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도의 화장실 문화
탄자부르에서 1박에 200루피(5천 원) 짜리 호텔에 들었는데 물이 안 나와 항의했더니 침대 두 개짜리로 옮겨 주는데 널찍해서 좋기는 했지만, 여기도 물이 나오다 말다 한다.
아침에 호텔 창으로 보이는 지극히 인도다운 진풍경 하나.
호텔 바로 길 건너 엄청난 쓰레기 더미가 있는데 길옆에서 한 노인이 물통을 들고나와 변을 본다.
다 본 후 엉덩이를 올려 구부정한 자세로 오른손에 물통을 들고 등 뒤로 돌려 물을 흘리며 왼손으로는 닦는다. 그 앞을 자전거를 탄 젊은 여성이 무심히 지나가고, 서너 마리의 개와 돼지들이 모여들고...
이런 것이 매우 일상적인 인도의 풍경이라고 하겠다. 인도의 대부분 시골가정은 아예 화장실이 없다.
숲속이고, 들판의 수풀 속이고 모두 화장실인 셈이다. 아침 일찍 들판에 나가보면 물병을 들고 밭둑을 어슬렁거리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변을 보러 나온 사람들이다.
인도는 휴지를 쓰지 않고 물로 닦는 것이 특이한데 엉덩이를 깐 채 일어서서 엉거주춤 구부리고는 오른손으로 물병을 등 뒤로 들어 올려 부으면서 왼손을 사타구니로 집어넣어 닦는다. 그런 다음 바지를 올리고는 앉아서 다시 손을 물로 닦는다. 사람이 지나다니는 길목도 아랑곳하지 않고 볼일을 보는데 지나는 사람들 또한 아무 일 아니라는 듯 무심히 지나친다.
소도시나 시골은 마을 가운데 길도 온갖 짐승들의 변(똥)으로 길을 가기가 어렵다. 특히 소들이 어슬렁거리며 아무데나 변을 내깔겨서 걷기가 곤혹스러운데 잠시 한눈이라도 팔면 똥을 밟기가 십상이다.
나도 조심을 했는데도 몇 번이나 소의 똥을 밟았던지.... 길거리에 널린 소똥, 개똥, 돼지똥....
거기에 까마귀 떼까지.... 치우는 것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사람들은 그래도 도심의 길거리에서는 변을 보지 않으니 짐승들보다는 나은 셈인데. ^^
인도는 소를 신성한 동물로 여기는 까닭에 길거리를 배회하는 소들을 수없이 볼 수 있다. 시골 장터에서 소가 팔려고 내놓은 야채를 우걱우걱 먹으면 주인은 그냥 얌전히 『저쪽으로 가시라고』 밀어낼 뿐이다.
인도사람들은 밥을 먹을 때 숟가락을 사용하지 않고 밥을 먹는 것은 모두 아실 터... 변을 처리하는 손인 왼손은 절대로 사용하지 않고 오른손으로 조무락조무락 밥과 카레 등속을 섞어서 입으로 가져가는 모습이 신기하고 재미있다. 나도 따라 해보았는데 잘 안 된다. 인도사람들은 왼손은 부정한 손이라 하여 절대로 다른 사람을 만지지 않으며 가급적 보이지 않도록 감춘다. 여행객이 무심코 왼손으로 귀엽다고 어린아이들 머리라도 쓰다듬으면 인도사람들은 화를 낸다.
또 한 가지 이상한 것은 인도사람들은 긍정일 때 머리를 옆으로 살랑살랑 흔들며 예스(Yes) 한다. 우리가 부정할 때 머리를 옆으로 흔드는 것과 반대이니 헷갈릴 때가 많다.
2. 힌두사원의 만다파(Mandapa)
힌두교 사두(聖者) / 카푸리스와라 사원 열주(列柱)의 방 만다파와 그로테스크한 조각상들
만다파(Mandapa)는 힌두사원에서 예배나 의식을 준비하는 장방형의 공간으로 힌두의 신들을 조각한 그로테스크(Grotesque)한 기둥들이 들어차 있는 열주(列柱)의 방이다. 한때 이 기둥의 수가 경쟁이 되어 30개 열주 만다파의 힌두사원, 50개 열주 만다파의 힌두사원 등으로 경쟁하다가 스리미낙쉬(Sri Meenakshi) 힌두사원은 1.000개 열주의 만다파로 인도 최고가 되었다.
만다파 방의 곳곳에는 벌거벗은 힌두교 사두(Sadhu/성자)들이 앞에 놓인 바구니에 약간의 돈을 내면 머리에 기름인지, 무슨 가루인지 얹어주며 축복을 내려주는 모양이다. 또 만다파 열주의 방바닥에는 화려한 색조의 그림을 그려놓는데 콜람(Kolam)이라고 하며, 사원은 물론 가정집 앞에도 아침마다 주부들이 직접 그리는 그림이다. 돌가루와 쌀가루를 섞어뿌려 그리는데 가정마다 다르고, 크기도 천차만별이다. 가정의 행운과 이 집에 들어오는 사람들의 축복을 비는 의미겠다.
