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충기의 세계배낭여행기 20>
태양의 제국 잉카(Inca) - 페루<6>
하늘호수 티티카카(Titicaca)로 가는 길
라마 목장
우리 관광의 일정은 마추픽추 관광을 마치고 다시 삐삭으로 다시 돌아와 티티카카 호수가 있는 뿌노(Puno)로 가야 하는데 거대한 안데스 산맥을 넘어가는 대장정으로 대략 8시간 정도 걸린다.
뿌노로 가는 도중 안데스 산록에 있는 라마(LLama:스페인어로는 야마라고 발음) 목장에 들렀다.
◆ 라마 목장 견학
목이 기다란 사슴 크기의 안데스 특산종인 라마는 낙타과로 분류된다고 하는데 비슷한 종으로 알파카(Alpaca), 과나코(Guanaco), 비쿠냐(Vicuña)가 있다.
야생에 가장 가까운 비쿠냐는 사람을 가까이하지 않는 반면, 라마나 알파카, 과나코는 풀을 주면 다가와서 잘 받아먹는다. 그런데 낯선 사람에게는 악취가 심한 침을 뱉는 습성이 있어 조심해야 한다.
목장에는 라마 털로 직접 실을 뽑아 옷감을 짜고 옷을 만들어 팔고 있었는데 라마 털로 짠 옷감은 상당히 비싸다. 그 중 비쿠냐의 털로 짠 옷이 가장 부드럽고 따뜻하여 제일 비싸게 팔린다고 한다.
집사람이 기념으로 사고 싶다고 해서 두 번째로 좋다는 베이비 알파카 털로 짠 긴팔 티셔츠를 샀다. 특별히 30%를 할인해 준다며 인심을 쓰는 척 하는데도 69.5불(약 10만원)이나 주었으니 페루의 싼 물가를 생각하면 무지하게 바가지다.
안데스 고갯마루(해발 4,335m)
◆ 안데스 고개
오후 2시 경 안데스를 넘는 고원의 마루턱쯤인 듯 벌판에 이정표와 안내판이 서 있는 곳에 차를 세웠는데 안내판을 보니 해발 4,335m로 우루밤바 강의 발원지라고 한다. 이 고원 한 가운데가 백두산의 거의 2배 높이라니...
차에서 내려 우루밤바 강의 발원지라는 작은 늪지를 보러 가는데 머리가 어찔거리고 속이 메슥거리며 구름 위를 걷는 듯 자꾸 발이 헛디뎌진다.
사람에 따라 개인차가 있지만 보통 해발 3,000m면 고산증세가 나타난다고 한다.
해발 8,000m의 히말라야를 산소통도 메지 않고 가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가?
주위를 돌아보니 머리에 흰 만년설이 덮인 안데스의 거봉들이 둘러섰는데 모두 5,000m 이상이라고 한다.
◆ 아마존 강의 발원지
강의 발원지는 가로 세로 4~5m 정도인 풀이 우거진 자그마한 늪인데 현재 이곳이 안데스 산맥의 꼭대기 능선이니 동쪽으로 흐르면 우루밤바 강줄기가 되어 브라질로 흘러들어 저 거대한 아마존이 되고, 서쪽으로 흐르면 대서양으로 흘러든다고 한다.
우리를 태운 미니버스는 뿌노를 향하여 끝없는 고원을 한없이 달리는데 4~5시간을 달려도 집한 채 없고 이따금 라마나 소, 말, 혹은 면양들을 방목하는 목장이 눈에 띌 뿐이다.
오후 다섯 시 경 훌리아까(Juliaca)를 지났는데 이 도시는 공업도시로 공항까지 있는 제법 큰 도시이고, 이곳에서 뿌노(Puno)까지는 한 시간 정도의 거리이다. 아름다운 티티카카 호반의 고대도시 뿌노에 도착하니 오후 6시였다.
◆ 그림 같은 하늘호수 티티카카(Titicaca)
콘도르 공원과 호반도시 뿌노 전경
너무나 아름다운 호반도시 뿌노(Puno)는 티티카카(Titicaca)호수를 끼고 있는데 호수 수면이 해발 3,850m로 세계에서 가장 높아 ‘하늘호수’라고도 불린다.
잉카의 전설에 의하면 태양신이 인간을 다스리도록 잉카 초대 왕인 망코 카파크(Manco Capak)와 그 여동생 마마 오쿠료(Mama Okuryo)를 내려 보내는데 호수 가운데 있는 태양섬(Isla del Sol)에 내려와서 잉카제국을 건설했다고 한다.
인디오들은 잉카 전설의 중심인 이 티티카카 호수를 신성한 곳으로 여기고 현재에도 이 부근에 많이 모여 사는데 사실 안데스 고산의 한 가운데 있는 오지 중의 오지라고 할 수 있다.
