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마 경매가 지난주 제주경주마목장에서 열렸다. 186두가 상장돼 92가 낙찰됐다.
낙찰률 49.5%에 평균가는 지난해보다 441만 원 하락한 3,563만 원이었으며
최고가도 전년보다 떨어진 9,000만 원이었다.
해외 사례를 통해 이미 경매시장의 위축을 간접 경험했던 터라 생산자들은 예견된 결과라고 한다.
그렇지만 경기 위축이 오래 갈 경우 버티기 어려운 목장이 속출할 것이라는 경고도 하고 있다.
이번 경매는 낙찰률 평균가 최고가 등 외형 지표의 동반 하락 외에도 몇 가지 특이점을 보였다.
이제는 ‘컨셉트윈’에게까지 밀린다고 봤던 ‘피어슬리’가 사상 최고가 자마를 냈다는 점,
2위 역시 주목받지 못했던 ‘디스틸드’의 자마가 기록했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아비의 ‘이름 값’은 열악해진 시장에서 더 이상 가치 기준이 되지 못한다는 방증이다.
아직 국내 무대에서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신규 고가 씨수말에게는 여전한 관심과 호기심이 모아졌다.
상위에 랭크된 낙찰마 중 대부분은 ‘볼포니’와 ‘양키빅터’ 자마였다.
특히 「브리더즈컵」 우승마로 국내 첫 자마를 배출한 ‘볼포니’에 대해
마주와 조교사들은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6,600만 원에 거래된 ‘홉스러브’ 자마를 비롯해 12마리 중 6마리가 평균가를 상회하는 높은 가격에 주인을 찾아갔다.
‘양키챔프’‘해오름’ 등 이미 들어와 있는 자마의 성적이 미흡했던 ‘양키빅터’조차
국내에서 생산된 첫 자마라는 프리미엄을 안고 비교적 고가에 거래를 성사시켰다.
‘엑턴파크’‘스트리트크라이’ 등 포입마의 강세도 이어졌다.
반면 지난해 2세마 리딩사이어에 처음 오른 ‘크릭캣’ 자마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생산자들은 ‘크릭캣’ 자마의 경우 지난해 선전한 덕에 일찌감치 4천만 원 안팎에서 개별거래로 팔렸다고 말한다.
이런 현상 속에서 주목할 것은 ‘엑스플로잇’이다.
지난해 첫 자마가 상장된 경매에서 ‘엑스플로잇’은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었다.
‘랜드임페리얼’의 1억 원을 비롯해 ‘수성에쿠스’가 9,500만 원, ‘새로운영웅’이 6,050만 원을 각각 기록하는 등
상장마 4마리 중 3마리가 낙찰됐다.
상장마 수가 몇 안 되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지만 어쨌든 이들 셋의 평균가를 산출하면 8,500만 원이 넘었다.
그랬던 ‘엑스플로잇’이 이번 경매에서는 전멸하다시피 한 것이다.
10마리 중 6마리가 낙찰됐지만 최고가는 지난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4,900만 원이었다.
심지어 평균가보다 떨어지는 2,000만 원짜리 자마도 나왔다.
게다가 ‘무패강자’의 모계 형제인 ‘아흔아홉칸’ 자마조차 외면당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자마 성적이 원인이다.
불과 1년 전 만해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던 몸값이 하루아침에 곤두박질친 이유는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다.
아무리 첫 자마였다지만 몸값에 턱없이 못 미치는 초라한 성적을 내밀었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다.
몸값과 성적을 면밀히 계산해 낸 마주와 조교사는 ‘엑스플로잇’을 바닥까지 내동댕이치는 냉정한 선택을 했다.
경기가 어렵고 구매여력이 없어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씨수말로서 1억5천만 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다던 ‘스톰캣’의 자마,
현역 시절엔 복승률 100%였던 명경주마,
북미 3rd 크롭(3년차 씨수말 순위) 3위,
2세 자마의 경매가 120만 달러,
그리고 27억 원의 몸값에 한국 상륙... ‘엑스플로잇’의 화려한 ‘스펙’이다.
그럼에도 벌써부터 일선 조교사와 일부 마주들 사이에서
‘엑스플로잇’이 ‘라시그니’와 ‘워존’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조롱이 나오는 것은 간과하기 어려운 문제다.
생산자들의 생각도 비슷하다면 교배 시장의 분위기부터 달라질 수 있어서다.
당장 1-2년 내에 자마들이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시장의 외면은 더 가속화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기다려줄 시간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겨우 1년이다.
애지중지하느라 제대로 전기육성도 해보지 못한 첫 자마들이다.
게다가 장거리는 아직 뛰어보지도 않은 그들을 놓고 성급한 판단을 할 필요는 없다.
운 좋게 한국 땅에 들어와 고맙게도 ‘자당’‘무패강자’‘해암장군’‘아름다운질주’ 등을 내놓은 ‘디디미’ 정도는 될 것인지, 제2의 ‘라시그니’로 전락하고 말 것인지, 극적으로 국산마 개량의 선봉장이 될 것인지...
그래도 아직 ‘엑스플로잇’에 거는 기대가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