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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편성된 예산안을 법률로 의결하는 예산법률주의를 도입할지 여부가 쟁점입니다. 정부에 대한 재정통제의 실효성을 강화하고, 국회의 예산심사권한을 확보하기 위한 취지에서 개헌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논의 (개헌 찬성의견) 예산을 법률 형식으로 의결하는 경우 심의ㆍ의결 과정에서 국회의 통제권과 투명성이 강화될 수 있으므로 예산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재정 투명성 강화를 위해 예산법률주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입니다. (개헌 반대의견) 현행 제도상의 예산안도 국회의 심의과정을 거치므로 국회의 재정통제권이 보장되고 있고, 예산법률주의를 통해 예산의 경직성을 높일 경우 상황 변화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예산법률주의 도입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입니다. |
이러한 논의에서는 가장 중요한 점이 누락되어 있는데, 국회가 편성한 예산에 문제가 있을 경우에 국회와 정부간의 의견조정절차가 매우 불합리하다는 점입니다.
법률안은 국회에서 마음대로 수정의결할 수 있기 때문에 예산도 법률안의 형식으로 제출하면 국회가 지역이기주의에 따라 선심성 예산을 다수 편성하여 정부측에서 도저히 집행하기 어려운 사태가 초래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정부는 여기에 대하여 해당 예산법률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만 허용되는데, 이 경우 일부거부는 허용되지 않으므로(현법 제53조제3항 : ③대통령은 법률안의 일부에 대하여 또는 법률안을 수정하여 재의를 요구할 수 없다.) 해당 예산법률안 전체에 대하여 거부해야 하고 이 경우 국회에서 출석 2/3이상의 찬성으로 재의결하지 않으면 해당 예산법률안은 폐기됩니다. 그럴 경우 새로운 예산을 편성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이 예산법률안이 다시 국회를 통과할 때까지 정부는 준예산으로 일을 해야 합니다(위 제54조제4항).
준예산은 범위가 극히 한정적이어서 정부는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한마디로 국정이 마비되는 것입니다.
결국 대통령은 국회의 선심성 예산을 막으려면 국정마비를 각오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일은 유사한 제도를 채택한 미국에서 이미 발생하였습니다.
우리도 지방자치법에서 예산안에 대한 거부권을 인정하고 있지만 한 번도 행사된 적이 없는 것을 보더라도 이 제도의 실상을 잘 알 수 있습니다.
더구나 국회에서는 법률안 제안권도 정부는 행사하지 못하고 국회의원만이 갖도록 하자는 주장을 강력히 내세우고 있는데(이원집정부제를 받아주면 현행을 유지하지만, 대통령제를 고집한다면 정부의 제안권은 폐지한다고 합니다), 예산도 법률안의 형식을 취한다면 기술적이고 매우 세부적인 예산을 편성부터 국회가 한다는 것이 되며 정부는 국회의 예산전횡에 대하여 국정마비를 각오하는 거부권으로만 대항할 수 있게 되어 문제는 더욱 커지게 됩니다.
개헌을 하려면 제대로 알고서 해야지 나라를 망칠 우려가 있는 주장이 검토와 토론도 충분히 거치지 않고 반영된다면 큰 문제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