3. 힌두사원의 상징 고푸람(Gopuram)
브리하디스와라 사원의 고푸람과 외부장식 / 스리미낙쉬 사원의 고푸람과 외부장식
힌두교는 모든 종교의 어머니라 일컫는데, 인류 역사상 가장 먼저 발현한 종교일뿐더러 모든 사물에 신성(神性)이 깃들어 있다는 생각에서인지 섬기는 신이 1.000 가지도 넘는다고 한다. 당연히 예수도, 성모(聖母)도, 부처도, 공자도 힌두신 중의 하나이고 심지어 코끼리, 원숭이, 뱀은 물론 무하마드 알리(권투선수)도, 베컴(축구선수)까지도 힌두의 신으로 모신단다. 그중에서 가장 으뜸은 부(富)와 행복(幸福), 창조(創造)와 파괴(破壞)를 관장하는 쉬바(Shiva) 신이다.
고푸람(Gopuram)은 힌두사원의 입구마다 높다랗게 솟아있는 사각형의 탑인데 외벽에는 수많은 힌두교 신들을 빼곡하게 조각하고 원색으로 아름답게 치장한다. 이 고푸람의 크기로 사원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는데 마두라이(Madurai)의 스리미낙쉬(Sri Meenakshi) 사원은 고푸람의 높이가 45m에 이르는데 우리나라의 사찰(寺刹) 입구에 있는 사천왕각(四天王閣)과 비슷한 성격의 건물로 보면 된다. 퐁디세리에는 16세기에 건축된 힌두사원 카푸리스와라 사원(Kapleeswara Temple)이 유명한데 특히 이 사원은 화려한 색채와 조각으로 뒤덮인 웅장한 고푸람(Gopuram)이 유명하다.
탄자부르의 11세기 초에 세워진 브리하디스와라(Brihadiswara) 시바사원의 고푸람은 높이가 63m로 그 위에 올려진 아름답게 치장된 무게 80톤의 거대한 화강암이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이 거대한 화강암을 올리기 위해 4km에 이르는 경사로를 만들었다고 하니 놀랍다.
4. 인도의 시외 완행버스 풍경
인도 시골버스 / 무자비한 경찰들
인도여행을 하면서 특히 재미있었던 기억은, 인도의 시외버스 차장들은 모두 콧수염이 멋진 나이 지긋한 남자들인데 차비를 내면 돈을 긴 쪽으로 반을 접어 손가락 사이사이에 낀다. 그리고 흔들리는 차에서 용케도 돈을 낀 손으로 작은 종이(차표)에 행선지를 적어 주는데 차비는 무척 싼 편이다.
또 ‘오라이, 스톱’ 신호는 호루라기로 길게 한번(오라이), 짧게 두 번(스톱) 하는 것도 재미있다.
차는 어떻게 굴러갈까 걱정이 들 정도로 낡았는데 항상 사람들로 빼곡하다.
이곳의 경찰들은 허름한 경찰정복에 경찰봉(警察棒)을 하나씩 덜렁거리며 들고 다니는데 그 경찰봉이 그냥 나뭇가지를 제멋대로 적당히 다듬어 들고 다닌다. 긴 것도 있고 구부러진 것도 있고 가지가 조금 남아있는 것도... 경찰마다 다르다.
차를 타는데 사람이 밀리거나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조금 말다툼이라도 있으면 경찰이 쫓아와 그 제멋대로의 경찰봉을 휘두르며 사정없이 후려갈긴다. 가난한 맨발의 사람들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고.....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 경찰들은 카스트의 2~3번째 계급인 크샤트리아나 바이샤 계급일 테고 말썽을 부리는 사람들은 바이샤 계급 이하, 즉 수드라(Sudra)나 불가촉천민(Untouchable)일 테지...
인도는 대도시를 제외하고 도로는 모두 비포장인 것은 말할 나위도 없고 버스는 항상 만원이다.
5. 남인도 시골 거리의 풍경
길거리의 마샬라 짜이(Mashala Chai) / 코걸이, 귀걸이 멋쟁이 거지 아줌마
시외버스를 타면 중간의 작은 마을 정류소에 이따금 5~10분씩 멈추는데 바글거리는 사람들과 매연, 쓰레기, 어슬렁거리는 소 떼와 널린 소똥, 거기에 개들, 거지들... 연속적으로 사방에서 울려대는 날카로운 자동차 경적소음 때문에 골치가 지끈거린다. 그러나 후다닥 내려 노천가게에서 차와 커피를 시켜 먹는 재미가 있다. 엽차를 끓인 물에 밀크를 듬뿍 넣고 설탕을 넣어주는 인도차 마샬라 짜이(Mashala Chai), 밀크와 설탕을 듬뿍 넣어서 타주는 커피(Coffee)는 너무 달다는 느낌이었지만 먹을만 했다. 커피나 차를 섞을 때 잘 섞이고 또 빨리 식으라고 그러는지 양손을 번갈아 높이 올리며 주루룩 주루룩 흘리다가 작고 얇은 플라스틱 잔에 채워주는데 멋있게 보인다. 두 가지 모두 한잔에 5루피(125원)로 빈 잔은 아무데나 버리니 노천가게 앞 길거리는 그냥 쓰레기장이다.
