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삶, 아름다운 마무리
K군,
대학에 입학한 게 얼마 전인데,
벌써 군대에 입대했군. 시간이 빠르긴 빠르네.
학교에서 벗어나 군대에서 배우는 게 많겠지.
이번에는 함께 행복과 죽음을 주제로 말하려네.
누구나 행복하기를 원하고 불행을 원하지 않지.
행복 만족도는 OECD 가입국 중 최하위라는군.
행복만족도는 왜 다른 나라에 비해 떨어질까?
경제중심 가치관이 최빈국 짐바브웨보다 심하고,
미국에 3배, 일본에 2배 높기 때문일까.
경제중심의 가치관 이외에 다른 이유는 없을까.
행복과 관련해 간과하는 게 바로 죽음이라네.
삶에서 가장 큰 고통은 바로 죽음이겠지.
어떤 사람이 아무리 잘(?) 살았다 한들,
죽음을 준비해 편안하게 임종못했다면,
그가 삶을 ‘잘’ 살았다고 말할 수는 있겠는가?
흔히 행복한 삶, 건강한 삶만 생각할 뿐이지.
‘행복한 죽음’이란 말 못들어보았을게야.
마지막 모습이 결코 행복하지 못하다고 한다면,
세속적으로 아무리 행복하게 살았을 지라도,
진정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행복은 ‘아름다운 마무리’와 무관할 수 없지.
행복은 삶과 죽음 모두에 관계된다네.
삶과 죽음은 둘이 아니라 하나이니까.
삶의 질이 낮은 것처럼,
죽음의 질 역시 바닥인게지.
외국인은 “패스트푸드점 같은 한국 사회의
장례 풍경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한다네.
조지 베일런트 교수 연구결과를 한번 살펴볼까.
하버드대 출신 268명의 삶을 72년간 추적 조사,
행복의 조건은 고통에 대처하는 방어기제라네.
행복한 삶을 이끄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고통을 수용해 극복하는 자세로 밝혀졌지.
K군,
군생활하면 이런저런 어려움 마주치게 되겠지.
화내거나 짜증내지 말고 처신하기 바라네.
고통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지 않는가!
살다보면 누구나 난관에 부딪히게 마련이지.
최근 '9포세대'란 말이 유행이라더군.
2030세대는 ‘헬조선’을 말한다지?
바람에 흔들리지 않으면서 피는 꽃이 없듯이
고통 없이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사회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기는 하지만,
지금 청년세대만 어렵다고 생각할 건 없다네.
사바세계는 고통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 아닌가!
세대마다 서로 다른 난관에 마주치는 거라네.
또 삶의 고통 중에서 가장 큰 고통은 무엇이겠나?
죽음의 고통이겠지. 죽음보다 큰 고통 있겠나.
그러니 삶을 지혜롭게 마무리하는가 여부가
바로 그의 행복을 평가하는 기준이지.
K군,
행복을 삶의 문제에만 한정시킬 게 아니라
‘아름다운 마무리’에까지 확대해야 한다네.
단순히 물질적, 경제적 측면에서만 보면 안되지.
행복이 ‘인간다운 품격 높은 삶’을 지향한다면,
간과해서는 안 되는 문제가 ‘평온한 죽음’이지.
우리의 삶은 죽음으로 마무리되므로,
행복한 삶, 행복한 죽음 함께 심사숙고해야지.
나이가 들어 육체적으로 노쇠해져 갈수록
나이 들면 정신도 나약해지기 십상이지.
정신력마저 나약해질 이유가 어디 있겠나?
나이가 들어 육체적으로 쇠약해져도,
임종의 순간까지 정신적으로 성숙할 수 있지.
임종 순간까지도 성숙을 거듭할 수 있으므로,
‘죽음은 성숙의 마지막 단계’라고 말하는 게지.
누구나 죽음의 고통에 똑같이 직면하게 되지만,
그 때 얼마나 성숙한 방어기제를 작동했는지가
그가 죽음을 어떻게 이해했고
그가 임종 순간에 어떻게 임했고,
그가 삶을 어떻게 살았는지
알려주는 행복의 바로미터라네.
K군,
왜 갑자기 20대에게 죽음을 말하는지,
조금 어색한 기분이 들지 않았나?
어디 한번 생각해보게나.
죽음은 나이와 세대를 가리지 않는다네.
죽음을 준비하는 것은
삶을 보다 의미있게 살도록 하기 위함이므로,
시간이 아직 많이 남은 2030에게 더 필요하다네.
스티브 잡스는 17살 때 다음 경구를 보았다지.
“매일 인생의 마지막 날처럼 산다면
언젠가는 올바른 길을 가고 있을 것이다.”
이 경구에 감명받은 그는 33년간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서 물어보았다네.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지금 하려는 일을 할 것인가?”
‘No’라는 답을 얻을 때마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하는군.
‘곧 죽는다’는 생각은
그가 인생의 결단을 내릴 때마다
가장 중요한 계기였다네.
K군,
말하다 보니까, 조금 길어졌군.
내 말을 흘려 듣지말고
또 무조건 따르지도 말게나.
마음 깊이 심사숙고해 보는 게 어떻겠나?
군대생활 잘 마치고 다시 대학 캠퍼스에서 만나
그 때 다시 이야기를 나누자구.
이만 줄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