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아이들과 주민이 함께 꿈 키우는 ‘학교 안 마을배움터’남해초등학교 별별극장
학교 안 비어 있는 공간을 탈바꿈시켜 학생들뿐만 아니라, 마을 주민까지 함께하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아이도 어른도 함께 꿈을 키우는 공간으로 변신한 이 곳.
공간혁신으로 교육혁신을 꿈꾸며, 학생과 주민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는 남해초등학교 별별극장을 찾았다.
학교 안 빈 공간, 복합예술극장으로 변신
“매주 수요일 저녁, 별별 극장에 다 함께 모여 연극 연습을 해요. 남해초등학교를 졸업한 연극부 학생들과 기존 학생들이 함께 어울려 공연 연습을 하고 있어요.”어스름하게 해가 지던 지난 3월 10일 저녁, 남해초등학교 별별극장으로 들어서자 아이들의 깔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무대 위 계단에 앉아 대본을 보는 아이들, 삼삼오오 모여 공연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 무엇이 그렇게 좋은지 다들 연신 싱글벙글한다.
오주석(51) 지도교사의 설명이 끝나자마자 ‘마금치’ 연극부 출신 박새연(남해여중 1년) 양이 다가와 “별별극장이 새롭게 바뀐 후 연극 연습할 맛이 나요”라고 웃으며 말한다.
남해초등학교의 자랑거리가 된 마금치 연극부와 별별극장. 마금치는 남해 특산물인 마늘과 시금치, 멸치를 조합해 만든 이름으로 지난 2016년부터 5년째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남해초등학교 연극부다. 그리고 마금치 단원들이 매주 모여 연습하는 별별극장은 지난해 대변신에 성공한 복합예술극장이다.
경남 제1호 ‘학교 안 마을배움터’
지난해 10월 문을 연 별별극장은 원래 소강당이었다. 교탁과 의자가 놓여 있는 평면 공간이라 아이들이 연극 연습을 하기엔 턱없이 비좁았다.
“소강당이었을 땐 무대가 좁고, 조명도 더웠어요. 특히 좌석이 일자로 놓여 있어 뒷자리에 앉은 관객들이 잘 보이지 않아 나중에는 일어서서 관람했어요”라며 최우영(남해중 1년) 군이 말했다.
불편함이 컸던 소강당이 변신하게 된 계기는 바로 ‘학교 안 마을배움터’ 조성사업에 선정된 덕분이다. ‘학교 안 마을배움터’는 경남도와 경남도교육청·한국토지주택공사(LH)·NH농협은행 경남본부가 참여해 민간 공익재원으로 학교 안 비어 있는 공간을 학생들과 주민 모두의 배움터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지난 2019년 10월 업무 협약을 체결했고, 그해 12월 남해초교는 NH농협은행 경남본부로부터 2억 원의 발전기금을 기탁받았다. 1년간의 조성 기간을 거친 후 소강당은 주민공유형 복합예술극장인 별별극장으로 재탄생했다. 아이들과 주민 모두가 이곳에서 별처럼 빛나기를 바라는 희망을 담아 이름 지은 별별극장은 경상남도 제1호 학교 안 마을배움터이다.
아이들 의견 반영…객석 움직이고 무대 넓어져
별별극장 공간조성 모든 과정에는 경남도 공공건축가와 어린이건축가들(마금치 단원들), 지역 연극인 등이 서로 머리를 맞댔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직접 오르는 무대이다 보니 아이들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됐다.
“어린이건축가 디자인 워크숍을 통해 우리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이야기했어요. 좁은 무대를 넓게, 좌석도 계단식으로 변경해 달라고요.”
별별극장의 가장 큰 변화는 움직이는 객석이다. 계단식으로 만들어진 객석이 자동으로 움직여 마당극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무대가 넓어진다. 또한 계단식 좌석은 뒷자리에 앉은 관객도 공연을 잘 볼 수 있게 해준다.
별별극장의 가장 좋은 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김도형(남해초교 6년) 군은 “조명이 다양하고 예뻐졌어요. 무대도 커졌고요. 분장실도 생기고, 화장실도 깨끗해졌어요”라며 별별극장의 장점을 쭉 나열했다.
주민들도 함께 공유하는 별별극장
별별극장의 또 다른 주인은 바로 남해 주민이다. 서울에서 남해로 귀촌한 지 4년째인 신제석(41) 씨는 매주 수요일 공연 연습에 학생들과 함께 참여하고 있다.
“2년 전 <꿈·이어라> 공연을 마금치 단원들과 함께하며 지금까지 꾸준히 연습에 참여하고 있어요. 아이들이 열정적으로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 많은 것을 배워 갑니다.”
극단 ‘씨앗’ 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별별극장에서 씨앗 단원들과의 연습도 이어나갈 예정이다. 이렇듯 별별극장은 학교 아이들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을 위한 문화예술까지 담당하고 있다.
꿈꾸던 공간, 꿈을 펼쳐나갈 공간
마금치 단원들과 졸업생들은 현재 남해의 독립만세 운동이야기를 담은 <남쪽바다> 연극을 준비하고 있다.
오 교사는 “지금까지 행사 위주의 단발성 공연을 많이 했어요. 올해 하반기부터는 매주 1회, 한 달 공연을 시도할 생각입니다. 별별극장이 지속적으로 공연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요”라며 문화에 관심이 있는 누구든 별별극장에서 공연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작은 바람이라고 했다.
아이들이 직접 대본을 쓰고 동선을 짜면서 협동과 타협을 배우고, 다른 사람이 되어보는 과정을 통해 타인에 대한 이해심도 키우는 연극부. 더욱이 별별극장 무대를 통해 꿈꿔왔던 꿈을 펼쳐나갈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이들의 활약을 더욱 기대한다.
글 배해귀 사진 이윤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