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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반야바라밀경_60. 부증품(不證品), 어떻게 배우고 들고 닦는가
거란본에는 학공부증품(學空不證品)으로 되어 있음
수보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만약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하고자 한다면, 어떻게 공삼매(空三昧)를 배우고, 어떻게 공삼매에 들고, 어떻게 무상ㆍ무작삼매를 배우며, 어떻게 무상ㆍ무작삼매에 들어야 하는지요?
어떻게 4념처를 배우고, 어떻게 4념처를 닦으며, 나아가 어떻게 8성도분을 배우고, 어떻게 8성도분을 닦아야 하는지요?”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할 때에, 마땅히 물질의 공과,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분별의 공과, 12처와 18계의 공을 관찰해야 하고, 나아가 마땅히 욕계와 색계와 무색계의 공을 관찰해야 하느니라.
이렇게 관찰할 때에, 마음으로 하여금 산란하지 않게 해야 하니, 이 보살마하살이 만약 마음이 산란하지 않으면 곧 그 법을 보지 않을 것이고, 만약 그 법을 보지 않으면 곧 작증(作證)하지 않을 것이니라. 왜냐하면 이 보살마하살은 자상이 공임을 잘 배우는 까닭에, 남은 것이 일부분도 있지 않아서, 작증한 법과 작증한 자를 모두 볼 수 없기 때문이니라.”
수보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라면, 보살마하살은 공의 법에 있어서 작증하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하면, 보살이 공의 법 가운데에 머물면서 작증하지 않는지요?”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보살마하살이 공의 관찰을 구족하려면, 먼저 이러한 원을 세워야 하느니라.
‘내 이제 공의 법에 있어서 마땅히 작증하지 않아야 하니, 지금 나는 배우는 때요 작증할 때가 아니다.’
또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은 마땅히 이와 같이 생각해야 하느니라.
‘나는 단나바라밀을 배우는 때요, 작증할 때가 아니니라. 시라바라밀ㆍ찬제바라밀ㆍ비리야바라밀ㆍ선나바라밀을 배우는 때이고, 4념처를 닦는 때이고, 나아가 8성도분을 닦을 때요, 작증할 때가 아니다.
공의 삼매와 무상의 삼매와 무원의 삼매를 배우는 때요, 작증할 때가 아니다.
부처님의 10력ㆍ4무소외ㆍ4무애지ㆍ18불공법ㆍ대자대비를 배우는 때요, 작증할 때가 아니다.
지금 나는 일체종지를 배우는 때요, 수다원의 과위의 증득 내지 아라한의 과위 또는 벽지불도를 증득할 때가 아니다.’
그와 같이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은 반야바라밀을 행하여, 공의 관찰을 배워서 공 가운데 머물고,
무상과 무작의 관찰을 배워서 무상과 무작 가운데 머물고,
4념처를 수행하되 4념처를 작증하지 않고,
나아가 8성도분을 수행하되 8성도분을 작증하지 않느니라.
이 보살은 비록 37조도법(助道法)을 행한다고 해도, 수다원의 과위의 증득 내지 벽지불도를 작증하지 않느니라.
비유하건대 마치 어떤 장부와도 같으니, 그는 굳세고 용감하고 용맹스럽고 강건하고 예순네 가지 병법의 기술을 잘 부렸느니라. 그리고 무기를 가지되 흔들림이 없고, 모든 기술을 교묘하게 사용했으며, 또한 단정하고 정결하여 사람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고, 조그만 사업을 해도 이익을 얻는 것이 많았느니라.
이러한 인연으로 대중에게 공경과 존중과 찬탄을 받았으니, 사람들에게 공경 받고 존중 받음을 보고 더욱더 환희했느니라.
그런데 이 장부가 어떤 인연으로 노약한 가족을 데리고 다른 지방으로 가게 되었는데, 갖가지 위험과 공포가 있는 곳을 지나가면서, 부모를 위안하고 처자를 돌보면서,
‘두려워들 마시오. 내가 무사히 이곳을 지나 괴로움이 없는 곳으로 데려갈 것이오’라고 말했느니라.
험난한 길에는 도적들이 잠복하여 위험을 더했지만, 그 사람은 지력을 갖추었기에, 능히 기쁘고 편안한 마음으로 그 험악한 길을 지났고, 목적지에 도달할 때까지 도적들의 해를 만나지 않았느니라.
수보리야, 보살마하살도 또한 그와 같이, 온갖 중생들 속에서, 자ㆍ비ㆍ희ㆍ사의 마음을 구족하나니, 보살마하살은 4무량심에 머물고 6바라밀을 구족하되, 누진(漏盡)의 증득에 집착하지 않고, 공과 무상과 무작의 해탈문에 드는 것이니라.
이때 보살은 일체의 모든 상(相)에 떨어지지 않지만, 또한 무상(無相)의 삼매를 증득하지 않고, 무상의 삼매를 증득하지 않는 까닭에, 성문이나 벽지불의 경지에 떨어지지 않느니라.
