야기, ‘법전’, ‘설교’, ‘시(詩)’와 ‘편지’ 형식 등 다양한 문학유형으로 구성
인간 저자가 처해 있던 역사적 상황에서 비롯, 하느님은 인간의 의식의 발달에 따라 그 계시 모습을 달리 하심
이스라엘 민족 중심의 다양한 인간사 이야기, 하지만 그 주인공은 하느님
천 년이 넘는 형성 기간 거쳐 집대성된 작품
여러 지층으로 완성된 성경, 편집은 성경 제작의 제1속성
저자들만 해도 수십 명, 그 중에는 자신의 이름 감춘 작가들도 적지 않음
여러 인간 저자 넘어 한 분 하느님이 저자 – 영감 받은 책 성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