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다른 나라들처럼 애니메이션을 아이들만의 장르이자 전유물로 생각하는 한국에서 유일하게 애니메이션을 개방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세대는 8090 세대입니다. 다시 말해, 1980년대 및 1990년대에 태어난 세대만이 유일하게 애니메이션에 대해서 개방적인 인식을 품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 애니메이션계는 1980년대 후반기에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TV 애니메이션 제작을 서둘렀습니다. 그 결과 <떠돌이 까치>, <아기공룡 둘리>, <달려라 하니> 등이 방영되면서 자체 TV 애니메이션 시대가 열렸습니다.
1990년대 후반기에도 <영혼기병 라젠카>와 <녹색전차 해모수>가 한국 애니메이션의 인기를 높은 수준으로 끌어 올리면서 국산 애니메이션 제작이 다시 활발하게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1999년에 방영된 <레스톨 특수구조대>의 성공을 계기로 인터넷에서는 각종 한국 애니메이션 팬사이트가 등장하여 한국 애니메이션계는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었지만, 2000년대 전반기에는 문화방송국(MBC)의 치명적인 편성 실수로 <가이스터즈>가 조기 종영되고 <바다의 전설 장보고>도 나쁜 성적으로 종영되었습니다.
이들 작품은 한국 애니메이션의 실상을 널리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지만, 2003년에 개봉된 <원더풀 데이즈>가 흥행 참패를 겪으면서 한국 애니메이션계는 다시 나락으로 떨어졌고, 투자자들은 더욱 더 한국 애니메이션계에 대해 강한 불신을 품고 외면하게 되었습니다. 2005년에 방영된 <장금이의 꿈>과 2010년에 발매된 <고스트 메신저>에 이어서, 2011년에 개봉된 <마당을 나온 암탉>과 올해 개봉된 <점박이 : 한반도의 공룡3D>의 활약으로 한국 애니메이션계는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지만 아직 갈 길은 멉니다.
위정자와 강단 학계를 포함한 기득권층의 압력과, 투자자들의 불신과 외면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방탕심장병노인회의, 시대를 거스르는 심의 규정과 보수적인 어른들의 편견도 한국 애니메이션이 발전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힘 없는 한국 애니메이터들은 여전히 이들의 눈치를 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8090 세대 중에 애니메이터, 투자자, 애니메이션 감독을 꿈꾸고 있는 자들이 있고, 이들이 자신의 꿈을 이룬다면 작금의 암울한 현실을 바꿀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다만, 이들의 능력과 설득이 필요합니다. 현재 한국 애니메이션계에게는 투자자에 대한 설득 기술,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개선, 홍보(마케팅) 전략, TV편성 활로 구축, 소비자의 인식 개선이 가장 중요합니다. 무엇보다도 한국의 암적인 존재인 차별과 편견을 극복해야 합니다. 애니메이터들에게는 창작의 고통을 주고,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를 저해하는 이 두 단어만 없으면 한국 애니메이션계의 미래는 다시 밝아질 수 있습니다. 한국 애니메이션의 미래는 바로, 8090 세대에게 달려 있음을 분명히 합니다.
한국 애니메이션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한국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있다면 잘못된 현실의 룰(Rule)을 바꾸기 위해 발벗고 나서야 합니다. 바꿀 수 있다면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변하지 않으면 뒤처질 뿐만 아니라 줄곧 선진국의 탈을 쓴 개발 도상국이라는 오명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한국 애니메이션이 영화와 연속극과 같은 대우를 받고 인기를 사로잡아 <원더풀 데이즈>가 못다 이룬 꿈을 이루는 그 날까지, 8090 세대의 주도로 한국 애니메이션의 미래를 밝히는 혁명이 일어나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