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천도 복숭아를 먹고...
설악은 항상 설레임을 자극한다. 그 셀레임을 느끼고 싶어 모든 일 제쳐두고 간다.
이번 산행도 어김없이 기대반, 걱정반 모든 잡념을 몽땅 털어버리고 오리라.
암장에 20일 먼저 출발하는 회원들 말뚝이, 경국형님, 상준형님, 석용형님, 영철임다, 여귀자 부회장님과 승원, 정원. 이상 9명이 선발대로 출발하고, 진택형님, 승찬형님, 영철, 미영,혜란은 다음날 새벽에 오기로 하고 짐 확인하고 드뎌 간다.
병익 형님의 아쉬움을 남기고...
경국 형님의 베스트 드라이브 솜씨를 뽐내시면서, 그리고 이번 산행은 참석하시지만 여귀자 부회장님은 등반은 하지 않고 회원들의 먹거리를 챙겨 주시기로 하였다. 미래의 에이스 승원과 정원도 함께 한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어느 덧 옥녀봉 휴게소에 도착 하였다. 그런데 출입금지다. 휴게소는 적막만 감돈다. 잠깐 야영 할 곳을 찾다가 건너편 주차장에 야영하기로 하였다. 방바닥이 넓고 뒤 벽에 아갈바위가 있어 좋다. 텐트치고 잠자리 마련 후 시원한 음료수 한잔 크~~~ 역쉬!!. 입술에 촉촉이 젖기도 전에 잠자기로 한다. 낼을 기약하며, 잠을 청하지만 어설픈 한잔이 잠을 설치게 한다. 한 참을 뒤척이고 보니 벌써 날 셌다. 잠시 후 후발대 진택형님, 승찬형님, 영철, 미영, 혜란이 도착 하였다. 부회장님의 콩나물 김치찌개의 맛은 흠흠..쳌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장비 점검 후 출발이다.
미륵 장군봉과 신선벽. 설레임도 함께 간다.
계곡 따라 산행 후 시작점에 도착 하였다. 배낭은 대포 시키고 장비 착용 후 출발 한다고 한다. 조 편성에 들어가는데 거의 대부분 미륵 장군봉에 간다고 한다. 신선벽은 바로 맞은편 수직 절벽인데, 우우 눈 앞 가득히 절벽이 있는데 주눅 들게 한다. 그러니 누군들 선뜻나서는 회원이 없다. 일단 영철, 미영, 영철임다가 뽑혔다. 등반 능력 때문에..ㅎㅎㅎㅎ.
미륵 장군봉은 말뚝이, 승찬형님, 경국형님, 상준형님, 석용형님, 혜란으로 결정 났다.
등반조를 정하고 서로의 안전등반을 기원하며 오름짓을 시작 한다. 단체 사진 한판 찍고.
신선벽은 2개의 코스를 오름짓 한다고 하신다. 노을이 질 때 까지, 환영길 순으로 한다.진택형님, 미영, 영철, 영철임다 순으로 오름짓 하기로 하고 노을이 질 때 까지 코스로 시작 한다. 난이도 5.10d 음.....센 놈인데. 긴장을 했는지 긴 한 숨이 나온다. 숨을 고르고 노래도 부르며 긴장을 푸는데, 처음부터 만만치 않다. 진택형님은 바위 상태를 보면서 코스를 정하여 주신는데 10급 클라이머에게는 첫 퀵드로우 부터 어렵다. 다들 고민을 하다가 오른다. 역쉬 디급이다. 첫 피치 건너 뛰고 2피치에서 확보 후 오르기 시작하는데 오늘 미리 예감을 하는지 첫 오름짓부터 텐을 먹는다. 많이 먹었다. 한 참을 고민 후 과제를 풀고 오른다. 팔에는 벌써 펌핑이 놀려 왔다. 이제 막 시작 하였는데.... 몇 번의 텐을 먹고 2피치 도착. 긴 한숨만 나온다. 정말 노을이 질려고 하나. 잠시 휴식 후 출발. 조금 전보다 몸이 풀려는지 났다. 영철임다 만 뺏고 전부 롱이다 보니 홀드 잡기가 애매하다. 그래서 오른쪽 바위 두 장을 겹쳐 놓은 듯 한 곳으로 코스를 바꿨다. 오버 홀드를 잡고 발을 딛고 일어서는데 발이 전혀 밀리지 않는다. 발 홀드가 확실하니 과감한 동작이 나온다. 그런데 손가락 한마디 정도 부족하다. 