수보리야, 비유하건대 마치 날개가 있는 새는 허공을 날아오르되 떨어지지 않고, 비록 허공 가운데에 있다고 해도, 또한 허공 가운데에 머물지 않는 것과 같으니라.
수보리야, 보살마하살도 또한 그와 같이, 공해탈문을 배우고 무상ㆍ무작의 해탈문을 배운다고 해도 또한 작증하지 않고, 작증하지 않는 까닭에 성문이나 벽지불의 경지에 떨어지지 않느니라. 아직 부처님의 10력ㆍ대자대비ㆍ무량한 불법ㆍ일체종지를 구족하지 않으며, 또한 공과 무상과 무작의 해탈문을 증득하지도 않느니라.
수보리야, 비유하건대 마치 어떤 강건한 사람이 활 쏘는 법을 잘 배워서, 활 쏘는 솜씨가 뛰어난 것과 같으니라. 그는 허공 가운데를 향하여 화살을 쏘고, 다시 다음 화살로 먼저 화살을 쏘아서, 화살과 화살이 서로 지탱하여 먼저 것이 떨어지지 않게 할 정도로, 마음먹은 대로 자재로우니라.
수보리야, 보살마하살도 또한 그와 같이 반야바라밀을 행하여 방편의 힘을 가지는 까닭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위한 모든 선근이 아직 구족되지 않으면, 실제를 작증하지 않느니라. 그렇지만 만약 선근을 성취하면, 이때 바로 실제를 작증하느니라.
이러한 까닭에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은 반야바라밀을 행할 때에, 마땅히 그와 같이 모든 법의 법상을 관찰해야 하느니라.”
수보리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이 하는 일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비록 모든 법의 법상을 배우고 실제를 배우고, 여(如)를 배우고 법성을 배우고, 필경공을 배우고, 나아가 자상공과 3해탈문을 배울지라도, 끝내 중도(中道)에 있어서 떨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이것은 참으로 희유한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이 보살마하살은 온갖 중생들을 버리지 않는 까닭에 원을 세우니,
수보리야, 가령 보살마하살은 이렇게 생각하느니라.
‘나는 온갖 중생들을 버리지 않아야 한다. 온갖 중생들은 있는 바가 없다는 법 가운데에 빠져 있으니, 나는 마땅히 제도해야만 한다.’
그때 바로 공의 해탈문과 무상의 해탈문과 무작의 해탈문에 들어가느니라.
수보리야, 마땅히 알아야 하니, 이 보살마하살이 방편의 힘을 성취하면, 아직 일체종지를 얻지 못했더라도, 이 해탈문을 행하고 또한 중도에 있어서 실제의 증득에 집착하지 않느니라.
또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은 매우 깊은 모든 법, 이른바 내공 내지 무법유법공과 4념처 내지 3해탈문을 관찰하고자 하니, 그때 보살마하살은 마땅히 이러한 마음을 일으켜야 하느니라.
‘이 온갖 중생들은 기나긴 세월에 걸쳐서, 나라는 상[我相] 내지, 아는 자라는 상과 보는 자라는 상을 행하고 법을 얻는 것을 취해왔다. 중생들의 이 모든 상을 끊게 하기 위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때에 마땅히 법을 설해야겠다.’
그때 보살은 공의 해탈문과 무상의 해탈문과 무작의 해탈문을 행하지만, 실제의 증득에 집착하지 않고, 증득에 집착하지 않는 까닭에 수다원의 과위 내지 벽지불도에 떨어지지 않느니라.
수보리야, 이 보살마하살은 이 마음으로써 선근을 성취하고자 하는 까닭에, 중도에 있어서 실제를 작증하지 않고, 4선ㆍ4무량심ㆍ4무색정ㆍ4념처와 내지, 8성도분과 공ㆍ무상ㆍ무작과, 부처님의 10력ㆍ4무소외ㆍ4무애지ㆍ대자대비ㆍ18불공법을 잃지도 않느니라.
이때 보살마하살은 일체의 조도법 내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고, 끝내 줄어들게 하지 않으니, 이 보살은 방편의 힘을 가지는 까닭에, 선한 법을 더욱 늘리어 모든 감각기관의 영리함이, 아라한이나 벽지불의 감각기관보다 뛰어난 것이니라.
또 수보리야, 가령 보살마하살은 이렇게 생각하느니라.
‘중생들은 기나긴 세월에 걸쳐서, 네 가지 전도(顚倒)인, 항상한다는 상(相)과, 즐겁다는 상과, 청정하다는 상과, 나라는 상에 집착하고 있다. 이 중생들을 위하여 살바야를 구하고, 내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때에, 그들을 위하여 무상의 법과, 괴로움과, 청정하지 않음과, 무아의 법을 설해야겠다.’
이 보살은 이 마음을 성취하여, 방편의 힘으로써 반야바라밀을 행하되, 부처님의 삼매를 얻지 않고, 부처님의 10력ㆍ4무소외ㆍ4무애지ㆍ대자대비ㆍ18불공법을 구족하지 않고서는, 또한 실제를 작중하지 않느니라.
