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캐나다에 있는 초고압직류(HVDC) 송전선로와 변환소(C/S, 직류를 교류로 바꿔주는 변환소) 모습
출처 : wikipedia
직류로 바뀐다고 지역수용성 높아질까?
결국은 분산형 전원이 정답
HVDC(초고압직류송전) 주민수용성·환경성·실효성은 검증 필요
의견 수렴 없는 발표, 근거 없는 늑장발표 등 정부 일방적 태도는 그대로
제7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에 대한 에너지정의행동 성명서
한국전력은 오늘(13일) 보도자료를 통해 ‘제7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2015~2029)’를 공개했다. 이 내용에 따르면 기존 신한울~강원~신경기 765kV 초고압 송전선로 계획이 신한울~신가평과 신한울~수도권 500kV HVDC(초고압직류 송전) 계획으로 변경되었다. 이들 계획은 각각 200여km가 넘는 직류 가공선로(架空線路, 철탑을 지지물로 하여 공중에 설치된 송전선로)로 이처럼 우리나라에 대규모 직류 가공선로가 만들어지기는 처음이다.
한전은 이와 같은 계획 변경에 대해 ‘사회적 수용성 강화’를 위한 것이라 밝히고 있다. 밀양 송전탑 투쟁 이후 765kV 초고압송전선로에 대한 문제제기는 전국적으로 벌어졌고, 신한울~신경기 765kV 송전선로와 신경기변전소 설치계획은 그간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사실상 추진이 무산된 상태였다. 이번 계획에 따라 대규모 765kV 초고압송전선로 건설 계획은 모두 백지화되었고, 길이 1~2km 정도의 기존 선로 접속구간만 남게 되었다. 이런 변화는 그간 지역주민들의 요구가 일부 반영된 것으로 매우 고무적인 것이다.
하지만 한전의 설명처럼 HVDC가 높은 지역수용성을 가지게 될 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철탑의 높이가 일부 낮아지고, 전자파와 코로나 소음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 철탑이 들어서고 초고압 전류가 흘러가는 것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간 우리는 765kV 초고압송전선로 문제 해결 방안으로 전력수요지에 발전소를 짓는 분산형 전원 구성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이는 2차 에너지기본계획이나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일부 반영되는 모양새를 띠기는 했지만, 그중 가장 큰 규모인 동해안 화력발전·핵발전 단지 집중화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번 계획에 담긴 신한울~신경기 500kV HVDC 역시 삼척의 대규모 화력발전, 울진의 핵발전단지 건설계획을 위한 것이며, 아직 착공하지 않은 영덕과 삼척 핵발전 단지도 여전히 고려 대상 중 하나이다.
이들 발전단지는 모두 수도권 전력공급을 위한 발전단지이며, 이는 원거리-대량생산으로 충당되던 기존 전력시스템의 유물 중 하나이다. 이미 전력수요가 포화되어 수요증가율이 감소하고 있는 지금, 정부는 에너지 전환을 위한 새로운 전력 정책으로 전환을 추진하지 않고 기존 전력정책의 보완재만 계속 내놓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정부는 그간 많은 문제점들이 지적되었던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과감히 접고 새로운 전력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한편, 이번 장기송변전계획 수립 및 발표를 둘러싸고도 그간 반복되었던 ‘밀실 행정’, ‘불투명한 행정’의 전형이 나타났다. 7차 장기송변전기본계획은 5월 27일 제192차 전기위원회 심의를 통해 확정된 것이었다. 내용이 확정되고 전기위원회 회의록과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확정된 사실이 공개되었음에도 한전은 별다른 이유 없이 그 내용을 보름이나 지난 지금 발표했다 또한 전력수급기본계획의 하위 계획이라는 이유로 계획 수립 과정에 공청회나 의견 수렴 등 기본 절차를 진행하지도 않았다. 그간 송변전시설을 둘러싼 수 없이 많은 사회적 갈등을 고려할 때 전혀 이해되지 않는 일이다.
이는 아직도 정부와 한전이 이들 계획을 사회적으로 논의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채 숨기고자하는 관성에 빠져있다는 반증이다. 앞서 HVDC의 사회적 수용성 문제 역시 일방적으로 수용성이 높다고 선언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과 시민사회의 의견을 듣는 자세 전환과 검증이 필요할 것이다.
2016.6.13.
에너지정의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