오버 홀드인데 도저히 손가락이 닿질 않는다. 그래서 영철이 한테 텐 아주 조그만 달라고 했다. 홀드를 잡았을때 기분이 좋았다. 나름 생각대로 한 과제를 풀 때는 좋다. 3피치 건너뛰고 4피치까지 올라 왔다. 몸이 이제 풀리는지 팔에 놀려온 펌핑은 다시 집으로 갔는지 괜찮다. 기분도 좋고 다들 열심히 오름짓 한다. 건너편 미륵 장군봉에 우리 가족들이 보인다. 정말 반갑다. 밖에서 가족들 보면 왜그리 반가울 수가 없는지 서로에게 손을 흔들며 안전등반 하기를 기원 한다. 중간 정도의 피치 이지만 설악의 풍경이란 정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뼈처럼 드러난 바위표면에 우뚝 서 있는 나무들 어느 한 곳 만의 풍경이 아닌 주변을 둘러보면 수없이 많다. 그런데 수마가 할퀴고 간 상처가 너무 크다. 도로 건너편 산, 계곡 곳곳에 무너진 산과 물길이 아닌 돌길로 변해버린 물줄기. 자연의 섭리라고 하지만 안타까울 뿐이다. 한 참 영철과의 대담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낙석하고 큰 소리가 들린다. 우와 엄청 크다. 저 걸 한 손으로 뽑아 던져 버렸다. 누구한테 던진 걸까?? 나의 뛰어난 순발력으로 순간 영철이를 끌어 당겼다. 돌은 그대로 굴려 바닥으로 떨어진다. 밑에 등반하는 사람이 없어 천만 다행이다. 가슴을 쓸고 있는데 영철 팔에 흔적을 남겼다. 돌을 던진 순간 팔로 방어 한 것이다. 대단한 부부애다. 던지고 막고. 음...좋아. 상처가 심상치 않다. 시간이 갈수록 부어 오른다. 오늘 산행은 접어야 할 것 같다. 오른팔에 의지하고 오르니 중심이 흐트러진다. 또 한번의 낙석. 이번 낙석은 작은 돌이다. 누구 말대로 후등자 잘못이다. 그전에는 밑에서 이야기하고 간혹 잘 올라가는지 바라만 보았지 신경 쓰면서 보진 않았다. 선등자, 후등자 할 것 없이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야기 하질 않고 계속 보고 있었으면 떨어지기 전에 상황 판단 후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을 것이다. 좋은 경험이다. 앞으로 선등자의 행동들을 세심히 보아야 하겠다. 마지막으로 영철임다 정상에 오른 후 잠시 덕담과 사진을 찍고 하강이다.
하강 후 팔을 보니 많이 부었다. 오늘 개점휴업이다. 간만에 부부가 함께한 산행이었는데.
잠시 허기를 채우고 두 번째 오름짓 코스인 환영길로 오른다. 난이도 5.10c 씨~~~이
왜 환영길일까 생각 하였는데 정상에 도착하면 알 수 있다. 진택 형님을 필두로 미영, 영철임다 순으로 오른다. 말타기 코스도 있고 참 다양하다. 말타기가 끝나면 슬랩 비슷한 구간이 있는데 홀드가 보이질 않는다. 발 디딜 곳을 찾고 일어서는데 밀리지 않는다. 오늘따라 발이 착착 붙는다. 기분 좋게 2피치까지 오르고 사진 찍고 출발하는데, 출발하고 두 번째 볼트 지나면 마디 하나 걸리는 홀드가 있다. 이런 손가락에 힘이 전혀 들어가질 않는다. 힘을 주는데 그냥 빠진다. 난감하다. 그리 홀드는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서 미영에게 텐을 달라고 하고 유심히 살펴 본 후 다시한번 하고자 하였으나, 어떻게 된 것일까, 자일이 느슨하다. 또 한번 텐 소리쳤지만 반응이 없다. 정말이지 죽겠다. 발 홀드도 좋지 않고 그냥 텐을 먹자니 2피치 확보한 곳에 부딪힐 것 같고, 또 한번 절실히 부탁 했지만 반응이 없다.