그때 보살은 무원의 해탈문을 닦되,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지 못했다고 해도, 또한 실제를 작증하지 않느니라.
또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은 이렇게 생각하느니라.
‘중생들은 기나긴 세월에 걸쳐서 법을 얻는 것에 집착하니, 이른바 나와, 중생 내지, 아는 자ㆍ보는 자와 물질ㆍ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분별과, 12처ㆍ18계ㆍ4선ㆍ4무량심ㆍ4무색정을 두고, 자신이 그것들을 행한다고 한다.
내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때에, 중생들로 하여금 법을 얻는 것이 없도록 해야겠다.’
이 보살은 이 마음을 성취하여, 방편의 힘으로서 반야바라밀을 행하되, 부처님이 10력ㆍ4무소외ㆍ4무애지ㆍ대자대비ㆍ18불공법을 구족하지 않고서는, 또한 실제를 작중하지 않느니라. 그때 보살은 공의 삼매를 닦는 것을 구족하게 되느니라.
또 수보리야, 가령 보살마하살은 이렇게 생각하느니라.
‘중생들은 기나긴 세월에 걸쳐서 모든 모습을 행하니, 이른바 남자라는 상(相)과 여자라는 상과, 물질이라는 상과 물질이 없다는 상을 두고, 자신이 그와 같이 행한다고 한다.
내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때에, 중생들로 하여금 이러한 모든 상의 허물이 없도록 해야겠다.’
이 마음을 성취하여 방편의 힘으로써 반야바라밀을 행하되, 부처님의 10력 내지 18불공법을 구족하지 않고서는, 또한 실제를 작중하지 않느니라. 그때 보살은 무상의 삼매를 닦는 것을 구족하게 되느니라.
수보리야, 가령 보살마하살은 6바라밀을 배우고, 내공 내지 무법유법공과 4념처 내지 공과 무상과 무작의 해탈문을 배우고, 부처님의 10력과 4무소외와 4무애지와 대자대비와 18불공법을 배우고, 그와 같이하여 지혜를 성취하고도, 법을 짓는 것에 집착하거나 혹은 삼계에 머무른다는 일은 있을 수 없느니라.
이 보살마하살은 조도법을 배우고 조도법을 행할 때에, 마땅히 시험 삼아 물어보느니라.
‘어떻게 그 법을 배워야 공을 관찰하되, 공의 실제를 작증하지 않고, 작증하지 않는 까닭에 수다원의 과위 내지 벽지불도에 떨어지지 않고, 무상과 무작과, 일어남이 없음과 생함이 없음과, 있는 바 없는 것을 관찰해도, 또한 실제의 증득에 집착하지 않고서, 반야바라밀을 수행할 수 있는지요?’
수보리야, 모든 보살마하살이 시험 삼아 물을 때에, 이 보살은 이와 같이 답할 수 있는 것이니라.
‘보살마하살은 오직 공을 관찰해야 하고, 오직 무상과 무작과, 일어남이 없음과 생함이 없음과, 있는 바 없는 것을 관찰할 뿐입니다. 그렇지만 이 보살마하살은, 공과 무상과 무작과, 일어남이 없음과 생함이 없음과, 있는 바 없는 것을 배울 수도 없고, 이 조도법을 배울 수도 없습니다.’
수보리야, 알아야만 하느니라. 이와 같이 답하는 보살이라면, 그에게 모든 부처님은 아직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기별을 주시지 않느니라. 왜냐하면 이 사람은 아유월치의 보살이 배워야 할 모습을 설할 수 없고, 보일 수 없고, 답할 수 없기 때문이니라.
만약 이 보살마하살이 불퇴전지에서 배워야 할 모습을 능히 설하고 보이고 답한다면, 마땅히 알아야 하니, 이 보살마하살은 이미 보살도를 익히고 배워서 박지(薄地)에 든 것이니라. 다른 아유월치 보살마하살의 불퇴전지도 그와 같으니라.”
수보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만약 불퇴전지를 얻지 못한 보살이라도, 능히 그와 같이 답할 수 있는지요?”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있다. 수보리야, 이 보살마하살이 6바라밀을 잘 닦았다면, 듣거나 혹은 듣지 못하거나 간에, 능히 그 답하는 것이 아유월치의 보살마하살과 같으니라.”
수보리가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불도를 구하는 모든 보살이 있는데도, 능히 그와 같이 답하는 보살이 적은 것은, 아유월치의 보살마하살이 유학의 길과 무학의 길 가운데에 있는 것과 같습니다.”
“참으로 그러하느니라. 이러한 보살은 참으로 적느니라. 왜냐하면 얼마 안 되는 보살마하살이, 그와 같이 반드시 수기를 받아서 불퇴전지에 있을 뿐이기 때문이니라. 혜지(慧地)에서 만약 수기를 받는 것이 있다면, 이 사람은 능히 그와 같이 답하니, 이 사람은 선근이 명료하여, 모든 하늘이나 세상 사람들이 파괴할 수 없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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