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KEC지회 집단 성희롱 피해,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접수에 부쳐
오늘 경북 구미에 소재한 금속노조 KEC 지회가 성희롱예방교육시 발생한 집단 성희롱 피해에 대해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한다.
1995년 일터 성폭력이 직장내 성희롱으로 명명하여 법제화 된지 20여년이 넘었고, 2017년 11월 14일엔 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 합동 직장내 성희롱 종합대책이 발표되면서 각처에서 직장내 성희롱 성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우리사회에서 직장내 성희롱이 여성 노동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존엄을 해치는 폭력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노동조합 역시 성희롱으로 인한 여성조합원들의 인권 침해를 극복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중 하나였다.
민주노총은 성희롱 예방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2015년부터 3년간 민주노총 성평등 강사단 양성교육을 실시하여 기초교육 80시간 보수교육 연 15시간씩 받은 전문 성평등 강사를 양성해왔다. 노동조합 간부들로 구성된 성평등 강사는 생산현장의 실태와 문제점. 특이사항을 잘 알고 있기에 사업장별 맞춤 교육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고, 실제 현장에서 강의 효과가 높다고 평가 받고 있다.
예방교육보다 중요한 것은 직장내 성희롱과 성폭력 발생시 기업내 대처 및 후속조치이다. 최근 보건의료노조는 의료기관내 폭력 (성폭력. 폭언. 폭행) 근절 매뉴얼을 작성하고 이를 산별 협약을 통해 체결하여 노동자와 사용주. 환자 보호자등이 함께 직장내 폭력을 없애고자 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 외에도 민주노총 가맹 조직은 직장내 성폭력. 성희롱 예방과 사건 발생시 원활한 사후조치를 위한 장치들을 단협 조항등을 마련해 놓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의 고용평등상담실에 접수된 성희롱 성폭력 관련 사례를 보면 노조원 비율이 매우 낮은 것을 확인 할 수 있는데, 이는 그나마 노동조합이 성폭력 성희롱으로부터 여성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장치라는 것이다.
민주노총과 각 가맹 조직. 전사회적으로 직장내 성폭력과 성희롱을 근절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중에 발생한 KEC지회의 성희롱 조장 강의는 이를 전달 받은 모두에게 공분을 사게했다. 구미에 소재한 금속노조KEC지회에서 있었던 직장내 성희롱예방교육은 그야말로 성희롱 조장교육이었다. 강사는 시작부터 자신의 이름을 긴 정자라고 설명하고, 교육 내내 음담패설과 성적 표현. 여성비하 표현을 유머로 사용하며 교육생들에게 모욕과 수치심을 주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성희롱 피해자의 문제제기를 사소화 시키는 가해자 시각으로 교육을 일관한 점이다.
KEC에서 발생한 집단 성희롱 피해는 시작에서 처리과정까지 여러 문제를 발생하고 있다. 우선 강사가 성희롱 예방교육을 할 수 있는 강사가 아니다. 강사의 프로필을 봐도 전문 성희롱예방강사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구미지역의 상공회의소에서는 직장내성희롱예방 강사로 추천하고 기업들은 아무 검증 절차도 없이 노동자들을 앉혀 놓고 집단 성희롱을 자행한 것이다.
둘. KEC 사측은 첫 강의에서 노동조합의 항의를 받았을 때 부적절한 강의를 중단하고 교육을 새로 진행해야했음에도 같은 강사에게 네 번이나 강의를 맡겼고, 그 시간동안 부적절한 강사는 자기 항변과 함께 그 자리에 있는 노조간부를 또다시 모욕하는 일이 발생했다.
셋. 고용노동부는 이와 같은 사태를 알고 시정조치를 내린다는 것이 고작 ‘재교육 실시’ 였으며, KEC는 이를 동영상으로 대체하고 말았다. 노동자들이 한 번도 아니고 수차례 반복된 집단 성희롱 피해를 치유하고 회복시키는데 앞장서야 할 기업과 고용노동부의 태도는 노동조합의 시정 요구를 쓰레기통에 처박은거나 다름 아니다.
KEC 성희롱예방교육에서 자행된 집단 성희롱 가해 행위를 통해 우리사회의 기업주나 고용노동부가 직장내 성희롱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낮은지 알 수 있다. 성희롱이 근절되지는 못하더라도 성희롱 발생이후 이를 구제하는 방법이 절박한 상황에서 기업이나 고용노동부는 아무런 조치를 할 의지도 계획도 없다는 점 또한 한심할 뿐이다.
민주노총은 이번 성희롱예방교육의 사례가 KEC 한 곳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같은 강사가 경북지역 곳곳에서 같은 교육을 하고 다녔으며, 이를 상공회의소나 관공서등이 지원해왔다. 이번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유사한 사례가 각 산업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 더욱 절망스럽다.. 그간 보험회사의 성희롱예방교육을 빙자한 상품 판매 관행이 있어왔던 점. 싸인만으로 대체한 사례. 수 백명씩 앉혀 놓고 동영상으로 대체해 온 관행. 무엇보다 심각한 것이 이번과 같이 자질 없는 강사의 교육으로 인해 성희롱은 참고 넘어가야 할 가벼운 헤프닝으로 알게 하거나 문제시하면 안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게 하거나. 여성을 성적대상으로 동원하여 유머로 활용한 점은 당장 중단되어야하며 이를 방조한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이 필요하다.
민주노총은 KEC 노동조합이 위의 사안을 집단 성희롱 피해로 인식하고 문제제기 한 점 또한우리 조합원들의 성인지의식이 발전한 점이라 여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KEC 조합원들이 잘못된 직장내성희롱예방교육으로 집단 언어적 성희롱 피해를 입었으나 그 피해가 아직 회복되지 않고 진행중인 바를 인지하고. 기업주에 대한 실효성 있는 시정조치를 권고하기 바란다.
2018.1.18.
민주노총 여성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