점점 팔에 힘은 빠져 나가고 붙어 있을 여유가 없다. 우우 식은 땀만 계속 나온다. 손은 땀 때문에 밀리고 발은 아파오고 어쩔 수 없이 볼트에 손가락 걸고 발도 볼트에 올렸다. 말뚝이가 그랬던가, 하강 포인트를 지나 매달리고 있다가 힘 빠져 추락한 일. 조금 이해가 되는 순간이다. 팔에 힘이 빠지니 팔이 떨리기 시작 한다. 죽겠다. 호흡도 걸치고 얘기도 못하고 부들부들 떨고 있을 때 진택형님이 크랙에 자일이 끼워져 있는 것을 발견 하셨다. 미영이는 텐을 분명 주었는데 자꾸 텐을 달라고 하니 이상 하였다고 한다. 몇 번 자일을 쳐 보고 해도 안 빠진다. 볼트에 확보를 하라고 하신다. 확보 후 진택형님이 내려와 크랙에서 자일을 빼신다. 오름짓을 할려고 하니 팔에 무리가 갔는지 힘을 쓸 수가 없다. 댕겨 달라고 하였다.두번째 볼트 구간은 매달려서 올라 갔다. 새터 암장에서 경험하였지만 위에 당기는 사람은 굉장히 힘이 들고 어깨에 무리가 간다는 것을 안다. 정말 제일 싫어하는 오름짓을 했다.
4피치 확보 할 때 까지 정신없이 올라 갔다. 팔은 조금 부들부들 떨리고, 그나마 다행은 발이 밀리지 않았다. 발 덕분에 나머지 구간을 올라 갈 수가 있었다. 도착 후 호흡도 걸치고 체력이 많이 고갈 되어 있었다. 진택형님이 누구나 선등의 위치가 있을 때 자일의 유통 상태를 확인 후 오름짓 하는 것이라고 한다. 피치 선등자 만의 문제가 아니라 후등자도 중간 매듭으로 오를 때 자일이 잘 유통 되는지 확인 하고 다음 등반자의 안전도 생각 하면서 오름짓을 하여야 하겠다. 전에 배우지 못한 등반 기술을 오늘 값진 경험으로 얻게 되어 다음에는 이러한 문제 발생되지 않게 등반 하도록 열심히 하겠다.