호수 넓이는 우리나라의 전라북도만한 엄청난 크기라는데 1/3은 볼리비아에, 2/3는 페루에 걸쳐 있으며 안데스의 만년설이 흘러내려 항상 차고 맑은 1급수를 유지한다고 한다.
◆ 콘도르 공원과 뿌노(Puno) 시
호텔에 여장을 풀었는데 고산증세로 집사람이 두통을 호소하여 진통제를 먹고 가까스로 잠을 이룬다. 해발 3,000m 정도면 70% 이상의 사람들이 고산증세를 느낀다는데 이곳은 3,800m 나 되니 고산증세로 고생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다. 호텔 뒤 언덕위에 엄청나게 큰 콘도르 상이 있기에 아침에 일찍 일어나 산책하는 셈 치고 집사람과 둘이 오르는데 숨이 차서 걸을 수가 없다.
언덕을 오르는 도중에 산책 나온 인디오 노인을 만났는데 친근한 눈인사를 하기에 어제 저녁 호텔의 TV에서 우리나라 연속극 ‘삼순이’가 나오는 것을 보았던 터라 손짓 발짓으로 ‘삼순이’ 나라에서 왔다고 했더니 활짝 웃으며 매우 반가워한다.
콘도르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뿌노의 아침풍경은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호수 주변을 따라 기다랗게 형성된 뿌노는 높은 건물은 거의 없고 고색창연한 오래된 건물들이 많은데 비교적 큰 건물인 성당, 시청 등은 스페인 식민시대에 건축된 웅장하고 아름다운 건물들이다.
아침 햇살을 받아 에메랄드빛으로 빛나는 호수는 만년설을 이고 있는 안데스 산맥을 배경으로 그림처럼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아르마스 광장의 뿌노 성당
◆ 아르마스 광장과 성당
언덕에서 내려오는 길에 뿌노의 중심광장인 ‘다 아르마스’ 광장, 스페인 정복자들이 세운 바로크 형식의 아름답고 웅장한 ‘뿌노’ 성당과 ‘산토도밍고’ 성당을 둘러보았다. 산토도밍고 성당은 제단 옆에는 이스터(Easter:부활절) 행렬에 쓰였던 것인 듯 멋지게 치장한 예수 고상이 커다란 가마(輦) 위에 올려 져 있다.
페루는 대부분의 성당들이 성당내부에 성인(聖人)이나 성녀(聖女)들을 모셔놓는다. 특히 성녀들의 모습이 많은 것이 특이했는데 뿌노의 수호성인도 성녀였다. 마침 성당 뜰에 수사님이 계시기에 어쭙잖은 스페인어로 인사를 드리고 축도를 받았다.
호텔에 돌아와 아침식사를 하는 중 뷔페식이라 몇 가지 가져다 먹는데 옆에 서있던 인디오 친구가 안 해도 될 써빙을 하며 기웃거리기에 1불을 줬더니 식사가 끝날 때까지 귀족 모시듯 온갖 시중을 다 들어주어 돈의 위력을 실감하며 속으로 웃었다. 덕분에 기분 좋게 아침식사를 할 수 있었다.
◆ 치안이 불안한 중남미
우로스 갈대섬 방문은 점심식사 후로 일정이 잡혀있어 아침 식사 후 여유 있게 시내를 둘러보았는데 돈을 바꾸러 은행에 갔다가 한국 사람을 두 사람 만났다. 40대의 사진작가라는 남자는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조그만 싸구려 호텔에 들었다가 십여 명의 권총 떼강도 습격을 받아 모든 투숙객이 몽땅 털렸는데 자신은 노트북 컴퓨터와 좋은 카메라 및 여행경비까지 몽땅 털렸다고 푸념을 하여 놀랐다.
또 한 사람은 이화여대 학생인데 봉사단으로 왔다가 끝나고 귀국하기 전에 홀로 남아 여행 중이란다. 그런데 잔돈이 없고 가진 돈이 백 달러짜리 미화 뿐인데 가운데 접는 부분이 조금 찢어졌다고 아무데서도 받지 않아 은행에 왔는데 은행에서도 바꾸어주지 않는다고 울상이다.
나도 똑 같은 경험을 몇 번 했는데 이곳 페루에서는 달러 지폐가 조금이라도 찢어진 것은 화폐로 인정을 하지 않는다. 찢어지지 않은 것을 주어도 하늘에 비춰보고 침을 묻혀 비벼보며 가짜인지 확인한다.
그 여대생은 우리 가이드가 잔돈으로 바꾸어주자 고맙다고 몇 번이나 인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