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면 가운데 돌출한 종탑을 둔 장방형 평면의 벽돌조 건물로, 벽체는 붉은 벽돌로 쌓고 버팀벽은 회색 벽돌을 사용했다. 창 형태는 모두 둥근 아치형이며, 테두리는 회색 벽돌로 장식했다. 고딕양식을 변형시킨 소규모 벽돌조 성당의 전형적 형태이다."
1986년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106호로 지정된 용소막성당은 교회 건축물로서는 그다지 특이할 게 없다. 흔히 생각하는 뾰족탑 성당 건물을 떠올리면 거의 그대로다. 하지만 음식으로 치면 밥과 김치 같다고나 할까. 처음 봐도 낯설지 않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 건 건물 모습이 흔한 것이기도 하지만 100년 풍상을 견뎌온 세월의 이끼가 외할머니 주름살처럼 성당 곳곳에 배어 있기 때문이리라.
용소막성당을 빛낸 인물로는 선종완(1915∼1976) 신부가 단연 첫손에 꼽힌다. 성당 바로 앞마당 터에서 태어난 선 신부는 1960년 성모영보수녀회를 설립하고 한국교회에서는 처음으로 구약성서를 우리말로 옮기는 데 혼신의 힘을 쏟는 등 한국교회사에 큰 족적을 남긴 거목. 용소막성당을 찾는 이라면 성당 왼편에 있는 '사제 선종완 라우렌시오 유물관'을 지나쳐서는 안될 것이다.
현재 이 유물관에 전시된 유품은 고인이 사용하던 낡은 책상을 비롯해 손목시계, 우산, 지팡이, 제의·제구들, 의류 등 유품 380여점과 각종 서적류 300여권. 선 신부의 생생한 숨결을 느끼게 하는 다양한 전시물들은 한평생을 오롯이 하느님께 바친 고인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평소 이 유물관은 잠겨 있는데, 실망하지 말고 수녀원(033-763-2342)으로 전화하면 얼른 달려나와 문을 열어준다.
용소막성당을 성지순례 코스로 주저하지 않고 추천할 수 있는 것은 성당도 성당이거니와 승용차로 10분 거리(제천 방향)에 묘재와 배론성지가 연이어 있기 때문이다. 황사영이 숨어서 백서를 쓴 토굴과 최양업 신부 묘소, 그리고 우리나라 최초 신학교인 성요셉 신학당 터가 있는 배론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성지 중의 성지. 또한 묘재는 남종삼(요한) 성인의 부친 남상교(아우구스티노)가 관직에서 물러나 신앙생활에 전념하던 유택이 있는 곳으로, 이왕 나선 걸음이라면 묘재와 배론 모두 둘러보기를 권한다. 성지순례라는 다소 무거운 분위기에서 벗어나 봄나들이로도 그만인 아름다운 풍광이 멀리서 온 순례객들을 반길 것이다.
용소막성당도 여느 시골 성당과 마찬가지로 노인 신자들이 대부분이고, 본당 재정 또한 넉넉지 않다. 열악한 본당 재정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이 바로 피정의 집 운영과 20년 넘게 해오고 있는 메주 판매다. 특히 용소막 메주는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한해 평균 콩 250여가마를 사용하는데, 전국적으로 20여개 본당이 이곳 메주를 주문한다고 한다. 김순녀(마리아 막달레나, 47, 본당 성모회장)씨는 "국산 콩만 쓰고 본당 신자들이 재래식으로 만드는 용소막 메주를 한번 맛본 사람은 반드시 다시 찾을 정도로 최고의 맛과 품질을 자랑한다"면서 용소막 간장·된장과 함께 메주를 적극 권했다. 구입 문의 : 033-763-5330
지난해 이학근 신부를 주임으로 맞은 용소막본당은 5월5일로 예정된 본당 설립 100주년 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이 신부는 100주년 준비 일환으로 지난해 뒷산에 십자가의 길을 조성한 데 이어 비만 오면 질척거렸던 성당 앞마당에 잔디를 심고 벽돌길을 새로 만들었다. 또 바깥에서 미사를 봉헌할 수 있도록 야외제대를 마련했으며, 메주 공장도 깨끗이 단장했다. 뒷산에는 조만간 로사리오 동산을 만들 계획이다.
이 신부는 이같은 외형적 준비 못지않게 코를 풀어도 '100주년!'하고 풀라고 할 만큼 신자 개개인의 내적 준비를 강조해왔다. 이 신부가 부임 이래 지금까지 각종 피정과 교육, 미사 강론 등을 통해 강조한 100주년 정신은 바로 본당 설립 당시의 정신, 다시 말해 초대 교회 정신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이 신부는 "지금 본당 형편이 어렵다고 한들 아무렴 100년 전만큼 힘들기야 하겠냐"고 반문하면서 하느님을 중심으로 한마음 한뜻으로 똘똘 뭉쳤던 100년전 신앙공동체를 꼭 재현해보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처음 부임했을 때는 어떻게 준비하나 막막하기만 했는데, 지금은 신자들이 너무 잘 도와줄 뿐 아니라 활기가 넘칩니다. 공동체가 기도로 하나될 때 다 이루어진다는 진리를 체험하고 있는 거죠. 내적으로나 외형적으로나 순례객들 발길을 끄는 용소막성당으로 이끌어 나가겠습니다."
(사진설명) 1. 성당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고해소. 수염 긴 외국 사제가 금방이라도 뛰쳐나올 것 같다.
2. 성당 바로 옆에 있는 선종완 신부 유물관 내부. 고인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유품 380여점과 서적류 300여권이 전시돼 있다.