잠시 휴식 후 진택형님의 멋진 몸 동작과 팔과 무릎 째밍을 이용하여 올라오라고 하신다. 몸 중심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옮기면 되는 동작이다. 미영이도 쉽다고 한다. 이제 영철임다 차례인데 발보다 팔이 문제다. 조금 떨리고 있다. 팔이 떨리고 있으니 발을 쉽게 옳기질 못하고 잠시 망설이다가 출발 한다. 퀵드로우 회수도 조금 힘들다. 조금 전 진택형님이 가르쳐 주신 째밍 방법대로 하니 얼굴에 미소가 나왔다. 전혀 힘들이지 않고 중심만 이동 시켰는데 밸런스가 딱 맞다. 이런 동작이 밸런스인가 하고 신기 하였다. 잠시 여유의 미소를 머금고 마지막 정상을 향해 오름짓을 하였다. 이젠 손은 겁나고 발이 확실하니, 거의 발에 의존하면서 올라갔다. 크랙 따라 양발을 벌리고 끝부분에 다다르면 처음에 말타기 비슷한 곳이 나오는데 잠시 머무를 수 있는 공간에서 숨을 고르고 벽을 보지만 하얀 쵸크 가루가 있는 것을 보니 저 곳에 손을 잡고 올라가야 하나, 손은 확실치 않고 대신 발로 후킹을 걸고 올라갔다. 정상에 다가갈수록 팔의 한계가 느껴진다. 진택형님이 보인다. 미영이가 빌레이 인줄 알았는데 또 한번의 말타기를 하라고 하신다. 말타기 하고 정상 밑에서 왼팔에 드디어 펌핑이 왔다. 손가락 마디 걸리는 홀드에서 힘을 주다 보니 펌핑이 왔다. 오늘 유달리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질 않는다. 그리하여 텐을 먹었다. 숨이 턱까지 오르고 있다. 잠시 휴식 후 마지막 오름짓을 향해 힘을 다해 오른다. 정상 도착 후 얼마나 숨이 찼는지 헉헉 된다. 진택형님이 소리 한번 지를까 제안 하신다. 내 속에서 무엇인가 북받쳐 오르고 있을 때 반가운 제안 이었다. 아무 생각없이 내 속에 있는 무엇인가를 마음껏 토했다. 야~~~~~~~~~~~~~~~~~~~호
후련하다. 엄청 후련하다. 이 맛일까? 힘은 들지만 기분은 좋고, 즐겁게 웃을 수 있는 여유까지 얻었다. 그래서 산이 좋은가 보다. 허기를 달래고 사진 몇장 찍고 하강을 하기 위해 처음 하강 포인트로 이동 한다. 마지막으로 하강 하면서 설악에게 인사 한다. 잘 있으라고 담에 또 놀러 오겠다고. 하강을 마친 후 말뚝이와 영철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반가운 가족들이다. 서로에게 수고 하셨습니다 인사하고 장비 정리 후 하산 하였다.
차량에 도착하니 가족들 모두 하산주에 산행 꽃을 피웠다. 반가웠다. 이유가 없다. 하산주 몇잔에 피곤이 오른다. 숙소를 잡고 이번 산행에 젤루 수고 하신 여귀자 부회장님의 맛있는 저녁 식사 닭백숙을 먹었다. 이런저런 이야기 하면서 좋은 벗을 얻게 되어 기뻤다. 말뚝이 대장님이 아닌 말뚝이로 바뀌었다. 항상 안전 등반, 즐거운 등반을 다짐하며 산행보다 더 힘든 졸음이 몰려온다. 특급 호텔인 비닐하우스 안에서 잠을 청한다.
이번 설악 번개 산행에서 몸으로 체감 하면서 등반에 관련된 행동을 배우게 되었다. 선등자, 후등자의 역할, 등반에 임하는 자세 등등. 항상 느끼지만 암장에서 배운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산행 할 때 마다 느낀다. 진택형님 고맙습니다. 잠도 제대로 못 주무시고 산행 시 힘들었을 텐데, 챙겨 주시고, 안전 등반을 위하여 몸소 위험요소를 제거하고, 짜증 없이 끝까지 즐거운 등반을 마칠 수 있도록 배려하여 주셔서 감사 합니다. 경미한 사고이지만 끝까지 함께 못한 영철, 등반 실력이 월등히 우수한 미영 즐거운 시간을 함께하여 좋은 추억의한 페이지를 장식 합니다. 다음에 산행에도 끝까지 즐거운 등반을 마칠 수 있도록 노력하지요. 부부가 함께한 모습 정말 보기 좋았어요. 수고 하셨습니다.
말뚝이, 승찬형님, 경국형님, 상준형님, 석용형님, 여귀자 부회장님, 영철, 미영, 혜란, 승원, 정원이도 수고 하셨습니다. 항상 안전등반, 즐거운 등반을 끝까지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가족들도 고맙습니다. 참석치 못한 가족들도 함께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 합니다. 담엔 꼭 많이 참석하시어 즐거움을 만들도록 하지요.
그런데 그 곳엔 천도 복숭아가 진짜루 있었다. 신선들만 먹는 천도 복숭아.
아 또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