인도는 어디를 가나 거지가 많다. 특히 젊은 여자들이 갓 낳은 젖먹이를 안고 구걸을 하는 경우가 많아 마음이 안쓰러웠는데 이따금 황당한 경우를 당하기도 한다.
마이소르에서 차를 기다리며 무심코 정거장에 서 있는데 뒤에서 뭔가 내 머리에 닿는 느낌이 있어 기절할 뻔 했다.
깜짝 놀라 뒤돌아다 봤더니 50대 쯤 되었을까 말라빠지고 이빨도 몇 개 빠진..... 맨발의 아주머니인지 할머니인지 갈퀴같이 생긴 새까만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한 푼만 달란다. 자세히 보았더니 힌두사원에서 사두(힌두교 성자)들이 축복을 내릴 때 쓰는 붉은 가루인지 기름인지를 내 머리에 발라주며 구걸을 하는 것이었다.
내가 기겁을 하고 몇 발짝 물러섰더니 마침, 내 옆에 서 있던 40대의 점잖아 보이는 인도 남자가 동전 몇 개를 손바닥에 놓아주며 뭐라고 볼멘소리로 나무란다.
여자는 비굴한 웃음을 흘리며 꾸벅 머리를 숙이고는 사람들 사이로 사라져 버리고.... 이것이 인도의 일상이다.
6. 조금 창피한 이야기
인도 남부 카르나타카주의 비자푸르(Bijapur)는 이슬람 왕조인 아딜샤히 왕조(Adil Shahi Dynasty)가 번영을 누리던 곳으로 아딜샤히 왕의 능묘인 이슬람 건축양식인 거대한 돔 형태(모스크/Mosque)의 건축물인 골 굼바즈(Gol Gumbaz)로 유명하며 당시의 왕궁 터와 성벽을 둘러쌌던 해자(垓字)도 남아있다. 골 굼바즈는 바티칸의 성 바오로 성당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는 돔 형식의 건축물이고, 비자푸르(Bijapur)는 ‘이슬람 승리의 도시’라는 뜻이란다.
이슬람 능묘 골 굼바즈(Gol Gumbaz) / 엘로라 석굴(제16굴 카일라쉬 힌두사원)
작은 도시(인구 30만)에서 유적지를 둘러보던 중 어제저녁부터 부글거리던 배가 아무래도 수상하다.
서둘러 약방을 찾아 소화제를 처방받아 먹었는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서둘러 공중 화장실을 찾는데 안보이고 부근에는 호텔도 없단다. 참고로... 인도는 가정집에 거의 화장실이 없다. 서둘러 뒷골목을 찾아 두리번거리다 보니 개천이 보이는데 들어가지 못하도록 철조망으로 막아 놓았다. 벌써 터져 나오기 시작하는 꽁무니를 오므리고 허우적대다 보니 철조망 사이로 작은 개구멍이 보인다. 배낭을 멘 채 들어갈 수 없어서 배낭을 벗어 길옆에 내동댕이치고 구멍으로 기어들어 갔다. 무릎 정도도 안되는 풀이 듬성듬성 나 있는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개천가에 쭈그리는데 이미 터질건 다 터져 나오고 난 후였다. 후유~~~~, 제기럴...
미그적거리며 앉아서 신발과 양말을 벗고 바지를 벗어 옆에 놓고는 팬티를 벗는데 사건은 이미 터진 후라 엉망진창이다. 둑을 지나는 사람들도 많은데 쳐다보지도 않는다. 고개를 푹 구부리고 나머지 일을 마친 후 팬티를 접어 깨끗한 쪽으로 대충 닦고는.... 팬티는 수풀 속으로 던져 버리고.....
엉거주춤 바지만 다시 꿰었다. 냄새를 맡고 개들과 돼지들까지 꿀꿀거리며 모여든다. 그러면서도 둑 너머 팽개치고 온 배낭이 걱정이다. 앞으로 두어 달 여행할 경비 2.500달러가 현금으로 그 속에 들어있다.
그뿐이랴 1.200달러짜리 카메라, 400달러짜리 넷북(Net Book/컴퓨터), 여권까지... 대충 따져도 500만 원이 넘는다. 혼자 다니는 여행은 이럴 때가 제일 난감하다. 겨우 끝마무리를 하고 철조망을 다시 나오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은 내 꼴을 다 보았을 테지만 무심한 얼굴로 지나친다. 인도에서는 이런 일이 크게 흉잡힐 일이 아닌 모양이다. 다행히 배낭은 무사하였다. 어이구 멍청한 인도 놈들... 이 배낭을 들고튀었더라면 인도에서는 한 평생 걱정 없이 먹고 살았을 텐데.....ㅋㅋㅋ
나중 버스를 타면서 냄새 때문에 어쩔까 싶었는데.... 인도가 워낙 더럽고 냄새가 지독한 곳이다 보니 아무도 눈치를 채지 못한다. 아니 모르는 척 해 주었는지도 모른다.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